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미국 내 중국 영향력, 선거개입 논란 있는 러시아보다 커”

입력 2017.12.11 (20:51) 수정 2017.12.11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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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가 영향력 강화를 위해 정부 차원에서 미국의 각종 기관을 중심으로 물밑 작업을 벌이고 있으며 이는 최근 미국에서 논란이 된 러시아의 개입보다 더 큰 문제라고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기자 겸 정치 분석가인 조시 로긴은 이날 WP에 기고한 칼럼에서 중국이 '세계 강국'이라는 큰 그림에 다가가기 위한 전략의 일부로 대미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으나 미국은 여전히 이런 중국의 '게임 계획'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중국 당국이 중국 정부에 대한 비판적 토론을 제거하고, 미국의 영향력 있는 인물들을 끌어들여 중국의 목소리를 대신 전하도록 하고 있는데 미국이 이같은 전략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미 호주와 뉴질랜드, 캐나다에선 최근 정치인과 대학, 싱크탱크, 사업체의 부패 뒤에 중국이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줬으며 미국의 정치·사상가들도 이런 문제를 인식하기 시작하며 대응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이런 문제를 꺼내든 인물 중 한명이 공화당의 마코 루비오(플로리다) 상원의원이다. 미 의회 산하 의회·행정부 중국위원회(CECC) 공동 의장인 루비오 의원은 "러시아의 미 선거 개입에 대한 논란이 큰데 우리의 자유와 행정정책에 중국이 미치는 영향력은 사람들이 아는 것보다 넓게 퍼져있다"며 "단순히 자신들을 더 좋게 홍보하려는 것을 넘어 미국 내 미국인을 타깃으로 한다"고 주장했다.

루비오는 애매모호한 계약 하에 중국 관련 교육활동에 개입한다는 의혹이 제기된 미 대학 내 공자학원을 대표적 사례로 지목했다. 세계 학생들에게 중국 문화를 접촉할 기회를 주겠다는 취지로 설립된 공자학원은 최근 급속도로 확산하며 중국 정부의 소프트파워 확대 수단으로 활용된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루비오 의원은 공자학원 외에 중국 정부가 후원하는 싱크탱크 연구나 연구원, 지적인 교류활동 등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CECC는 오는 13일 '중국의 멀리 미치는 힘'이라는 제목으로 회의를 열어 중국의 정치적 영향력 확대 시도와 함께 민감한 사안에 대한 담론 지배, 다자 기관에 대한 개입, 인권 보호론자들에 대한 협박과 위협, 출판기관에 대한 검열, 학문기관에 대한 영향력 행사 등 중국 정부의 행태를 공개할 계획이다.

포린폴리시(FP)도 미중 교류재단(CUSEF) 창립자인 둥젠화(董建華) 초대 홍콩 행정장관이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SAIS)과 브루킹스 연구소 등을 후원함으로써 어떻게 중국의 이익을 대변했는지를 지적한 바 있다. CUSEF는 이같은 의혹에 대해 부인했지만 둥젠화 전 장관은 중국 공산당 산하기관으로 공산당의 목표를 외부에 알리는 역할을 하는 통일전선부와 연관된 인물이다.

CUSEF의 장학금 수혜자들도 학문적 독립성이 보장됐다고 하지만 자체 검열 사례가 속속 확인되고 있다. 학자들은 중국의 신경을 건드리지 않아야 중국에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출판업자들은 중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민감한 부분을 삭제했다.

