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북한] 지난해 日 해안 표류 104건…목숨 건 어로전투

입력 2018.01.20 (08:07) 수정 2018.01.20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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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겨울 동해바다는 차고 거친 곳입니다.

그 먼 바다로 북한 어선들이 조업을 나섰다 표류하는 일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일본 해안으로 북한 선박이 표류하거나 좌초한 사례가 지난 한해 백건이 넘었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북한 어민들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얼마 전 울릉도에서도 북한 선박과 시신이 발견됐는데요.

<클로즈업 북한> 이번 주에는 도대체 왜 북한 어선들이 겨울철 죽음의 조업에 나서고 있는 것인지, 그 이유를 따져봤습니다.

[리포트]

차디찬 겨울 바다를 가르며 조업에 한창인 북한 선박들. 끌어 올린 그물에서 물고기가 쏟아져 나오자 어민들이 만선의 기쁨을 알린다.

[장철/어선 ‘청년호’ 갑판장 : "이렇게 어창에 물고기를 가득 채울 때면 쌓여진 피로가 언제 싹 달아나는지 모르겠습니다."]

선원 모두가 처녀인 청년여성영웅호도 겨울철 고기잡이에 동원됐다.

[안효심/청년여성영웅호 승무원 : "청년여성영웅호도 이번에 또다시 집중 어로전투에 참가했습니다. 비록 나이 어린 처녀들이지만 모두가 한마음으로 뭉쳐서 이렇게 선창마다에 물고기를 가득 채우고 포구로 들어왔습니다."]

북한 당국은 물고기 잡이 전투라 부를 만큼 겨울철 어로를 독려하고 있다.

[조선중앙TV/2017년 11월 : "인민군대 어로 전사들의 투쟁기풍으로 결사전을 들이대서 이번 겨울철 물고기 잡이 전투에서 기어이 통장훈(확실한 상황)을 불러 황금해 역사를 더욱 빛내어 나갑시다."]

이는 농사철이 끝나 식량이 부족한 시기이기도 하지만 겨울이라는 계절적 특징 때문이라는 게 북한에서 고기잡이 일을 했던 탈북민의 증언이다.

[차리혁/2014년 탈북 : "겨울철에는 냉동하기도 쉬워요. 왜? 밖에다 놔둬도 얼잖아요. 북한날씨가 영하 30도, 영하30도 이렇게 내려가다 보니까 변하지 않고 오래 보관을 하면서 수입수출도 할 수 있고 주민들한테 팔 수도 있고 이런 게 있는데 여름철 같은 경우에는 북한에서 냉동시설이 잘 안 되어 있어요. 그래서 빨리 빨리 변해요. 하다보니까 겨울철에 대부분 겨울철에 이제 많이 잡으려고 하는 거죠."]

북한에선 최고 권력자 김정은까지 나서 어민들의 조업을 독려하며 수산물 증산에 집중하고 있다.

김정일의 마지막 친필 문건도 물고기 공급 방안이었다.

수산 분야가 김정일 유훈 사업이 된 것이다.

[김정은/7차 당대회 사업 총화보고/2016년 : "사철 바다를 비우지 말고 적극적인 어로전을 벌려 물고기 대풍을 안아 와야 합니다."]

36년 만에 열린 김정은 정권 최대의 정치 이벤트, 노동당 대회에서도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직접 적극적인 조업을 주문했다.

[北 가요 ‘바다 만풍가’ : "사회주의 대가정에 바다 향기 더해가세."]

김정은 친위 예술단인 모란봉 악단 역시 이런 정책을 반영한 바다 만풍가를 공연 무대에 올렸다.

[홍성걸/해양수산정책연구소 연구위원 : "광물 자원이나 이런 것과 달리 수산물은 매년 재생이 가능하고 지속성 생산이 유지될 수 있다는 면에서는 북한의 입장에서는 매우 주요한 자원이라고 볼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최근에 이제 국민의 식생활을 개선하려고 하는 그러한 최고지도자의 의지에 따라서 내수면 어떤 수산물 생산을 매우 강조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러나 북한 당국이 수산업을 강조하는데는 주민들의 식량 문제 못지 않게 중요한 이유가 있다.

