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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즈업 북한] “체제를 지켜라”…비사회주의와의 전쟁
입력 2018.01.06 (08:08) 수정 2018.01.06 (08:31) 남북의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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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즈업 북한] “체제를 지켜라”…비사회주의와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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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우리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신년사에서 남북관계 복원을 주목했지만, 그가 지난 연말연시에 북한 내부를 향해 거듭 강조한 것은 따로 있습니다.

이른바 비사회주의 현상을 섬멸하라는 건데요.

북한 사회주의 체제를 위협하는 자본주의적 요소, 특히 한국의 대중 문화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클로즈업 북한> 이번 주에는 새해 주목해야할 포인트로 북한 장마당 세대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한류와 북한 사회의 변화 움직임을 들여다봤습니다.

<리포트>

북한 평양체육관 앞으로 검은색 차량 한대가 들어온다. 차에서 내린 뒤 레드카펫을 밟으며 노동당 세포위원장 대회에 들어서는 인물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김정은은 노동당의 최하부 기층 조직인 ‘당 세포’의 책임자들 앞에서 ‘비사회주의 현상의 섬멸’을 지시했다.

<녹취> 조선중앙TV(2017년 12월 23일) : "조선노동당 위원장동지께서는 전당의 모든 당조직들과 당일꾼들이 비사회주의적현상을 뿌리 뽑기 위한 섬멸전을 강도높이 벌려나가며..."

비사회주의 현상에 대한 형사 처벌도 공언했다.

<녹취> 조선중앙TV(2017년 12월 23일 : "법 기관들에서는 비사회주의적 현상의 사소한 요소에 대해서도 강한 행정적, 법적 제재를 가하여야 한다고 하시였습니다."

북한에서는 자본주의적 요소가 퍼져 사회주의 체제를 위협하는 상황, 이를 비사회주의 현상이라고 부른다.

이미 10년 전에도 당시 장성택 행정부장 주도로 대대적인 단속을 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이 같은 현상의 중심에는 무엇보다 대한민국의 대중 문화, 즉 한류가 있다.

<녹취> 태영호(前 주영 북한대사관 공사) : "너무 한국 영화 드라마 봐서 말투도 이제 한국식으로 변하고 있어요. 예를 들면 북한에 없던 말투, 처녀 총각 연애할 때 '자기야', '오빠야' 이런 말투 우리 땐 없었거든요."

<인터뷰> 박영정(한국문화관광연구원 예술기반정책연구실장) : "중국 안에서 이제 한국의 한류를 포함해서 중국 대중문화가 굉장히 번창해 있는 상태인데 그런 게 자연스럽게 북한사람들에게도 알려지게 되고 접촉되게 되어서 그게 큰 흐름을 형성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드라마나 영화만이 아니라 이제 뭐 헤어스타일을 포함해서 다양한 분야에 이르기까지 영향을 주고 있는 걸로 이렇게 전해지고 있습니다."

지난 2014년, 김정은이 평양의 한 생활 편의시설을 시찰했다. 이때 눈길을 끈 것은 당과 군의 실세 최룡해가 이발하는 모습이었다. 짧게 자른 헤어스타일을 보며 김정은은 만족감을 표시했다.

<녹취> 北 기록영화 ‘인민을 위한 영도의 나날에’ (2014년) : "이발사들의 기술 수준도 가늠해 보시고 그만하면 괜찮다고 치하해 주셨습니다."

1990년대, 고난의 행군이라 불릴 만큼 최악의 경제난을 겪었던 북한.

배급조차 끊어지는 상황에서 생계를 위해 많은 주민들이 장사에 뛰어들고 북중 접경까지 보따리상이 진출하자 중국을 통해 외부 문화가 유입되기 시작했다.

이후 2000년대 들어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다양한 남북 교류가 시작됐고 2000년대 중,후반부터는 외부 문화 유입이 본격화됐다.

여기에 많은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는 디지털 기술 확산도 변수가 됐다.

북한산 휴대전화 ‘아리랑 손전화’ 생산을 김정은이 직접 독려하는 등 북한도 디지털화 바람이 불었다.

