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족도 3위 추락 메르켈, 대연정 추진속 협력정부에 눈돌릴까

입력 2017.12.13 (19:09) 수정 2017.12.13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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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 재임 후 최대의 정치적 시련을 겪고 있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에게 사회민주당과의 대연정 협상은 총리직을 안정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마지막 기회로 보인다.

이번 협상을 통해 안정적인 4기 집권 기반을 마련하지 않으면 4년 간의 총리직을 담보하기 어려울 수 있다.

메르켈 총리는 지난 9월 총선의 '빛바랜 승리' 속에서 4선 연임을 한 헬무트 콜 전 총리와 함께 최장수 총리 반열을 예약했지만, 이후 예기치 못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

기독민주·기독사회당 연합과 자유민주당, 녹색당 간의 연정 협상 실패는 메르켈 총리에게 치명타였다.

가뜩이나 총선 과정에서 제기된 메르켈 총리의 리더십에 대한 비판이 아직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다.

메르켈 총리가 사민당 등으로부터 논쟁을 피한다는 이유로 '오만한 리더십'이라는 비판을 받은 가운데, 극우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이슈의 가장자리를 차지하면서 제3당이 되는 돌풍을 일으켰다.

기성 거대정당의 퇴조와 AfD의 부상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 난민 문제도 메르켈 총리의 소통 부족이 오해와 불안감을 키웠다는 지적도 받아왔다.

최근 여론도 메르켈 총리에게 점점 등을 돌리고 있다.

공영방송 ARD가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메르켈 총리는 정치인 만족도에서 54%로 3위에 그치며 체면을 구겼다.

이전 조사보다 3% 포인트 떨어진 결과다.

사민당 소속의 지그마어 가브리엘 외무장관이 8%포인트 뛰어오른 65%로 선두를 차지했다.

쳄 외츠데미어 녹색당 공동대표는 3% 포인트 오른 57%로 메르켈 총리를 뛰어넘어 2위에 올랐다.

연정 협상 과정에서 책임감 있는 태도를 보여준 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메르켈 총리의 개인적 인기도 떨어지면서 총선 직후 제1야당을 선언했던 사민당만이 메르켈 총리에게 정치적 위기를 탈출시켜줄 유일한 동아줄이 됐다.

협상이 실패하면 기민·기사 연합 중심으로 과반 미달의 소수정부를 꾸리거나 재선거를 치러야 한다.

소수정부와 재선거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의 현대정치에서 미답지로, 메르켈 총리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소수정부를 구성할 경우 당장에 총리직을 이어가는 것이 가능하지만, 리더십의 붕괴는 걷잡을 수 없이 진행될 수 있다.

사민당 일부와 자민당 등은 소수정부도 '용인'하겠다는 태도를 보였으나, 협력적인 야당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지지층 결집을 위해 선명성을 강조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사민당은 총선 패배의 원인으로 좌파 정체성이 모호해진 탓을 들고 있고, 자민당은 AfD와 강경 보수층을 놓고 경쟁에 들어갔다.

더구나 일부 독일 언론은 소수정부 구성 시 메르켈 총리의 리더십이 급격히 무너지면서 '차기 메르켈'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을 벌일 수 있다는 점에서 기민당 일각에선 소수정부를 선호한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기민당의 차기주자 그룹인 옌스 슈판 재무차관은 지난 11일(현지시간) 메르켈 총리가 참석한 가운데 열린 당 지도부회의를 앞두고 대연정 실패 시 소수정부를 언급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결국 소수정부를 꾸리더라도 재선거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많다. 이 경우 메르켈 총리가 다시 총리 후보로 나온다고 장담할 수 없다.

소수정부 대신 곧바로 재선거를 실시하는 것은 여론이 상당히 부정적인 데다, 책임론을 감당하기도 쉽지 않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가 총선과 유사한데다, AfD만 최대 수혜자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어서 선택하기 더욱 어렵다.

현재로서는 극심한 진통을 겪더라도 대연정이 성사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우세한 분위기다.

대연정 협상 마저 결렬될 경우 메르켈 총리는 물론 마르틴 슐츠 대표 등 사민당 지도부도 후폭풍을 감당하기 쉽지 않은 탓이다.

그러나, 연정 협상 결렬처럼 결과를 속단하기 쉽지 않다. 슐츠 대표도 협상에 대해 '열린 결말'을 공언했다.

더구나 대연정에 대한 사민당 내부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사민당 지지층 내에서도 부정적인 여론이 더 우세해왔다.

이런 탓이지 슐츠 대표도 11일 협력정부라는 새로운 모델을 제안했다.

굵직한 주요 사안은 합의하되 세부적인 사안에서는 연방 의회에서 풀어나가자는 것이다.

안정적인 정부를 출범시키는 데 책임이 있다는 여론과 대연정에 부정적인 당원들의 입장 속에서 고육지책인 셈이다.

이에 메르켈 총리는 기만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거부 의사를 나타냈다고 일간 자이트가 13일 전했다.

그러나, 사민당이 협력정부안을 밀고 나오면 마냥 거부하기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메르켈 총리는 이날 밤 슐츠 대표 등 사민당 지도부와 대연정 협상 성사를 위한 사전회의를 갖는다.

양측은 당분간 '간보기'를 한 뒤 내년부터 본격적인 협상에 들어갈 전망이다.