대북제재 국면에서 수산 분야가 북한의 중요한 외화벌이 수단이 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8월, 유엔 안보리는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규탄하면서 북한산 수산물과 광물·석탄 수입을 금지하는 결의 2371호를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그러나 이런 제재에도 불구하고 북한산 수산물이 중국과 북한 접경지역에서 공공연하게 유통되고 있는 사실이 KBS 취재로 드러났다.

중국 당국이 수입을 금지한 뒤 한동안 자취를 감췄던 북한산 수산물이 밀무역을 통해 다시 나타난 것이다.

[대북 무역업자/음성변조 : "(북한 수산물을) 못 들어오게 하지만 다 방법이 있으니까, 사람이 하는 짓이니까... 이거 먹는 것 있잖아요? 이것 다 조선(북한) 것입니다."]

[김광진/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 "당연히 중국하고 밀무역 많이 하고 있습니다. 중국 북중국경지역에 다녀왔던 사람들이 오징어를 포함해서 북한산 수산물이 막 넘쳐난다고 하잖아요. 물론 중국 당국은 단속을 하고 금지시키고는 있지만 일반인들의 밀매 수 이런 것들을 100% 막기가 어렵죠. 그래서 북한산 수산물이 아직도 국경을 통해서 북중 도시들에 인접 도시들에 많이 유통되는 그런 게 벌어지고 있습니다."]

북한 당국은 수산물 증산을 독려하면서도 어업 기반 개선에는 소홀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오히려 조업권을 외국에 팔아 넘겨 어민들의 조업 여건만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해안에서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동해바다.

물에 잠길 듯 위태로워 보이는 목선 뱃머리에 스무 명 남짓 늘어서 있다.

변변한 장비도 없이 오직 맨손으로 그물을 끌어 올리는 이들은 바로 북한 어민들이다.

북한 당국에게서 조업권을 사들인 중국 어선들이 떼로 몰려들면서, 북한 어민들은 어장을 잃고 먼 바다로 밀려나고 있다.

[차리혁/2014년 탈북 : "어쨌든 어업권이 넘어갔잖아요. 그러면 중국 사람들이 고기를 잡아야 돼요. 그 어업권에서는 그 내역에서는 그런데 북한 배가 들어간다? 그렇게 되면 쫓아낼 수밖에 없는 거죠. 그렇게 되면 충돌이 일어나는 거죠, 거기서.. 충돌이 일어나는데 북한 어선하고 중국 어선이 충돌이 일어난다. 어느 배가 더 튼튼해요? 중국 어선이 더 튼튼하죠. 북한 배가 밀리는 거죠."]

실제 2016년 국가정보원은 북한이 중국에서 3천만 달러를 받고 조업권을 팔았다고 국회에 보고했다.

KBS 취재진도 북한 해역의 조업권 거래를 직접 확인했다.

중국 산둥반도에서 만난 한 중국인 사업가는, 흑사회로 불리는 중국 폭력조직을 통해 북한 해역의 조업권을 살 수 있다고 증언했다.

[중국인 사업가/음성변조 : "(폭력 조직에 대한) 수수료 7만, 8만 위안 (1,300만 원) 내요. (현금으로 거래하나요? 아니면 입금인가요?) 입금이죠. 동북이 그렇게 먼데 누가 가요. 배 번호 알려주면 거기서 시간을 알려줘요. 언제부터 언제까지 (잡아라)."]

전문가들은 북한이 해외에 조업권을 파는 이유로 자력으로 모든 조업을 감당 할 수 없는 열악한 수산업 환경도 꼽고 있다.

