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직원, 매달 5천만 원 靑 전달 “치사하다…기분 나빴다”

입력 2018.01.19 (20:00) 수정 2018.01.19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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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직원, 매달 5천만 원 靑 전달 “치사하다…기분 나빴다”

국정원 직원, 매달 5천만 원 靑 전달 “치사하다…기분 나빴다”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에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를 전달하는 데 관여했던 국정원 직원이 법정에서 매월 5천만 원을 청와대에 전달했다고 증언했다.

이 직원은 또, 특수활동비를 달라는 대통령의 요구를 국정원장으로부터 전해 듣고 기분이 나빴다고도 말했다.

오 모 전 국정원장 정책특별보좌관은 오늘(19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가정보원에서 정기적으로 특수활동비를 상납받은 데 관여한 혐의로 기소된 안봉근·이재만·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의 첫 재판에서 이같이 증언했다.

오 전 보좌관은 "2013년 5월부터 2014년 3월까지 이재만 당시 비서관에게 매월 현금 5천만 원을 전달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오 전 보과관은 이어 "남재준 국정원장이 2013년 어린이날이 지났을 때쯤 산책을 하다가 비서관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는데 대통령께서 '국정원장의 특수활동비 일부를 보내달라'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하더라"며 청와대에 돈을 건넨 경위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남 원장이 '비서관들이 나쁜 놈들이라 하더라도 대통령을 속이고 나를 농락하는 그런 짓은 하지 않겠지'라고 말했다"며 "특수활동비를 보내라는 것이 대단히 적절하지 못하다는 생각을 남 원장도 했고 그런 분위기에서 상납이 시작됐다"고 진술했다.

오 전 보좌관 자신도 특수활동비를 건네는 일이 달갑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오 전 보좌관은 "최초에 지시를 들었을 때 불법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치사하다고 생각했다"며 "부하가 써야 할 돈을 상급자가 쓴다는 것 같아서 누구에게 말해도 될 만큼 떳떳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돈 전달이 한 차례에 그치지 않은 점에 대해서는 "일회성으로 느꼈을 때는 급하게 국가보안과 관련해 특수한 일을 하기 위해 돈이 필요하다고 인식했다"며 "하지만 정기적으로 지급하면서 국정원장이 판단해 써야 할 돈을 대통령이 할당받아서 쓴다는 생각에 기분이 나빴다"고 말했다.

그는 또 "종이상자 하나에 5천만원을 넣고 그것을 봉투에 넣고 테이핑(테이프로 밀봉)을 했다"며 "남 원장이나 저나 (돈 전달이) 창피하다고 생각했다"고 언급했다.

이날 돈 봉투를 직접 청와대에 전달한 국정원의 박모 전 비서실장도 법정에 나왔다.

박 전 실장은 "두툼한 봉투였다"며 "대봉투에 소포 같은 형태였다"고 증언했다.

[사진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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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정원 직원, 매달 5천만 원 靑 전달 “치사하다…기분 나빴다”
    • 입력 2018-01-19 20:00:40
    • 수정2018-01-19 20:11:29
    사회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에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를 전달하는 데 관여했던 국정원 직원이 법정에서 매월 5천만 원을 청와대에 전달했다고 증언했다.

이 직원은 또, 특수활동비를 달라는 대통령의 요구를 국정원장으로부터 전해 듣고 기분이 나빴다고도 말했다.

오 모 전 국정원장 정책특별보좌관은 오늘(19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가정보원에서 정기적으로 특수활동비를 상납받은 데 관여한 혐의로 기소된 안봉근·이재만·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의 첫 재판에서 이같이 증언했다.

오 전 보좌관은 "2013년 5월부터 2014년 3월까지 이재만 당시 비서관에게 매월 현금 5천만 원을 전달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오 전 보과관은 이어 "남재준 국정원장이 2013년 어린이날이 지났을 때쯤 산책을 하다가 비서관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는데 대통령께서 '국정원장의 특수활동비 일부를 보내달라'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하더라"며 청와대에 돈을 건넨 경위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남 원장이 '비서관들이 나쁜 놈들이라 하더라도 대통령을 속이고 나를 농락하는 그런 짓은 하지 않겠지'라고 말했다"며 "특수활동비를 보내라는 것이 대단히 적절하지 못하다는 생각을 남 원장도 했고 그런 분위기에서 상납이 시작됐다"고 진술했다.

오 전 보좌관 자신도 특수활동비를 건네는 일이 달갑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오 전 보좌관은 "최초에 지시를 들었을 때 불법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치사하다고 생각했다"며 "부하가 써야 할 돈을 상급자가 쓴다는 것 같아서 누구에게 말해도 될 만큼 떳떳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돈 전달이 한 차례에 그치지 않은 점에 대해서는 "일회성으로 느꼈을 때는 급하게 국가보안과 관련해 특수한 일을 하기 위해 돈이 필요하다고 인식했다"며 "하지만 정기적으로 지급하면서 국정원장이 판단해 써야 할 돈을 대통령이 할당받아서 쓴다는 생각에 기분이 나빴다"고 말했다.

그는 또 "종이상자 하나에 5천만원을 넣고 그것을 봉투에 넣고 테이핑(테이프로 밀봉)을 했다"며 "남 원장이나 저나 (돈 전달이) 창피하다고 생각했다"고 언급했다.

이날 돈 봉투를 직접 청와대에 전달한 국정원의 박모 전 비서실장도 법정에 나왔다.

박 전 실장은 "두툼한 봉투였다"며 "대봉투에 소포 같은 형태였다"고 증언했다.

[사진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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