[사진출처 : AP·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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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2-13 19:09:22
    • 수정2017-12-13 19: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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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 재임 후 최대의 정치적 시련을 겪고 있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에게 사회민주당과의 대연정 협상은 총리직을 안정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마지막 기회로 보인다.

이번 협상을 통해 안정적인 4기 집권 기반을 마련하지 않으면 4년 간의 총리직을 담보하기 어려울 수 있다.

메르켈 총리는 지난 9월 총선의 '빛바랜 승리' 속에서 4선 연임을 한 헬무트 콜 전 총리와 함께 최장수 총리 반열을 예약했지만, 이후 예기치 못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

기독민주·기독사회당 연합과 자유민주당, 녹색당 간의 연정 협상 실패는 메르켈 총리에게 치명타였다.

가뜩이나 총선 과정에서 제기된 메르켈 총리의 리더십에 대한 비판이 아직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다.

메르켈 총리가 사민당 등으로부터 논쟁을 피한다는 이유로 '오만한 리더십'이라는 비판을 받은 가운데, 극우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이슈의 가장자리를 차지하면서 제3당이 되는 돌풍을 일으켰다.

기성 거대정당의 퇴조와 AfD의 부상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 난민 문제도 메르켈 총리의 소통 부족이 오해와 불안감을 키웠다는 지적도 받아왔다.

최근 여론도 메르켈 총리에게 점점 등을 돌리고 있다.

공영방송 ARD가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메르켈 총리는 정치인 만족도에서 54%로 3위에 그치며 체면을 구겼다.

이전 조사보다 3% 포인트 떨어진 결과다.

사민당 소속의 지그마어 가브리엘 외무장관이 8%포인트 뛰어오른 65%로 선두를 차지했다.

쳄 외츠데미어 녹색당 공동대표는 3% 포인트 오른 57%로 메르켈 총리를 뛰어넘어 2위에 올랐다.

연정 협상 과정에서 책임감 있는 태도를 보여준 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메르켈 총리의 개인적 인기도 떨어지면서 총선 직후 제1야당을 선언했던 사민당만이 메르켈 총리에게 정치적 위기를 탈출시켜줄 유일한 동아줄이 됐다.

협상이 실패하면 기민·기사 연합 중심으로 과반 미달의 소수정부를 꾸리거나 재선거를 치러야 한다.

소수정부와 재선거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의 현대정치에서 미답지로, 메르켈 총리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소수정부를 구성할 경우 당장에 총리직을 이어가는 것이 가능하지만, 리더십의 붕괴는 걷잡을 수 없이 진행될 수 있다.

사민당 일부와 자민당 등은 소수정부도 '용인'하겠다는 태도를 보였으나, 협력적인 야당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지지층 결집을 위해 선명성을 강조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사민당은 총선 패배의 원인으로 좌파 정체성이 모호해진 탓을 들고 있고, 자민당은 AfD와 강경 보수층을 놓고 경쟁에 들어갔다.

더구나 일부 독일 언론은 소수정부 구성 시 메르켈 총리의 리더십이 급격히 무너지면서 '차기 메르켈'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을 벌일 수 있다는 점에서 기민당 일각에선 소수정부를 선호한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기민당의 차기주자 그룹인 옌스 슈판 재무차관은 지난 11일(현지시간) 메르켈 총리가 참석한 가운데 열린 당 지도부회의를 앞두고 대연정 실패 시 소수정부를 언급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결국 소수정부를 꾸리더라도 재선거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많다. 이 경우 메르켈 총리가 다시 총리 후보로 나온다고 장담할 수 없다.

소수정부 대신 곧바로 재선거를 실시하는 것은 여론이 상당히 부정적인 데다, 책임론을 감당하기도 쉽지 않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가 총선과 유사한데다, AfD만 최대 수혜자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어서 선택하기 더욱 어렵다.

현재로서는 극심한 진통을 겪더라도 대연정이 성사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우세한 분위기다.

대연정 협상 마저 결렬될 경우 메르켈 총리는 물론 마르틴 슐츠 대표 등 사민당 지도부도 후폭풍을 감당하기 쉽지 않은 탓이다.

그러나, 연정 협상 결렬처럼 결과를 속단하기 쉽지 않다. 슐츠 대표도 협상에 대해 '열린 결말'을 공언했다.

더구나 대연정에 대한 사민당 내부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사민당 지지층 내에서도 부정적인 여론이 더 우세해왔다.

이런 탓이지 슐츠 대표도 11일 협력정부라는 새로운 모델을 제안했다.

굵직한 주요 사안은 합의하되 세부적인 사안에서는 연방 의회에서 풀어나가자는 것이다.

안정적인 정부를 출범시키는 데 책임이 있다는 여론과 대연정에 부정적인 당원들의 입장 속에서 고육지책인 셈이다.

이에 메르켈 총리는 기만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거부 의사를 나타냈다고 일간 자이트가 13일 전했다.

그러나, 사민당이 협력정부안을 밀고 나오면 마냥 거부하기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메르켈 총리는 이날 밤 슐츠 대표 등 사민당 지도부와 대연정 협상 성사를 위한 사전회의를 갖는다.

양측은 당분간 '간보기'를 한 뒤 내년부터 본격적인 협상에 들어갈 전망이다.

[사진출처 : AP·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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