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푸른 하늘이 사치품?”…소름 돋는 베이징의 푸른 하늘 전쟁

입력 2018.01.10 (18:51) 수정 2018.01.10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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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 “푸른하늘이 인민의 사치품?”…상전벽해! 베이징 하늘 이야기

[특파원리포트] “푸른하늘이 인민의 사치품?”…상전벽해! 베이징 하늘 이야기

스모그가 심했던 지난해 천안문 앞 하늘(좌) 오늘 베이징 천안문 앞 하늘(우)스모그가 심했던 지난해 천안문 앞 하늘(좌) 오늘 베이징 천안문 앞 하늘(우)

"상전벽해! 베이징의 푸른하늘"

악명 높은 베이징의 스모그가 거짓말 처럼 사라졌다. 으레 석탄 난방이 시작되는 11월 중순부터 이듬해 봄까지는 극심한 스모그에 심지어 아파트 단지 내에서도 길을 잃을 정도였다. 그랬던 베이징 스모그가 개선되어도 아주 극적으로 개선됐다. 기자가 일전을 각오하고 구입해 놓은 고성능 실리콘 전동 마스크는 아직 한 번 꺼내 써보지도 못했다. 돈 좀 있는 베이징 시민들이 겨울철에 중국 남부 하이난이나 윈난으로 가던 '스모그 탈출 여행'도 급감했다는 소식이다. 오늘 KBS 베이징 지국 인근의 천안문 앞에서 올려본 하늘빛은 눈물 나도록 푸르다.


시진핑은 지난 19차 당대회 기조연설에서 ‘푸른하늘 투쟁’을 직접 언급했다.시진핑은 지난 19차 당대회 기조연설에서 ‘푸른하늘 투쟁’을 직접 언급했다.

"시진핑의 지상명령...푸른 하늘을 유지하라!"

중국 공산당과 정부는 소름끼칠 정도로 일사분란했다. 이 표현은 기자의 표현이 아니라 주중한국대사관 정복영 환경관의 표현이다. 시 주석은 '대기질 개선 5개년 계획'의 마지막 해이던 지난해 5월, 베이징 시장에 칭화대 환경공학과 교수이자 환경보호부 장관 출신인 천지닝을 임명했다. 수도 시정을 총괄하는 자리에 특정 전문분야의 사람을 임명한 건 아주 이례적인 일이다. 천 시장은 시장이 되자마자 수도 기능에 맞지 않는 환경 유해 업종 172개를 지정해 퇴출 작업을 시작했고, 스모그의 주범인 석탄, 특히 갈탄을 퇴출하기 위해 시민들의 보일러까지 전부 가스와 전기 보일러로 교체할 것을 지시했다. 그 결과 시 주석이 약속한 대기질 개선 5개년 계획은 완전 성공이다. PM 2.5인 미세먼지 농도를 연평균 58㎍/㎥로 기록해 목표치를 초과 달성했다. 5년 전에 비해 35.6% 개선됐단다.

처음엔 모두가 "에이~ 설마"라고 했다. 시진핑 주석이 지난해 10월 19차 당대회 연설에서 "푸른 하늘을 유지하는 전쟁에서 승리해야 합니다"라고 말했을 때도 최소한 외신기자들에게는 의례적인 말로 들렸는데 그게 아니었다. 중국을, 중국 공산당을 과소평가 했다.

중국 허베이성 바오딩시 초등학교 학생들이 운동장에서 수업을 하고 있다.중국 허베이성 바오딩시 초등학교 학생들이 운동장에서 수업을 하고 있다.


[연관 기사] [뉴스9] 엄동설한에 웬 ‘운동장 수업’?…“교실이 더 추워서”(2017.12.06)

"인민의 이름으로 희생된 힘없는 인민들"

푸른 하늘은 인민에게 사치품이냐며 불만을 표시해오던 베이징 시민들은 대체로 박수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일사분란한 정책의 희생자들도 많다. 목표 달성을 위해 군사 작전하듯 무리하게 석탄 난방을 금지해 베이징 외곽의 많은 가난한 서민들이 추위에 떨었거나 지금도 떨고 있다. 동상에 걸린 사람들도 속출했다. 난방을 못하게된 초등학교 학생들이 추위에 떨다가 햇볕이 비치는 운동장에 나와 수업을 받는 진풍경도 연출됐다. 베이징과 텐진, 허베이 등 수도권에 강제로 문을 닫은 공장 노동자들은 이번 춘절이 매우 힘든 시기로 기억될 것이다. 모두가 평등하게 잘 살자는 공산주의 국가에서 작은 희생은 불가피하다는 발상이 통한다는게 아이러니 하다.


