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북한] 키워드로 본 2017 북한

입력 2017.12.30 (08:09) 수정 2017.12.30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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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북한은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인 국가라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그만큼 북한 내부의 변화를 감지하고 읽어내기란 어려운 일인데요.

그같은 한계에도 불구하고 <클로즈업북한> 코너는 다양한 취재원을 통해 북한 정권과 주민들의 지향점이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클로즈업 북한> 이번 주에는 지난 한해 <클로즈업 북한>이 분석한 북한 사회를 주요 키워드를 중심으로 정리했습니다.

<리포트>

<녹취> 조선중앙TV ‘우리 생활의 향기’ : "인민들 속에서 나날이 높아지고 있는 화장품에 대한 수요..."

한편의 화장품 광고를 연상케 하는 영상... 북한 TV는 이 화장품들이 모두 ‘국산’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녹취> 조선중앙TV ‘애국의 마음은 하나의 경공업제품에도’ : "우리 사람들의 젊음과 아름다움은 우리의 화장품으로..."

이 같은 국산 화장품 선전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올해 신년사를 뒷받침하는 것이다.

<녹취> 김정은 (2017년 신년사) : "'자력자강의 위대한 동력으로 사회주의의 승리적전진을 다그치자!', 이것이 새해의 행군길에서 우리가 들고나가야 할 전투적 구호입니다."

핵개발에 따른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돌파하기 위해 스스로의 힘, 자력자강을 강조한 김정은. 실제 북한 경공업의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클로즈업 북한>은 국내 화장품 업체가 북한 화장품 60여종을 분석한 결과를 방송 최초로 공개했다.

기초 제품의 경우 보습력 등 기본적인 기능은 일정 수준에 이른 것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기능성 화장품은 주요 성분의 함유량이 모자라기도 했고 색조 화장품은 피부 표현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인터뷰> 김부민(화장품업체 기술연구원 수석연구원) : "기초는 저희가 한 90년대 정도 되는 수준이라고 예상이 되고요. 메이크업은 아직은 초기단계로 판단이 돼서 한 80년대 정도 수준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낙후된 금형 제조 기술로 인해 일부 제품은 제대로 작동조차 되지 않았다.

<인터뷰> 남성욱(고려대학교 통일외교학부 교수) : "ICBM 장거리 미사일 발사하는 북한이 이 화장품 용기에 분사 기술도 하나 마무리 못 짓는 것은 상당한 아이러니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것은 한편으로 북한의 관심이 군사기술 쪽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소비재를 비롯한 경공업에는 관심이 좀 적다라는 것을 볼 수 있겠죠."

주요 건설 공사에 투입되는 북한 돌격대는 자력자강 노동력의 상징이다.

대부분 보호 장비도 없이 맨손으로 작업하는 열악한 환경.

김정은 정권은 강력한 대북제재에 노동력 동원으로 맞서고 있지만 불만과 이탈자도 속출하고 있다.

<인터뷰> 이위력(北 돌격대원 출신/2010년 탈북) : "그게 산 증거가 제가 818돌격대에서 10일 10개월, 11개월 정도 일을 했었는데 제가 입소할 때 신병대원이 100명 정도 들어갔습니다. 전국에서 모여가지고 그래서 11개월 있을 때 제가 도망칠 때 그 100명에서 10몇명밖에 안 남았습니다. 다 도망쳤던 거죠. 힘들어 가지고."

대형 풍선이 내걸린 광장에 미끄러지듯 들어오는 차량 한 대... 김정은이 모습을 드러냈다.

평양의 뉴타운 려명거리 준공식장이다.

한반도 긴장 상황에서 ‘빅 이벤트’를 준비했다며 새벽부터 외신 기자들을 소집했던 북한 당국.

<녹취> 윌 리플리(미국 CNN 기자) : "새벽 5시도 안됐는데 일어났습니다. 안내인이 우리가 정장을 입고 장비를 갖고 ‘주요 행사’를 위해 호텔을 나가야 한다고 합니다."

김정은의 치적이 필요했던 상황에서 대규모 건설 현장이 체제 선전의 무대가 됐다.

