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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완 범죄자 놓고 ‘양안 전쟁’…中·타이완 서로 “신병 넘겨라”
입력 2018.01.18 (14:53) 수정 2018.01.18 (15:10) 사사건건
타이완 범죄자 놓고 ‘양안 전쟁’…中·타이완 서로 “신병 넘겨라”
타이완인 범죄자는 어디로?…'중국'·'타이완' 각각 "자국 송환"

지난해 5월, 제주도에 낯선 손님들이 들어섰다. 타이완인들이 중국 본토를 상대로 전화금융사기, 보이스피싱을 벌이러 온 것이다. 4층짜리 빌라 2개 동을 통째로 빌려 놓고, 중국에 전화를 걸어 돈을 뜯었다.

지난해 말쯤, 경찰이 일망타진했다. 당시 검거인원은 60명. 이 가운데 58명이 구속됐다. 국적 구성은 타이완인 51명, 중국인 7명, 한국인 2명. 경찰은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그런데 피의자 검거 이후 중국과 타이완에서 서로 범죄인 송환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무슨 일일까?

제주도에서 외국인이, 외국인 상대 전화금융사기

경찰이 들이닥치자 증거인멸하려던 상황.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경찰이 들이닥치자 증거인멸하려던 상황.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

먼저 누가 잡혔는지를 보면 이렇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타이완 측으로부터 첩보를 입수해 법무부 출입국관리사무소, 제주 소방서 등 120여 명과 합동으로 지난달 20일 피의자들을 검거했다.

경찰이 이들의 거점인 빌라 두 동을 압수수색할 당시, 이들은 문을 걸어 잠그고 서류에 불을 지르거나 휴대전화를 부수는 등의 난리를 피웠다. 이렇게 하고선 경찰 조사가 시작되자 이들은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


하지만 경찰은 피의자 60명 가운데 58명을 구속해 수사를 이어갔다. 경찰은 이들이 증거를 인멸하려는 태도나 이미 압수한 증거물들을 고려하면 혐의 입증이 충분히 된다고 자신했다.

경찰은 국내에서 외국인이, 외국인을 노린 보이스피싱 조직을 검거한 것은 국내 첫 사례라고 밝혔다.

대본 준비해 교육시켜...염격하게 통제

보이스피싱용 대본. '윗선'이 신입을 교육했다. 경찰이 오자 화장실에 버렸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보이스피싱용 대본. '윗선'이 신입을 교육했다. 경찰이 오자 화장실에 버렸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

이들은 중국인들에게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 중국 전화국과 공안(중국 경찰)을 사칭해 "당신의 전화요금이 연체됐고,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 같으니 공안에 연결해주겠다. 상담을 받아보라"거나 "정부 기관에서 도와줄 테니 지정된 계좌로 입금하라"는 등의 말로 속인 것으로 조사됐다.

범행에 사용한 말들은 범행을 주도한 피의자들이 사전에 준비한 대본에 담겨 있었다.

피의자들의 말에 속아 실제로 한화 약 4천만 원 상당을 입금한 중국인 피해자도 확인됐다.

이들은 역할을 나눠 가장 상위에 있는 피의자가 중간 관리자급을 시켜 제주에 마련한 콜센터에서 일할 타이완인들을 모집하고, 교육시키면서 자금과 실적을 관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콜센터 상담원으로 일하던 피의자들은 휴대전화와 여권까지 빼앗긴 채로 '서로 별명을 부르라'거나, '밤에 떠들지 말고 돌아다니지 말라'는 등의 엄격한 규율로 통제됐다.

'중국' '타이완' 말고 '한국'...검찰, 피의자 국내 재판에 넘겨


중국은 '한중 수사협의체'의 공안 라인을 통해 중국인 피의자뿐 아니라 타이완인들까지 자국에 인도해달라고 검찰에 요청했다.

중국 측은 논리는 이렇다. 피해자 대부분(200여 명)이 중국인이고, 한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존중하는 만큼 타이완인도 중국에 넘겨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1992년 한중 수교와 함께 타이완과 단교했고,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지하는 바탕 위에서 타이완과는 비공식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하나의 중국 원칙은 중국 대륙과 홍콩, 마카오, 타이완은 나뉠 수 없는 하나이고, 합법적인 중국 정부는 오직 하나라는 원칙이다. 반댓말은 '두 개의 중국'으로, 중국과 타이완을 각각의 중국으로 보자는 개념이다.

자국민이 중국으로 송환될 것을 우려한 타이완도 피의자들을 인도해달라며 검찰에 접촉했다. 검찰에 정식 공문을 보내고, 주한타이베이대표부 측에서 직접 검찰청을 찾아오기도 했다.

