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오성운동 총선공약 공개…유로존 탈퇴 국민투표 빠져

입력 2018.01.23 (22:24) 수정 2018.01.23 (22:25)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창당 8년 만에 사상 첫 집권을 노리고 있는 이탈리아 제1야당 오성운동이 오는 3월 4일 실시되는 총선을 앞두고 공약을 발표하면서 그동안 핵심 공약이었던 유로존 탈퇴 국민 투표를 제외했다.

22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언론들은 루이지 디 마이오(31) 오성운동 대표가 전날 동부 해안도시 페스카라에서 당 대회를 열고 총선 후 집권 청사진을 담은 공약을 공개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20개로 구성된 이번 공약에는 오성운동의 대표적인 정책으로 꼽히던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탈퇴 국민투표가 포함되지 않아 눈길을 끌었다. 유로존 탈퇴 여부를 국민투표에 부치겠다는 방안은 코미디언 출신의 베페 그릴로가 2009년 당을 창립한 시점부터 오성운동의 주요 공약 가운데 하나였다.

오성운동이 이번 공약에 유로존 탈퇴 국민투표를 포함하지 않은 것에는 오성운동 집권 시 유로존 탈퇴 가능성을 우려하는 시장의 불안을 잠재우고, 지지 기반을 넓혀 집권을 쟁취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기존 좌파와 우파로 나뉜 기성 정치의 부패와 정실주의에 항의하는 세력에서 출발한 오성운동은 28% 안팎의 지지율로 이탈리아 단일 정당 가운데 지지율 선두를 달리고 있다.

이 같은 지지율은 현재 집권당인 민주당에 비해서는 5%포인트가량 앞선 것이지만,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이끄는 우파 정당 전진이탈리아(FI)와 극우정당 동맹당 등으로 구성된 우파 연합의 합계 지지율 약 35%에는 훨씬 못미치는 것이다.

오성운동이 이날 제시한 공약은 오성운동의 대표 정책으로 꼽히는 취약계층을 위한 780유로(약 100만원) 기본소득 도입을 비롯해 400개의 불필요한 법안 폐지, 영업세 대폭 인하, 연급 수급 연령을 상향한 2012년 연급 개혁안 완화, 비생산적인 공공 지출을 줄여 신기술에 500억 유로(약 65조6천억 원) 투자 등의 내용으로 구성됐다.

한편, 오성운동은 이날 방송기자, 소비자 단체 대표 등 상당수 저명인사들이 포함된 총선 후보군도 함께 발표했다.

당의 웹사이트 상에서 이뤄진 당원들의 투표로 선출된 이들 후보 가운데에는 2012년 1월 토스카나 해안에서 발생한 크루즈선 콩코르디아호 좌초 사고 당시 원칙에 충실한 참된 군인의 모습을 보여주며 국민적 영웅으로 떠오른 그레고리오 데 팔코(51)도
끼어 있다.

당시 사고 해역 인근 해안경비대장을 맡고 있던 그는 32명의 사망자를 낸 크루즈선 좌초 직후 공개된 녹취록에서 승객들과 배를 버리고 달아난 '겁쟁이' 선장 프란체스코 스케티노를 욕설이 섞인 강경한 어조로 준엄하게 꾸짖으며, 배로 돌아가라고 단호히 명령해 이탈리아인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인물로, 이번 총선에서 오성운동의 상원 후보로 나서게 됐다.

총 약 1만 명의 신청자가 몰린 오성운동의 총선 후보 투표에서는 온라인 후보 등록과 투표 등의 과정에서 석연치 않게 배제되는 사례가 일부 발생하는 등 상당한 혼선을 빚었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의향을 밝히는 등 불평을 쏟아냈으나, 디 마이오 대표는 "(경선 과정에서)큰 문제가 없었다"고 불만을 일축했다.

[사진출처 : 연합뉴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이탈리아 오성운동 총선공약 공개…유로존 탈퇴 국민투표 빠져
    • 입력 2018-01-23 22:24:48
    • 수정2018-01-23 22:25:11
    국제
창당 8년 만에 사상 첫 집권을 노리고 있는 이탈리아 제1야당 오성운동이 오는 3월 4일 실시되는 총선을 앞두고 공약을 발표하면서 그동안 핵심 공약이었던 유로존 탈퇴 국민 투표를 제외했다.

22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언론들은 루이지 디 마이오(31) 오성운동 대표가 전날 동부 해안도시 페스카라에서 당 대회를 열고 총선 후 집권 청사진을 담은 공약을 공개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20개로 구성된 이번 공약에는 오성운동의 대표적인 정책으로 꼽히던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탈퇴 국민투표가 포함되지 않아 눈길을 끌었다. 유로존 탈퇴 여부를 국민투표에 부치겠다는 방안은 코미디언 출신의 베페 그릴로가 2009년 당을 창립한 시점부터 오성운동의 주요 공약 가운데 하나였다.

오성운동이 이번 공약에 유로존 탈퇴 국민투표를 포함하지 않은 것에는 오성운동 집권 시 유로존 탈퇴 가능성을 우려하는 시장의 불안을 잠재우고, 지지 기반을 넓혀 집권을 쟁취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기존 좌파와 우파로 나뉜 기성 정치의 부패와 정실주의에 항의하는 세력에서 출발한 오성운동은 28% 안팎의 지지율로 이탈리아 단일 정당 가운데 지지율 선두를 달리고 있다.

이 같은 지지율은 현재 집권당인 민주당에 비해서는 5%포인트가량 앞선 것이지만,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이끄는 우파 정당 전진이탈리아(FI)와 극우정당 동맹당 등으로 구성된 우파 연합의 합계 지지율 약 35%에는 훨씬 못미치는 것이다.

오성운동이 이날 제시한 공약은 오성운동의 대표 정책으로 꼽히는 취약계층을 위한 780유로(약 100만원) 기본소득 도입을 비롯해 400개의 불필요한 법안 폐지, 영업세 대폭 인하, 연급 수급 연령을 상향한 2012년 연급 개혁안 완화, 비생산적인 공공 지출을 줄여 신기술에 500억 유로(약 65조6천억 원) 투자 등의 내용으로 구성됐다.

한편, 오성운동은 이날 방송기자, 소비자 단체 대표 등 상당수 저명인사들이 포함된 총선 후보군도 함께 발표했다.

당의 웹사이트 상에서 이뤄진 당원들의 투표로 선출된 이들 후보 가운데에는 2012년 1월 토스카나 해안에서 발생한 크루즈선 콩코르디아호 좌초 사고 당시 원칙에 충실한 참된 군인의 모습을 보여주며 국민적 영웅으로 떠오른 그레고리오 데 팔코(51)도
끼어 있다.

당시 사고 해역 인근 해안경비대장을 맡고 있던 그는 32명의 사망자를 낸 크루즈선 좌초 직후 공개된 녹취록에서 승객들과 배를 버리고 달아난 '겁쟁이' 선장 프란체스코 스케티노를 욕설이 섞인 강경한 어조로 준엄하게 꾸짖으며, 배로 돌아가라고 단호히 명령해 이탈리아인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인물로, 이번 총선에서 오성운동의 상원 후보로 나서게 됐다.

총 약 1만 명의 신청자가 몰린 오성운동의 총선 후보 투표에서는 온라인 후보 등록과 투표 등의 과정에서 석연치 않게 배제되는 사례가 일부 발생하는 등 상당한 혼선을 빚었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의향을 밝히는 등 불평을 쏟아냈으나, 디 마이오 대표는 "(경선 과정에서)큰 문제가 없었다"고 불만을 일축했다.

[사진출처 : 연합뉴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