"베이징 자동차 번호판 추첨 1,000대 1 로또 될 듯"

지금까지 석탄 사용을 파격적으로 줄였다면, 이제는 자동차 배기가스이다. 베이징시가 지금까지 매년 신규 자동차 번호판 발급을 15만대로 한정하면서 번호판을 받기 위한 추첨 경쟁률은 800대 1을 넘어서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올해부터는 이걸 10만대로 대폭 줄였다. 뿐만 아니라 10만대 가운데 6만대는 전기차 등 친환경차에 배정했고, 가솔린 차량은 4만대 뿐이다. 이제 베이징에서 번호판을 발급받는 건 사실상 로또의 확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게 됐다. 베이징에선 자기 차를 사려해도 번호판을 못 구해 살 수 없는 상황이니 많은 편법 탈법 사례가 횡횡하고 시민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중국 정부는 한국의 경우 감히 시도조차 하지 못한 총량관리 규제를 더욱 강화해가고 있다.

베이징에 매연을 쏟아내는 공장 굴뚝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베이징에 매연을 쏟아내는 공장 굴뚝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베이징의 오늘은 서울의 내일"

시 주석을 중심으로 중국 정부는 인민들의 불편과 희생을 감수하면서까지 '2차 대기질 개선 5개년 계획'에 국가 역량을 집결시키고 있다. 시 주석이 집권 2기 목표 가운데 하나로 생태문명 건설을 내세운 만큼, 공기 뿐만이 아니라 수질 등 모든 환경개선 사업이 지상 명령으로 추진될 것이 확실하다. 베이징의 오염물질이 편서풍을 타고 한국으로 날아간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래서 결국 베이징의 오늘이 서울의 내일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로서도 박수 칠 일이다. 이왕지사 우수한 기술력을 가진 우리 기업이 중국의 거대한 환경시장에 진출한다면 일석이조가 될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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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리포트] “푸른 하늘이 사치품?”…소름 돋는 베이징의 푸른 하늘 전쟁
    • 입력 2018-01-10 18:51:47
    • 수정2018-01-10 19:17:57
    특파원 리포트
스모그가 심했던 지난해 천안문 앞 하늘(좌) 오늘 베이징 천안문 앞 하늘(우)
"상전벽해! 베이징의 푸른하늘"

악명 높은 베이징의 스모그가 거짓말 처럼 사라졌다. 으레 석탄 난방이 시작되는 11월 중순부터 이듬해 봄까지는 극심한 스모그에 심지어 아파트 단지 내에서도 길을 잃을 정도였다. 그랬던 베이징 스모그가 개선되어도 아주 극적으로 개선됐다. 기자가 일전을 각오하고 구입해 놓은 고성능 실리콘 전동 마스크는 아직 한 번 꺼내 써보지도 못했다. 돈 좀 있는 베이징 시민들이 겨울철에 중국 남부 하이난이나 윈난으로 가던 '스모그 탈출 여행'도 급감했다는 소식이다. 오늘 KBS 베이징 지국 인근의 천안문 앞에서 올려본 하늘빛은 눈물 나도록 푸르다.


시진핑은 지난 19차 당대회 기조연설에서 ‘푸른하늘 투쟁’을 직접 언급했다.
"시진핑의 지상명령...푸른 하늘을 유지하라!"

