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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 프랭탕 vs 라파예트…파리의 백화점 ‘쇼윈도 전쟁’
입력 2017.12.30 (08:14) 수정 2017.12.30 (09:30) 특파원 리포트
[특파원리포트] 프랭탕 vs 라파예트…파리의 백화점 ‘쇼윈도 전쟁’
당연히 중세 유럽에서 잉글랜드 왕가와 프랑스 왕가가 벌인 전쟁은 아니다. 겨울 도시 파리에서 대표적인 프랭탕 백화점과 갤러리 라파예트 백화점이 크리스마스 시즌을 두고 벌이는 양보할 수 없는 이른바 ‘쇼윈도 전쟁’을 말한다.

해마다 12월이 되면 두 백화점의 성탄절 쇼윈도는 어떻게 꾸며질까 하며 기다리는 고객들이 한 두 명이 아니다. 기자도 파리에서 3년째 성탄절을 맞았고 올해를 포함해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백화점을 찾았다. 예상대로 올해도 두 백화점은 서로 다른 색깔로 오가는 '눈요기 쇼핑객’과 ‘관광객’의 발길을 잡는다.

[프랭탕 백화점] 어린 소년 ‘줄’과 소녀 ‘비올렛’이 다니는 세계 일주.[프랭탕 백화점] 어린 소년 ‘줄’과 소녀 ‘비올렛’이 다니는 세계 일주.

‘줄’은 프랭탕 백화점의 창업자 ‘줄 잘루조’(Jules Jaluzot)에서 따왔고 ‘비올렛’은 봄을 상징하는 꽃의 이름이라고 한다.('프랭탕'은 프랑스어로 '봄'이라는 단어다.) 이 두 명이 여행을 다니면서 천개의 선물을 모아온다는 설정이다. 이 과정에서 두 어린이는 기구를 타기도 하고 열차를 타고 자동차를 타면서 어디론가를 간다. 물론 그 와중에 이른바 백화점 신상들이 곳곳에 배치돼 있다.

[갤러리 라파예트 백화점] 동심을 겨냥한 놀이동산의 재현.[갤러리 라파예트 백화점] 동심을 겨냥한 놀이동산의 재현.

청룡 열차(프랑스 놀이 열차 이름은 TGV인가?)가 빠른 속도로 움직이고... 재미는 없지만 놀이동산의 터줏대감 회전목마도 보인다. 뭔가를 흥겹게 연주하는 연주자들의 모습과 팝콘과 추로스 같이 놀이공원에서 흔히들 많이 사먹는 먹을거리를 파는 사람도 보인다. 군데군데 상품들도 전시돼 있지만 프랭탕처럼 많지는 않다.

두 백화점 쇼윈도 앞에 몰려든 구경꾼들 가운데는 어린이들이 많다. 특히 5살 이하 어린이들이 어린이 전용 난간에 올라가 쇼윈도를 감상하면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춤사위(?)를 보고 있으면 나도 몰래 슬며시 미소가 지어진다. 취재 중에 만난 프랑스의 70대 노 신사는 이 대형 백화점들의 성탄 쇼윈도는 자신에게 추억이라고 말했다. “내가 70인데 어릴 때 어머니가 크리스마스 때마다 여기 백화점 앞에 데리고 왔었죠. 선물은 사주지 않았지만 여기 오는 것 자체가 나에게는 선물이었어요. 지금이야 좀 다르지만 그때는 정말 엄청난 것이었고……. 해마다 기다려졌던 순간이었죠. 오래간만에 파리에 와서 봤는데……. 그때 생각이 나서 좋습니다.” 그 노신사는 한참을 머물면서 쇼윈도를 구경했다.

관광객들에게는 백화점 쇼윈도는 지갑을 열게 할 요인이 되면서 또 하나의 훌륭한 볼거리가 되고 있다. 요즘 한국에는 뜸한 손님이 됐지만 프랑스 관광 산업을 떠받치고 있는 ‘유커’들의 반응도 뜨겁다. 연신 셔터를 눌렀던 중국 관광객은 취재진들에게 흥분된 목소리로 감상을 이야기 했다. “너무 대단하고……. 중국에서는 전혀 볼 수 없는 화려함이에요. 내년 크리스마스 시즌에 다시 와서 보고 싶어요.”

