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의 ‘파란병’…커피 업계의 ‘애플’ 될까??

입력 2017.12.16 (11:01) 수정 2017.12.26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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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 명물 ‘블루보틀’ , 커피계 ‘제3의 물결’ ?

구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우버, 트위터, 테슬라... 지식정보 산업을 선도하는 세계적 기업들이 바로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에서 시작됐죠. (샌프란시스코는 가로세로 11km밖에 안되는 작은 도시여서 현지에선 샌프란시스코와 주변 지역을 엮어 베이 지역, Bay Area라고 합니다.) 지식 정보화 혁명을 주창한 앨빈 토플러의 그 유명한 ‘제3의 물결’의 진원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한동안 이곳 언론들이 베이 지역에서 또 다른 ‘제3의 물결’이 일어났다고 칭한 것이 있었으니.... 바로 이 지역에서 탄생한 브랜드, 파란색 병이 트레이드 마크인‘블루보틀’ 커피입니다.

샌프란시스코 페리 빌딩(Ferry Building)에 있는 블루보틀 매장. 테이크-아웃 위주로 팔고 있어서 앉을 자리는 없습니다. 블루보틀을 유명하게 한 드립커피를 맛보려면 커피 뽑는 데 걸리는 시간 20분은 기본으로 대기! 줄 길면 언제 맛볼 지 난망입니다.샌프란시스코 페리 빌딩(Ferry Building)에 있는 블루보틀 매장. 테이크-아웃 위주로 팔고 있어서 앉을 자리는 없습니다. 블루보틀을 유명하게 한 드립커피를 맛보려면 커피 뽑는 데 걸리는 시간 20분은 기본으로 대기! 줄 길면 언제 맛볼 지 난망입니다.


인스턴트의 편리함으로 우리 삶을 파고든 맥스웰이 제1의 물결이었고, 취향대로 골라 먹는 재미와 편안함을 갖춘 스타벅스가 제2의 물결이었다면, 커피 바(Bar)에서 장인의 손길을 거친 드립 커피로 풍부한 향을 제대로 뽑아내 주는 블루보틀이 제3의 물결이라는 겁니다.

샌프란의 파란 병, 시애틀의 별에 도전하다!

블루보틀은 관광객들과 현지인 모두에게 두루 사랑받는 샌프란시스코 페리 빌딩(Ferry Building)에서 유명해졌는데, 탄생한 곳은 샌프란시스코 베이 브릿지 바로 건너에 있는 도시, 미 프로농구 골든 스테이트 워리어의 홈인 오클랜드입니다. 클라리넷 연주자였던 제임스 프리먼(동영상 참조)이 악기 연주를 포기하고 2002년 창립했는데, 블루보틀이란 이름은 오스트리아 빈에서 처음 문을 연 커피 전문점의 이름에서 따왔다고 합니다.

여기가 바로 오클랜드 잭런던스퀘어(Jack London SQ.) 앞에 있는 블루보틀 본점! 커피 볶는 공장 옆, 작은 공간에 만든 커피 바입니다.여기가 바로 오클랜드 잭런던스퀘어(Jack London SQ.) 앞에 있는 블루보틀 본점! 커피 볶는 공장 옆, 작은 공간에 만든 커피 바입니다.


시작은 이렇게 소박했지만, 15년 동안 점점 커지더니 급기야 스위스의 다국적기업 네슬레에 지분 68%를 4억 2천5백만 달러(우리 돈 약 4,800억 원)에 팔기에 이릅니다. 또 구글로부터 우리 돈 천억 원의 투자를 받기도 하는 등 기업 가치는 1조 원에 육박합니다. 이미 미국과 일본 등에 50곳 넘는 지점을 거느리고 있기도 하죠.

블루보틀이 네슬레에 인수되면서 급성장의 발판을 마련하자, 가장 긴장하는 건 스타벅스입니다. 시애틀에서 탄생한 ‘별다방’은 지난 20년간 전 세계 매장에서 균일한 맛과 서비스로 시장을 선점해왔습니다. 평균을 추구하는 스타벅스에게 스페셜티 커피의 선두주자 블루보틀이 신경쓰이는 건 당연하겠죠? 실제 시장 조사 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현재 230억 달러인 미국 스페셜티 커피 시장 규모는 5년 뒤 280억 달러(약 32조 1020억 원)로 성장할 전망입니다.

‘커피 업계의 애플’, 한국 사람들 입맛에는?

블루보틀은 마케팅에서 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을 중시한다는 점, 좀 더 비싸다는 점, 짧은 기간에 급성장한 점 등이 부각되며‘커피 업계의 애플’로 불립니다. 앞서 나열한 여러 가지 점 중에 사용자 경험이 좀 특이한 점인데, 블루보틀은 매장마다 커피 뽑는 법이나 커피 종류 맛보기 등의 다양한 무료 수업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마치 애플 스토어에서 소비자들이 애플 제품을 써볼 수 있듯이 말이죠.

