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북한] 또 한번의 화제 몰이?…북한 응원단

입력 2018.02.03 (08:08) 수정 2018.02.03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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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과거 남북 체육 교류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장면이 있습니다.

바로 북한 응원단입니다.

북한 응원단은 내려올 때 마다 큰 화제가 됐는데요,

이번 평창 올림픽에도 대규모 응원단이 찾아올 예정입니다.

다만 최근 남북 단일팀 논란에서 보듯 이들을 보는 시선이 전과 같지만은 않을 것이란 일부 전망도 나오고 있는데요.

<클로즈업 북한> 이번 주에는 13년 만에 내려오는 북한 응원단을 집중 분석했습니다.

[리포트]

이어지는 버스 행렬을 향해 사람들이 손을 흔들며 반갑게 맞는다.

환영을 받는 이들은 북한에서 온 응원단이다.

북한 응원단은 과거 세 차례 대한민국 땅을 밟을 때마다 화제가 됐다.

["예뻐요! 예쁘대~"]

일사불란한 응원 쇼를 펼치며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지난 1월, 남북 고위급 실무회담에서 북한 응원단의 파견이 다시 한 번 결정됐다.

평창 올림픽을 찾게 된 것이다.

북측 선발대가 강원도 인제의 숙소 후보지를 찾으며 파견이 가시화된 상황.

13년 만에 다시 오는 북한 응원단은 선수단 못지않게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 2002년 9월, 부산 다대포항에 만경봉 92호가 모습을 드러냈다.

부산 아시안게임 개막을 하루 앞두고 북한 응원단이 도착한 것이다.

취주악단과 예술인 등 280명의 응원단. 북한 응원단의 첫 대한민국 파견인 만큼 북측의 각오도 남달랐다.

[리명원/ 당시 北 응원단장 : "북과 남이 따로 없이 우리 민족에의 체육인들은 동포에의 정을 안고 다 같이 열렬히 응원함으로서 615 공동선언이 철저히 이행되어 하나가 되기를 바라는 겨레의 염원과 기대에 반드시 보답할 것입니다."]

당시 북한 응원단은 금메달 9개 등 종합 순위 9위에 오르며 나름 선전한 북한 선수단보다 더 많은 관심을 받았다.

경기마다 독특한 응원을 하고 틈틈이 자체 공연까지 선보였다.

["조국! 통일! 우리는! 하나다! 우리는! 하나다!"]

열정적인 응원으로 관중의 호응을 이끌어내면서 함께 호흡했다.

[南 응원단/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 "원래 북한이라면 멀게 느꼈는데 응원을 할 때는 가까워졌단 느낌도 들었고요, 이 계기로 좀 더 북한에 대해 알았다는 걸 알게 됐고..."]

2002년, 전국을 붉게 물들인 월드컵에 이어 아시안게임까지 이어진 뜨거운 응원문화.

전문가들 역시 남북 체육 교류에 있어 응원단의 역할을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고 한다.

[박영옥/한국스포츠개발원장 : "응원이라는 게 저도 이제 거기에 의미부여를 하자면 오게 되면 그게 사람들과의 접점이 굉장히 커지게 됩니다. 그리고 거기서 어쨌든 조그만 한 거라도 이렇게 언어적 표현을 통해서 작은 인터뷰 같은 것도 계속 막 나오게 되잖아요. 그러니까 그게 정서 감정적인 토대를 좀 흔들어 놓는다는 의미에서는 파급력이 굉장한 이제 체육 어떤 교류의 새로운 어떤 우리가 변형된 형태라고 저는 해석하고 싶거든요."]

당시 북한도 부산 아시안게임에 내려온 북측 응원단의 활동을 이례적으로 TV로 방송했다.

남측 관중석을 가깝게 촬영한 화면은 방송하지 않는다는 관행까지 깨가며 응원단의 활동 소식을 전한 것이다.

북한은 이듬해 대구에서 열린 하계 유니버시아드 대회에 부산 때보다 더 많은 300여명의 응원단을 보냈다.

당시 김해공항을 통해 들어온 북한 응원단은 대학 스포츠 축제답게 여대생들로 구성돼 또 한 번 주목 받았다.

[최희림/당시 北 응원단 : "남녘 형제들을 만나니 정말 기쁩니다."]

꽃나팔 확성기에 탬버린, 볼 자바라까지 다양한 응원 도구를 선보이며 응원 형태도 더욱 다양해졌다.

