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눈’의 태극전사…한국판 ‘빅토르 안’ 나올까?

입력 2018.02.06 (14:33) 수정 2018.02.06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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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눈’의 태극전사…제2의 안현수 나올까?

‘푸른 눈’의 태극전사…제2의 안현수 나올까?

평창올림픽 귀화 선수 16명…전체 선수단 가운데 11%

이번 평창올림픽에 참가하는 우리나라 선수는 역대 동계올림픽을 통틀어 최다인 144명이다. 이 중엔 금발에 푸른 눈을 가진 이색적인 선수들도 눈에 띈다. 안현수 선수가 러시아 국가대표로 소치 동계올림픽에 참가한 것처럼 다른나라에서 귀화를 해 출전하는 선수들이다. 모두 몇 명일까? 19~20명으로 보도한 언론도 있었는데 대한체육회는 엄밀히 말해 16명이라고 설명했다. 스포츠공정위원회를 열어 법무부에 추천서를 보낸 뒤 허가를 받은 특별귀화자를 추린 숫자이다. 전체 선수단 가운데 10%를 넘는 적지 않은 인원이다.


종목별로 살펴보면 아이스하키가 10명으로 가장 많다. 특히 남자가 7명이나 되는데 가장 유명한 선수는 골리(골키퍼)를 맡고 있는 맷 달튼 선수이다. 캐나다 출신으로 한국 국적을 취득한 뒤 '한라성'이란 이름까지 얻었는데 대표팀의 핵심 전력으로 꼽힌다. 지난해 12월 러시아에서 열린 채널원컵 대회에선 3경기에서 155개 유효슈팅 가운데 92.3%를 막아내는 놀라운 활약을 선보였다. 최근 광화문에서 이순신 장군 동상을 보고 감명을 받아 자신의 핼멧에 이를 본 딴 그림을 붙이고 출전하려 했지만 IOC가 정치적인 행동으로 규정하는 바람에 무산되기도 했다.


다음으로 귀화선수가 많은 종목은 바이애슬론이다. 사상 처음으로 메달 획득을 노리고 있는데 러시아 출신 선수 4명이 포진돼 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건 티모페이 랍신이다. 월드컵 대회에서 6번이나 우승을 차지한 정상급 선수인데 러시아 대표팀 발탁 과정에서 석연치 않게 탈락했다고 생각해 귀화를 선택했다. 안현수 선수를 떠올리게 하는 사연인데 그는 "안현수가 러시아에 금메달을 안겨준 것처럼 평창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는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나머지는 루지와 아이스 댄싱에 각각 1명이다. 루지 최강국으로 꼽히는 독일 출신인 에일린 프리쉐는 2015년 독일 대표팀에서 탈락한 뒤 귀화를 택했다. 알렉산더 게멀린은 쌍둥이 여동생과 짝을 이뤄 미국 국가대표에 선발된 적도 있지만 동생의 부상으로 한동안 활동하지 않다가 민유라 선수와 조를 이뤄 올림픽 무대에 도전한다.

어머니 국적 따라서…“친부모 보고 싶다”


게멀린과 한 조를 이뤄 출전하는 민유라 선수와 크로스컨트리의 희망으로 꼽히는 김마그너스 선수는 이중국적자이다. 미국 국적을 갖고 있던 민유라는 겜린과 함께 우리나라 선수로 출전해 '아리랑'을 선곡하고 연기복도 개량 한복을 입을 계획이다. 김마그너스는 노르웨이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나 국적을 고민했지만 평창 올림픽이 한국에서 열리는 만큼 어머니 국적을 따라 국가대표가 됐다고 밝혔다. 2016년 유스올림픽에서 금메달을, 지난해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에서도 금메달을 땄는데 모두 우리나라 사상 최초이다.


국적을 회복한 선수도 2명이 있다. 아이스하키의 박윤정 선수와 프리스타일스키의 이미현 선수. 모두 어렸을 때 미국으로 입양을 갔다가 올림픽 출전을 위해 국적을 회복했다. 박윤정은 여동생인 해나 브랜트가 미국 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에 뽑혀 자매 맞대결이 관심을 끌고 있다. 이미현은 스키장 강사로 일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가 대한스키협회의 권유를 받고 결심을 했다. 두 선수 모두 이번 올림픽을 계기로 친부모를 만나고 싶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취약 종목에 집중…“주최국 위상·국내 기량향상 고려해야”