<인터뷰> 조봉현(IBK 경제연구소 부소장) : "김정은 시대에 와서 신도시를 조성함으로써 평양의 시대를 새로 열고 과거 할아버지, 아버지와는 다른 새로운 변모를 보여주기 위한 그런 측면에서 려명거리 조성에 역점을 두고 있습니다."

<녹취> "단숨에!"

이러한 선전 정치는 공연 부문에서 두드러졌다.

북한의 국가대표급 예술단들이 총출동해 이례적인 합동 순회 공연을 한 것이다. 지난 9월 강원도 원산을 시작으로 석 달 간 북한 전역을 돌며 핵개발을 선전했다.

김정은 치적 강조를 통한 체제 결속이 목표였다.

<인터뷰>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핵미사일 건설 부분 이 부분에 가장 상징적인 성과로서 화성-14형을 내세우는 거고 그리고 체제결속을 위해서 대북제재 국면에 맞서서 자력자강을 내세우는 거죠."

<녹취> 지난 6월, 조선중앙TV ‘조선소년단 창립 71주년 축하 종합공연’ : "경애하는 김정은 원수님의 두리에(둘레에) 굳게 뭉친 300만 소년단 대열은 원수님의 소년 빨치산! 원수님의 소년 근위대!"

사상교육을 통한 체제 다지기 작업 역시 현재 진행형이다.

특히 어린 세대를 상대로 한 세뇌 교육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녹취> 학생소년 설맞이 공연 ‘해님의 축복’ (2013년 2월) : "경애하는 김정은 원수님은우리 모두의 아버지십니다."

사상교육을 위해서는 어린 학생들도 공포정치의 대상에서 예외가 아니라는 게 탈북민의 증언.

<인터뷰> 강나라(2014년 탈북) : "북한에서는 그 사형, 공개 사형이 있는데 그 현장을 학교에서 단체로 가서 무조건 봐야 돼요. 저도 이제 총살하는 걸 봤거든요. 김정은 정권에 들어서 그런 게 더 심해졌어요. 그게 바로 공포정치잖아요. 너희도 이렇게 하면 이렇게 된다 이런 걸 저희한테 박아두는 거죠."

올해 창립 70주년을 맞은 만경대혁명학원은 북한 정권의 핵심 골간이라 불린다. 학생들은 대를 이은 충성을 요구 받는다.

<녹취> 김룡훈(만경대혁명학원생) : "우리 만경대의 아들딸들은 이 세상에 오직 경애하는 원수님, 우리 아버지밖에는 더 누구도 모릅니다."

평등과 사회주의를 표방하는 북한에서 혈통과 계급을 바탕으로 김일성 가계와 운명을 함께 하라 배우는 만경대혁명학원 졸업생들.

하지만 가혹한 통제와 소수 엘리트에 의존하는 체제 유지 방식은 한계를 보일 것이라는 관측도 적지 않다.

<인터뷰> 김광진(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 "핵심 엘리트 계층이 더 정보에 가깝게 접근을 합니다. 그러니까 해외 문물을 더 많이 받아들이고요. 세상이 잘못 돌아가는 걸 더 빨리 판단하고 세상을 바꿔야 된다는 그런 생각도 빨리 할 수 있는 그런 가능성이 있는 거죠."

<녹취> 北 가요 ‘내 이름 묻지 마세요’ : "내 이름 묻지 마세요. 이름을 묻지 마세요. 그 무슨 큰일 했다고 이름을 물으시나요."

김정은 일가의 명암도 뚜렷한 한해였다.

은하수 관현악단 가수 출신으로 북한 최고 권력자의 부인이 된 리설주..

국가정보원은 리설주가 올해 2월 셋째 아이를 출산 했다고 밝혔다.

리설주는 김정은과 사이에 자식 셋을 두며 연이은 공개 활동으로 위상을 과시하고 있다.

또 한명의 여성 권력자 김여정의 활동도 두드러졌다. 김일성 105회 생일 열병식 행사에서 분주하게 움직이고 최룡해와 귓속말을 나누는 모습도 포착되는 등 행동에 거침이 없었다.

급기야 노동당 정치국에 진출하고 주석단 전면에도 등장했다.

