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아파트나 한 채 사지 뭐”…베트남 투자, 한국인끼리 ‘들썩’

입력 2018.01.04 (07:43) 수정 2018.01.05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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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 “아파트나 한 채 사지 뭐”…베트남 투자, 한국인끼리 ‘들썩’

[특파원리포트] “아파트나 한 채 사지 뭐”…베트남 투자, 한국인끼리 ‘들썩’

"베트남 쇼핑관광...아파트나 한 채 사지 뭐"

관광에 쇼핑이 빠질 수 없겠지만, 그 쇼핑이 아파트라면 어떨까? 베트남에선 실제로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 지난 2015년 베트남 외국인 투자법이 개정되고 2016년 시행세칙이 개정돼 관광비자를 받아 입국하는 모든 사람에 문호가 열렸다.

우리 기준으로는 아파트값도 싸다. 30평, 그러니까 100㎡ 정도 하는 아파트가 2억 원 안팎이다. 아파트 수준도 기대 이상이다. 법이 바뀌고 처음으로 외국인 구매가 허용된 베트남 하노이의 빈홈가드니아 아파트 내부는 호텔급이다.

단지 내에 수영장도 있다. ㎡당 175만 원에 분양됐다. 현지 부동산 업자는 "한국에선 주로 주부들이 원정을 오는데 한 사람이 구매하고 돌아가면 그 사람 가족들, 친구들이 줄줄이 따라온다"고 말했다.

베이징 한인타운의 랜드마크 ‘소호’…집값이 최근 10년 동안 열 배 이상 뛰었다 베이징 한인타운의 랜드마크 ‘소호’…집값이 최근 10년 동안 열 배 이상 뛰었다

"중국에서 집 사서 재미 본 사람, 못 사서 입맛만 다신 사람"

베트남 아파트 구입에 열성인 사람들은 사실 한국에 거주하는 한국사람보다 중국에 거주 중인 한국사람들이 더 많다. 중국 베이징에 아파트를 샀다가 큰돈을 번 사람들, 그리고 그걸 바라만 보고 있다가 아쉬워하는 사람들이 베트남 하노이 투자에 적극적이다.

베이징 내 한인타운 왕징의 경우 지난 10여 년 동안 아파트값이 12배 정도 올라서 이젠 웬만한 재력가가 아니면 사고 싶어도 못산다.

중국에 거주 중인 한국사람들이 베트남 부동산에 눈을 돌리는 이유다. 베이징에선 주말마다 베트남 투자 원정대를 모집하는 설명회가 열리고, 위챗 투자자 단체방에는 실시간으로 최신 정보가 올라온다.

많은 사람들이 베트남 하노이가 꼭 중국 베이징이 올림픽 하기 직전의 상황 같다고 한다.

베트남 썬샤인 그룹 분양 사무실, 외국인 투자자 대부분은 한국인이다베트남 썬샤인 그룹 분양 사무실, 외국인 투자자 대부분은 한국인이다

"수능 마친 손자 손녀에게 아파트 선물을..."

우리나라와 달리 베트남 세법은 납세자에게 큰 부담을 주지 않는다. 쉽게 말해 세금을 거의 내지 않는다. 부동산 취득세 보유세 양도소득세, 증여세가 우리와 비교하면 거의 없다고 볼 정도다. 집을 사고 팔 때 값의 2%가 세금이다.

계산 빠른 한국사람들은 투자와 함께 증여와 상속을 한꺼번에 해결하기도 한다. 부동산 업자의 말이다.

"사실은 증여와 상속까지 하는 분들도 많아요. 베트남에선 만 17세 이상이면 부동산 구입할 수 있거든요. 한국에서 손자 손녀에게 대학입시 본 애들 데리고 와서 집 사주고 그래요. 2억짜리 집 사줬는데 10년 뒤에 10억 되고 20억 되면 할아버지가 해외 비자금 하나 만들어주는 거잖아요. 실제로 많이 있어요."

하노이 미딩의 한인타운(좌) / 베트남 한인 부동산업자의 휴대전화(우)하노이 미딩의 한인타운(좌) / 베트남 한인 부동산업자의 휴대전화(우)

"하노이 부동산 들썩? 알고보니 한국 사람들끼리"

한국사람들은 참 빠르다. 너무 빨라서 문제다. 지금 하노이 부동산이 들썩이는 건 알고 보면 한국사람들끼리 만든 현상이다.

이미연 주베트남 한국대사관 경제공사는 "한국분들 스스로가 값을 올리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 하노이에서 외국인 분양비율 30%에 처음으로 걸린 빈홈그룹의 디캐피탈 아파트의 경우 외국인 투자자의 대다수가 한국인으로 추정된다. 디캐피탈 아파트는 옛 한인타운에 건설 중이다.

