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홀로코스트 생존자, 종신 상원의원 됐다…“큰 책임감”

입력 2018.01.20 (18:51) 수정 2018.01.20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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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치의 강제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유대계 이탈리아 여성이 종신 상원의원이 되는 영예를 안았다.

이탈리아 대통령궁은 세르지오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이 홀로코스트 생존자 릴리아나 세그레(87)를 종신 상원의원으로 임명했다고 19일 발표했다.

밀라노에서 태어난 세그레는 13세이던 1944년 1월 아버지, 친조부모와 함께 폴란드의 유대인 강제 수용소로 끌려간 뒤 이듬해 5월 나치의 몰락과 함께 수용소에서 풀려났다.

함께 수용됐던 그의 아버지와 조부모는 모두 그곳에서 학살됐다.

아우슈비츠로 이송된 이탈리아 어린이 776명 가운데 살아남은 25명의 생존자 중 한 명인 그는 자신의 참혹한 경험을 드러내지 않은 채 살아오다가 1990년대부터 어린 학생들에게 자신이 직접 겪은 홀로코스트의 참상을 적극적으로 전하기 시작했다고 일간 코리에레 델라 세라는 전했다.

그는 이날 종신 상원의원으로 임명됐다는 소식에 "나는 정치 활동을 적극적으로 해오지 않은 평범한 사람이자 손자들을 둔 할머니"라며 놀라움을 표현하며 "영광과 큰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마타렐라 대통령은 반(反)유대인 인종 법안이 통과된 지 80주년이 되는 올해 나를 통해 많은 사람들의 기억을 존중하고자 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올해는 베니토 무솔리니의 파시스트 정권이 유대인에게 경제적으로 불이익을 주고, 유대인의 교육 기회를 박탈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유대인 차별법안을 도입한 지 꼭 80년 되는 해이다.

한편, 전직 국가 원수, 고위 관료, 탁월한 업적을 달성한 과학자, 문화·예술인 등으로 구성된 이탈리아 종신 상원의원은 선출직 상원의원과 동일한 권리를 지닌다.

현재 종신 상원의원으로는 마리오 몬티 전 총리, 조르지오 나폴레타노 전 대통령, 건축가 렌초 피아노, 약리학자 엘레나 카타네오 등이 활동하고 있다.

[사진출처 :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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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18-01-20 19:24:33
    국제
나치의 강제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유대계 이탈리아 여성이 종신 상원의원이 되는 영예를 안았다.

이탈리아 대통령궁은 세르지오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이 홀로코스트 생존자 릴리아나 세그레(87)를 종신 상원의원으로 임명했다고 19일 발표했다.

밀라노에서 태어난 세그레는 13세이던 1944년 1월 아버지, 친조부모와 함께 폴란드의 유대인 강제 수용소로 끌려간 뒤 이듬해 5월 나치의 몰락과 함께 수용소에서 풀려났다.

함께 수용됐던 그의 아버지와 조부모는 모두 그곳에서 학살됐다.

아우슈비츠로 이송된 이탈리아 어린이 776명 가운데 살아남은 25명의 생존자 중 한 명인 그는 자신의 참혹한 경험을 드러내지 않은 채 살아오다가 1990년대부터 어린 학생들에게 자신이 직접 겪은 홀로코스트의 참상을 적극적으로 전하기 시작했다고 일간 코리에레 델라 세라는 전했다.

그는 이날 종신 상원의원으로 임명됐다는 소식에 "나는 정치 활동을 적극적으로 해오지 않은 평범한 사람이자 손자들을 둔 할머니"라며 놀라움을 표현하며 "영광과 큰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마타렐라 대통령은 반(反)유대인 인종 법안이 통과된 지 80주년이 되는 올해 나를 통해 많은 사람들의 기억을 존중하고자 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올해는 베니토 무솔리니의 파시스트 정권이 유대인에게 경제적으로 불이익을 주고, 유대인의 교육 기회를 박탈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유대인 차별법안을 도입한 지 꼭 80년 되는 해이다.

한편, 전직 국가 원수, 고위 관료, 탁월한 업적을 달성한 과학자, 문화·예술인 등으로 구성된 이탈리아 종신 상원의원은 선출직 상원의원과 동일한 권리를 지닌다.

현재 종신 상원의원으로는 마리오 몬티 전 총리, 조르지오 나폴레타노 전 대통령, 건축가 렌초 피아노, 약리학자 엘레나 카타네오 등이 활동하고 있다.

[사진출처 :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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