북한이 마지막으로 응원단을 파견한 것은 2005년 인천 아시아 육상 선수권 대회.

고교생과 대학생들로 구성된 100여 명의 젊은 응원단 역시 화제가 됐다.

당시 응원단에는 훗날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과 결혼하는 리설주도 포함돼 있었다.

최고 지도자의 배우자까지 배출한 북한 응원단.

외모와 체격, 출신 성분 등 다양한 기준을 통과해야만 선발 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키가 작은 여성을 배제시킨데서 북한 당국의 의도를 엿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우영/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 "일반적으로 북한입장에서는 뭐 그게 뭐 사실이기도 하지만 대외적으로 보면 되게 헐벗고 굶주렸다든지 이런 시각으로 바깥에서들 많이 보잖아요. 그러니까 그런 것들을 좀 불식시키고 싶은 의도도 있지 않나 이렇게 보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굉장히 자신들이 그 정도는 아니고 젊은 애들 건강하고 굉장히 외모도 있고 당당하다. 이런 것들을 좀 과시하고 싶은 욕구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에서는 응원단에 들어가기 위한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졌다고 한다.

한국 드라마와 영화가 유입되면서 남쪽 사회에 대한 동경이 생긴 것이다.

[박성진/북한군 예술선전대 출신/2004년 탈북 : "아무래도 젊은 친구들이 특히나 이제 한국드라마나 문화를 굉장히 이제 간접적으로 체험을 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사실은 왜 그 한국에 가 보고 싶지 않겠어요? 그런 마음들이 아마 있겠죠. 그리고 간부들이 뭐 자기 뭐 딸이 뭐 미모가 있다라든가 아니면 자기 친척이 미모가 좀 된다든가 하면 많이 이렇게 끼워맞추기도 하겠죠. 그리고 거기에는 이제 많은 뇌물도 왔다 갔다 할 거고..."]

북한 응원단이 올 때마다 깜짝 스타도 탄생했다.

가장 먼저 주목을 받은 인물.

[조명애/당시 만수대예술단 무용수 : "남쪽 배우 이효리를 만나보니, 같은 민족으로서 정말 반갑습니다."]

부산 아시아경기보다 한 달 앞서 8·15 남북 통일대회 때 왔던 만수대예술단 무용수 조명애였다.

[조명애 : "대감마님, 언제까지 이리 붙들어둘 셈입니까?"]

이후 조명애는 KBS와 북한 조선중앙TV의 합작 드라마 ‘사육신’에도 출연했다.

북한 응원단은 남쪽으로 내려오기 전 단순히 응원 연습만 하고 오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철저한 정치 사상 교육과 함께 행동 방식까지 교육을 받는다는 게 북한 예술선전대 출신 탈북민의 증언이다.

[박성진/북한군 예술선전대 출신/2004년 탈북 : "그 친구들은 이제 그 응원을 하면서 한국에 내려와서 주의해야 될 점 이러한 어떤 매뉴얼이 있어 가지고요 그거를 열심히 공부를 하고 교육을 받고 오는 친구들이에요. 예를 들어서 뭐 북한에서 온 친구들이 스포츠라든가 오게 되면 한국의 운동선수하고 대화를 자연스럽게 하잖아요. 가끔 하는 모습들이 많이 나오잖아요. 이것도 거기서 교육을 받고 왔기 때문에 하는 거예요. 만약 거기서 일정 외국인들과 대화를 하지 말 것 하게 되면 한마디도 못 합니다."]

북한 응원단의 사회적 역할은 북한 내부 체육 경기 대회를 보면 도움이 된다.

김정은도 참관한 도 대항 체육대회.

경기 못지않게 경쟁하듯 응원을 한다.

이는 군중 동원과 반복적인 집단 훈련을 통해 체제 결속을 노리는 북한식 사회 통제 양식과 맞닿아 있다.

[이우영/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 "중요한 것은 응원을 통해서 선전선동을 한다기보다는 응원 자체 행위 자체가 좀 집체적 성격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단체 활동이나 우리 식으로 보면 그렇게 볼 수가 있겠는데 그런 집체적 활동을 통해 가지고 어떤 규율이라든지 통합이라든지 뭐 이런 것들을 반복한다고 볼 수가 있겠죠. 그러니까 보여준다는 것도 있지만 응원한다는 것도 있지만 그 행위 자체를 통해서 주민들을 정치적으로 이렇게 좀 통합시키는 기능을 하고 있다고 좀 보고 있습니다."]

