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미래로] ‘상봉의 꿈’ 담은 통일 향수

입력 2018.01.06 (08:20) 수정 2018.01.06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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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남북 대화가 다시 시작되면서 그 누구보다 간절한 기대를 품고 있는 분들이 있습니다.

상봉 기회를 기다려온 이산가족들인데요.

이들의 향수를 달래기 위한 기획전시회가 열리고 통일 향수도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통일을 꿈꾸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진 새해 첫날 오두산 통일전망대로 정은지 리포터와 떠나보시죠.

<리포트>

2018년 새해 첫 날, 추운날씨에도 불구하고 경기도 파주의 오두산 통일전망대에는 평소보다 많은 관람객들이 몰렸습니다.

<인터뷰> 손기수(오두산 통일전망대 직원) : "전망대 바로 앞 강 건너가 북한입니다. 고향이 이북이신 이산가족 분들 그리고 우리 전망대 주변인 수도권에서 많은 관람객들이 아침 일찍부터 찾아오십니다."

맑게 갠 하늘 덕분에 북한 땅이 손에 닿을 듯 가깝게 보였는데요. 새해 첫 날 북한 땅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마음은 어땠을까요?

<인터뷰> 이우경(관람객) : "생각보다 너무 가까워서 솔직히 되게 놀랐어요. 이렇게 가까운데 나눠져 있다는 것도 그러니까 슬픈 마음도 있고, 약간 그런 게 컸던 것 같아요."

<인터뷰> 류태선(관람객) : "이제는 정말 우리 민족이, 남북이 좀 하나로 화해해 가면서 통일을 향해서 좀 나가는 원년이 되었으면 그런 간절한 소망을 가지고 기도했었어요."

이산가족의 아픔을 공감할 수 있는 특별 전시에도 발길이 끊이지 않았는데요.

헤어진 가족들에게 쓰는 편지, 피난 올 때 입었던 옷 등 다양한 사연을 품은 물건들이 보는 이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합니다.

<인터뷰> 김민호(관람객) : "옷을 보니까 굉장히 어렸을 때 서로 헤어졌던 것 같은 느낌을 받았는데 얼마나 슬픔이, 힘들었을지 그런 감정이 약간 저한테도 느껴지는 것 같아서 안타깝게 생각이 됐습니다."

<인터뷰> 최순옥·김종숙 : "우리 시동생. 그런데 얼굴은 몰라요. 아마 6.25전후해서 헤어지신 것 같은데요. 그분도 지금 살아계시면 한 60대 후반쯤 됐을 것 같아요. 죽기 전에 만났으면 좋겠어요."

특별히 준비한 기획 전시품도 있는데요.

바로 향수입니다.

겉보기엔 평범해 보이지만, 이 향수의 이름은 ‘통일 향수’입니다.

북녘 고향의 향기, 평생 그리운, 두고 온 가족에 대한 기억이 녹아 있기 때문인데요.

어떤 사연이 담겨 있을까요?

통일을 멀고 어렵게 느끼는 젊은이들도 쉽게 공감할 수 있도록 하자는 뜻에서 기획된 통일 향수.

이산가족들을 인터뷰한 뒤 그들의 기억 속 고향의 향기를 재현해 낸 겁니다.

<인터뷰> 이성민(‘통일 향수’ 조향사) : "‘북한이라는 곳이 그리고 또 우리의 어떤 현실이라는 것이 결코 남의 이야기가 아니구나’라는 게 좀 와 닿더라고요. 인터뷰를 다니고 이 향을 만들면서..."

한여름 산딸기 향, 대동강 솔 향, 옥수수향의 추억, 해주 바다 내음, 명사십리 해당화 향 등 모두 다섯 가지 향수인데요.

<인터뷰> 이주경(95세/이산가족) : "누가 심지도 않았는데 딸기나무가 돋아나요. 그렇게 해서 그 딸기를 먹던 거, 딸기를 보면 고향 생각나죠."

친숙한 듯 하면서도 특별한 다섯 가지 향기와 함께 이산가족들의 아픔이 관람객에게 고스란히 전해집니다.

<인터뷰> 임정선(관람객) : "이산가족으로서 오빠를 생각하며 고향의 그 꽃 냄새를 그리며 이거 제조한 것 같은데. 참 그 마음이 더 애잔하게 느껴지면서 이 꽃향기가 더 아프게 느껴지네요."

다섯 가지 향기 가운데 명사십리 해당화 향의 주인공인 이재순 할머니.

흥남철수 당시 피난을 내려온 할머니에게 해당화 향은 고향의 향기이자 함께 오지 못한 오빠에 대한 기억입니다.