누군가에게는 동심을 자극하는 추억이 되고 누구에게는 훌륭한 볼거리가 되는 백화점 성탄 쇼윈도는 준비에만 꼬박 1년이 걸린다고 한다. 이미 각 백화점은 내년도 성탄 쇼윈도 준비에 들어갔다는 말이다. 쇼윈도 진열을 책임지는 예술 감독들은 상대 백화점의 결과물에 신경을 쓰면서도 각자의 작업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성탄 쇼윈도는 다른 시기와는 조금 남다릅니다. 일단 매출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는 고객들에게 그리고 잠재적인 고객인 어린이들에게 성탄의 즐거움 ‘마법’을 선사하고 싶은 마음이 더 큰 것입니다.”(네바도 라파예트 백화점 예술 감독) “두 백화점의 쇼윈도 장식이 언제부터 시작됐는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1차 대전 이후부터 본격화 됐다고 알고 있습니다. 근데 당시만 하더라도 프랑스의 국민들은 매우 처져있었죠. 이때 프랭탕이나 라파예트 같은 대형 백화점들이 신나는 무엇인가를 만들어 보자고 했던 것이죠.” (몰리에르 프랭탕 백화점 예술 감독) 프랭탕 백화점의 경우 1913년부터 시작했고 갤러리 라파예트는 20세기 초반이었다고 한다. 말 그대로 백년 넘게 전쟁 아닌 전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이들 대형 백화점은 ‘봉마르쉐’(Le bon marché)와 ‘베아슈베’(BHV) 같은 다른 대형 백화점 쇼윈도 풍경과 함께 가볼만한 곳으로 파리 관광청 홍보사이트에 소개되고 있다. 백년이 넘는 전통은 역사가 됐고 그 자체로 관광 명소로 발전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는 파리 샹젤리제 성탄 조명과 함께 만나면서 우울한 파리 겨울을 매우 따뜻하고 낭만적으로 만드는데 한 몫을 하게 된다. 실제로 파리 동시 다발 테러가 일어났던 2015년을 제외하곤 겨울철 12월에 파리를 찾는 내국인과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은 것과 무관치 않다.

‘사드 사태’로 촉발된 중국의 ‘금한령’으로 인해 우리 관광 지수가 전년도에 비해 올해 30% 이상 급감할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관광자원이 다른 나라에 비해 월등히 많은 것도 아니고 늘 북한 문제로 위험한 나라로 분류되는 우리나라가 그래도 매년 일본보다 더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는 것은 대단한 일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하지만 올해 ‘사드 사태’는 중국 유커들을 상대로 한 값싼 관광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으면 관광 대국으로 향한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줬다. 그런 면에서 파리 백화점들의 성탄 쇼윈도가 오버랩 된다.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우리도 새로운 관광 자원을 개발하는 노력 만큼이나 기존의 관광 자원을 하나로 묶어서 새롭게 즐길 수 있도록 테마 화하고 전통화하는 작업 역시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정 시점에 그곳에 가면 새로운 모습으로 만날 수 있는 그 무엇. 늘 있지만 늘 변하는 그 무엇. 그래서 올해도 내년에도 궁금해지는 그 무엇. 그런 것을 더 만들고 유지해야 되지 않을까? 올해 두 백화점 쇼윈도를 보면서 드는 생각이었다.
  • [특파원리포트] 프랭탕 vs 라파예트…파리의 백화점 ‘쇼윈도 전쟁’
    • 입력 2017.12.30 (08:14)
    • 수정 2017.12.30 (09:30)
    특파원 리포트
[특파원리포트] 프랭탕 vs 라파예트…파리의 백화점 ‘쇼윈도 전쟁’
당연히 중세 유럽에서 잉글랜드 왕가와 프랑스 왕가가 벌인 전쟁은 아니다. 겨울 도시 파리에서 대표적인 프랭탕 백화점과 갤러리 라파예트 백화점이 크리스마스 시즌을 두고 벌이는 양보할 수 없는 이른바 ‘쇼윈도 전쟁’을 말한다.

해마다 12월이 되면 두 백화점의 성탄절 쇼윈도는 어떻게 꾸며질까 하며 기다리는 고객들이 한 두 명이 아니다. 기자도 파리에서 3년째 성탄절을 맞았고 올해를 포함해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백화점을 찾았다. 예상대로 올해도 두 백화점은 서로 다른 색깔로 오가는 '눈요기 쇼핑객’과 ‘관광객’의 발길을 잡는다.

[프랭탕 백화점] 어린 소년 ‘줄’과 소녀 ‘비올렛’이 다니는 세계 일주.[프랭탕 백화점] 어린 소년 ‘줄’과 소녀 ‘비올렛’이 다니는 세계 일주.

‘줄’은 프랭탕 백화점의 창업자 ‘줄 잘루조’(Jules Jaluzot)에서 따왔고 ‘비올렛’은 봄을 상징하는 꽃의 이름이라고 한다.('프랭탕'은 프랑스어로 '봄'이라는 단어다.) 이 두 명이 여행을 다니면서 천개의 선물을 모아온다는 설정이다. 이 과정에서 두 어린이는 기구를 타기도 하고 열차를 타고 자동차를 타면서 어디론가를 간다. 물론 그 와중에 이른바 백화점 신상들이 곳곳에 배치돼 있다.

[갤러리 라파예트 백화점] 동심을 겨냥한 놀이동산의 재현.[갤러리 라파예트 백화점] 동심을 겨냥한 놀이동산의 재현.

청룡 열차(프랑스 놀이 열차 이름은 TGV인가?)가 빠른 속도로 움직이고... 재미는 없지만 놀이동산의 터줏대감 회전목마도 보인다. 뭔가를 흥겹게 연주하는 연주자들의 모습과 팝콘과 추로스 같이 놀이공원에서 흔히들 많이 사먹는 먹을거리를 파는 사람도 보인다. 군데군데 상품들도 전시돼 있지만 프랭탕처럼 많지는 않다.