블루보틀이 얼마나 다른지 커피 맛도 보고 마케팅 전략도 살펴볼 겸 홈페이지에서 사전 예약을 한 후, 오클랜드에 있는 매장으로 드립 커피 내리는 법을 배우러 갔습니다.

아기자기한 드립 커피 장비들. 납작한 검은색은 그램 단위로 표시되는 저울입니다. 저거 하나만 갖춰도 바리스타 흉내는 절반 성공!아기자기한 드립 커피 장비들. 납작한 검은색은 그램 단위로 표시되는 저울입니다. 저거 하나만 갖춰도 바리스타 흉내는 절반 성공!


바리스타 ‘제럿’은 바 테이블에 작은 저울과 비커, 드립퍼, 주전자를 가지런히 놓고 수업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요, 가장 평균적으로 인기 있는 드립 커피를 내리는 방법을 꼼꼼하고 친절하게 가르쳐줬습니다.

스스로 내린 커피도 맛보고 남의 것도 맛보고. 똑같은 품종인데 얼떨떨한 상태에서 내린 첫 커피보다 두 번째 내린 커피가 확실히 맛있더군요. 물 몇 그램과 몇 초의 시간 차이가 만드는 커피의 신세계를 경험했습니다.스스로 내린 커피도 맛보고 남의 것도 맛보고. 똑같은 품종인데 얼떨떨한 상태에서 내린 첫 커피보다 두 번째 내린 커피가 확실히 맛있더군요. 물 몇 그램과 몇 초의 시간 차이가 만드는 커피의 신세계를 경험했습니다.


커피 맛은 매우 진했습니다. 원두를 많이 볶아서 탄 맛이 나는 진한 맛이 아니라 신선한 원두를 바로 볶고 바로 갈아 맛과 향이 진했습니다. 실제로 블루보틀은 원두를 볶은 뒤 48시간 안에 쓴다는 걸로 마케팅을 하더군요.

하지만, 한국에 커피를 들여올 때도 과연 로스팅 후 48시간 법칙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음료 선택의 폭이 스타벅스나 한국의 여타 브랜드 커피점에 비해 적다는 것도 단점으로 보입니다.

‘아뿔싸! 블루보틀은 와이파이 없음’

게다가 한국 소비자들이 참을 수 없는 블루보틀의 결정적인 단점은 모든 점포에서 와이파이가 안 된다는 것!!! 블루보틀 측은 편안하고 여유 있게 커피 맛만 오롯이 즐기라는 취지라고 설명합니다.

그러나 한국인 기자의 눈에는 회전율을 높이려는 상술로 보였습니다. 편안하게 인터넷을 할 수 없다는 점 말고도 점포 내 대부분 좌석이 오래 앉아 커피 향을 음미하고 있기엔 불편하기 짝이 없었다는 점을 봐도 그랬죠. 한국에는 내년 봄 진출할 거라는데, 미국에서 운영하는 스타일을 한국에서 그대로 고집할 건 지 살펴보는 것도 블루보틀의 한국 진출 관전 포인트가 될 것 같습니다.