응원단 활동이 돌발 상황으로 이어진 사례도 있다.

2003년, 대구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당시 북한 응원단이 갑자기 현수막을 걷어갔다.

이들은 현수막의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진이 비에 젖고 훼손된다고 항의했다.

[北 응원단원 : "장군님 상이 찌그러져 있으니까 우리가 가만히 있을 수가 있습니까?"]

[北 응원단원 : "비가 오면 우리 장군님(김정일) 상이 젖는단 말입니다."]

소동은 20여 분 만에 끝났지만 남과 북, 문화의 차이를 실감케 했다.

이런 상황은 평창 동계 올림픽에서도 반복될 수 있다고 탈북민은 설명한다.

[한서희/前 인민보안성 협주단 성악배우/2007년 탈북 : "그런 행동들은 이번에 혹시 나올 수도 있다, 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쨌든 꼭 그런 영상뿐만 아니라 자기들의 위상을 높여야 된다는 것만은 늘 교육을 받고 오기 때문에 그 점에 대해서는 그들이 늘 염두해 두고 있다고 봐도 되겠죠."]

인식의 차이는 이른바 2030으로 불리는 젊은 세대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남쪽 젊은 세대는 과거에 비해 민족과 같은 집단의식 보다는 개인의 가치를 중시하는 경향을 보인다.

북한 핵 도발로 대북 인식이 좋지 않은데다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을 둘러싼 공정성 논란까지 겹치면서 북한 응원단에 대한 기대도 과거와 같지는 않은 분위기다.

[이우영/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 "우리 사회 내부에서 사회구성원들이 중요시하는 가치가 바뀌고 있다고 봐야 될 것 같습니다. 이전에는 그런 게 없었냐? 이전에는 민족적 가치가 훨씬 더 컸던 거죠. 그러니까 모든 것들을 누를 수 있는 민족적 가치가 훨씬 컸는데 이제는 한국 사회 내에서도 민족적 가치보다는 사실은 평화라든지 공정성이라든지 이런 보편적 가치가 더 커졌다고 볼 수가 있겠고, 사실은 지난 10여년 동안 이거는 모두가 문제가 있다. 좀 북은 계속 미사일도 발사했고 핵실험도 했기 때문에 북한에 대해서 저는 우리 사회에 전반적으로 혐오성이 높아졌다고 보고 있어요."]

우리 민족끼리를 내세우는 북한 역시 남쪽에 대한 감정이 과연 우호적인지 의심스럽다.

지난해 평양에서 열린 남북 여자 축구대표팀의 경기.

남측이 공만 잡으면 야유가 쏟아질 정도로 일방적 응원을 보였다.

[박선우/평양 동행 KBS 기자 : "제가 선수라면 정말 아, 다리가 움직이지 않을 것 같고... 발이 정말 후들후들 거리고 발이 땅에서 떨어지지 않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남측이 동점골을 뽑았을 때는 경기장 전체가 침묵에 휩싸일 정도였다.

[장슬기/여자축구 국가대표팀 미드필더 : "5만 관중이 응원을 하다가 골 넣는 소리에 갑자기 싸해지는 느낌을 받으니까 되게 좀 소름 끼쳤던 것 같아요. 이게 뭐지 싶었어요."]

그렇기에 이번 북한 응원단의 평창 행을 남북 간, 그리고 세대 간의 차이를 점검하고 화합을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박영옥/한국스포츠개발원장 : "사실 응원단 하면 응원문화 속에 그게 지금 들어갈 거거든요. 남한의 국민들도 이제 응원하러 가시겠죠. 그리고 보러 가고 그런 과정에서 어떤 노출이 나름대로 아, 저기도 이제 이렇게 사람이 있다라고 하는 느낌 그런 의미에서 체육교류가 그런 우리 국내적인 그거를 경험하지 못하고 통일문제를 한 켠으로 치워놓은 그런 세대들을 조금 더 통일문제에 관심을 그래도 좀 갖게 하는데 스포츠교류를 적극적으로 좀 활용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오는 9일 막을 여는 평창 동계올림픽.

대규모 북한 응원단은 또 한번 주목받을 가능성이 크다.