두 백화점 쇼윈도 앞에 몰려든 구경꾼들 가운데는 어린이들이 많다. 특히 5살 이하 어린이들이 어린이 전용 난간에 올라가 쇼윈도를 감상하면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춤사위(?)를 보고 있으면 나도 몰래 슬며시 미소가 지어진다. 취재 중에 만난 프랑스의 70대 노 신사는 이 대형 백화점들의 성탄 쇼윈도는 자신에게 추억이라고 말했다. “내가 70인데 어릴 때 어머니가 크리스마스 때마다 여기 백화점 앞에 데리고 왔었죠. 선물은 사주지 않았지만 여기 오는 것 자체가 나에게는 선물이었어요. 지금이야 좀 다르지만 그때는 정말 엄청난 것이었고……. 해마다 기다려졌던 순간이었죠. 오래간만에 파리에 와서 봤는데……. 그때 생각이 나서 좋습니다.” 그 노신사는 한참을 머물면서 쇼윈도를 구경했다.

관광객들에게는 백화점 쇼윈도는 지갑을 열게 할 요인이 되면서 또 하나의 훌륭한 볼거리가 되고 있다. 요즘 한국에는 뜸한 손님이 됐지만 프랑스 관광 산업을 떠받치고 있는 ‘유커’들의 반응도 뜨겁다. 연신 셔터를 눌렀던 중국 관광객은 취재진들에게 흥분된 목소리로 감상을 이야기 했다. “너무 대단하고……. 중국에서는 전혀 볼 수 없는 화려함이에요. 내년 크리스마스 시즌에 다시 와서 보고 싶어요.”

누군가에게는 동심을 자극하는 추억이 되고 누구에게는 훌륭한 볼거리가 되는 백화점 성탄 쇼윈도는 준비에만 꼬박 1년이 걸린다고 한다. 이미 각 백화점은 내년도 성탄 쇼윈도 준비에 들어갔다는 말이다. 쇼윈도 진열을 책임지는 예술 감독들은 상대 백화점의 결과물에 신경을 쓰면서도 각자의 작업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성탄 쇼윈도는 다른 시기와는 조금 남다릅니다. 일단 매출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는 고객들에게 그리고 잠재적인 고객인 어린이들에게 성탄의 즐거움 ‘마법’을 선사하고 싶은 마음이 더 큰 것입니다.”(네바도 라파예트 백화점 예술 감독) “두 백화점의 쇼윈도 장식이 언제부터 시작됐는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1차 대전 이후부터 본격화 됐다고 알고 있습니다. 근데 당시만 하더라도 프랑스의 국민들은 매우 처져있었죠. 이때 프랭탕이나 라파예트 같은 대형 백화점들이 신나는 무엇인가를 만들어 보자고 했던 것이죠.” (몰리에르 프랭탕 백화점 예술 감독) 프랭탕 백화점의 경우 1913년부터 시작했고 갤러리 라파예트는 20세기 초반이었다고 한다. 말 그대로 백년 넘게 전쟁 아닌 전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이들 대형 백화점은 ‘봉마르쉐’(Le bon marché)와 ‘베아슈베’(BHV) 같은 다른 대형 백화점 쇼윈도 풍경과 함께 가볼만한 곳으로 파리 관광청 홍보사이트에 소개되고 있다. 백년이 넘는 전통은 역사가 됐고 그 자체로 관광 명소로 발전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는 파리 샹젤리제 성탄 조명과 함께 만나면서 우울한 파리 겨울을 매우 따뜻하고 낭만적으로 만드는데 한 몫을 하게 된다. 실제로 파리 동시 다발 테러가 일어났던 2015년을 제외하곤 겨울철 12월에 파리를 찾는 내국인과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은 것과 무관치 않다.

‘사드 사태’로 촉발된 중국의 ‘금한령’으로 인해 우리 관광 지수가 전년도에 비해 올해 30% 이상 급감할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관광자원이 다른 나라에 비해 월등히 많은 것도 아니고 늘 북한 문제로 위험한 나라로 분류되는 우리나라가 그래도 매년 일본보다 더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는 것은 대단한 일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하지만 올해 ‘사드 사태’는 중국 유커들을 상대로 한 값싼 관광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으면 관광 대국으로 향한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줬다. 그런 면에서 파리 백화점들의 성탄 쇼윈도가 오버랩 된다.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우리도 새로운 관광 자원을 개발하는 노력 만큼이나 기존의 관광 자원을 하나로 묶어서 새롭게 즐길 수 있도록 테마 화하고 전통화하는 작업 역시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정 시점에 그곳에 가면 새로운 모습으로 만날 수 있는 그 무엇. 늘 있지만 늘 변하는 그 무엇. 그래서 올해도 내년에도 궁금해지는 그 무엇. 그런 것을 더 만들고 유지해야 되지 않을까? 올해 두 백화점 쇼윈도를 보면서 드는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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