검찰은 외교적 갈등을 우려해 어느 한쪽의 요구를 들어주는 대신 이들 조직을 국내에서 처벌하기로 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는 타이완인 50명, 중국인 7명, 한국인 1명으로 이뤄진 보이스피싱 조직 58명을 범죄단체 조직 및 사기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연관기사] [뉴스광장] 외국인이 국내에서 중국인 상대 보이스피싱 (2017.12.28)
  • 타이완 범죄자 놓고 ‘양안 전쟁’…中·타이완 서로 “신병 넘겨라”
    • 입력 2018.01.18 (14:53)
    • 수정 2018.01.18 (15:10)
    사사건건
타이완 범죄자 놓고 ‘양안 전쟁’…中·타이완 서로 “신병 넘겨라”
타이완인 범죄자는 어디로?…'중국'·'타이완' 각각 "자국 송환"

지난해 5월, 제주도에 낯선 손님들이 들어섰다. 타이완인들이 중국 본토를 상대로 전화금융사기, 보이스피싱을 벌이러 온 것이다. 4층짜리 빌라 2개 동을 통째로 빌려 놓고, 중국에 전화를 걸어 돈을 뜯었다.

지난해 말쯤, 경찰이 일망타진했다. 당시 검거인원은 60명. 이 가운데 58명이 구속됐다. 국적 구성은 타이완인 51명, 중국인 7명, 한국인 2명. 경찰은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그런데 피의자 검거 이후 중국과 타이완에서 서로 범죄인 송환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무슨 일일까?

제주도에서 외국인이, 외국인 상대 전화금융사기

경찰이 들이닥치자 증거인멸하려던 상황.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경찰이 들이닥치자 증거인멸하려던 상황.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

먼저 누가 잡혔는지를 보면 이렇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타이완 측으로부터 첩보를 입수해 법무부 출입국관리사무소, 제주 소방서 등 120여 명과 합동으로 지난달 20일 피의자들을 검거했다.

경찰이 이들의 거점인 빌라 두 동을 압수수색할 당시, 이들은 문을 걸어 잠그고 서류에 불을 지르거나 휴대전화를 부수는 등의 난리를 피웠다. 이렇게 하고선 경찰 조사가 시작되자 이들은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


하지만 경찰은 피의자 60명 가운데 58명을 구속해 수사를 이어갔다. 경찰은 이들이 증거를 인멸하려는 태도나 이미 압수한 증거물들을 고려하면 혐의 입증이 충분히 된다고 자신했다.

경찰은 국내에서 외국인이, 외국인을 노린 보이스피싱 조직을 검거한 것은 국내 첫 사례라고 밝혔다.

대본 준비해 교육시켜...염격하게 통제

보이스피싱용 대본. '윗선'이 신입을 교육했다. 경찰이 오자 화장실에 버렸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보이스피싱용 대본. '윗선'이 신입을 교육했다. 경찰이 오자 화장실에 버렸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

이들은 중국인들에게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 중국 전화국과 공안(중국 경찰)을 사칭해 "당신의 전화요금이 연체됐고,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 같으니 공안에 연결해주겠다. 상담을 받아보라"거나 "정부 기관에서 도와줄 테니 지정된 계좌로 입금하라"는 등의 말로 속인 것으로 조사됐다.

범행에 사용한 말들은 범행을 주도한 피의자들이 사전에 준비한 대본에 담겨 있었다.

피의자들의 말에 속아 실제로 한화 약 4천만 원 상당을 입금한 중국인 피해자도 확인됐다.

이들은 역할을 나눠 가장 상위에 있는 피의자가 중간 관리자급을 시켜 제주에 마련한 콜센터에서 일할 타이완인들을 모집하고, 교육시키면서 자금과 실적을 관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콜센터 상담원으로 일하던 피의자들은 휴대전화와 여권까지 빼앗긴 채로 '서로 별명을 부르라'거나, '밤에 떠들지 말고 돌아다니지 말라'는 등의 엄격한 규율로 통제됐다.

'중국' '타이완' 말고 '한국'...검찰, 피의자 국내 재판에 넘겨


중국은 '한중 수사협의체'의 공안 라인을 통해 중국인 피의자뿐 아니라 타이완인들까지 자국에 인도해달라고 검찰에 요청했다.

중국 측은 논리는 이렇다. 피해자 대부분(200여 명)이 중국인이고, 한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존중하는 만큼 타이완인도 중국에 넘겨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1992년 한중 수교와 함께 타이완과 단교했고,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지하는 바탕 위에서 타이완과는 비공식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하나의 중국 원칙은 중국 대륙과 홍콩, 마카오, 타이완은 나뉠 수 없는 하나이고, 합법적인 중국 정부는 오직 하나라는 원칙이다. 반댓말은 '두 개의 중국'으로, 중국과 타이완을 각각의 중국으로 보자는 개념이다.

자국민이 중국으로 송환될 것을 우려한 타이완도 피의자들을 인도해달라며 검찰에 접촉했다. 검찰에 정식 공문을 보내고, 주한타이베이대표부 측에서 직접 검찰청을 찾아오기도 했다.

검찰은 외교적 갈등을 우려해 어느 한쪽의 요구를 들어주는 대신 이들 조직을 국내에서 처벌하기로 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는 타이완인 50명, 중국인 7명, 한국인 1명으로 이뤄진 보이스피싱 조직 58명을 범죄단체 조직 및 사기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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