[일부 사진 출처 : 블루보틀 공식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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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샌프란시스코의 ‘파란병’…커피 업계의 ‘애플’ 될까??
    • 입력 2017-12-16 11:01:32
    • 수정2017-12-26 14:11:28
    김가림의 생생 샌프란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 명물 ‘블루보틀’ , 커피계 ‘제3의 물결’ ? 구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우버, 트위터, 테슬라... 지식정보 산업을 선도하는 세계적 기업들이 바로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에서 시작됐죠. (샌프란시스코는 가로세로 11km밖에 안되는 작은 도시여서 현지에선 샌프란시스코와 주변 지역을 엮어 베이 지역, Bay Area라고 합니다.) 지식 정보화 혁명을 주창한 앨빈 토플러의 그 유명한 ‘제3의 물결’의 진원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한동안 이곳 언론들이 베이 지역에서 또 다른 ‘제3의 물결’이 일어났다고 칭한 것이 있었으니.... 바로 이 지역에서 탄생한 브랜드, 파란색 병이 트레이드 마크인‘블루보틀’ 커피입니다. 샌프란시스코 페리 빌딩(Ferry Building)에 있는 블루보틀 매장. 테이크-아웃 위주로 팔고 있어서 앉을 자리는 없습니다. 블루보틀을 유명하게 한 드립커피를 맛보려면 커피 뽑는 데 걸리는 시간 20분은 기본으로 대기! 줄 길면 언제 맛볼 지 난망입니다. 인스턴트의 편리함으로 우리 삶을 파고든 맥스웰이 제1의 물결이었고, 취향대로 골라 먹는 재미와 편안함을 갖춘 스타벅스가 제2의 물결이었다면, 커피 바(Bar)에서 장인의 손길을 거친 드립 커피로 풍부한 향을 제대로 뽑아내 주는 블루보틀이 제3의 물결이라는 겁니다. 샌프란의 파란 병, 시애틀의 별에 도전하다! 블루보틀은 관광객들과 현지인 모두에게 두루 사랑받는 샌프란시스코 페리 빌딩(Ferry Building)에서 유명해졌는데, 탄생한 곳은 샌프란시스코 베이 브릿지 바로 건너에 있는 도시, 미 프로농구 골든 스테이트 워리어의 홈인 오클랜드입니다. 클라리넷 연주자였던 제임스 프리먼(동영상 참조)이 악기 연주를 포기하고 2002년 창립했는데, 블루보틀이란 이름은 오스트리아 빈에서 처음 문을 연 커피 전문점의 이름에서 따왔다고 합니다. 여기가 바로 오클랜드 잭런던스퀘어(Jack London SQ.) 앞에 있는 블루보틀 본점! 커피 볶는 공장 옆, 작은 공간에 만든 커피 바입니다. 시작은 이렇게 소박했지만, 15년 동안 점점 커지더니 급기야 스위스의 다국적기업 네슬레에 지분 68%를 4억 2천5백만 달러(우리 돈 약 4,800억 원)에 팔기에 이릅니다. 또 구글로부터 우리 돈 천억 원의 투자를 받기도 하는 등 기업 가치는 1조 원에 육박합니다. 이미 미국과 일본 등에 50곳 넘는 지점을 거느리고 있기도 하죠. 블루보틀이 네슬레에 인수되면서 급성장의 발판을 마련하자, 가장 긴장하는 건 스타벅스입니다. 시애틀에서 탄생한 ‘별다방’은 지난 20년간 전 세계 매장에서 균일한 맛과 서비스로 시장을 선점해왔습니다. 평균을 추구하는 스타벅스에게 스페셜티 커피의 선두주자 블루보틀이 신경쓰이는 건 당연하겠죠? 실제 시장 조사 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현재 230억 달러인 미국 스페셜티 커피 시장 규모는 5년 뒤 280억 달러(약 32조 1020억 원)로 성장할 전망입니다. ‘커피 업계의 애플’, 한국 사람들 입맛에는? 블루보틀은 마케팅에서 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을 중시한다는 점, 좀 더 비싸다는 점, 짧은 기간에 급성장한 점 등이 부각되며‘커피 업계의 애플’로 불립니다. 앞서 나열한 여러 가지 점 중에 사용자 경험이 좀 특이한 점인데, 블루보틀은 매장마다 커피 뽑는 법이나 커피 종류 맛보기 등의 다양한 무료 수업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마치 애플 스토어에서 소비자들이 애플 제품을 써볼 수 있듯이 말이죠. 블루보틀이 얼마나 다른지 커피 맛도 보고 마케팅 전략도 살펴볼 겸 홈페이지에서 사전 예약을 한 후, 오클랜드에 있는 매장으로 드립 커피 내리는 법을 배우러 갔습니다. 아기자기한 드립 커피 장비들. 납작한 검은색은 그램 단위로 표시되는 저울입니다. 저거 하나만 갖춰도 바리스타 흉내는 절반 성공! 바리스타 ‘제럿’은 바 테이블에 작은 저울과 비커, 드립퍼, 주전자를 가지런히 놓고 수업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요, 가장 평균적으로 인기 있는 드립 커피를 내리는 방법을 꼼꼼하고 친절하게 가르쳐줬습니다. 스스로 내린 커피도 맛보고 남의 것도 맛보고. 똑같은 품종인데 얼떨떨한 상태에서 내린 첫 커피보다 두 번째 내린 커피가 확실히 맛있더군요. 물 몇 그램과 몇 초의 시간 차이가 만드는 커피의 신세계를 경험했습니다. 커피 맛은 매우 진했습니다. 원두를 많이 볶아서 탄 맛이 나는 진한 맛이 아니라 신선한 원두를 바로 볶고 바로 갈아 맛과 향이 진했습니다. 실제로 블루보틀은 원두를 볶은 뒤 48시간 안에 쓴다는 걸로 마케팅을 하더군요. 하지만, 한국에 커피를 들여올 때도 과연 로스팅 후 48시간 법칙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음료 선택의 폭이 스타벅스나 한국의 여타 브랜드 커피점에 비해 적다는 것도 단점으로 보입니다. ‘아뿔싸! 블루보틀은 와이파이 없음’ 게다가 한국 소비자들이 참을 수 없는 블루보틀의 결정적인 단점은 모든 점포에서 와이파이가 안 된다는 것!!! 블루보틀 측은 편안하고 여유 있게 커피 맛만 오롯이 즐기라는 취지라고 설명합니다. 그러나 한국인 기자의 눈에는 회전율을 높이려는 상술로 보였습니다. 편안하게 인터넷을 할 수 없다는 점 말고도 점포 내 대부분 좌석이 오래 앉아 커피 향을 음미하고 있기엔 불편하기 짝이 없었다는 점을 봐도 그랬죠. 한국에는 내년 봄 진출할 거라는데, 미국에서 운영하는 스타일을 한국에서 그대로 고집할 건 지 살펴보는 것도 블루보틀의 한국 진출 관전 포인트가 될 것 같습니다. [일부 사진 출처 : 블루보틀 공식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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