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키스트 아워, 엑스맨·아이언맨…모두 제 손길 거쳤죠”

입력 2018.01.14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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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다키스트 아워'(17일 개봉)에서 윈스턴 처칠을 연기한 할리우드 배우 게리 올드만.

외모는 물론 손짓과 말투, 목소리까지 완벽하게 처칠로 변신한 그는 지난 7일 열린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드라마 영화 부문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그의 연기가 더욱 사실적으로 다가올 수 있었던 것은 특수의상이 한몫했다. 불룩 나온 배 등 처칠의 체형을 만들기 위해 올드만은 본인 체구의 2배에 달하는 '뚱보 옷'인 체형보정용 수트(일명 팻 슈트)를 입었다.

이 특수의상을 직접 만든 사람이 바로 한국인 패브리케이터(Fabricator)인 바네사 리(49·한국명 이미경)다. 패브리케이터는 한국에서는 다소 생소한 용어지만, 특수효과와 미술, 의상, 분장 등을 총괄하는 전문직을 말한다.

바네사 리는 15년간 할리우드에서 100여 편이 넘는 영화에 참여한 베테랑이다. '엑스맨'과 '레지던트이블' '아이언맨' '토르' '스파이더맨' '어벤저스' '수어사이드 스쿼드' 등이 그의 손길을 거쳤다.


현재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사는 바네사 리를 14일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얼마 전 게리 올드만과 찍은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려 화제가 된 그는 사진에 얽힌 뒷이야기부터 들려줬다.

"저는 원래 일할 때는 프로페셔널한 것을 추구하기 때문에 배우들의 사생활 보호 차원에서 프로젝트가 끝나면 배우에 관련된 모든 정보나 사진, 기록 등을 삭제합니다. 게리 선생님과 찍은 사진은 이 일을 하면서 처음 찍은 사진이에요. 첫 피팅 때 게리 선생님이 보디 수트를 극찬해주시길래 '제가 원래 옛날부터 팬'이라고 말씀드렸더니 손수 '사진 찍자'며 불러세워 주셔서 찍었죠. '가보'로 간직하려고요. 정말 그렇게 자상하신 분은 드물거든요. 특히 할리우드에서는요."

할리우드는 실력이 없으면 살아남을 수 치열한 경쟁의 장이자, 인맥으로 얽혀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의 할리우드 입성기가 궁금했다.

"원래는 의상 패턴사였는데, 우연히 특수의상 인턴 구인광고를 보고 뒤늦은 나이에 영화 의상을 해보고 싶어서 좋은 직장을 때려치우고 인턴부터 다시 시작했어요. 남들이 다 미쳤다고 할 때 남편이 '내가 투잡을 뛰어서라도 모자라는 돈을 메꿔주마'하고 외조를 자청했죠. 그래서 도전할 수 있었습니다."

그는 "더 많이 배려하고, 더 많이 공부하고, 더 많이 물어보고, 더 많이 웃었더니 지금의 자리에 와 있게 됐다"고 말했다.

바네사 리가 미국에 이민 온 건 성인이 된 이후인 1993년. 어린 시절 소아마비를 앓은 그는 "다리에 장애가 있다 보니 한국서는 취직이 안 됐다"고 떠올렸다.

그는 "장애가 심하지 않은 편이라 자세히 보지 않으면 알기 힘든 탓에 직장에 취직한 뒤 2∼3일 지나 누군가가 '어 다리 다쳤어요?'라고 묻고 나면, 어김없이 다음날 권고사직 통보를 받았다"고 했다.

"마음도 상하고, 방법도 없어서 도망오다시피 온 이민이었죠. 그러나 항상 긍정적이려고 노력하고, 특히 좋아하는 것을 잘 찾거나 쫓아다니는 성격이 결국 여기까지 오도록 한 게 아닌가 싶어요."

그는 미국에서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았다. 그의 별명은 '세븐 일레븐'이다. 연중무휴에 오전 7시부터 밤 11시까지 일한다고 해서 주변에서 붙여준 별명이다. 그는 지금도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해내고 있다.

줄곧 할리우드 영화에만 참여해온 그는 강동원·한효주 주연의 '인랑'(김지운 감독)으로 한국영화에도 처음 이름을 올린다. 그는 "다른 스튜디오를 통해 제작 의뢰가 들어왔다"면서 "원작 애니메이션 '인랑'의 골수팬이어서 이번 작업이 너무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개인 스튜디오를 차리며 꿈을 이뤘다. '다키스트 아워'도 그가 개인 스튜디오를 열면서 맡게 된 첫 작품이다.

할리우드 도전을 꿈꾸는 한국 젊은이들에게 조언을 부탁하자, 그는 단번에 '외국어'를 꼽았다. "무조건 외국어입니다. 여러 외국어를 하면 할수록 좋아요. 그러면 기회가 올 때 쉽게 잡을 수 있는 가장 훌륭한 도구가 될 수 있거든요."