허드슨 연구소의 글렌 티퍼트 방문연구원은 중국이 '영향력을 가진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방법으로 미국인들이 다른 미국인에게 중국이 원하는 메시지를 전달하게끔 조종한다고 해석했다. 중국이 이런 방법을 택한 것은 중국 관료들이 중국의 메시지를 직접 전달하는 것보다 효과적이어서다. 티퍼트 연구원은 "미 기관들이 돈 때문에 중국에 의지한다는 것을 워싱턴 정가가 알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려면 미 기관들이 모여 중국 정부와 관련이 있는 기관으로부터 후원받을 때의 기준을 정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보와 자원을 공유함으로써 대학들이 중국의 압력에 저항하고 학문 윤리를 지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의 노력과 미국의 대응 사이에는 큰 격차가 있으며 시진핑 주석 집권 이후 개발 모델의 하나로 중국의 체제를 해외에 확산하려는 움직임이 강화되는 실정이다. 컬럼비아대 앤드루 네이선 교수는 사상과 가치를 두고 투쟁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하며 우리가 냉전에서 승리하기는 했지만 역사가 끝난 것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사진출처 :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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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2-11 20:51:52
    • 수정2017-12-11 20:53:55
    국제
중국 정부가 영향력 강화를 위해 정부 차원에서 미국의 각종 기관을 중심으로 물밑 작업을 벌이고 있으며 이는 최근 미국에서 논란이 된 러시아의 개입보다 더 큰 문제라고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기자 겸 정치 분석가인 조시 로긴은 이날 WP에 기고한 칼럼에서 중국이 '세계 강국'이라는 큰 그림에 다가가기 위한 전략의 일부로 대미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으나 미국은 여전히 이런 중국의 '게임 계획'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중국 당국이 중국 정부에 대한 비판적 토론을 제거하고, 미국의 영향력 있는 인물들을 끌어들여 중국의 목소리를 대신 전하도록 하고 있는데 미국이 이같은 전략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미 호주와 뉴질랜드, 캐나다에선 최근 정치인과 대학, 싱크탱크, 사업체의 부패 뒤에 중국이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줬으며 미국의 정치·사상가들도 이런 문제를 인식하기 시작하며 대응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이런 문제를 꺼내든 인물 중 한명이 공화당의 마코 루비오(플로리다) 상원의원이다. 미 의회 산하 의회·행정부 중국위원회(CECC) 공동 의장인 루비오 의원은 "러시아의 미 선거 개입에 대한 논란이 큰데 우리의 자유와 행정정책에 중국이 미치는 영향력은 사람들이 아는 것보다 넓게 퍼져있다"며 "단순히 자신들을 더 좋게 홍보하려는 것을 넘어 미국 내 미국인을 타깃으로 한다"고 주장했다.

루비오는 애매모호한 계약 하에 중국 관련 교육활동에 개입한다는 의혹이 제기된 미 대학 내 공자학원을 대표적 사례로 지목했다. 세계 학생들에게 중국 문화를 접촉할 기회를 주겠다는 취지로 설립된 공자학원은 최근 급속도로 확산하며 중국 정부의 소프트파워 확대 수단으로 활용된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루비오 의원은 공자학원 외에 중국 정부가 후원하는 싱크탱크 연구나 연구원, 지적인 교류활동 등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CECC는 오는 13일 '중국의 멀리 미치는 힘'이라는 제목으로 회의를 열어 중국의 정치적 영향력 확대 시도와 함께 민감한 사안에 대한 담론 지배, 다자 기관에 대한 개입, 인권 보호론자들에 대한 협박과 위협, 출판기관에 대한 검열, 학문기관에 대한 영향력 행사 등 중국 정부의 행태를 공개할 계획이다.

포린폴리시(FP)도 미중 교류재단(CUSEF) 창립자인 둥젠화(董建華) 초대 홍콩 행정장관이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SAIS)과 브루킹스 연구소 등을 후원함으로써 어떻게 중국의 이익을 대변했는지를 지적한 바 있다. CUSEF는 이같은 의혹에 대해 부인했지만 둥젠화 전 장관은 중국 공산당 산하기관으로 공산당의 목표를 외부에 알리는 역할을 하는 통일전선부와 연관된 인물이다.

CUSEF의 장학금 수혜자들도 학문적 독립성이 보장됐다고 하지만 자체 검열 사례가 속속 확인되고 있다. 학자들은 중국의 신경을 건드리지 않아야 중국에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출판업자들은 중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민감한 부분을 삭제했다.

허드슨 연구소의 글렌 티퍼트 방문연구원은 중국이 '영향력을 가진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방법으로 미국인들이 다른 미국인에게 중국이 원하는 메시지를 전달하게끔 조종한다고 해석했다. 중국이 이런 방법을 택한 것은 중국 관료들이 중국의 메시지를 직접 전달하는 것보다 효과적이어서다. 티퍼트 연구원은 "미 기관들이 돈 때문에 중국에 의지한다는 것을 워싱턴 정가가 알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려면 미 기관들이 모여 중국 정부와 관련이 있는 기관으로부터 후원받을 때의 기준을 정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보와 자원을 공유함으로써 대학들이 중국의 압력에 저항하고 학문 윤리를 지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의 노력과 미국의 대응 사이에는 큰 격차가 있으며 시진핑 주석 집권 이후 개발 모델의 하나로 중국의 체제를 해외에 확산하려는 움직임이 강화되는 실정이다. 컬럼비아대 앤드루 네이선 교수는 사상과 가치를 두고 투쟁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하며 우리가 냉전에서 승리하기는 했지만 역사가 끝난 것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사진출처 :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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