[홍성걸/해양수산정책연구소 연구위원 : "신선도를 유지를 해야 되는데 북한에 얼음공장이 별로 없습니다. 즉 냉동 공장이 별로 없어서 수산물을 잡는다고 해도 신선도를 유지해서 높은 가격에다가 수출할 수 있는 기반이 갖춰져 있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돈으로 한 400억 원 정도의 소득을 북한 당국이 보고 있는데 금강산 사업을 해서 한 1년에 한 500억 원 가져갔으니까 동해 입어도 적지 않은 외화수입원이라고 판단할 겁니다."]

역시 동해 먼 바다에서 촬영한 또 다른 북한 어선.

장비가 열악하기 그지없다.

자력으로 나오기 힘들어 보이는 목선.

당국이 제시한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 북한 수산 기업소는 위험한 항해 방법을 이어가고 있다고 한다.

[홍성걸/해양수산정책연구소 연구위원 : "발전기를 돌려서 배를 끌고 나가는 동력선이 한 척이 조업을 하러 가면 밧줄에 연결해서 뭐 5척에서 10척의 무동력선을 동력선이 끌고 바다로 나갑니다. 그래서 이제 조업을 할 수 있는 해외에 가면 그 밧줄을 다 풀죠. 어업에 형태라든가 어업의 실정이 현재 우리보다 한 20년 떨어져 있다, 이렇게 보면 되고요. 어구 자재도 매우 열악한 수준입니다."]

이렇게 먼 바다로 나온 북한 목선들의 표류 사건도 계속 늘고 있다.

지난 7일, 울릉도 바닷가의 소형 나무배.

우리 어민이 발견한 배 안에는 시신 4구가 있었다.

모두 북한 어민이었다.

[최상문/북한 어선 발견 어민 : "입항하던 중에 배가 뒤집혀 있어서 이상하다 싶어서 가 보니까 북한 선적 배고..."]

대게잡이에 나섰던 우리어선 레이더망에도 북한 어선은 포착됐다.

1톤도 채 되지 않는 작은 목선.

확인 결과, 원산에서 출항한 북한어선은 엔진이 고장 나 14일 째 혹한의 겨울바다 위를 표류하고 있었다.

지난 10일, 동해와 맞닿은 일본 이시카와 현 가나자와 시 앞바다에도 목선 1척이 뒤집힌 채 밀려왔다.

부근에서는 남성 시신 1구가 발견됐고 선박 안에는 시신 7구가 있었다.

김일성-김정일 초상화 배지와 한글이 적힌 담배를 토대로 북한 어선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지난해 일본 해안에 좌초하거나 표류하다 발견된 북한 선박은 104척이나 된다.

역대 가장 많다.

북한 어민들의 조업 환경이 갈수록 열악해 지고 있다는 증거다.

[차리혁/2014년 탈북 : "북한에서 이 목선이 나간다 할 때는 거기가 이제 장비부터 시작해서 제대로 다 되어 있어야 되는데 지금 중국 그 엔진 낡은 거를 쓰고 있잖아요. 그게 사들여야 되는데 살 수 있는 가격이 안 되는 거예요. 왜? 수입가 **이 맞지 않으니까 그러면 낡은 엔진을 가지고 계속 나가는 거예요. 그래서 지금 표류되는 거 보면 참 안타까운 것 같고 왜? 북한당국에서는 무조건 이 어획량을 줘서 주민들을 내몰고 있고 그리고 그 사람들은 그걸 수행할 수밖에 없고 을과 갑이잖아요."]

북한 어민 8명이 풍랑 속에서 조업을 하다 목숨을 잃었다.

북한 매체는 이들이 마지막 순간까지 김씨 일가의 초상화를 안전하게 모시고 죽음을 맞았다고 선전했다.

[北 소개편집물 ‘신념의 당부’ : "그 함 안에는 보름 가까운 날바다의 표류 속에서도 습기 한 점 스며들지 않은 위대한 수령님들의 초상화가 정중히 모셔져 있었습니다."]