남과 북이 13년 세월을 극복하고 다시 한 번 화합의 응원 문화를 이룰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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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클로즈업 북한] 또 한번의 화제 몰이?…북한 응원단
    • 입력 2018-02-03 07:58:14
    • 수정2018-02-03 08:32:24
    남북의 창
[앵커]

과거 남북 체육 교류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장면이 있습니다.

바로 북한 응원단입니다.

북한 응원단은 내려올 때 마다 큰 화제가 됐는데요,

이번 평창 올림픽에도 대규모 응원단이 찾아올 예정입니다.

다만 최근 남북 단일팀 논란에서 보듯 이들을 보는 시선이 전과 같지만은 않을 것이란 일부 전망도 나오고 있는데요.

<클로즈업 북한> 이번 주에는 13년 만에 내려오는 북한 응원단을 집중 분석했습니다.

[리포트]

이어지는 버스 행렬을 향해 사람들이 손을 흔들며 반갑게 맞는다.

환영을 받는 이들은 북한에서 온 응원단이다.

북한 응원단은 과거 세 차례 대한민국 땅을 밟을 때마다 화제가 됐다.

["예뻐요! 예쁘대~"]

일사불란한 응원 쇼를 펼치며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지난 1월, 남북 고위급 실무회담에서 북한 응원단의 파견이 다시 한 번 결정됐다.

평창 올림픽을 찾게 된 것이다.

북측 선발대가 강원도 인제의 숙소 후보지를 찾으며 파견이 가시화된 상황.

13년 만에 다시 오는 북한 응원단은 선수단 못지않게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 2002년 9월, 부산 다대포항에 만경봉 92호가 모습을 드러냈다.

부산 아시안게임 개막을 하루 앞두고 북한 응원단이 도착한 것이다.

취주악단과 예술인 등 280명의 응원단. 북한 응원단의 첫 대한민국 파견인 만큼 북측의 각오도 남달랐다.

[리명원/ 당시 北 응원단장 : "북과 남이 따로 없이 우리 민족에의 체육인들은 동포에의 정을 안고 다 같이 열렬히 응원함으로서 615 공동선언이 철저히 이행되어 하나가 되기를 바라는 겨레의 염원과 기대에 반드시 보답할 것입니다."]

당시 북한 응원단은 금메달 9개 등 종합 순위 9위에 오르며 나름 선전한 북한 선수단보다 더 많은 관심을 받았다.

경기마다 독특한 응원을 하고 틈틈이 자체 공연까지 선보였다.

["조국! 통일! 우리는! 하나다! 우리는! 하나다!"]

열정적인 응원으로 관중의 호응을 이끌어내면서 함께 호흡했다.

[南 응원단/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 "원래 북한이라면 멀게 느꼈는데 응원을 할 때는 가까워졌단 느낌도 들었고요, 이 계기로 좀 더 북한에 대해 알았다는 걸 알게 됐고..."]

2002년, 전국을 붉게 물들인 월드컵에 이어 아시안게임까지 이어진 뜨거운 응원문화.

전문가들 역시 남북 체육 교류에 있어 응원단의 역할을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고 한다.

[박영옥/한국스포츠개발원장 : "응원이라는 게 저도 이제 거기에 의미부여를 하자면 오게 되면 그게 사람들과의 접점이 굉장히 커지게 됩니다. 그리고 거기서 어쨌든 조그만 한 거라도 이렇게 언어적 표현을 통해서 작은 인터뷰 같은 것도 계속 막 나오게 되잖아요. 그러니까 그게 정서 감정적인 토대를 좀 흔들어 놓는다는 의미에서는 파급력이 굉장한 이제 체육 어떤 교류의 새로운 어떤 우리가 변형된 형태라고 저는 해석하고 싶거든요."]

당시 북한도 부산 아시안게임에 내려온 북측 응원단의 활동을 이례적으로 TV로 방송했다.

남측 관중석을 가깝게 촬영한 화면은 방송하지 않는다는 관행까지 깨가며 응원단의 활동 소식을 전한 것이다.

북한은 이듬해 대구에서 열린 하계 유니버시아드 대회에 부산 때보다 더 많은 300여명의 응원단을 보냈다.

당시 김해공항을 통해 들어온 북한 응원단은 대학 스포츠 축제답게 여대생들로 구성돼 또 한 번 주목 받았다.

[최희림/당시 北 응원단 : "남녘 형제들을 만나니 정말 기쁩니다."]

