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정부 예산안 ‘불법이민·장벽’에 발목…셧다운 위기 코앞

입력 2018.01.20 (04:16) 수정 2018.01.20 (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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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정부가 4년여 만에 다시 셧다운(부분 업무정지) 위기에 처했다.

단기 지출예산안 처리 시한인 19일 오전(현지시간)까지 여야가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하면서 결국 의회가 예산안 처리에 실패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공화당은 어제 수적으로 크게 우세한 하원에서 예산안 표결을 밀어붙여 통과시켰지만, 과반인 51석을 가까스로 점유한 상원에선 민주당이 필리버스터에 나서면 가결에 60표가 필요해지므로 단독 처리가 불가능하다.

만약 이날 자정 전까지 상원에서 예산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지난 2013년 10월 이후 처음으로 연방정부의 업무가 부분적으로 멈춰 서게 된다.

국방, 교통, 보건 등 필수 분야는 평소와 다름없이 업무가 이뤄지지만, 연방 공무원 보수 지급은 중단된다.

셧다운 위기에까지 몰린 배경에는 크게 보면 불법이민 정책을 둘러싼 여야 간 시각차가 자리하고 있다.

민주당은 정부가 폐기한 다카(DACA·불법체류청년 추방유예 프로그램)의 부활에 준하는 보완 입법을 요구하며 이를 예산안 처리에 연계했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은 이민 관련 법안과 예산안을 처리할 경우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 예산 항목을 반드시 포함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양측 모두 구체적인 내용과 세부 항목은 다르지만 결국 불법이민 문제와 관련한 각자의 요구 사항을 예산안에 연계한 셈이다.

문제는 공화당과 민주당이 이 두 가지 문제를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아직도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다카는 어린 시절 부모와 함께 불법 이민해온 미국에서 학교와 직장을 다니는 청년의 추방을 유예하는 제도다. 2년마다 갱신 가능하며 수혜자는 미국 전역에서 80만 명에 가까운 것으로 추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9월 다카가 위헌이라며 폐기를 선언했지만, 80만 명 가까운 불법 이민자가 갑자기 추방되는 혼란을 막고자 발효를 오는 3월까지 유예하고 의회에 후속 입법을 요청했다.

민주당은 다카의 부활을 주장하면서도 멕시코 장벽 건설비용 예산에는 합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정부와 공화당은 이미 셧다운에 대비해 민주당 책임론을 부각하기 시작했다.

민주당이 합법적인 다카 폐기를 볼모로 연방정부 전체를 인질로 삼아 기능을 마비시키려 한다는 비판이 벌써 나온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켄터키)는 "민주당 상원의원들의 불법 이민에 대한 집착이 이미 장기 지출예산 협상의 진행을 막았고, 그 같은 집착이 정부에 대한 예산 공급을 방해하도록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찰스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뉴욕)는 "우리는 문제를 더 미룰 수 없다"며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불법이민을 해온 청년들의 추방을 막을 방안을 조속히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워싱턴 정가에서는 사업가인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당이 줄기차게 반대해온 멕시코 장벽 건설 예산을 확보하려고 이른바 '드리머(dreamer)'로 불리는 불법이민 청년 문제를 협상 카드로 내세웠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이는 뒤집어 보면 민주당에서 장벽 건설 예산만 앞으로 계속 확보해준다면 다카 보완 문제는 민주당의 요구를 들어줄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어제 트위터를 통해서도 "멕시코 장벽이 없다면 거래도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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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 정부 예산안 ‘불법이민·장벽’에 발목…셧다운 위기 코앞
    • 입력 2018-01-20 04:16:15
    • 수정2018-01-20 04:19:30
    국제
미국 연방정부가 4년여 만에 다시 셧다운(부분 업무정지) 위기에 처했다.

단기 지출예산안 처리 시한인 19일 오전(현지시간)까지 여야가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하면서 결국 의회가 예산안 처리에 실패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공화당은 어제 수적으로 크게 우세한 하원에서 예산안 표결을 밀어붙여 통과시켰지만, 과반인 51석을 가까스로 점유한 상원에선 민주당이 필리버스터에 나서면 가결에 60표가 필요해지므로 단독 처리가 불가능하다.

만약 이날 자정 전까지 상원에서 예산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지난 2013년 10월 이후 처음으로 연방정부의 업무가 부분적으로 멈춰 서게 된다.

국방, 교통, 보건 등 필수 분야는 평소와 다름없이 업무가 이뤄지지만, 연방 공무원 보수 지급은 중단된다.

셧다운 위기에까지 몰린 배경에는 크게 보면 불법이민 정책을 둘러싼 여야 간 시각차가 자리하고 있다.

민주당은 정부가 폐기한 다카(DACA·불법체류청년 추방유예 프로그램)의 부활에 준하는 보완 입법을 요구하며 이를 예산안 처리에 연계했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은 이민 관련 법안과 예산안을 처리할 경우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 예산 항목을 반드시 포함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양측 모두 구체적인 내용과 세부 항목은 다르지만 결국 불법이민 문제와 관련한 각자의 요구 사항을 예산안에 연계한 셈이다.

문제는 공화당과 민주당이 이 두 가지 문제를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아직도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다카는 어린 시절 부모와 함께 불법 이민해온 미국에서 학교와 직장을 다니는 청년의 추방을 유예하는 제도다. 2년마다 갱신 가능하며 수혜자는 미국 전역에서 80만 명에 가까운 것으로 추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9월 다카가 위헌이라며 폐기를 선언했지만, 80만 명 가까운 불법 이민자가 갑자기 추방되는 혼란을 막고자 발효를 오는 3월까지 유예하고 의회에 후속 입법을 요청했다.

민주당은 다카의 부활을 주장하면서도 멕시코 장벽 건설비용 예산에는 합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정부와 공화당은 이미 셧다운에 대비해 민주당 책임론을 부각하기 시작했다.

민주당이 합법적인 다카 폐기를 볼모로 연방정부 전체를 인질로 삼아 기능을 마비시키려 한다는 비판이 벌써 나온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켄터키)는 "민주당 상원의원들의 불법 이민에 대한 집착이 이미 장기 지출예산 협상의 진행을 막았고, 그 같은 집착이 정부에 대한 예산 공급을 방해하도록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찰스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뉴욕)는 "우리는 문제를 더 미룰 수 없다"며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불법이민을 해온 청년들의 추방을 막을 방안을 조속히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워싱턴 정가에서는 사업가인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당이 줄기차게 반대해온 멕시코 장벽 건설 예산을 확보하려고 이른바 '드리머(dreamer)'로 불리는 불법이민 청년 문제를 협상 카드로 내세웠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이는 뒤집어 보면 민주당에서 장벽 건설 예산만 앞으로 계속 확보해준다면 다카 보완 문제는 민주당의 요구를 들어줄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어제 트위터를 통해서도 "멕시코 장벽이 없다면 거래도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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