<녹취> 조선중앙TV(2013년 8월) : "경애하는 원수님께서는 손전화기를 우리기술로척척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 얼마나 좋은가 하고 하시면서..."

중국식 DVD를 재생할 수 있는 노트텔과 중국산 저가 태블릿PC, 그리고 작고 편리한정보 저장 장치, USB도 보급되면서 빠른 속도로 외부 문화가 전파됐다는 것이다.

<인터뷰> 박영정(한국문화관광연구원 예술기반정책연구실장) : "휴대폰 사용자 수가 300만이고 북한사회도 나름대로 디지털화 하고 있다. 이 점에 대해서는 명확한 것 같고요. 북한 사회가 이미 그 대중들 속에 미디어친화성 이게 형성되어 있었기 때문에 그 가운데 콘텐츠로서 한국 콘텐츠가 중국을 통해서 이렇게 건너갔다, 이렇게 됐기 때문에 좀 더 쉽게 건너갈 수 있었다, 이렇게 볼 수가 있겠습니다."

그중에서도 한국 대중 문화의 인기는 폭발적이었다. 중국을 경유하는 전문 유통업자가 생겨났고, 암시장도 광범위하게 형성됐다.

국내에 들어온 탈북민을 대상으로 진행한 2016년 연구 조사에 따르면 10명 중 8명 가까이 북한에 있을 때 한국 대중문화 영상을 접했다고 답했다.

북한 당국은 이를 비사회주의 현상으로 지목하고 집중 단속에 들어갔다.

그러나 한국의 최신 드라마가 북한에 유입되는 시차가 줄어들고 있고 이는 북한의 400여 곳 장마당을 통해 순식간에 유통된다고 한다.

<녹취> 태영호(前 주영 북한대사관 공사) : "북한 당국의 통제와 탄압에도 불구하고 오늘 수백개의 장마당을 갖춘 되돌릴 수 없는 현실로 되었습니다. 오늘 북한 주민들은 한국 영화를 유포시키면 총살되고 한국 영화만 보기만 해도 엄중한 처벌을 받는 살벌한 상황에서도 낮에는 김정은 만세를 외치고 저녁에는 남몰래 집에서 한국 영화를 보는 생활 풍조를 북한에 퍼뜨려놓았습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유력 일간지 워싱턴 포스트가 최근 장마당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젊은층, 장마당 세대를 주목했다.

북한 인권 단체 ‘링크’가 제작한 다큐멘터리 ‘장마당 세대'를 소개하며 이들이 북한 사회를 변화시키는 동력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터뷰> 박석길(인권단체 LiNK 한국 지부장) : "북한에도 사회변화가 있고 문화변화가 있고 의식변화가 있는데 역시 도시 청년들이 거기에 앞서서 외부 미디어 확산이라든지 그리고 의식변화에 있어서 역할을 하고 있고, 김정은이 말하는 그런 비사회주의 뭐 요소 같은 거 미디어 확산이라든지 좀 다른 문화를 즐기는 그런 것들 전 세대들 보다 훨씬 더 빨리 이제는 하는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실제 영화에 출연한 탈북 청년들은 장마당 세대로 살아왔던 자신들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털어놨다.

고난의 행군 시기를 거치며 싹튼 북한 정권에 대한 불신.

<녹취> 전금주 (‘장마당 세대’ 탈북민/영화 ‘장마당 세대’中) : "내 미래는 내가 개척해야 된다는 그런 사상. 그렇게 자랐던 것 같아요."

<녹취> 주○○(‘장마당 세대’ 탈북민/영화 ‘장마당 세대’中) : "14살 때부터 생각을 했어요. 장사에 대한 생각을..."

그리고 북한에서 접한 외부 문화가 자신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도 가감 없이 전했다.

<녹취> 전금주(‘장마당 세대’ 탈북민/영화 ‘장마당 세대’中) : "외국에 대해서 알고 싶었고 아, 북한은 되게 작은 무대라고 생각하면 왠지 외국에 나가면 더 넓은 무대에 서 있지 않을까?"