<인터뷰> 이재순(85세/이산가족) : "내가 어렸을 때 잔병치레 해 가지고 조그마했거든. 두 살 더 먹은 오빠가 항상 업고 다닌 게 기억이 나요. 흥남 부두에서 원산 해수욕장까지 거기를 여름이면 오빠하고 자주 갔어요. 그 해당화 꽃이 빨간 게, 장미 같은 게 십리를 좍 모래밭에 피어 있다면 얼마나 아름다웠겠어요."

마지막 순간까지 오빠를 기다리다 후퇴하는 군 수송선을 타게 된 할머니 가족은 거제도에서 고향 이웃에게 오빠 소식을 전해 듣고 평생을 기다렸습니다.

<인터뷰> 이재순(85세/이산가족) : "‘우리 엄마한테 가서 나 살아있다고만 전해주세요.’ 그러니까 살아있으니까 꼭 살아서 돌아갈 테니까 걱정 말고 엄마도 건강 잘 챙기고 있으라고 그랬대. 그거(그리움)는 말로 표현 못해요. 해만 넘어가면 발자국 소리가 오빠가 오는 발자국 소리 같은데..."

현재 ‘남북 이산가족 찾기 신청자’ 가운데 생존자는 6만 여 명, 그들의 평균 연령은 81세입니다.

통일 향수를 통해, 이들의 아픔을 돌아보고 통일과 평화가 우리 삶과 맞닿아 있음을 실감하게 되는데요.

올해 2018년에는 이분들게 꼭 기쁜 소식을 전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작별 인사 한 마디 못하고 헤어진 오빠를 생각하면 절로 가슴이 저며 오는 이재순 할머니.

판문점 남북 연락채널 재개통 소식에 다시 한 번 상봉의 희망을 가져봅니다.

<인터뷰> 이재순(85세/이산가족) : "살아있다면 만나야죠. 왕래했으면 좋겠어, 보지만 말고. 갔다 왔다 하고 편지도 오고 가고 이랬으면 좋겠어."

잊을 수 없는 고향의 향기, 그리운 가족들을 가슴에 품고 사는 이산가족들.

<인터뷰> 이재순(85세/이산가족) : "우리 만나거든 그 못다 한 정, 나누면서 오래 오래 살았으면 좋겠어. 오빠 보고 싶어. 사랑해요. 그것도 많이많이..."

새해에는 이들의 아픔과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반가운 소식이 꼭 찾아오길 간절히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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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일로 미래로] ‘상봉의 꿈’ 담은 통일 향수
    • 입력 2018-01-06 08:13:02
    • 수정2018-01-06 08:32:23
    남북의 창
<앵커 멘트>

남북 대화가 다시 시작되면서 그 누구보다 간절한 기대를 품고 있는 분들이 있습니다.

상봉 기회를 기다려온 이산가족들인데요.

이들의 향수를 달래기 위한 기획전시회가 열리고 통일 향수도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통일을 꿈꾸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진 새해 첫날 오두산 통일전망대로 정은지 리포터와 떠나보시죠.

<리포트>

2018년 새해 첫 날, 추운날씨에도 불구하고 경기도 파주의 오두산 통일전망대에는 평소보다 많은 관람객들이 몰렸습니다.

<인터뷰> 손기수(오두산 통일전망대 직원) : "전망대 바로 앞 강 건너가 북한입니다. 고향이 이북이신 이산가족 분들 그리고 우리 전망대 주변인 수도권에서 많은 관람객들이 아침 일찍부터 찾아오십니다."

맑게 갠 하늘 덕분에 북한 땅이 손에 닿을 듯 가깝게 보였는데요. 새해 첫 날 북한 땅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마음은 어땠을까요?

<인터뷰> 이우경(관람객) : "생각보다 너무 가까워서 솔직히 되게 놀랐어요. 이렇게 가까운데 나눠져 있다는 것도 그러니까 슬픈 마음도 있고, 약간 그런 게 컸던 것 같아요."

<인터뷰> 류태선(관람객) : "이제는 정말 우리 민족이, 남북이 좀 하나로 화해해 가면서 통일을 향해서 좀 나가는 원년이 되었으면 그런 간절한 소망을 가지고 기도했었어요."

이산가족의 아픔을 공감할 수 있는 특별 전시에도 발길이 끊이지 않았는데요.

헤어진 가족들에게 쓰는 편지, 피난 올 때 입었던 옷 등 다양한 사연을 품은 물건들이 보는 이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합니다.

<인터뷰> 김민호(관람객) : "옷을 보니까 굉장히 어렸을 때 서로 헤어졌던 것 같은 느낌을 받았는데 얼마나 슬픔이, 힘들었을지 그런 감정이 약간 저한테도 느껴지는 것 같아서 안타깝게 생각이 됐습니다."