꽃나팔 확성기에 탬버린, 볼 자바라까지 다양한 응원 도구를 선보이며 응원 형태도 더욱 다양해졌다.

북한이 마지막으로 응원단을 파견한 것은 2005년 인천 아시아 육상 선수권 대회.

고교생과 대학생들로 구성된 100여 명의 젊은 응원단 역시 화제가 됐다.

당시 응원단에는 훗날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과 결혼하는 리설주도 포함돼 있었다.

최고 지도자의 배우자까지 배출한 북한 응원단.

외모와 체격, 출신 성분 등 다양한 기준을 통과해야만 선발 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키가 작은 여성을 배제시킨데서 북한 당국의 의도를 엿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우영/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 "일반적으로 북한입장에서는 뭐 그게 뭐 사실이기도 하지만 대외적으로 보면 되게 헐벗고 굶주렸다든지 이런 시각으로 바깥에서들 많이 보잖아요. 그러니까 그런 것들을 좀 불식시키고 싶은 의도도 있지 않나 이렇게 보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굉장히 자신들이 그 정도는 아니고 젊은 애들 건강하고 굉장히 외모도 있고 당당하다. 이런 것들을 좀 과시하고 싶은 욕구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에서는 응원단에 들어가기 위한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졌다고 한다.

한국 드라마와 영화가 유입되면서 남쪽 사회에 대한 동경이 생긴 것이다.

[박성진/북한군 예술선전대 출신/2004년 탈북 : "아무래도 젊은 친구들이 특히나 이제 한국드라마나 문화를 굉장히 이제 간접적으로 체험을 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사실은 왜 그 한국에 가 보고 싶지 않겠어요? 그런 마음들이 아마 있겠죠. 그리고 간부들이 뭐 자기 뭐 딸이 뭐 미모가 있다라든가 아니면 자기 친척이 미모가 좀 된다든가 하면 많이 이렇게 끼워맞추기도 하겠죠. 그리고 거기에는 이제 많은 뇌물도 왔다 갔다 할 거고..."]

북한 응원단이 올 때마다 깜짝 스타도 탄생했다.

가장 먼저 주목을 받은 인물.

[조명애/당시 만수대예술단 무용수 : "남쪽 배우 이효리를 만나보니, 같은 민족으로서 정말 반갑습니다."]

부산 아시아경기보다 한 달 앞서 8·15 남북 통일대회 때 왔던 만수대예술단 무용수 조명애였다.

[조명애 : "대감마님, 언제까지 이리 붙들어둘 셈입니까?"]

이후 조명애는 KBS와 북한 조선중앙TV의 합작 드라마 ‘사육신’에도 출연했다.

북한 응원단은 남쪽으로 내려오기 전 단순히 응원 연습만 하고 오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철저한 정치 사상 교육과 함께 행동 방식까지 교육을 받는다는 게 북한 예술선전대 출신 탈북민의 증언이다.

[박성진/북한군 예술선전대 출신/2004년 탈북 : "그 친구들은 이제 그 응원을 하면서 한국에 내려와서 주의해야 될 점 이러한 어떤 매뉴얼이 있어 가지고요 그거를 열심히 공부를 하고 교육을 받고 오는 친구들이에요. 예를 들어서 뭐 북한에서 온 친구들이 스포츠라든가 오게 되면 한국의 운동선수하고 대화를 자연스럽게 하잖아요. 가끔 하는 모습들이 많이 나오잖아요. 이것도 거기서 교육을 받고 왔기 때문에 하는 거예요. 만약 거기서 일정 외국인들과 대화를 하지 말 것 하게 되면 한마디도 못 합니다."]

북한 응원단의 사회적 역할은 북한 내부 체육 경기 대회를 보면 도움이 된다.

김정은도 참관한 도 대항 체육대회.

경기 못지않게 경쟁하듯 응원을 한다.

이는 군중 동원과 반복적인 집단 훈련을 통해 체제 결속을 노리는 북한식 사회 통제 양식과 맞닿아 있다.

[이우영/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 "중요한 것은 응원을 통해서 선전선동을 한다기보다는 응원 자체 행위 자체가 좀 집체적 성격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단체 활동이나 우리 식으로 보면 그렇게 볼 수가 있겠는데 그런 집체적 활동을 통해 가지고 어떤 규율이라든지 통합이라든지 뭐 이런 것들을 반복한다고 볼 수가 있겠죠. 그러니까 보여준다는 것도 있지만 응원한다는 것도 있지만 그 행위 자체를 통해서 주민들을 정치적으로 이렇게 좀 통합시키는 기능을 하고 있다고 좀 보고 있습니다."]

