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사에 고개숙인 경찰청장…누리꾼 “늦었지만 환영”

입력 2018.01.13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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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사에 고개숙인 경찰청장…누리꾼 “늦었지만 환영”

열사에 고개숙인 경찰청장…누리꾼 “늦었지만 환영”

이철성 경찰청장이 고(故) 박종철 열사 31주기를 하루 앞둔 13일, 박 열사가 숨진 서울 남영동 대공분실을 찾았다.

이 청장 등 경찰 지휘부는 13일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옛 치안본부 남영동 대공분실(현 경찰청 인권센터) 509호 조사실을 방문해 박 열사 영정 앞에 고개를 숙였다.

509호 조사실은 1987년 1월 서울대생이던 박 열사가 경찰 조사를 받다 고문 끝에 숨진 곳이다. 당시 경찰은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는 허위 조사 결과를 발표해 사인을 단순 쇼크사로 위장하려 했다.

이 청장은 "최근 영화 '1987'을 통해 많은 국민께서 30년 전의 아픈 역사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고 있다"며 "과거 경찰의 잘못을 성찰하고 새로운 시대에 맞는 인권 경찰로 거듭나고자 내일 추도식에 앞서 방문하게 됐다"고 밝혔다. 앞서 이 청장은 '1987' 개봉 직후인 지난해 말 박상기 법무부 장관,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문무일 검찰총장과 동반 관람한 바 있다.


경찰의 부끄러운 역사인 박종철 열사의 고문치사 사건에 대해 경찰 지휘부가 단체로 옛 남영동 대공분실을 공식 방문해 박 열사를 추모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알려졌다. 6월 항쟁 30주년 기념일 전날이었던 지난해 6월 9일, 이 청장이 비공식으로 이곳을 찾아 추모한 적은 있다.

이 청장은 "이런 추도식 때뿐 아니라 평상시에 경찰관들이 공권력 행사 등에 대해 새로운 인권 가치를 끌어내도록 지휘부부터 마음에 담겠다"고 말했다.

이 청장 등 경찰 지휘부가 옛 남영동 대공분실을 공식 방문한 것에 대해 누리꾼들은 "늦었지만 환영한다", "영화 '1987'에서 경찰들의 반인권적인 진압 장면에 혐오감마저 느꼈는데, 늦게나마 수뇌부가 고개 숙인 모습을 보니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보여주기식이 아닌 진정성 있는 추모였길"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 청장은 이날 "(건물 이관과 관련해) 기본적으로 국가건물이어서 무상 임대가 안 되는 측면이 있다"며 "시민단체와 만나 실정법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협의를 진행해 그분들의 뜻에 부합하는 쪽으로 이 공간이 유익하게 사용되도록 머리를 맞대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민주열사 박종철기념사업회 등 시민단체들은 "박종철이 물고문으로 스러져간 남영동 대공분실이 현재 경찰청 인권센터로 바뀌어 고문가해자였던 경찰이 인권 경찰로 거듭났음을 홍보하는 데 이용되고 있다. 이렇게 두기에는 남영동 대공분실의 역사적 의미가 너무 크다"며 남영동 대공분실을 인권기념관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또 "건물 내에 민주화 기념 전시 공간을 확장하고, 과거 독재정권 시기 벌어진 국가폭력으로 지금도 고통받는 이들을 위한 고문치유센터가 설치되길 희망한다"며 청와대 국민청원을 벌이고 있다.

지난 2일 청와대 국민소통 광장에 등록된 "경찰이 운영하는 '옛 남영동 대공분실'을 시민사회가 운영하는 '인권기념관'으로 바꿔주십시오"라는 제목의 청원에 현재 7천 명의 시민이 공감을 표한 상태다.

[사진출처: 연합뉴스]

K스타 정혜정 kbs.sprinter@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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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1-13 14:14:15
    사회
이철성 경찰청장이 고(故) 박종철 열사 31주기를 하루 앞둔 13일, 박 열사가 숨진 서울 남영동 대공분실을 찾았다.

이 청장 등 경찰 지휘부는 13일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옛 치안본부 남영동 대공분실(현 경찰청 인권센터) 509호 조사실을 방문해 박 열사 영정 앞에 고개를 숙였다.

509호 조사실은 1987년 1월 서울대생이던 박 열사가 경찰 조사를 받다 고문 끝에 숨진 곳이다. 당시 경찰은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는 허위 조사 결과를 발표해 사인을 단순 쇼크사로 위장하려 했다.

이 청장은 "최근 영화 '1987'을 통해 많은 국민께서 30년 전의 아픈 역사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고 있다"며 "과거 경찰의 잘못을 성찰하고 새로운 시대에 맞는 인권 경찰로 거듭나고자 내일 추도식에 앞서 방문하게 됐다"고 밝혔다. 앞서 이 청장은 '1987' 개봉 직후인 지난해 말 박상기 법무부 장관,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문무일 검찰총장과 동반 관람한 바 있다.


경찰의 부끄러운 역사인 박종철 열사의 고문치사 사건에 대해 경찰 지휘부가 단체로 옛 남영동 대공분실을 공식 방문해 박 열사를 추모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알려졌다. 6월 항쟁 30주년 기념일 전날이었던 지난해 6월 9일, 이 청장이 비공식으로 이곳을 찾아 추모한 적은 있다.

이 청장은 "이런 추도식 때뿐 아니라 평상시에 경찰관들이 공권력 행사 등에 대해 새로운 인권 가치를 끌어내도록 지휘부부터 마음에 담겠다"고 말했다.

이 청장 등 경찰 지휘부가 옛 남영동 대공분실을 공식 방문한 것에 대해 누리꾼들은 "늦었지만 환영한다", "영화 '1987'에서 경찰들의 반인권적인 진압 장면에 혐오감마저 느꼈는데, 늦게나마 수뇌부가 고개 숙인 모습을 보니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보여주기식이 아닌 진정성 있는 추모였길"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 청장은 이날 "(건물 이관과 관련해) 기본적으로 국가건물이어서 무상 임대가 안 되는 측면이 있다"며 "시민단체와 만나 실정법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협의를 진행해 그분들의 뜻에 부합하는 쪽으로 이 공간이 유익하게 사용되도록 머리를 맞대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민주열사 박종철기념사업회 등 시민단체들은 "박종철이 물고문으로 스러져간 남영동 대공분실이 현재 경찰청 인권센터로 바뀌어 고문가해자였던 경찰이 인권 경찰로 거듭났음을 홍보하는 데 이용되고 있다. 이렇게 두기에는 남영동 대공분실의 역사적 의미가 너무 크다"며 남영동 대공분실을 인권기념관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또 "건물 내에 민주화 기념 전시 공간을 확장하고, 과거 독재정권 시기 벌어진 국가폭력으로 지금도 고통받는 이들을 위한 고문치유센터가 설치되길 희망한다"며 청와대 국민청원을 벌이고 있다.

지난 2일 청와대 국민소통 광장에 등록된 "경찰이 운영하는 '옛 남영동 대공분실'을 시민사회가 운영하는 '인권기념관'으로 바꿔주십시오"라는 제목의 청원에 현재 7천 명의 시민이 공감을 표한 상태다.

[사진출처: 연합뉴스]

K스타 정혜정 kbs.sprinter@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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