북한 당국이 사망한 어민 모두에게 국가 표창을 하자, 유족들이 김정은 만세를 외치는 모습은 독재체제의 단면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김광진/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 "먼 바다에 침몰되거나 풍랑을 만났을 때 결국은 김씨 일가의 배지 초상화 이런 것들 손상시키지 않기 위해서 뭐 비닐로 싸고 가슴에 안고 죽었다, 이런 것들이 전해지고 있는데 그거를 영웅시하는 거죠. 그렇지만 내부적으로 들여다보면 결국은 이 사람들이 다 수령을 위해서 희생해야 된다는 그런 걸 강요 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주민들은 사실 뭐 노예나 같다고 볼 수 있죠."]

김정은은 수산 기관 시찰을 집권 이후 해마다 늘리고 있다.

주민 식생활 개선에 노력하는 이미지, 그리고 대북제재 속 외화벌이를 동시에 노리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어업 기반 투자에는 소홀하다면 북한 어민들의 희생은 계속 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김광진/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 "북한에서도 사람 죽는 게 그렇게 스쳐 지날 그런 가벼운 일은 아니죠. 당연히. 그래서 아마 조직적으로 좀 대책을 하려고 하고 그리고 안전장치를 마련하려고 당연히 할 겁니다그렇지만 현실이 그런 것들을 받아들일 수가없는 거죠. 주민들이 먹고 살기 힘들도 고기는 잡아야 되겠고 그런데 장비는 없고 하니까 이런 현상이 계속 지속될 것이라고 보고요. 1123북한경제가 어려워지고 북한 정권이 핵미사일에 집착할수록 아마 주민들의 그런 피해가 계속 커질 것 이라고 보여집니다."]

인근 조업권은 외국에 팔면서 겨울철 조업은 독려하고 있는 북한 당국의 이중적 태도.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북한 어민들이 낡은 목선에 몸을 싣고 차고 거친 겨울 바다를 떠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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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클로즈업 북한] 지난해 日 해안 표류 104건…목숨 건 어로전투
    • 입력 2018-01-20 08:30:40
    • 수정2018-01-20 08:42:21
    남북의 창
[앵커]

겨울 동해바다는 차고 거친 곳입니다.

그 먼 바다로 북한 어선들이 조업을 나섰다 표류하는 일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일본 해안으로 북한 선박이 표류하거나 좌초한 사례가 지난 한해 백건이 넘었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북한 어민들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얼마 전 울릉도에서도 북한 선박과 시신이 발견됐는데요.

<클로즈업 북한> 이번 주에는 도대체 왜 북한 어선들이 겨울철 죽음의 조업에 나서고 있는 것인지, 그 이유를 따져봤습니다.

[리포트]

차디찬 겨울 바다를 가르며 조업에 한창인 북한 선박들. 끌어 올린 그물에서 물고기가 쏟아져 나오자 어민들이 만선의 기쁨을 알린다.

[장철/어선 ‘청년호’ 갑판장 : "이렇게 어창에 물고기를 가득 채울 때면 쌓여진 피로가 언제 싹 달아나는지 모르겠습니다."]

선원 모두가 처녀인 청년여성영웅호도 겨울철 고기잡이에 동원됐다.

[안효심/청년여성영웅호 승무원 : "청년여성영웅호도 이번에 또다시 집중 어로전투에 참가했습니다. 비록 나이 어린 처녀들이지만 모두가 한마음으로 뭉쳐서 이렇게 선창마다에 물고기를 가득 채우고 포구로 들어왔습니다."]

북한 당국은 물고기 잡이 전투라 부를 만큼 겨울철 어로를 독려하고 있다.

[조선중앙TV/2017년 11월 : "인민군대 어로 전사들의 투쟁기풍으로 결사전을 들이대서 이번 겨울철 물고기 잡이 전투에서 기어이 통장훈(확실한 상황)을 불러 황금해 역사를 더욱 빛내어 나갑시다."]