<인터뷰> 최순옥·김종숙 : "우리 시동생. 그런데 얼굴은 몰라요. 아마 6.25전후해서 헤어지신 것 같은데요. 그분도 지금 살아계시면 한 60대 후반쯤 됐을 것 같아요. 죽기 전에 만났으면 좋겠어요."

특별히 준비한 기획 전시품도 있는데요.

바로 향수입니다.

겉보기엔 평범해 보이지만, 이 향수의 이름은 ‘통일 향수’입니다.

북녘 고향의 향기, 평생 그리운, 두고 온 가족에 대한 기억이 녹아 있기 때문인데요.

어떤 사연이 담겨 있을까요?

통일을 멀고 어렵게 느끼는 젊은이들도 쉽게 공감할 수 있도록 하자는 뜻에서 기획된 통일 향수.

이산가족들을 인터뷰한 뒤 그들의 기억 속 고향의 향기를 재현해 낸 겁니다.

<인터뷰> 이성민(‘통일 향수’ 조향사) : "‘북한이라는 곳이 그리고 또 우리의 어떤 현실이라는 것이 결코 남의 이야기가 아니구나’라는 게 좀 와 닿더라고요. 인터뷰를 다니고 이 향을 만들면서..."

한여름 산딸기 향, 대동강 솔 향, 옥수수향의 추억, 해주 바다 내음, 명사십리 해당화 향 등 모두 다섯 가지 향수인데요.

<인터뷰> 이주경(95세/이산가족) : "누가 심지도 않았는데 딸기나무가 돋아나요. 그렇게 해서 그 딸기를 먹던 거, 딸기를 보면 고향 생각나죠."

친숙한 듯 하면서도 특별한 다섯 가지 향기와 함께 이산가족들의 아픔이 관람객에게 고스란히 전해집니다.

<인터뷰> 임정선(관람객) : "이산가족으로서 오빠를 생각하며 고향의 그 꽃 냄새를 그리며 이거 제조한 것 같은데. 참 그 마음이 더 애잔하게 느껴지면서 이 꽃향기가 더 아프게 느껴지네요."

다섯 가지 향기 가운데 명사십리 해당화 향의 주인공인 이재순 할머니.

흥남철수 당시 피난을 내려온 할머니에게 해당화 향은 고향의 향기이자 함께 오지 못한 오빠에 대한 기억입니다.

<인터뷰> 이재순(85세/이산가족) : "내가 어렸을 때 잔병치레 해 가지고 조그마했거든. 두 살 더 먹은 오빠가 항상 업고 다닌 게 기억이 나요. 흥남 부두에서 원산 해수욕장까지 거기를 여름이면 오빠하고 자주 갔어요. 그 해당화 꽃이 빨간 게, 장미 같은 게 십리를 좍 모래밭에 피어 있다면 얼마나 아름다웠겠어요."

마지막 순간까지 오빠를 기다리다 후퇴하는 군 수송선을 타게 된 할머니 가족은 거제도에서 고향 이웃에게 오빠 소식을 전해 듣고 평생을 기다렸습니다.

<인터뷰> 이재순(85세/이산가족) : "‘우리 엄마한테 가서 나 살아있다고만 전해주세요.’ 그러니까 살아있으니까 꼭 살아서 돌아갈 테니까 걱정 말고 엄마도 건강 잘 챙기고 있으라고 그랬대. 그거(그리움)는 말로 표현 못해요. 해만 넘어가면 발자국 소리가 오빠가 오는 발자국 소리 같은데..."

현재 ‘남북 이산가족 찾기 신청자’ 가운데 생존자는 6만 여 명, 그들의 평균 연령은 81세입니다.

통일 향수를 통해, 이들의 아픔을 돌아보고 통일과 평화가 우리 삶과 맞닿아 있음을 실감하게 되는데요.

올해 2018년에는 이분들게 꼭 기쁜 소식을 전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작별 인사 한 마디 못하고 헤어진 오빠를 생각하면 절로 가슴이 저며 오는 이재순 할머니.

판문점 남북 연락채널 재개통 소식에 다시 한 번 상봉의 희망을 가져봅니다.

<인터뷰> 이재순(85세/이산가족) : "살아있다면 만나야죠. 왕래했으면 좋겠어, 보지만 말고. 갔다 왔다 하고 편지도 오고 가고 이랬으면 좋겠어."

잊을 수 없는 고향의 향기, 그리운 가족들을 가슴에 품고 사는 이산가족들.

<인터뷰> 이재순(85세/이산가족) : "우리 만나거든 그 못다 한 정, 나누면서 오래 오래 살았으면 좋겠어. 오빠 보고 싶어. 사랑해요. 그것도 많이많이..."

새해에는 이들의 아픔과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반가운 소식이 꼭 찾아오길 간절히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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