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공식 깬 ‘블라인드 채용’…보험사 합격 40%가 이공계?

입력 2018.01.15 (21:18) 수정 2018.01.15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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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 취업준비생의 입사지원서입니다.

1년 전만해도 사진과 성별, 생년월일, 학력 사항을 모두 입력했지만 지금은 이름과 연락처, 꼭 필요한 정보만 입력하도록 돼 있습니다.

지원자의 신상이나 학력을 보지 않고 직무 능력만 평가하는 이른바 블라인드 채용입니다.

아울러 면접관이 지원자 신원을 알 수 없도록 해 청탁과 특혜 등 채용 비리도 막겠단 취지인데요.

이런 방식을 도입한 기업은 전체 10곳 중 1곳에 불과하지만 앞으로 도입할 의향이 있다는 기업은 절반 가까이나 됩니다.

이미 취업 현장에서는 다양한 변화들이 나타나고 있는데요.

이윤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한 공기업의 채용 면접날.

이른 아침부터 지원자들이 길게 줄을 섰습니다.

면접 30분 전 갑자기 화장실로 향하는 이들, 모두 흰색 티셔츠로 갈아입고 나옵니다.

패용한 명찰에는 이름 대신 지원 분야만 적혀있습니다.

[김진욱/입사 지원자 : "지원자들 인적사항을 모르게 하려고 그렇게 진행하는 채용 과정 때문에 이렇게 옷을 갈아입었습니다."]

혹시나 직원 가족은 아닌지 신원 조회도 거칩니다.

블라인드 채용이 확산되면서 취업준비생들의 면접장 풍경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번호가 1번이 나오면 나조, 2번이 나오면 다조."]

무작위 추첨으로 담당 조를 배정받은 면접관들, 의족을 착용하고 나타난 지원자에게도 질문은 직무 능력에 국한됩니다.

[면접관 : "조직 내에서 세대 간 갈등 증가가 나타나는 현상이 야기하는 가장 큰 문제점은 어떤 거라 생각합니까?"]

이같은 블라인드 채용을 올해 첫 실시한 국내 한 생명보험사.

최종 합격자 가운데 이공계 전공자가 40%를 차지했습니다.

지난해보다 4배 이상 오른 수치입니다.

[윤규석/이공계 합격자 : "금융권이 보통 상경계 친구들이 많이 지원하는데 경영경제 테스트를 안 봐도 돼서 (이공계인) 저에겐 기회가 됐던 것 같아요."

이런 변화에 맞춰 취업 학원가들도 전략 수정에 들어갔습니다.

["맨 몸으로 면접평가표만 딱 들고 들어오겠다는 거에요. 그러면 뭐를 제일 많이 물어보겠어요. 회사에 관련된 것 그 다음에 시사와 관련된 것들..."]

하지만 스펙과 학력도 실력의 일부라는 반론도 있어 블라인드 채용의 성공 여부는 과정 뿐 아니라 결과의 공정성 확보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KBS 뉴스 이윤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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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업 공식 깬 ‘블라인드 채용’…보험사 합격 40%가 이공계?
    • 입력 2018-01-15 21:21:44
    • 수정2018-01-15 21:4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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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 취업준비생의 입사지원서입니다.

1년 전만해도 사진과 성별, 생년월일, 학력 사항을 모두 입력했지만 지금은 이름과 연락처, 꼭 필요한 정보만 입력하도록 돼 있습니다.

지원자의 신상이나 학력을 보지 않고 직무 능력만 평가하는 이른바 블라인드 채용입니다.

아울러 면접관이 지원자 신원을 알 수 없도록 해 청탁과 특혜 등 채용 비리도 막겠단 취지인데요.

이런 방식을 도입한 기업은 전체 10곳 중 1곳에 불과하지만 앞으로 도입할 의향이 있다는 기업은 절반 가까이나 됩니다.

이미 취업 현장에서는 다양한 변화들이 나타나고 있는데요.

이윤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한 공기업의 채용 면접날.

이른 아침부터 지원자들이 길게 줄을 섰습니다.

면접 30분 전 갑자기 화장실로 향하는 이들, 모두 흰색 티셔츠로 갈아입고 나옵니다.

패용한 명찰에는 이름 대신 지원 분야만 적혀있습니다.

[김진욱/입사 지원자 : "지원자들 인적사항을 모르게 하려고 그렇게 진행하는 채용 과정 때문에 이렇게 옷을 갈아입었습니다."]

혹시나 직원 가족은 아닌지 신원 조회도 거칩니다.

블라인드 채용이 확산되면서 취업준비생들의 면접장 풍경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번호가 1번이 나오면 나조, 2번이 나오면 다조."]

무작위 추첨으로 담당 조를 배정받은 면접관들, 의족을 착용하고 나타난 지원자에게도 질문은 직무 능력에 국한됩니다.

[면접관 : "조직 내에서 세대 간 갈등 증가가 나타나는 현상이 야기하는 가장 큰 문제점은 어떤 거라 생각합니까?"]

이같은 블라인드 채용을 올해 첫 실시한 국내 한 생명보험사.

최종 합격자 가운데 이공계 전공자가 40%를 차지했습니다.

지난해보다 4배 이상 오른 수치입니다.

[윤규석/이공계 합격자 : "금융권이 보통 상경계 친구들이 많이 지원하는데 경영경제 테스트를 안 봐도 돼서 (이공계인) 저에겐 기회가 됐던 것 같아요."

이런 변화에 맞춰 취업 학원가들도 전략 수정에 들어갔습니다.

["맨 몸으로 면접평가표만 딱 들고 들어오겠다는 거에요. 그러면 뭐를 제일 많이 물어보겠어요. 회사에 관련된 것 그 다음에 시사와 관련된 것들..."]

하지만 스펙과 학력도 실력의 일부라는 반론도 있어 블라인드 채용의 성공 여부는 과정 뿐 아니라 결과의 공정성 확보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KBS 뉴스 이윤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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