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도착한 교황…사제 성추행 파문에 환영인파 수천명 그쳐

입력 2018.01.16 (20:07) 수정 2018.01.16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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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 순방에 나선 프란치스코(81) 교황이 15일(현지시간) 밤 첫 방문지인 칠레 산티아고에 도착했다고 AP·dpa통신 등이 보도했다.

공항에서 미첼 바첼레트 대통령의 마중을 받은 교황은 곧바로 칠레의 독재자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군사정권하에서 인권을 옹호해 '빈자를 위한 사제'로 불리는 엔리케 알베아르(1916~1982)의 묘소를 방문했다.

교황은 이어 전용차인 '포프 모빌'을 타고 숙소로 이동했으며 길거리에는 신자 수천 명이 플래카드와 깃발을 흔들며 첫 남미 출신 교황의 방문을 환영했다.

가는 곳마다 환영받는 교황이지만 다른 남미 국가들에 비해 환영 인파가 눈에 띄게 적었던 셈이다.

외신들은 교황이 이번 칠레 방문에서 환대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한 비정부 단체의 조사에 따르면 칠레에서 교황에 대한 지지율은 53%로 저조한 편이다.

칠레 국민은 동료 성직자의 아동 성추행을 은폐해준 의혹이 제기되는 후안 바로스 주교가 2015년 칠레 오소르노 교구 주교로 임명된 데 반감을 갖고 있다.

바로스 주교는 수십 명의 미성년자를 성추행한 사실이 드러나 면직당한 페르난도 카라디마 신부와 가까운 인물로, 카라디마 신부의 성추행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고 주장했지만 칠레 국민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교황의 방문을 앞두고 수도 산티아고 성당에 화염병을 투척하고 불을 지르는 사건도 벌어졌다.

이날도 프란치스코 교황을 맞아 200여 명의 시위대가 가톨릭을 규탄하는 시위를 진행했으며 환영 인파 속에서 성직자의 성추행 근절을 촉구하는 플래카드도 눈에 띄었다.

교황은 이번 방문을 통해 침체된 칠레 가톨릭 교구에 새로운 활기를 불러 넣으려고 시도할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카라디마 신부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한 피해자는 "교황이 성추행에 대해 용서를 구할 때가 아니라 (이에 대한) 행동을 취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교황의 방문을 계기로 자신들의 의제를 홍보하려는 시위대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교황이 도착하기 직전 칠레 주재 아르헨티나 대사관에서 청년 5명이 도로 표지가 걸려있는 철골 구조물을 타고 올라가 '교황님, 칠레의 가난한 사람들이 민주주의의 부스러기를 위해 행진하고 있습니다'는 내용이 적힌 현수막을 내걸었다가 경찰에 체포됐다.

또 17일 오전에는 동성애자나 성전환자를 수용하지 않는 가톨릭교회에 항의하는 집회가 예정돼 있다.

한편 이번 순방에서도 모국인 아르헨티나를 제외해 여러 추측을 낳았던 프란치스코 교황은 칠레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마우리시오 마크리 아르헨티나 대통령에게 전보를 보내 "아르헨티나 상공을 지나며 모국의 모든 사람에게 따뜻한 인사와 진심 어린 안부를 전한다. 나의 친밀함과 축복이 있을 것"이라며 "나를 위한 기도도 잊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

교황은 칠레에서 3일 동안 머물며 산티아고와 남부 도시 테무코, 북부 이키케 등에서 미사를 집전하고, 18일 페루로 이동한다.

[사진출처 :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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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칠레 도착한 교황…사제 성추행 파문에 환영인파 수천명 그쳐
    • 입력 2018-01-16 20:07:03
    • 수정2018-01-16 20:07:38
    국제
남미 순방에 나선 프란치스코(81) 교황이 15일(현지시간) 밤 첫 방문지인 칠레 산티아고에 도착했다고 AP·dpa통신 등이 보도했다.

공항에서 미첼 바첼레트 대통령의 마중을 받은 교황은 곧바로 칠레의 독재자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군사정권하에서 인권을 옹호해 '빈자를 위한 사제'로 불리는 엔리케 알베아르(1916~1982)의 묘소를 방문했다.

교황은 이어 전용차인 '포프 모빌'을 타고 숙소로 이동했으며 길거리에는 신자 수천 명이 플래카드와 깃발을 흔들며 첫 남미 출신 교황의 방문을 환영했다.

가는 곳마다 환영받는 교황이지만 다른 남미 국가들에 비해 환영 인파가 눈에 띄게 적었던 셈이다.

외신들은 교황이 이번 칠레 방문에서 환대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한 비정부 단체의 조사에 따르면 칠레에서 교황에 대한 지지율은 53%로 저조한 편이다.

칠레 국민은 동료 성직자의 아동 성추행을 은폐해준 의혹이 제기되는 후안 바로스 주교가 2015년 칠레 오소르노 교구 주교로 임명된 데 반감을 갖고 있다.

바로스 주교는 수십 명의 미성년자를 성추행한 사실이 드러나 면직당한 페르난도 카라디마 신부와 가까운 인물로, 카라디마 신부의 성추행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고 주장했지만 칠레 국민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교황의 방문을 앞두고 수도 산티아고 성당에 화염병을 투척하고 불을 지르는 사건도 벌어졌다.

이날도 프란치스코 교황을 맞아 200여 명의 시위대가 가톨릭을 규탄하는 시위를 진행했으며 환영 인파 속에서 성직자의 성추행 근절을 촉구하는 플래카드도 눈에 띄었다.

교황은 이번 방문을 통해 침체된 칠레 가톨릭 교구에 새로운 활기를 불러 넣으려고 시도할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카라디마 신부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한 피해자는 "교황이 성추행에 대해 용서를 구할 때가 아니라 (이에 대한) 행동을 취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교황의 방문을 계기로 자신들의 의제를 홍보하려는 시위대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교황이 도착하기 직전 칠레 주재 아르헨티나 대사관에서 청년 5명이 도로 표지가 걸려있는 철골 구조물을 타고 올라가 '교황님, 칠레의 가난한 사람들이 민주주의의 부스러기를 위해 행진하고 있습니다'는 내용이 적힌 현수막을 내걸었다가 경찰에 체포됐다.

또 17일 오전에는 동성애자나 성전환자를 수용하지 않는 가톨릭교회에 항의하는 집회가 예정돼 있다.

한편 이번 순방에서도 모국인 아르헨티나를 제외해 여러 추측을 낳았던 프란치스코 교황은 칠레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마우리시오 마크리 아르헨티나 대통령에게 전보를 보내 "아르헨티나 상공을 지나며 모국의 모든 사람에게 따뜻한 인사와 진심 어린 안부를 전한다. 나의 친밀함과 축복이 있을 것"이라며 "나를 위한 기도도 잊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

교황은 칠레에서 3일 동안 머물며 산티아고와 남부 도시 테무코, 북부 이키케 등에서 미사를 집전하고, 18일 페루로 이동한다.

[사진출처 :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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