<인터뷰> 김일국(前 北노동당 39호실 근무/ 2015년 탈북) : "김여정은 여성이기에 앞서 김정일의 딸이고 그 어떤 당 중앙 간부이기에 앞서 북한 최고 권력 가문의 제 2인자이고. 김여정을 굳이 나이가 많니 적니, 여자이니 남자이니를 따질 수 있는 존재가 아닌 거죠. 진정한 실세죠. 진정한 실세고 진정한 2인자죠. 앞으로도 같을 겁니다."

하지만 두 여인과 달리 2017년을 비참한 최후를 맞거나 위기에 처한 김씨 일가도 있다.

외유 생활을 하던 김정일의 장남 김정남이 지난 2월 말레이시아에서 암살됐다.

<녹취> 김한솔(김정남 아들, 지난 3월 8일) : "내 이름은 김한솔입니다. 북한 김 씨 가문의 일원입니다."

그 직후 김정남의 아들 김한솔은 인터넷 영상을 통해 전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녹취> 김한솔(지난 3월 8일) : "내 아버지는 며칠 전에 피살됐습니다. 지금은 어머니, 여동생과 함께 있습니다."

과거 외신 인터뷰에서 김정은을 독재자라 부르며 비판적인 견해도 숨기지 않았던 김한솔.

<녹취> 김한솔(김정남 아들/2012년 핀란드 yle-TV)) : "저는 삼촌(김정은)을 만나본 적도 없고, 삼촌이 어떻게 독재자가 되었는지 알지 못합니다. 우선 그분과 할아버지 사이의 일이고, 저는 두 분(김정일 ·김정은)을 만난 적도 없으니까요. 저도 궁금합니다."

암살 위협 때문에 은둔 생활에 들어갔지만 향후 역할에 대한 관심과 추측은 계속되고 있다.

<녹취> 지난해 5월, 조선중앙TV : "청년 학생들의 야회 및 청년전위들의 횃불행진을 시작하겠습니다!"

김정은이 체제 유지를 위해 집권 초기부터 꾸준히 관심을 과시해온 청년세대. 만리마 속도전, 핵 질주에 대한 선전도 모두 이들의 몫이었다.

유엔이 노동 착취, 인권 유린을 지적해온 북한의 청년 군중 동원은 외신의 취재가 늘어나면서 실체가 드러나기도 했다.

<녹취> 윌 리플리(미국 CNN 기자/2015년) : "밤이 되자 살을 에는 듯 차가운 비가 내리기 시작합니다. 횃불 행진에 동원된 수천 명의 젊은이들은 비옷도 입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은 정보 유입과 맞물려 북한 청년들의 생각에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인터뷰> 박성진(북한군 예술선전대 출신) : "사람들이 인식이 완전히 바뀌어버린 거예요. 그러니까 당에 충성을 하는 것은 그냥 쇼로 생각을 하는 거죠."

<인터뷰> 강나라(2014년 탈북) : "10세 후반부터는 진짜 안 믿어요. 그걸. 왜 안 믿냐면 이제 USB 같은 걸 이제 북한이 많이 들어오니까 그때 한국 노래나 드라마가 많이 들어와요. 그걸 보면서 이제 사상이 다 젖어있거든요. 얘네는 이렇게 자유로운데? 그런 걸 보면서 좀 많이 삐뚤어져 나가요."

여성은 북한의 변화를 감지하는 또 하나의 키워드다.

여성들은 장마당 활동을 통해 외부 정보를 빠르게 받아들이고 가정 안팎에서 역할이 커지면서 변화에 대한 욕구가 커지고 있다. 실제 탈북민의 70%가 여성이다.

청년과 여성.. 그동안 제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이들에게서 비롯된 변화의 기운이 결국 체제 불안정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인터뷰>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일종의 선호위장이라고 그러죠. 속으로는 반발심이 크지만 그러나 반발심을 드러내지 않는 것뿐인 거죠. 겉으로는 순응하는 것 같지만 내적인 불만은 더 커지는, 그것이 가장 위험한 상태입니다. 그건 이미 중동의 재스민혁명이나 동유럽 체제전환 과정에서 이미 입증이 된 이야기들입니다."

2017년, 스스로 핵보유국이라 내세우며 김정은의 치적을 선전하고 있는 북한 정권.