응원단 활동이 돌발 상황으로 이어진 사례도 있다.

2003년, 대구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당시 북한 응원단이 갑자기 현수막을 걷어갔다.

이들은 현수막의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진이 비에 젖고 훼손된다고 항의했다.

[北 응원단원 : "장군님 상이 찌그러져 있으니까 우리가 가만히 있을 수가 있습니까?"]

[北 응원단원 : "비가 오면 우리 장군님(김정일) 상이 젖는단 말입니다."]

소동은 20여 분 만에 끝났지만 남과 북, 문화의 차이를 실감케 했다.

이런 상황은 평창 동계 올림픽에서도 반복될 수 있다고 탈북민은 설명한다.

[한서희/前 인민보안성 협주단 성악배우/2007년 탈북 : "그런 행동들은 이번에 혹시 나올 수도 있다, 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쨌든 꼭 그런 영상뿐만 아니라 자기들의 위상을 높여야 된다는 것만은 늘 교육을 받고 오기 때문에 그 점에 대해서는 그들이 늘 염두해 두고 있다고 봐도 되겠죠."]

인식의 차이는 이른바 2030으로 불리는 젊은 세대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남쪽 젊은 세대는 과거에 비해 민족과 같은 집단의식 보다는 개인의 가치를 중시하는 경향을 보인다.

북한 핵 도발로 대북 인식이 좋지 않은데다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을 둘러싼 공정성 논란까지 겹치면서 북한 응원단에 대한 기대도 과거와 같지는 않은 분위기다.

[이우영/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 "우리 사회 내부에서 사회구성원들이 중요시하는 가치가 바뀌고 있다고 봐야 될 것 같습니다. 이전에는 그런 게 없었냐? 이전에는 민족적 가치가 훨씬 더 컸던 거죠. 그러니까 모든 것들을 누를 수 있는 민족적 가치가 훨씬 컸는데 이제는 한국 사회 내에서도 민족적 가치보다는 사실은 평화라든지 공정성이라든지 이런 보편적 가치가 더 커졌다고 볼 수가 있겠고, 사실은 지난 10여년 동안 이거는 모두가 문제가 있다. 좀 북은 계속 미사일도 발사했고 핵실험도 했기 때문에 북한에 대해서 저는 우리 사회에 전반적으로 혐오성이 높아졌다고 보고 있어요."]

우리 민족끼리를 내세우는 북한 역시 남쪽에 대한 감정이 과연 우호적인지 의심스럽다.

지난해 평양에서 열린 남북 여자 축구대표팀의 경기.

남측이 공만 잡으면 야유가 쏟아질 정도로 일방적 응원을 보였다.

[박선우/평양 동행 KBS 기자 : "제가 선수라면 정말 아, 다리가 움직이지 않을 것 같고... 발이 정말 후들후들 거리고 발이 땅에서 떨어지지 않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남측이 동점골을 뽑았을 때는 경기장 전체가 침묵에 휩싸일 정도였다.

[장슬기/여자축구 국가대표팀 미드필더 : "5만 관중이 응원을 하다가 골 넣는 소리에 갑자기 싸해지는 느낌을 받으니까 되게 좀 소름 끼쳤던 것 같아요. 이게 뭐지 싶었어요."]

그렇기에 이번 북한 응원단의 평창 행을 남북 간, 그리고 세대 간의 차이를 점검하고 화합을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박영옥/한국스포츠개발원장 : "사실 응원단 하면 응원문화 속에 그게 지금 들어갈 거거든요. 남한의 국민들도 이제 응원하러 가시겠죠. 그리고 보러 가고 그런 과정에서 어떤 노출이 나름대로 아, 저기도 이제 이렇게 사람이 있다라고 하는 느낌 그런 의미에서 체육교류가 그런 우리 국내적인 그거를 경험하지 못하고 통일문제를 한 켠으로 치워놓은 그런 세대들을 조금 더 통일문제에 관심을 그래도 좀 갖게 하는데 스포츠교류를 적극적으로 좀 활용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오는 9일 막을 여는 평창 동계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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