[사진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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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키스트 아워, 엑스맨·아이언맨…모두 제 손길 거쳤죠”
    • 입력 2018-01-14 17:10:55
    연합뉴스
영화 '다키스트 아워'(17일 개봉)에서 윈스턴 처칠을 연기한 할리우드 배우 게리 올드만.

외모는 물론 손짓과 말투, 목소리까지 완벽하게 처칠로 변신한 그는 지난 7일 열린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드라마 영화 부문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그의 연기가 더욱 사실적으로 다가올 수 있었던 것은 특수의상이 한몫했다. 불룩 나온 배 등 처칠의 체형을 만들기 위해 올드만은 본인 체구의 2배에 달하는 '뚱보 옷'인 체형보정용 수트(일명 팻 슈트)를 입었다.

이 특수의상을 직접 만든 사람이 바로 한국인 패브리케이터(Fabricator)인 바네사 리(49·한국명 이미경)다. 패브리케이터는 한국에서는 다소 생소한 용어지만, 특수효과와 미술, 의상, 분장 등을 총괄하는 전문직을 말한다.

바네사 리는 15년간 할리우드에서 100여 편이 넘는 영화에 참여한 베테랑이다. '엑스맨'과 '레지던트이블' '아이언맨' '토르' '스파이더맨' '어벤저스' '수어사이드 스쿼드' 등이 그의 손길을 거쳤다.


현재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사는 바네사 리를 14일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얼마 전 게리 올드만과 찍은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려 화제가 된 그는 사진에 얽힌 뒷이야기부터 들려줬다.

"저는 원래 일할 때는 프로페셔널한 것을 추구하기 때문에 배우들의 사생활 보호 차원에서 프로젝트가 끝나면 배우에 관련된 모든 정보나 사진, 기록 등을 삭제합니다. 게리 선생님과 찍은 사진은 이 일을 하면서 처음 찍은 사진이에요. 첫 피팅 때 게리 선생님이 보디 수트를 극찬해주시길래 '제가 원래 옛날부터 팬'이라고 말씀드렸더니 손수 '사진 찍자'며 불러세워 주셔서 찍었죠. '가보'로 간직하려고요. 정말 그렇게 자상하신 분은 드물거든요. 특히 할리우드에서는요."

할리우드는 실력이 없으면 살아남을 수 치열한 경쟁의 장이자, 인맥으로 얽혀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의 할리우드 입성기가 궁금했다.

"원래는 의상 패턴사였는데, 우연히 특수의상 인턴 구인광고를 보고 뒤늦은 나이에 영화 의상을 해보고 싶어서 좋은 직장을 때려치우고 인턴부터 다시 시작했어요. 남들이 다 미쳤다고 할 때 남편이 '내가 투잡을 뛰어서라도 모자라는 돈을 메꿔주마'하고 외조를 자청했죠. 그래서 도전할 수 있었습니다."

그는 "더 많이 배려하고, 더 많이 공부하고, 더 많이 물어보고, 더 많이 웃었더니 지금의 자리에 와 있게 됐다"고 말했다.

바네사 리가 미국에 이민 온 건 성인이 된 이후인 1993년. 어린 시절 소아마비를 앓은 그는 "다리에 장애가 있다 보니 한국서는 취직이 안 됐다"고 떠올렸다.

그는 "장애가 심하지 않은 편이라 자세히 보지 않으면 알기 힘든 탓에 직장에 취직한 뒤 2∼3일 지나 누군가가 '어 다리 다쳤어요?'라고 묻고 나면, 어김없이 다음날 권고사직 통보를 받았다"고 했다.

"마음도 상하고, 방법도 없어서 도망오다시피 온 이민이었죠. 그러나 항상 긍정적이려고 노력하고, 특히 좋아하는 것을 잘 찾거나 쫓아다니는 성격이 결국 여기까지 오도록 한 게 아닌가 싶어요."

그는 미국에서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았다. 그의 별명은 '세븐 일레븐'이다. 연중무휴에 오전 7시부터 밤 11시까지 일한다고 해서 주변에서 붙여준 별명이다. 그는 지금도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해내고 있다.

줄곧 할리우드 영화에만 참여해온 그는 강동원·한효주 주연의 '인랑'(김지운 감독)으로 한국영화에도 처음 이름을 올린다. 그는 "다른 스튜디오를 통해 제작 의뢰가 들어왔다"면서 "원작 애니메이션 '인랑'의 골수팬이어서 이번 작업이 너무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개인 스튜디오를 차리며 꿈을 이뤘다. '다키스트 아워'도 그가 개인 스튜디오를 열면서 맡게 된 첫 작품이다.

할리우드 도전을 꿈꾸는 한국 젊은이들에게 조언을 부탁하자, 그는 단번에 '외국어'를 꼽았다. "무조건 외국어입니다. 여러 외국어를 하면 할수록 좋아요. 그러면 기회가 올 때 쉽게 잡을 수 있는 가장 훌륭한 도구가 될 수 있거든요."

[사진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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