그러나 선전의 이면에 변화의 움직임도 분명히 엿보인다. 2018년 북한도 이 점을 함께 주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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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클로즈업 북한] 키워드로 본 2017 북한
    • 입력 2017-12-30 08:26:29
    • 수정2017-12-30 08:37:22
    남북의 창
<앵커 멘트>

북한은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인 국가라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그만큼 북한 내부의 변화를 감지하고 읽어내기란 어려운 일인데요.

그같은 한계에도 불구하고 <클로즈업북한> 코너는 다양한 취재원을 통해 북한 정권과 주민들의 지향점이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클로즈업 북한> 이번 주에는 지난 한해 <클로즈업 북한>이 분석한 북한 사회를 주요 키워드를 중심으로 정리했습니다.

<리포트>

<녹취> 조선중앙TV ‘우리 생활의 향기’ : "인민들 속에서 나날이 높아지고 있는 화장품에 대한 수요..."

한편의 화장품 광고를 연상케 하는 영상... 북한 TV는 이 화장품들이 모두 ‘국산’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녹취> 조선중앙TV ‘애국의 마음은 하나의 경공업제품에도’ : "우리 사람들의 젊음과 아름다움은 우리의 화장품으로..."

이 같은 국산 화장품 선전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올해 신년사를 뒷받침하는 것이다.

<녹취> 김정은 (2017년 신년사) : "'자력자강의 위대한 동력으로 사회주의의 승리적전진을 다그치자!', 이것이 새해의 행군길에서 우리가 들고나가야 할 전투적 구호입니다."

핵개발에 따른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돌파하기 위해 스스로의 힘, 자력자강을 강조한 김정은. 실제 북한 경공업의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클로즈업 북한>은 국내 화장품 업체가 북한 화장품 60여종을 분석한 결과를 방송 최초로 공개했다.

기초 제품의 경우 보습력 등 기본적인 기능은 일정 수준에 이른 것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기능성 화장품은 주요 성분의 함유량이 모자라기도 했고 색조 화장품은 피부 표현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인터뷰> 김부민(화장품업체 기술연구원 수석연구원) : "기초는 저희가 한 90년대 정도 되는 수준이라고 예상이 되고요. 메이크업은 아직은 초기단계로 판단이 돼서 한 80년대 정도 수준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낙후된 금형 제조 기술로 인해 일부 제품은 제대로 작동조차 되지 않았다.

<인터뷰> 남성욱(고려대학교 통일외교학부 교수) : "ICBM 장거리 미사일 발사하는 북한이 이 화장품 용기에 분사 기술도 하나 마무리 못 짓는 것은 상당한 아이러니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것은 한편으로 북한의 관심이 군사기술 쪽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소비재를 비롯한 경공업에는 관심이 좀 적다라는 것을 볼 수 있겠죠."

주요 건설 공사에 투입되는 북한 돌격대는 자력자강 노동력의 상징이다.

대부분 보호 장비도 없이 맨손으로 작업하는 열악한 환경.

김정은 정권은 강력한 대북제재에 노동력 동원으로 맞서고 있지만 불만과 이탈자도 속출하고 있다.

<인터뷰> 이위력(北 돌격대원 출신/2010년 탈북) : "그게 산 증거가 제가 818돌격대에서 10일 10개월, 11개월 정도 일을 했었는데 제가 입소할 때 신병대원이 100명 정도 들어갔습니다. 전국에서 모여가지고 그래서 11개월 있을 때 제가 도망칠 때 그 100명에서 10몇명밖에 안 남았습니다. 다 도망쳤던 거죠. 힘들어 가지고."

대형 풍선이 내걸린 광장에 미끄러지듯 들어오는 차량 한 대... 김정은이 모습을 드러냈다.

평양의 뉴타운 려명거리 준공식장이다.

한반도 긴장 상황에서 ‘빅 이벤트’를 준비했다며 새벽부터 외신 기자들을 소집했던 북한 당국.

<녹취> 윌 리플리(미국 CNN 기자) : "새벽 5시도 안됐는데 일어났습니다. 안내인이 우리가 정장을 입고 장비를 갖고 ‘주요 행사’를 위해 호텔을 나가야 한다고 합니다."

김정은의 치적이 필요했던 상황에서 대규모 건설 현장이 체제 선전의 무대가 됐다.