<녹취> 허시몬(‘장마당 세대’ 탈북민/영화 ‘장마당 세대’中) : "저희는 자라면서부터 자유를 배우면서, 나라에 억압을 받고 자유를 보면서 자라니까 그 자유를 찾고 싶어 하는 그 갈망과 그 갈등이 참으로 대단하죠."

기사와 다큐멘터리는 공개 이후 큰 주목을 받았다. 핵과 미사일로만 대변되던 북한을 장마당 세대를 통해 새롭게 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아울러 북한 주요 도시 장마당 세대의 의식 변화가 북한 사회 전반에 확산되는 경향에 주목해야한다고 북한 전문가는 설명한다.

<인터뷰> 박석길(인권단체 LiNK 한국 지부장) : "북한 같은 비민주적인 사회에서는 평균보다는 변화의 핫스팟이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왜냐 하면 한국에도 뭐 예를 들어서 지난 50년간에 대단한 사회적 그리고 정치적인 그런 변화들이 있었지만 평균적인 그런 수준보다는 그런 핫스팟 예를 들어서 뭐 광주, 부산 뭐 서울 그리고 도시 청년들의 얼마큼 변화가 있고, 그리고 그 온도가 얼마큼 이제 높아지는지 그런 것이 더 중요하고 그래서 북한에는 뭐 그런 도시가 청진 뭐 해산 뭐 평성 평양 이런 데에 더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녹취> 김정은(2018년 신년사) : "온갖 비사회주의적 현상을 뿌리 뽑기 위한 투쟁을 드세게 벌여 모든 사람이 고상한 정신 도덕적 풍모를 지니고 혁명적으로 문명하게 생활해 나가도록 하여야 합니다."

세포위원장 대회에 이어 올해 신년사에서도 다시 한 번 비사회주의적 현상에 대한 경계를 요구한 김정은.

이에 따라 외부 정보를 북한에 유입시키려는 국제 사회의 움직임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영국의 공영방송 BBC가 북한을 대상으로 하는 한국어 라디오 방송을 시작했다.

미국 의회는 북한 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한국 영상물 유입 지원 등의 내용을 담은 ‘북한 인권법'을 통과시켰다.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 역시 이같은 활동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녹취> 태영호(前 주영 북한대사관 공사) : "김정은에게 핵과 미사일이라는 비대칭 무기가 있다면 우리에게는 자유와 민주주의 가치, 경제력이라는 비대칭 무기가 있습니다. 지금까지 밀수로 들어간 USB를 통해 한국 영화와 드라마를 본 북한 주민들이 이제는 한국TV를 볼 수 있게 위성 TV 셋톱박스를 북한으로 들여보내야 할 때입니다"

한류를 비롯한 외부 문화 유입은 폐쇄적인 북한 체제를 위협하는 공세적인 수단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북한 주민들이 남한을 이해하는 기회의 창으로 남북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나아가 통일을 연착륙시키는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으로 평가된다.

<인터뷰> 박영정(한국문화관광연구원 예술기반정책연구실장) : "북한 안에 있지만 자기도 모르게 자기 자신들의 문화가 바뀌었다, 이렇게 된다고 하는 거는 향후 북한 사회 변화를 가져오는 주요한 발판이 되기 때문에 그거는 굉장히 큰 의미를 갖는다. 중국을 통해서 들어가는 한국의 문화든 또 남한과 북한이 직접 만나서 접촉하는 한국의 문화든 북한 주민들에게 남한의 문화를 많이 만나게 해 주는 것은 통일을 준비하는데 있어서나 또 북한사회의 변화를 가져오는데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어떤 뭐랄까 역할을 할 것이다, 라고 생각을 합니다."

지난해 말 JSA를 통해 귀순하다 총상을 입고 사경을 헤맸던 20대 북한군 병사.

그 역시 의식을 찾자마자 한국 걸 그룹의 노래를 들으며 평가할 정도로 북한 주민, 특히 장마당 세대에게 한류는 이미 익숙한 문화가 됐다.