기자가 직접 만나본 썬샤인그룹의 분양담당자는 진행중인 썬샤인시티 사전분양에서 한국인들이 25%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외국인 투자의 절대다수가 한국인이란 얘기다. 하노이에서 만난 김운석, 박성열 대표 등 부동산 업자들의 휴대전화에는 정말로 수많은 문의 문자가 쇄도하고 있었다.

아직도 오토바이를 많이 타는 베트남 하노이에는 지하철이 이제 막 생기려 하고 있다.아직도 오토바이를 많이 타는 베트남 하노이에는 지하철이 이제 막 생기려 하고 있다.

"베트남 1인당 국민소득 2천 달러...그들만의 리그"

베트남 부동산 가치가 올라가려면 기본적으로 베트남 사람들의 수요가 많아야 한다. 하지만 베트남 사람들은 아직 준비가 안 된 것처럼 보인다.

객관적 지표로 보면 우선 1인당 국민소득이 2천 달러 내외다. 3만 달러를 향해 가는 우리나라 사람들과는 눈높이 차이가 크다는 얘기다. 앞서 언급했던 디캐피탈 아파트는 한국사람들에겐 인기 최고였지만, 정작 베트남 사람들에겐 여전히 미분양 상태다.

한인 타운을 중심으로 한국사람들의 눈높이에 맞는 아파트들을 중심으로 한국사람들끼리 거품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지적이 그래서 나오고 있다.

 화려한 베이징 궈마오 전경(좌) 하노이 중심가 출근길 모습(우) 화려한 베이징 궈마오 전경(좌) 하노이 중심가 출근길 모습(우)

"베트남, 포스트 중국 될까?"

베트남 당국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6.8%로 추산했다. 높은 경제성장률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저렴한 인건비를 무기로 세계의 공장들이 옮겨오고 있고, 베트남 정부도 시장을 개방하고 자본유치 경쟁, 공기업 민영화 등 중국식 개발 모델을 따라 하고 있다.

인구가 1억 명에 달하고, 특히 젊은이들 비중이 높다. 석유 등 지하자원이 풍부하다.

많은 이들이 베트남을 포스트 차이나로 지목하는 이유이며, 베트남 투자 전망이 밝은 이유다.

하지만 어두운 면이 있다는 점을 외면하진 말자. 베트남은 공산당 서기, 총리, 주석, 국회의장으로 권력이 4분돼 있다.

이들이 각각 자신의 혈육과 세력을 모아 엘리트층을 형성하고 있다. 부패가 심하고 행정에 효율이 떨어진다.

강력한 리더십으로 경제 드라이브를 걸지 못하고 있다. 남북으로 길게 이어진 국토에 변변한 고속도로 하나 없을 정도로 인프라가 열악하다.

교육열은 높지만 유교의 잔재가 남아 과학, 기술 쪽 발전이 더디다.

삼성전자 공장이 많이 들어섰지만, 베트남의 인적 자원이나 기술력이 워낙 모자라 베트남 입장에선 자생적 기업 성장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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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리포트] “아파트나 한 채 사지 뭐”…베트남 투자, 한국인끼리 ‘들썩’
    • 입력 2018-01-04 07:43:08
    • 수정2018-01-05 08:45:04
    특파원 리포트
"베트남 쇼핑관광...아파트나 한 채 사지 뭐"

관광에 쇼핑이 빠질 수 없겠지만, 그 쇼핑이 아파트라면 어떨까? 베트남에선 실제로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 지난 2015년 베트남 외국인 투자법이 개정되고 2016년 시행세칙이 개정돼 관광비자를 받아 입국하는 모든 사람에 문호가 열렸다.

우리 기준으로는 아파트값도 싸다. 30평, 그러니까 100㎡ 정도 하는 아파트가 2억 원 안팎이다. 아파트 수준도 기대 이상이다. 법이 바뀌고 처음으로 외국인 구매가 허용된 베트남 하노이의 빈홈가드니아 아파트 내부는 호텔급이다.

단지 내에 수영장도 있다. ㎡당 175만 원에 분양됐다. 현지 부동산 업자는 "한국에선 주로 주부들이 원정을 오는데 한 사람이 구매하고 돌아가면 그 사람 가족들, 친구들이 줄줄이 따라온다"고 말했다.

베이징 한인타운의 랜드마크 ‘소호’…집값이 최근 10년 동안 열 배 이상 뛰었다
"중국에서 집 사서 재미 본 사람, 못 사서 입맛만 다신 사람"

베트남 아파트 구입에 열성인 사람들은 사실 한국에 거주하는 한국사람보다 중국에 거주 중인 한국사람들이 더 많다. 중국 베이징에 아파트를 샀다가 큰돈을 번 사람들, 그리고 그걸 바라만 보고 있다가 아쉬워하는 사람들이 베트남 하노이 투자에 적극적이다.

베이징 내 한인타운 왕징의 경우 지난 10여 년 동안 아파트값이 12배 정도 올라서 이젠 웬만한 재력가가 아니면 사고 싶어도 못산다.