이는 농사철이 끝나 식량이 부족한 시기이기도 하지만 겨울이라는 계절적 특징 때문이라는 게 북한에서 고기잡이 일을 했던 탈북민의 증언이다.

[차리혁/2014년 탈북 : "겨울철에는 냉동하기도 쉬워요. 왜? 밖에다 놔둬도 얼잖아요. 북한날씨가 영하 30도, 영하30도 이렇게 내려가다 보니까 변하지 않고 오래 보관을 하면서 수입수출도 할 수 있고 주민들한테 팔 수도 있고 이런 게 있는데 여름철 같은 경우에는 북한에서 냉동시설이 잘 안 되어 있어요. 그래서 빨리 빨리 변해요. 하다보니까 겨울철에 대부분 겨울철에 이제 많이 잡으려고 하는 거죠."]

북한에선 최고 권력자 김정은까지 나서 어민들의 조업을 독려하며 수산물 증산에 집중하고 있다.

김정일의 마지막 친필 문건도 물고기 공급 방안이었다.

수산 분야가 김정일 유훈 사업이 된 것이다.

[김정은/7차 당대회 사업 총화보고/2016년 : "사철 바다를 비우지 말고 적극적인 어로전을 벌려 물고기 대풍을 안아 와야 합니다."]

36년 만에 열린 김정은 정권 최대의 정치 이벤트, 노동당 대회에서도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직접 적극적인 조업을 주문했다.

[北 가요 ‘바다 만풍가’ : "사회주의 대가정에 바다 향기 더해가세."]

김정은 친위 예술단인 모란봉 악단 역시 이런 정책을 반영한 바다 만풍가를 공연 무대에 올렸다.

[홍성걸/해양수산정책연구소 연구위원 : "광물 자원이나 이런 것과 달리 수산물은 매년 재생이 가능하고 지속성 생산이 유지될 수 있다는 면에서는 북한의 입장에서는 매우 주요한 자원이라고 볼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최근에 이제 국민의 식생활을 개선하려고 하는 그러한 최고지도자의 의지에 따라서 내수면 어떤 수산물 생산을 매우 강조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러나 북한 당국이 수산업을 강조하는데는 주민들의 식량 문제 못지 않게 중요한 이유가 있다.

대북제재 국면에서 수산 분야가 북한의 중요한 외화벌이 수단이 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8월, 유엔 안보리는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규탄하면서 북한산 수산물과 광물·석탄 수입을 금지하는 결의 2371호를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그러나 이런 제재에도 불구하고 북한산 수산물이 중국과 북한 접경지역에서 공공연하게 유통되고 있는 사실이 KBS 취재로 드러났다.

중국 당국이 수입을 금지한 뒤 한동안 자취를 감췄던 북한산 수산물이 밀무역을 통해 다시 나타난 것이다.

[대북 무역업자/음성변조 : "(북한 수산물을) 못 들어오게 하지만 다 방법이 있으니까, 사람이 하는 짓이니까... 이거 먹는 것 있잖아요? 이것 다 조선(북한) 것입니다."]

[김광진/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 "당연히 중국하고 밀무역 많이 하고 있습니다. 중국 북중국경지역에 다녀왔던 사람들이 오징어를 포함해서 북한산 수산물이 막 넘쳐난다고 하잖아요. 물론 중국 당국은 단속을 하고 금지시키고는 있지만 일반인들의 밀매 수 이런 것들을 100% 막기가 어렵죠. 그래서 북한산 수산물이 아직도 국경을 통해서 북중 도시들에 인접 도시들에 많이 유통되는 그런 게 벌어지고 있습니다."]

북한 당국은 수산물 증산을 독려하면서도 어업 기반 개선에는 소홀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오히려 조업권을 외국에 팔아 넘겨 어민들의 조업 여건만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해안에서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동해바다.

물에 잠길 듯 위태로워 보이는 목선 뱃머리에 스무 명 남짓 늘어서 있다.