<인터뷰> 조봉현(IBK 경제연구소 부소장) : "김정은 시대에 와서 신도시를 조성함으로써 평양의 시대를 새로 열고 과거 할아버지, 아버지와는 다른 새로운 변모를 보여주기 위한 그런 측면에서 려명거리 조성에 역점을 두고 있습니다."

<녹취> "단숨에!"

이러한 선전 정치는 공연 부문에서 두드러졌다.

북한의 국가대표급 예술단들이 총출동해 이례적인 합동 순회 공연을 한 것이다. 지난 9월 강원도 원산을 시작으로 석 달 간 북한 전역을 돌며 핵개발을 선전했다.

김정은 치적 강조를 통한 체제 결속이 목표였다.

<인터뷰>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핵미사일 건설 부분 이 부분에 가장 상징적인 성과로서 화성-14형을 내세우는 거고 그리고 체제결속을 위해서 대북제재 국면에 맞서서 자력자강을 내세우는 거죠."

<녹취> 지난 6월, 조선중앙TV ‘조선소년단 창립 71주년 축하 종합공연’ : "경애하는 김정은 원수님의 두리에(둘레에) 굳게 뭉친 300만 소년단 대열은 원수님의 소년 빨치산! 원수님의 소년 근위대!"

사상교육을 통한 체제 다지기 작업 역시 현재 진행형이다.

특히 어린 세대를 상대로 한 세뇌 교육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녹취> 학생소년 설맞이 공연 ‘해님의 축복’ (2013년 2월) : "경애하는 김정은 원수님은우리 모두의 아버지십니다."

사상교육을 위해서는 어린 학생들도 공포정치의 대상에서 예외가 아니라는 게 탈북민의 증언.

<인터뷰> 강나라(2014년 탈북) : "북한에서는 그 사형, 공개 사형이 있는데 그 현장을 학교에서 단체로 가서 무조건 봐야 돼요. 저도 이제 총살하는 걸 봤거든요. 김정은 정권에 들어서 그런 게 더 심해졌어요. 그게 바로 공포정치잖아요. 너희도 이렇게 하면 이렇게 된다 이런 걸 저희한테 박아두는 거죠."

올해 창립 70주년을 맞은 만경대혁명학원은 북한 정권의 핵심 골간이라 불린다. 학생들은 대를 이은 충성을 요구 받는다.

<녹취> 김룡훈(만경대혁명학원생) : "우리 만경대의 아들딸들은 이 세상에 오직 경애하는 원수님, 우리 아버지밖에는 더 누구도 모릅니다."

평등과 사회주의를 표방하는 북한에서 혈통과 계급을 바탕으로 김일성 가계와 운명을 함께 하라 배우는 만경대혁명학원 졸업생들.

하지만 가혹한 통제와 소수 엘리트에 의존하는 체제 유지 방식은 한계를 보일 것이라는 관측도 적지 않다.

<인터뷰> 김광진(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 "핵심 엘리트 계층이 더 정보에 가깝게 접근을 합니다. 그러니까 해외 문물을 더 많이 받아들이고요. 세상이 잘못 돌아가는 걸 더 빨리 판단하고 세상을 바꿔야 된다는 그런 생각도 빨리 할 수 있는 그런 가능성이 있는 거죠."

<녹취> 北 가요 ‘내 이름 묻지 마세요’ : "내 이름 묻지 마세요. 이름을 묻지 마세요. 그 무슨 큰일 했다고 이름을 물으시나요."

김정은 일가의 명암도 뚜렷한 한해였다.

은하수 관현악단 가수 출신으로 북한 최고 권력자의 부인이 된 리설주..

국가정보원은 리설주가 올해 2월 셋째 아이를 출산 했다고 밝혔다.

리설주는 김정은과 사이에 자식 셋을 두며 연이은 공개 활동으로 위상을 과시하고 있다.

또 한명의 여성 권력자 김여정의 활동도 두드러졌다. 김일성 105회 생일 열병식 행사에서 분주하게 움직이고 최룡해와 귓속말을 나누는 모습도 포착되는 등 행동에 거침이 없었다.

급기야 노동당 정치국에 진출하고 주석단 전면에도 등장했다.