북한 정권이 한류를 비사회주의적 현상이라며 경계하지만 이미 북한 내부에 소리 없이 변화를 일으키는 진원이 되고 있다.
  • [클로즈업 북한] “체제를 지켜라”…비사회주의와의 전쟁
    • 입력 2018.01.06 (08:08)
    • 수정 2018.01.06 (08:31)
    남북의 창
[클로즈업 북한] “체제를 지켜라”…비사회주의와의 전쟁
<앵커 멘트>

우리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신년사에서 남북관계 복원을 주목했지만, 그가 지난 연말연시에 북한 내부를 향해 거듭 강조한 것은 따로 있습니다.

이른바 비사회주의 현상을 섬멸하라는 건데요.

북한 사회주의 체제를 위협하는 자본주의적 요소, 특히 한국의 대중 문화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클로즈업 북한> 이번 주에는 새해 주목해야할 포인트로 북한 장마당 세대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한류와 북한 사회의 변화 움직임을 들여다봤습니다.

<리포트>

북한 평양체육관 앞으로 검은색 차량 한대가 들어온다. 차에서 내린 뒤 레드카펫을 밟으며 노동당 세포위원장 대회에 들어서는 인물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김정은은 노동당의 최하부 기층 조직인 ‘당 세포’의 책임자들 앞에서 ‘비사회주의 현상의 섬멸’을 지시했다.

<녹취> 조선중앙TV(2017년 12월 23일) : "조선노동당 위원장동지께서는 전당의 모든 당조직들과 당일꾼들이 비사회주의적현상을 뿌리 뽑기 위한 섬멸전을 강도높이 벌려나가며..."

비사회주의 현상에 대한 형사 처벌도 공언했다.

<녹취> 조선중앙TV(2017년 12월 23일 : "법 기관들에서는 비사회주의적 현상의 사소한 요소에 대해서도 강한 행정적, 법적 제재를 가하여야 한다고 하시였습니다."

북한에서는 자본주의적 요소가 퍼져 사회주의 체제를 위협하는 상황, 이를 비사회주의 현상이라고 부른다.

이미 10년 전에도 당시 장성택 행정부장 주도로 대대적인 단속을 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이 같은 현상의 중심에는 무엇보다 대한민국의 대중 문화, 즉 한류가 있다.

<녹취> 태영호(前 주영 북한대사관 공사) : "너무 한국 영화 드라마 봐서 말투도 이제 한국식으로 변하고 있어요. 예를 들면 북한에 없던 말투, 처녀 총각 연애할 때 '자기야', '오빠야' 이런 말투 우리 땐 없었거든요."

<인터뷰> 박영정(한국문화관광연구원 예술기반정책연구실장) : "중국 안에서 이제 한국의 한류를 포함해서 중국 대중문화가 굉장히 번창해 있는 상태인데 그런 게 자연스럽게 북한사람들에게도 알려지게 되고 접촉되게 되어서 그게 큰 흐름을 형성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드라마나 영화만이 아니라 이제 뭐 헤어스타일을 포함해서 다양한 분야에 이르기까지 영향을 주고 있는 걸로 이렇게 전해지고 있습니다."

지난 2014년, 김정은이 평양의 한 생활 편의시설을 시찰했다. 이때 눈길을 끈 것은 당과 군의 실세 최룡해가 이발하는 모습이었다. 짧게 자른 헤어스타일을 보며 김정은은 만족감을 표시했다.

<녹취> 北 기록영화 ‘인민을 위한 영도의 나날에’ (2014년) : "이발사들의 기술 수준도 가늠해 보시고 그만하면 괜찮다고 치하해 주셨습니다."

1990년대, 고난의 행군이라 불릴 만큼 최악의 경제난을 겪었던 북한.

배급조차 끊어지는 상황에서 생계를 위해 많은 주민들이 장사에 뛰어들고 북중 접경까지 보따리상이 진출하자 중국을 통해 외부 문화가 유입되기 시작했다.

이후 2000년대 들어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다양한 남북 교류가 시작됐고 2000년대 중,후반부터는 외부 문화 유입이 본격화됐다.

여기에 많은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는 디지털 기술 확산도 변수가 됐다.

북한산 휴대전화 ‘아리랑 손전화’ 생산을 김정은이 직접 독려하는 등 북한도 디지털화 바람이 불었다.