변변한 장비도 없이 오직 맨손으로 그물을 끌어 올리는 이들은 바로 북한 어민들이다.

북한 당국에게서 조업권을 사들인 중국 어선들이 떼로 몰려들면서, 북한 어민들은 어장을 잃고 먼 바다로 밀려나고 있다.

[차리혁/2014년 탈북 : "어쨌든 어업권이 넘어갔잖아요. 그러면 중국 사람들이 고기를 잡아야 돼요. 그 어업권에서는 그 내역에서는 그런데 북한 배가 들어간다? 그렇게 되면 쫓아낼 수밖에 없는 거죠. 그렇게 되면 충돌이 일어나는 거죠, 거기서.. 충돌이 일어나는데 북한 어선하고 중국 어선이 충돌이 일어난다. 어느 배가 더 튼튼해요? 중국 어선이 더 튼튼하죠. 북한 배가 밀리는 거죠."]

실제 2016년 국가정보원은 북한이 중국에서 3천만 달러를 받고 조업권을 팔았다고 국회에 보고했다.

KBS 취재진도 북한 해역의 조업권 거래를 직접 확인했다.

중국 산둥반도에서 만난 한 중국인 사업가는, 흑사회로 불리는 중국 폭력조직을 통해 북한 해역의 조업권을 살 수 있다고 증언했다.

[중국인 사업가/음성변조 : "(폭력 조직에 대한) 수수료 7만, 8만 위안 (1,300만 원) 내요. (현금으로 거래하나요? 아니면 입금인가요?) 입금이죠. 동북이 그렇게 먼데 누가 가요. 배 번호 알려주면 거기서 시간을 알려줘요. 언제부터 언제까지 (잡아라)."]

전문가들은 북한이 해외에 조업권을 파는 이유로 자력으로 모든 조업을 감당 할 수 없는 열악한 수산업 환경도 꼽고 있다.

[홍성걸/해양수산정책연구소 연구위원 : "신선도를 유지를 해야 되는데 북한에 얼음공장이 별로 없습니다. 즉 냉동 공장이 별로 없어서 수산물을 잡는다고 해도 신선도를 유지해서 높은 가격에다가 수출할 수 있는 기반이 갖춰져 있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돈으로 한 400억 원 정도의 소득을 북한 당국이 보고 있는데 금강산 사업을 해서 한 1년에 한 500억 원 가져갔으니까 동해 입어도 적지 않은 외화수입원이라고 판단할 겁니다."]

역시 동해 먼 바다에서 촬영한 또 다른 북한 어선.

장비가 열악하기 그지없다.

자력으로 나오기 힘들어 보이는 목선.

당국이 제시한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 북한 수산 기업소는 위험한 항해 방법을 이어가고 있다고 한다.

[홍성걸/해양수산정책연구소 연구위원 : "발전기를 돌려서 배를 끌고 나가는 동력선이 한 척이 조업을 하러 가면 밧줄에 연결해서 뭐 5척에서 10척의 무동력선을 동력선이 끌고 바다로 나갑니다. 그래서 이제 조업을 할 수 있는 해외에 가면 그 밧줄을 다 풀죠. 어업에 형태라든가 어업의 실정이 현재 우리보다 한 20년 떨어져 있다, 이렇게 보면 되고요. 어구 자재도 매우 열악한 수준입니다."]

이렇게 먼 바다로 나온 북한 목선들의 표류 사건도 계속 늘고 있다.

지난 7일, 울릉도 바닷가의 소형 나무배.

우리 어민이 발견한 배 안에는 시신 4구가 있었다.

모두 북한 어민이었다.

[최상문/북한 어선 발견 어민 : "입항하던 중에 배가 뒤집혀 있어서 이상하다 싶어서 가 보니까 북한 선적 배고..."]

대게잡이에 나섰던 우리어선 레이더망에도 북한 어선은 포착됐다.