중국 공산당과 정부는 소름끼칠 정도로 일사분란했다. 이 표현은 기자의 표현이 아니라 주중한국대사관 정복영 환경관의 표현이다. 시 주석은 '대기질 개선 5개년 계획'의 마지막 해이던 지난해 5월, 베이징 시장에 칭화대 환경공학과 교수이자 환경보호부 장관 출신인 천지닝을 임명했다. 수도 시정을 총괄하는 자리에 특정 전문분야의 사람을 임명한 건 아주 이례적인 일이다. 천 시장은 시장이 되자마자 수도 기능에 맞지 않는 환경 유해 업종 172개를 지정해 퇴출 작업을 시작했고, 스모그의 주범인 석탄, 특히 갈탄을 퇴출하기 위해 시민들의 보일러까지 전부 가스와 전기 보일러로 교체할 것을 지시했다. 그 결과 시 주석이 약속한 대기질 개선 5개년 계획은 완전 성공이다. PM 2.5인 미세먼지 농도를 연평균 58㎍/㎥로 기록해 목표치를 초과 달성했다. 5년 전에 비해 35.6% 개선됐단다.

처음엔 모두가 "에이~ 설마"라고 했다. 시진핑 주석이 지난해 10월 19차 당대회 연설에서 "푸른 하늘을 유지하는 전쟁에서 승리해야 합니다"라고 말했을 때도 최소한 외신기자들에게는 의례적인 말로 들렸는데 그게 아니었다. 중국을, 중국 공산당을 과소평가 했다.

중국 허베이성 바오딩시 초등학교 학생들이 운동장에서 수업을 하고 있다.

[연관 기사] [뉴스9] 엄동설한에 웬 ‘운동장 수업’?…“교실이 더 추워서”(2017.12.06)

"인민의 이름으로 희생된 힘없는 인민들"

푸른 하늘은 인민에게 사치품이냐며 불만을 표시해오던 베이징 시민들은 대체로 박수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일사분란한 정책의 희생자들도 많다. 목표 달성을 위해 군사 작전하듯 무리하게 석탄 난방을 금지해 베이징 외곽의 많은 가난한 서민들이 추위에 떨었거나 지금도 떨고 있다. 동상에 걸린 사람들도 속출했다. 난방을 못하게된 초등학교 학생들이 추위에 떨다가 햇볕이 비치는 운동장에 나와 수업을 받는 진풍경도 연출됐다. 베이징과 텐진, 허베이 등 수도권에 강제로 문을 닫은 공장 노동자들은 이번 춘절이 매우 힘든 시기로 기억될 것이다. 모두가 평등하게 잘 살자는 공산주의 국가에서 작은 희생은 불가피하다는 발상이 통한다는게 아이러니 하다.


"베이징 자동차 번호판 추첨 1,000대 1 로또 될 듯"

지금까지 석탄 사용을 파격적으로 줄였다면, 이제는 자동차 배기가스이다. 베이징시가 지금까지 매년 신규 자동차 번호판 발급을 15만대로 한정하면서 번호판을 받기 위한 추첨 경쟁률은 800대 1을 넘어서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올해부터는 이걸 10만대로 대폭 줄였다. 뿐만 아니라 10만대 가운데 6만대는 전기차 등 친환경차에 배정했고, 가솔린 차량은 4만대 뿐이다. 이제 베이징에서 번호판을 발급받는 건 사실상 로또의 확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게 됐다. 베이징에선 자기 차를 사려해도 번호판을 못 구해 살 수 없는 상황이니 많은 편법 탈법 사례가 횡횡하고 시민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중국 정부는 한국의 경우 감히 시도조차 하지 못한 총량관리 규제를 더욱 강화해가고 있다.

베이징에 매연을 쏟아내는 공장 굴뚝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베이징의 오늘은 서울의 내일"

시 주석을 중심으로 중국 정부는 인민들의 불편과 희생을 감수하면서까지 '2차 대기질 개선 5개년 계획'에 국가 역량을 집결시키고 있다. 시 주석이 집권 2기 목표 가운데 하나로 생태문명 건설을 내세운 만큼, 공기 뿐만이 아니라 수질 등 모든 환경개선 사업이 지상 명령으로 추진될 것이 확실하다. 베이징의 오염물질이 편서풍을 타고 한국으로 날아간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래서 결국 베이징의 오늘이 서울의 내일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로서도 박수 칠 일이다. 이왕지사 우수한 기술력을 가진 우리 기업이 중국의 거대한 환경시장에 진출한다면 일석이조가 될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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