중국에 거주 중인 한국사람들이 베트남 부동산에 눈을 돌리는 이유다. 베이징에선 주말마다 베트남 투자 원정대를 모집하는 설명회가 열리고, 위챗 투자자 단체방에는 실시간으로 최신 정보가 올라온다.

많은 사람들이 베트남 하노이가 꼭 중국 베이징이 올림픽 하기 직전의 상황 같다고 한다.

베트남 썬샤인 그룹 분양 사무실, 외국인 투자자 대부분은 한국인이다
"수능 마친 손자 손녀에게 아파트 선물을..."

우리나라와 달리 베트남 세법은 납세자에게 큰 부담을 주지 않는다. 쉽게 말해 세금을 거의 내지 않는다. 부동산 취득세 보유세 양도소득세, 증여세가 우리와 비교하면 거의 없다고 볼 정도다. 집을 사고 팔 때 값의 2%가 세금이다.

계산 빠른 한국사람들은 투자와 함께 증여와 상속을 한꺼번에 해결하기도 한다. 부동산 업자의 말이다.

"사실은 증여와 상속까지 하는 분들도 많아요. 베트남에선 만 17세 이상이면 부동산 구입할 수 있거든요. 한국에서 손자 손녀에게 대학입시 본 애들 데리고 와서 집 사주고 그래요. 2억짜리 집 사줬는데 10년 뒤에 10억 되고 20억 되면 할아버지가 해외 비자금 하나 만들어주는 거잖아요. 실제로 많이 있어요."

하노이 미딩의 한인타운(좌) / 베트남 한인 부동산업자의 휴대전화(우)
"하노이 부동산 들썩? 알고보니 한국 사람들끼리"

한국사람들은 참 빠르다. 너무 빨라서 문제다. 지금 하노이 부동산이 들썩이는 건 알고 보면 한국사람들끼리 만든 현상이다.

이미연 주베트남 한국대사관 경제공사는 "한국분들 스스로가 값을 올리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 하노이에서 외국인 분양비율 30%에 처음으로 걸린 빈홈그룹의 디캐피탈 아파트의 경우 외국인 투자자의 대다수가 한국인으로 추정된다. 디캐피탈 아파트는 옛 한인타운에 건설 중이다.

기자가 직접 만나본 썬샤인그룹의 분양담당자는 진행중인 썬샤인시티 사전분양에서 한국인들이 25%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외국인 투자의 절대다수가 한국인이란 얘기다. 하노이에서 만난 김운석, 박성열 대표 등 부동산 업자들의 휴대전화에는 정말로 수많은 문의 문자가 쇄도하고 있었다.

아직도 오토바이를 많이 타는 베트남 하노이에는 지하철이 이제 막 생기려 하고 있다.
"베트남 1인당 국민소득 2천 달러...그들만의 리그"

베트남 부동산 가치가 올라가려면 기본적으로 베트남 사람들의 수요가 많아야 한다. 하지만 베트남 사람들은 아직 준비가 안 된 것처럼 보인다.

객관적 지표로 보면 우선 1인당 국민소득이 2천 달러 내외다. 3만 달러를 향해 가는 우리나라 사람들과는 눈높이 차이가 크다는 얘기다. 앞서 언급했던 디캐피탈 아파트는 한국사람들에겐 인기 최고였지만, 정작 베트남 사람들에겐 여전히 미분양 상태다.

한인 타운을 중심으로 한국사람들의 눈높이에 맞는 아파트들을 중심으로 한국사람들끼리 거품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지적이 그래서 나오고 있다.

 화려한 베이징 궈마오 전경(좌) 하노이 중심가 출근길 모습(우)
"베트남, 포스트 중국 될까?"

베트남 당국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6.8%로 추산했다. 높은 경제성장률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저렴한 인건비를 무기로 세계의 공장들이 옮겨오고 있고, 베트남 정부도 시장을 개방하고 자본유치 경쟁, 공기업 민영화 등 중국식 개발 모델을 따라 하고 있다.

인구가 1억 명에 달하고, 특히 젊은이들 비중이 높다. 석유 등 지하자원이 풍부하다.

많은 이들이 베트남을 포스트 차이나로 지목하는 이유이며, 베트남 투자 전망이 밝은 이유다.

하지만 어두운 면이 있다는 점을 외면하진 말자. 베트남은 공산당 서기, 총리, 주석, 국회의장으로 권력이 4분돼 있다.

이들이 각각 자신의 혈육과 세력을 모아 엘리트층을 형성하고 있다. 부패가 심하고 행정에 효율이 떨어진다.

강력한 리더십으로 경제 드라이브를 걸지 못하고 있다. 남북으로 길게 이어진 국토에 변변한 고속도로 하나 없을 정도로 인프라가 열악하다.

교육열은 높지만 유교의 잔재가 남아 과학, 기술 쪽 발전이 더디다.

삼성전자 공장이 많이 들어섰지만, 베트남의 인적 자원이나 기술력이 워낙 모자라 베트남 입장에선 자생적 기업 성장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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