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앙숙 기자 질문에 ‘나가라’…매케인 “언론 공격 멈춰라”

입력 2018.01.18 (00:59) 수정 2018.01.18 (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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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인종주의 파문을 일으킨 자신의 '거지소굴'(shithole) 발언에 대해 집요한 질문을 한 기자에게 '나가라'고 공개 면박을 준 장면이 카메라에 잡히면서 도마 위에 올랐다.

이 기자는 올해 초 CNN의 백악관 수석 출입기자로 승진한 짐 아코스타로, 지난해에도 질의·응답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여러 번 충돌한 악연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레슬링 경기장에서 얼굴에 CNN 로고를 합성한 남성을 때려눕히는 GIF(움직이는 이미지) 파일이 나돈 것도 아코스타와 기자와의 설전이 계기가 됐다.

아코스타는 어제 트럼프 대통령과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의 회담 직후 집무실에서 마련된 언론 공개 행사 때 '거지소굴' 발언과 관련해, "노르웨이에서 더 많은 사람이 오면 좋겠다고 말한 것이 사실이냐"라고 저돌적으로 질문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모든 곳에서 오길 바란다. 다들 정말 고맙다"며 자리를 정리하려고 하자 "백인종 국가들만이냐 아니면 유색 인종 국가들도 뜻하는 것이냐"고 질문을 이어갔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아코스타를 잠시 노려보다 손가락으로 지목하며 "나가라"고 쏘아붙였다.

아코스타는 이후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내가 질문을 하려고 할 때 백악관 참모들이 내 얼굴 쪽에 대고 소리를 지르며 내 질문이 안 들리도록 했다. 이런 일은 처음 겪는다"며 "오늘 일어난 일은 다른 나라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다. 백악관, 미국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 아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17일에 '가짜뉴스 시상식'을 하겠다고 트위터를 통해 공언해 놓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비판해온 공화당 중진 존 매케인(애리조나) 상원 의원은 워싱턴포스트에 기고한 '언론에 대한 공격을 멈춰라'는 글에서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퇴임 후 '로널드 레이건 자유상' 제정을 통해 '말'을 민주주의 확산을 위해 사용한 사례와 대비시켜 "트럼프 대통령은 그의 레토릭(수사)과 행동이 큰 반향을 일으킨다는 걸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어 "가짜뉴스 시상식을 통해 언론 망신주기를 계속하겠다고 위협해왔는데, 가짜뉴스 프레임은 세계의 독재자들이 언론을 침묵시키고 정적들을 무력화시키며 국민을 오도하는 속임수로 활용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유감스럽게 언론탄압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태도는 모순되고 위선적이다. 해외에서 일어나는 기자에 대한 폭력은 맹비판하면서 미국 기자들과 언론 매체에 대해서는 가차없는 공격을 계속하고 있다"며 "미국은 전 세계의 인권과 민주주의 원칙의 수호자로서의 책무를 포기할 수 없다. 민주주의와 우리의 권리를 보호하고 발전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기자들이 자유롭게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진실과 투명함만이 자유를 보장할 수 있다"고 쓴소리를 했다.

[사진출처 :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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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1-18 00:59:29
    • 수정2018-01-18 01:07:17
    국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인종주의 파문을 일으킨 자신의 '거지소굴'(shithole) 발언에 대해 집요한 질문을 한 기자에게 '나가라'고 공개 면박을 준 장면이 카메라에 잡히면서 도마 위에 올랐다.

이 기자는 올해 초 CNN의 백악관 수석 출입기자로 승진한 짐 아코스타로, 지난해에도 질의·응답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여러 번 충돌한 악연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레슬링 경기장에서 얼굴에 CNN 로고를 합성한 남성을 때려눕히는 GIF(움직이는 이미지) 파일이 나돈 것도 아코스타와 기자와의 설전이 계기가 됐다.

아코스타는 어제 트럼프 대통령과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의 회담 직후 집무실에서 마련된 언론 공개 행사 때 '거지소굴' 발언과 관련해, "노르웨이에서 더 많은 사람이 오면 좋겠다고 말한 것이 사실이냐"라고 저돌적으로 질문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모든 곳에서 오길 바란다. 다들 정말 고맙다"며 자리를 정리하려고 하자 "백인종 국가들만이냐 아니면 유색 인종 국가들도 뜻하는 것이냐"고 질문을 이어갔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아코스타를 잠시 노려보다 손가락으로 지목하며 "나가라"고 쏘아붙였다.

아코스타는 이후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내가 질문을 하려고 할 때 백악관 참모들이 내 얼굴 쪽에 대고 소리를 지르며 내 질문이 안 들리도록 했다. 이런 일은 처음 겪는다"며 "오늘 일어난 일은 다른 나라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다. 백악관, 미국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 아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17일에 '가짜뉴스 시상식'을 하겠다고 트위터를 통해 공언해 놓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비판해온 공화당 중진 존 매케인(애리조나) 상원 의원은 워싱턴포스트에 기고한 '언론에 대한 공격을 멈춰라'는 글에서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퇴임 후 '로널드 레이건 자유상' 제정을 통해 '말'을 민주주의 확산을 위해 사용한 사례와 대비시켜 "트럼프 대통령은 그의 레토릭(수사)과 행동이 큰 반향을 일으킨다는 걸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어 "가짜뉴스 시상식을 통해 언론 망신주기를 계속하겠다고 위협해왔는데, 가짜뉴스 프레임은 세계의 독재자들이 언론을 침묵시키고 정적들을 무력화시키며 국민을 오도하는 속임수로 활용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유감스럽게 언론탄압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태도는 모순되고 위선적이다. 해외에서 일어나는 기자에 대한 폭력은 맹비판하면서 미국 기자들과 언론 매체에 대해서는 가차없는 공격을 계속하고 있다"며 "미국은 전 세계의 인권과 민주주의 원칙의 수호자로서의 책무를 포기할 수 없다. 민주주의와 우리의 권리를 보호하고 발전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기자들이 자유롭게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진실과 투명함만이 자유를 보장할 수 있다"고 쓴소리를 했다.

[사진출처 :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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