<녹취> 조선중앙TV(2013년 8월) : "경애하는 원수님께서는 손전화기를 우리기술로척척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 얼마나 좋은가 하고 하시면서..."

중국식 DVD를 재생할 수 있는 노트텔과 중국산 저가 태블릿PC, 그리고 작고 편리한정보 저장 장치, USB도 보급되면서 빠른 속도로 외부 문화가 전파됐다는 것이다.

<인터뷰> 박영정(한국문화관광연구원 예술기반정책연구실장) : "휴대폰 사용자 수가 300만이고 북한사회도 나름대로 디지털화 하고 있다. 이 점에 대해서는 명확한 것 같고요. 북한 사회가 이미 그 대중들 속에 미디어친화성 이게 형성되어 있었기 때문에 그 가운데 콘텐츠로서 한국 콘텐츠가 중국을 통해서 이렇게 건너갔다, 이렇게 됐기 때문에 좀 더 쉽게 건너갈 수 있었다, 이렇게 볼 수가 있겠습니다."

그중에서도 한국 대중 문화의 인기는 폭발적이었다. 중국을 경유하는 전문 유통업자가 생겨났고, 암시장도 광범위하게 형성됐다.

국내에 들어온 탈북민을 대상으로 진행한 2016년 연구 조사에 따르면 10명 중 8명 가까이 북한에 있을 때 한국 대중문화 영상을 접했다고 답했다.

북한 당국은 이를 비사회주의 현상으로 지목하고 집중 단속에 들어갔다.

그러나 한국의 최신 드라마가 북한에 유입되는 시차가 줄어들고 있고 이는 북한의 400여 곳 장마당을 통해 순식간에 유통된다고 한다.

<녹취> 태영호(前 주영 북한대사관 공사) : "북한 당국의 통제와 탄압에도 불구하고 오늘 수백개의 장마당을 갖춘 되돌릴 수 없는 현실로 되었습니다. 오늘 북한 주민들은 한국 영화를 유포시키면 총살되고 한국 영화만 보기만 해도 엄중한 처벌을 받는 살벌한 상황에서도 낮에는 김정은 만세를 외치고 저녁에는 남몰래 집에서 한국 영화를 보는 생활 풍조를 북한에 퍼뜨려놓았습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유력 일간지 워싱턴 포스트가 최근 장마당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젊은층, 장마당 세대를 주목했다.

북한 인권 단체 ‘링크’가 제작한 다큐멘터리 ‘장마당 세대'를 소개하며 이들이 북한 사회를 변화시키는 동력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터뷰> 박석길(인권단체 LiNK 한국 지부장) : "북한에도 사회변화가 있고 문화변화가 있고 의식변화가 있는데 역시 도시 청년들이 거기에 앞서서 외부 미디어 확산이라든지 그리고 의식변화에 있어서 역할을 하고 있고, 김정은이 말하는 그런 비사회주의 뭐 요소 같은 거 미디어 확산이라든지 좀 다른 문화를 즐기는 그런 것들 전 세대들 보다 훨씬 더 빨리 이제는 하는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실제 영화에 출연한 탈북 청년들은 장마당 세대로 살아왔던 자신들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털어놨다.

고난의 행군 시기를 거치며 싹튼 북한 정권에 대한 불신.

<녹취> 전금주 (‘장마당 세대’ 탈북민/영화 ‘장마당 세대’中) : "내 미래는 내가 개척해야 된다는 그런 사상. 그렇게 자랐던 것 같아요."

<녹취> 주○○(‘장마당 세대’ 탈북민/영화 ‘장마당 세대’中) : "14살 때부터 생각을 했어요. 장사에 대한 생각을..."

그리고 북한에서 접한 외부 문화가 자신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도 가감 없이 전했다.

<녹취> 전금주(‘장마당 세대’ 탈북민/영화 ‘장마당 세대’中) : "외국에 대해서 알고 싶었고 아, 북한은 되게 작은 무대라고 생각하면 왠지 외국에 나가면 더 넓은 무대에 서 있지 않을까?"