<인터뷰> 김일국(前 北노동당 39호실 근무/ 2015년 탈북) : "김여정은 여성이기에 앞서 김정일의 딸이고 그 어떤 당 중앙 간부이기에 앞서 북한 최고 권력 가문의 제 2인자이고. 김여정을 굳이 나이가 많니 적니, 여자이니 남자이니를 따질 수 있는 존재가 아닌 거죠. 진정한 실세죠. 진정한 실세고 진정한 2인자죠. 앞으로도 같을 겁니다."

하지만 두 여인과 달리 2017년을 비참한 최후를 맞거나 위기에 처한 김씨 일가도 있다.

외유 생활을 하던 김정일의 장남 김정남이 지난 2월 말레이시아에서 암살됐다.

<녹취> 김한솔(김정남 아들, 지난 3월 8일) : "내 이름은 김한솔입니다. 북한 김 씨 가문의 일원입니다."

그 직후 김정남의 아들 김한솔은 인터넷 영상을 통해 전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녹취> 김한솔(지난 3월 8일) : "내 아버지는 며칠 전에 피살됐습니다. 지금은 어머니, 여동생과 함께 있습니다."

과거 외신 인터뷰에서 김정은을 독재자라 부르며 비판적인 견해도 숨기지 않았던 김한솔.

<녹취> 김한솔(김정남 아들/2012년 핀란드 yle-TV)) : "저는 삼촌(김정은)을 만나본 적도 없고, 삼촌이 어떻게 독재자가 되었는지 알지 못합니다. 우선 그분과 할아버지 사이의 일이고, 저는 두 분(김정일 ·김정은)을 만난 적도 없으니까요. 저도 궁금합니다."

암살 위협 때문에 은둔 생활에 들어갔지만 향후 역할에 대한 관심과 추측은 계속되고 있다.

<녹취> 지난해 5월, 조선중앙TV : "청년 학생들의 야회 및 청년전위들의 횃불행진을 시작하겠습니다!"

김정은이 체제 유지를 위해 집권 초기부터 꾸준히 관심을 과시해온 청년세대. 만리마 속도전, 핵 질주에 대한 선전도 모두 이들의 몫이었다.

유엔이 노동 착취, 인권 유린을 지적해온 북한의 청년 군중 동원은 외신의 취재가 늘어나면서 실체가 드러나기도 했다.

<녹취> 윌 리플리(미국 CNN 기자/2015년) : "밤이 되자 살을 에는 듯 차가운 비가 내리기 시작합니다. 횃불 행진에 동원된 수천 명의 젊은이들은 비옷도 입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은 정보 유입과 맞물려 북한 청년들의 생각에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인터뷰> 박성진(북한군 예술선전대 출신) : "사람들이 인식이 완전히 바뀌어버린 거예요. 그러니까 당에 충성을 하는 것은 그냥 쇼로 생각을 하는 거죠."

<인터뷰> 강나라(2014년 탈북) : "10세 후반부터는 진짜 안 믿어요. 그걸. 왜 안 믿냐면 이제 USB 같은 걸 이제 북한이 많이 들어오니까 그때 한국 노래나 드라마가 많이 들어와요. 그걸 보면서 이제 사상이 다 젖어있거든요. 얘네는 이렇게 자유로운데? 그런 걸 보면서 좀 많이 삐뚤어져 나가요."

여성은 북한의 변화를 감지하는 또 하나의 키워드다.

여성들은 장마당 활동을 통해 외부 정보를 빠르게 받아들이고 가정 안팎에서 역할이 커지면서 변화에 대한 욕구가 커지고 있다. 실제 탈북민의 70%가 여성이다.

청년과 여성.. 그동안 제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이들에게서 비롯된 변화의 기운이 결국 체제 불안정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인터뷰>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일종의 선호위장이라고 그러죠. 속으로는 반발심이 크지만 그러나 반발심을 드러내지 않는 것뿐인 거죠. 겉으로는 순응하는 것 같지만 내적인 불만은 더 커지는, 그것이 가장 위험한 상태입니다. 그건 이미 중동의 재스민혁명이나 동유럽 체제전환 과정에서 이미 입증이 된 이야기들입니다."

2017년, 스스로 핵보유국이라 내세우며 김정은의 치적을 선전하고 있는 북한 정권.

그러나 선전의 이면에 변화의 움직임도 분명히 엿보인다. 2018년 북한도 이 점을 함께 주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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