1톤도 채 되지 않는 작은 목선.

확인 결과, 원산에서 출항한 북한어선은 엔진이 고장 나 14일 째 혹한의 겨울바다 위를 표류하고 있었다.

지난 10일, 동해와 맞닿은 일본 이시카와 현 가나자와 시 앞바다에도 목선 1척이 뒤집힌 채 밀려왔다.

부근에서는 남성 시신 1구가 발견됐고 선박 안에는 시신 7구가 있었다.

김일성-김정일 초상화 배지와 한글이 적힌 담배를 토대로 북한 어선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지난해 일본 해안에 좌초하거나 표류하다 발견된 북한 선박은 104척이나 된다.

역대 가장 많다.

북한 어민들의 조업 환경이 갈수록 열악해 지고 있다는 증거다.

[차리혁/2014년 탈북 : "북한에서 이 목선이 나간다 할 때는 거기가 이제 장비부터 시작해서 제대로 다 되어 있어야 되는데 지금 중국 그 엔진 낡은 거를 쓰고 있잖아요. 그게 사들여야 되는데 살 수 있는 가격이 안 되는 거예요. 왜? 수입가 **이 맞지 않으니까 그러면 낡은 엔진을 가지고 계속 나가는 거예요. 그래서 지금 표류되는 거 보면 참 안타까운 것 같고 왜? 북한당국에서는 무조건 이 어획량을 줘서 주민들을 내몰고 있고 그리고 그 사람들은 그걸 수행할 수밖에 없고 을과 갑이잖아요."]

북한 어민 8명이 풍랑 속에서 조업을 하다 목숨을 잃었다.

북한 매체는 이들이 마지막 순간까지 김씨 일가의 초상화를 안전하게 모시고 죽음을 맞았다고 선전했다.

[北 소개편집물 ‘신념의 당부’ : "그 함 안에는 보름 가까운 날바다의 표류 속에서도 습기 한 점 스며들지 않은 위대한 수령님들의 초상화가 정중히 모셔져 있었습니다."]

북한 당국이 사망한 어민 모두에게 국가 표창을 하자, 유족들이 김정은 만세를 외치는 모습은 독재체제의 단면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김광진/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 "먼 바다에 침몰되거나 풍랑을 만났을 때 결국은 김씨 일가의 배지 초상화 이런 것들 손상시키지 않기 위해서 뭐 비닐로 싸고 가슴에 안고 죽었다, 이런 것들이 전해지고 있는데 그거를 영웅시하는 거죠. 그렇지만 내부적으로 들여다보면 결국은 이 사람들이 다 수령을 위해서 희생해야 된다는 그런 걸 강요 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주민들은 사실 뭐 노예나 같다고 볼 수 있죠."]

김정은은 수산 기관 시찰을 집권 이후 해마다 늘리고 있다.

주민 식생활 개선에 노력하는 이미지, 그리고 대북제재 속 외화벌이를 동시에 노리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어업 기반 투자에는 소홀하다면 북한 어민들의 희생은 계속 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김광진/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 "북한에서도 사람 죽는 게 그렇게 스쳐 지날 그런 가벼운 일은 아니죠. 당연히. 그래서 아마 조직적으로 좀 대책을 하려고 하고 그리고 안전장치를 마련하려고 당연히 할 겁니다그렇지만 현실이 그런 것들을 받아들일 수가없는 거죠. 주민들이 먹고 살기 힘들도 고기는 잡아야 되겠고 그런데 장비는 없고 하니까 이런 현상이 계속 지속될 것이라고 보고요. 1123북한경제가 어려워지고 북한 정권이 핵미사일에 집착할수록 아마 주민들의 그런 피해가 계속 커질 것 이라고 보여집니다."]

인근 조업권은 외국에 팔면서 겨울철 조업은 독려하고 있는 북한 당국의 이중적 태도.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북한 어민들이 낡은 목선에 몸을 싣고 차고 거친 겨울 바다를 떠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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