<녹취> 허시몬(‘장마당 세대’ 탈북민/영화 ‘장마당 세대’中) : "저희는 자라면서부터 자유를 배우면서, 나라에 억압을 받고 자유를 보면서 자라니까 그 자유를 찾고 싶어 하는 그 갈망과 그 갈등이 참으로 대단하죠."

기사와 다큐멘터리는 공개 이후 큰 주목을 받았다. 핵과 미사일로만 대변되던 북한을 장마당 세대를 통해 새롭게 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아울러 북한 주요 도시 장마당 세대의 의식 변화가 북한 사회 전반에 확산되는 경향에 주목해야한다고 북한 전문가는 설명한다.

<인터뷰> 박석길(인권단체 LiNK 한국 지부장) : "북한 같은 비민주적인 사회에서는 평균보다는 변화의 핫스팟이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왜냐 하면 한국에도 뭐 예를 들어서 지난 50년간에 대단한 사회적 그리고 정치적인 그런 변화들이 있었지만 평균적인 그런 수준보다는 그런 핫스팟 예를 들어서 뭐 광주, 부산 뭐 서울 그리고 도시 청년들의 얼마큼 변화가 있고, 그리고 그 온도가 얼마큼 이제 높아지는지 그런 것이 더 중요하고 그래서 북한에는 뭐 그런 도시가 청진 뭐 해산 뭐 평성 평양 이런 데에 더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녹취> 김정은(2018년 신년사) : "온갖 비사회주의적 현상을 뿌리 뽑기 위한 투쟁을 드세게 벌여 모든 사람이 고상한 정신 도덕적 풍모를 지니고 혁명적으로 문명하게 생활해 나가도록 하여야 합니다."

세포위원장 대회에 이어 올해 신년사에서도 다시 한 번 비사회주의적 현상에 대한 경계를 요구한 김정은.

이에 따라 외부 정보를 북한에 유입시키려는 국제 사회의 움직임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영국의 공영방송 BBC가 북한을 대상으로 하는 한국어 라디오 방송을 시작했다.

미국 의회는 북한 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한국 영상물 유입 지원 등의 내용을 담은 ‘북한 인권법'을 통과시켰다.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 역시 이같은 활동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녹취> 태영호(前 주영 북한대사관 공사) : "김정은에게 핵과 미사일이라는 비대칭 무기가 있다면 우리에게는 자유와 민주주의 가치, 경제력이라는 비대칭 무기가 있습니다. 지금까지 밀수로 들어간 USB를 통해 한국 영화와 드라마를 본 북한 주민들이 이제는 한국TV를 볼 수 있게 위성 TV 셋톱박스를 북한으로 들여보내야 할 때입니다"

한류를 비롯한 외부 문화 유입은 폐쇄적인 북한 체제를 위협하는 공세적인 수단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북한 주민들이 남한을 이해하는 기회의 창으로 남북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나아가 통일을 연착륙시키는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으로 평가된다.

<인터뷰> 박영정(한국문화관광연구원 예술기반정책연구실장) : "북한 안에 있지만 자기도 모르게 자기 자신들의 문화가 바뀌었다, 이렇게 된다고 하는 거는 향후 북한 사회 변화를 가져오는 주요한 발판이 되기 때문에 그거는 굉장히 큰 의미를 갖는다. 중국을 통해서 들어가는 한국의 문화든 또 남한과 북한이 직접 만나서 접촉하는 한국의 문화든 북한 주민들에게 남한의 문화를 많이 만나게 해 주는 것은 통일을 준비하는데 있어서나 또 북한사회의 변화를 가져오는데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어떤 뭐랄까 역할을 할 것이다, 라고 생각을 합니다."

지난해 말 JSA를 통해 귀순하다 총상을 입고 사경을 헤맸던 20대 북한군 병사.

그 역시 의식을 찾자마자 한국 걸 그룹의 노래를 들으며 평가할 정도로 북한 주민, 특히 장마당 세대에게 한류는 이미 익숙한 문화가 됐다.

북한 정권이 한류를 비사회주의적 현상이라며 경계하지만 이미 북한 내부에 소리 없이 변화를 일으키는 진원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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