산수유 붉게 물든 구례의 ‘가을 밥상’

입력 2017.11.23 (15:42) 수정 2017.11.24 (0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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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남도 구례의 가을은 단풍보다 붉다. 산수유 열매가 알알이 보석처럼 매달려 지나가는 가을을 붉게 물들이기 때문이다. 색을 바꾸며 계절을 지나온 지리산이 한 해가 다 가기 전 마지막으로 붉게 피어오른다. '한국인의 밥상(23일(목) 저녁 7시 35분, KBS 1TV)'은 가을의 끝자락에서 빨갛게 물든 전남 구례로 맛 기행을 떠난다.

산수유 붉은빛에 마음이 물들다

단풍이 붉은빛을 뽐내는 시기, 전남 구례군 산동마을은 단풍보다 더 붉게 물든다. 산수유가 그 주인공이다. 빨갛게 익은 열매에 눈은 즐겁지만, 주민들은 산수유 딸 생각에 걱정이 앞선다. 첫서리가 내린 11월 중순부터 눈이 내리는 12월까지 산동마을은 산수유를 수확하고 갈무리하느라 가장 바쁜 나날을 보낸다.


산수유는 간과 신장을 보호하고 원기회복과 혈액순환, 부인병 개선에 효능이 있다. 소고기를 같이 넣고 푹 끓인 '산수유 소고기탕'은 밤마다 이불을 적시는 야뇨증을 고치는 약이다. 숯불에 구워 산수유 가루를 뿌린 '산수유 한과'는 남녀노소 즐길 수 있는 간식이다.


단풍처럼 호박이 늙어가는 시간

지리산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꼽히는 지리산 피아골은 과거 피밭(稷田)이 많아 피밭골로 불렸다. 이곳에 나고 자란 토박이는 단 두 명, 마음을 나누던 친구들은 다 떠나고 할머니들은 서로를 의지하며 산다. 산으로 버섯을 따러 다니던 소녀들은 어느덧 나이가 들었지만, 아직 그때 먹던 버섯 밥의 맛은 잊지 않았다. 밤을 주워다 말린 밤쌀로 쑤어 만든 '밤쌀죽'은 피아골 사람들이 가을을 나기 위해 먹는 음식이었다.



돌담에 매달린 늙은 호박이 반겨주는 평촌마을에는 금실 좋은 부부가 살고 있다. 시내에서 시골로 시집와 몸이 안 좋은 남편 대신 궂은 일은 다 했다는 박연순 씨는 늘 남편의 건강이 최우선이다. 오늘도 남편을 위해 호박 속을 긁어 산수유와 약재를 넣고 푹 익힌 '호박약탕'을 만든다.



익다만 작은 호박은 호박잎과 줄기, 호박을 넣고 끓이는 '호박대국' 재료로 사용된다. 서리 내기리 전에 먹으면 겨우내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데다 맛도 좋아 안성맞춤이다. 가을이 되면 맛있게 익어가는 호박처럼 평촌마을의 시간도 함께 익는다.


단감 3대 가족, 감 잡고 맛도 잡다!

지리산에 안긴 구례는 예로부터 감이 유명했다. 분토마을에 사는 양재소 씨 가족은 감이 좋아 감 농사를 시작했다. 감나무에 애착을 가진 이들은 주말마다 모두 밭에 나가 감을 딴다. 감나무가 색을 붉히는 지금이 한창 바쁠 때다.


한참 감을 따고 난 뒤, 함께 하는 밥상엔 할아버지가 좋아하는 '감 장아찌'와 손자가 좋아하는 다디단 '홍시 묵'이 올라온다. 감으로 감(感) 잡은 재소 씨 가족은 오늘도 달콤한 구례 감 맛에 또 한 번 빠져든다.

[프로덕션2] 최정윤 kbs.choij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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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수유 붉게 물든 구례의 ‘가을 밥상’
    • 입력 2017-11-23 15:42:39
    • 수정2017-11-24 06:44:36
    생활·건강
전라남도 구례의 가을은 단풍보다 붉다. 산수유 열매가 알알이 보석처럼 매달려 지나가는 가을을 붉게 물들이기 때문이다. 색을 바꾸며 계절을 지나온 지리산이 한 해가 다 가기 전 마지막으로 붉게 피어오른다. '한국인의 밥상(23일(목) 저녁 7시 35분, KBS 1TV)'은 가을의 끝자락에서 빨갛게 물든 전남 구례로 맛 기행을 떠난다.

산수유 붉은빛에 마음이 물들다

단풍이 붉은빛을 뽐내는 시기, 전남 구례군 산동마을은 단풍보다 더 붉게 물든다. 산수유가 그 주인공이다. 빨갛게 익은 열매에 눈은 즐겁지만, 주민들은 산수유 딸 생각에 걱정이 앞선다. 첫서리가 내린 11월 중순부터 눈이 내리는 12월까지 산동마을은 산수유를 수확하고 갈무리하느라 가장 바쁜 나날을 보낸다.


산수유는 간과 신장을 보호하고 원기회복과 혈액순환, 부인병 개선에 효능이 있다. 소고기를 같이 넣고 푹 끓인 '산수유 소고기탕'은 밤마다 이불을 적시는 야뇨증을 고치는 약이다. 숯불에 구워 산수유 가루를 뿌린 '산수유 한과'는 남녀노소 즐길 수 있는 간식이다.


단풍처럼 호박이 늙어가는 시간

지리산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꼽히는 지리산 피아골은 과거 피밭(稷田)이 많아 피밭골로 불렸다. 이곳에 나고 자란 토박이는 단 두 명, 마음을 나누던 친구들은 다 떠나고 할머니들은 서로를 의지하며 산다. 산으로 버섯을 따러 다니던 소녀들은 어느덧 나이가 들었지만, 아직 그때 먹던 버섯 밥의 맛은 잊지 않았다. 밤을 주워다 말린 밤쌀로 쑤어 만든 '밤쌀죽'은 피아골 사람들이 가을을 나기 위해 먹는 음식이었다.



돌담에 매달린 늙은 호박이 반겨주는 평촌마을에는 금실 좋은 부부가 살고 있다. 시내에서 시골로 시집와 몸이 안 좋은 남편 대신 궂은 일은 다 했다는 박연순 씨는 늘 남편의 건강이 최우선이다. 오늘도 남편을 위해 호박 속을 긁어 산수유와 약재를 넣고 푹 익힌 '호박약탕'을 만든다.



익다만 작은 호박은 호박잎과 줄기, 호박을 넣고 끓이는 '호박대국' 재료로 사용된다. 서리 내기리 전에 먹으면 겨우내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데다 맛도 좋아 안성맞춤이다. 가을이 되면 맛있게 익어가는 호박처럼 평촌마을의 시간도 함께 익는다.


단감 3대 가족, 감 잡고 맛도 잡다!

지리산에 안긴 구례는 예로부터 감이 유명했다. 분토마을에 사는 양재소 씨 가족은 감이 좋아 감 농사를 시작했다. 감나무에 애착을 가진 이들은 주말마다 모두 밭에 나가 감을 딴다. 감나무가 색을 붉히는 지금이 한창 바쁠 때다.


한참 감을 따고 난 뒤, 함께 하는 밥상엔 할아버지가 좋아하는 '감 장아찌'와 손자가 좋아하는 다디단 '홍시 묵'이 올라온다. 감으로 감(感) 잡은 재소 씨 가족은 오늘도 달콤한 구례 감 맛에 또 한 번 빠져든다.

[프로덕션2] 최정윤 kbs.choij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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