앞서 살펴본 대로 귀화나 이중국적 또는 국적회복 선수들은 주로 취약 종목에 몰려있다. 우리나라는 역대 동계올림픽에 17번 참가해서 26개의 금메달을 땄는데 21개가 쇼트트랙, 4개가 스피드 스케이팅, 1개가 피겨스케이팅으로 빙상 종목에 편중돼 있다. 체육계 관계자는 내심 메달을 기대하는 종목도 있지만 그보다는 주최국으로서 다양한 종목에서 일정 정도 경기력을 보여주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스포츠 심리학을 전공한 정용철 서강대 교수는 "아이스하키 같은 종목은 기술적 격차가 순식간에 좁혀지기 어렵기 때문에 귀화 선수가 없이는 10-0 이상의 큰 점수차가 날 수 있다. 그럴 경우 흥미도 떨어지고 주최국이 망신을 살 수 있다."면서 "정서적 거부감보다는 귀화 선수들과 함께 훈련하면서 국내 선수들도 기량을 향상시킬 수 있는 등 긍정적인 측면도 생각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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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푸른 눈’의 태극전사…한국판 ‘빅토르 안’ 나올까?
    • 입력 2018-02-06 14:33:23
    • 수정2018-02-06 15:07:15
    취재K
평창올림픽 귀화 선수 16명…전체 선수단 가운데 11%

이번 평창올림픽에 참가하는 우리나라 선수는 역대 동계올림픽을 통틀어 최다인 144명이다. 이 중엔 금발에 푸른 눈을 가진 이색적인 선수들도 눈에 띈다. 안현수 선수가 러시아 국가대표로 소치 동계올림픽에 참가한 것처럼 다른나라에서 귀화를 해 출전하는 선수들이다. 모두 몇 명일까? 19~20명으로 보도한 언론도 있었는데 대한체육회는 엄밀히 말해 16명이라고 설명했다. 스포츠공정위원회를 열어 법무부에 추천서를 보낸 뒤 허가를 받은 특별귀화자를 추린 숫자이다. 전체 선수단 가운데 10%를 넘는 적지 않은 인원이다.


종목별로 살펴보면 아이스하키가 10명으로 가장 많다. 특히 남자가 7명이나 되는데 가장 유명한 선수는 골리(골키퍼)를 맡고 있는 맷 달튼 선수이다. 캐나다 출신으로 한국 국적을 취득한 뒤 '한라성'이란 이름까지 얻었는데 대표팀의 핵심 전력으로 꼽힌다. 지난해 12월 러시아에서 열린 채널원컵 대회에선 3경기에서 155개 유효슈팅 가운데 92.3%를 막아내는 놀라운 활약을 선보였다. 최근 광화문에서 이순신 장군 동상을 보고 감명을 받아 자신의 핼멧에 이를 본 딴 그림을 붙이고 출전하려 했지만 IOC가 정치적인 행동으로 규정하는 바람에 무산되기도 했다.


다음으로 귀화선수가 많은 종목은 바이애슬론이다. 사상 처음으로 메달 획득을 노리고 있는데 러시아 출신 선수 4명이 포진돼 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건 티모페이 랍신이다. 월드컵 대회에서 6번이나 우승을 차지한 정상급 선수인데 러시아 대표팀 발탁 과정에서 석연치 않게 탈락했다고 생각해 귀화를 선택했다. 안현수 선수를 떠올리게 하는 사연인데 그는 "안현수가 러시아에 금메달을 안겨준 것처럼 평창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는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나머지는 루지와 아이스 댄싱에 각각 1명이다. 루지 최강국으로 꼽히는 독일 출신인 에일린 프리쉐는 2015년 독일 대표팀에서 탈락한 뒤 귀화를 택했다. 알렉산더 게멀린은 쌍둥이 여동생과 짝을 이뤄 미국 국가대표에 선발된 적도 있지만 동생의 부상으로 한동안 활동하지 않다가 민유라 선수와 조를 이뤄 올림픽 무대에 도전한다.

어머니 국적 따라서…“친부모 보고 싶다”


게멀린과 한 조를 이뤄 출전하는 민유라 선수와 크로스컨트리의 희망으로 꼽히는 김마그너스 선수는 이중국적자이다. 미국 국적을 갖고 있던 민유라는 겜린과 함께 우리나라 선수로 출전해 '아리랑'을 선곡하고 연기복도 개량 한복을 입을 계획이다. 김마그너스는 노르웨이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나 국적을 고민했지만 평창 올림픽이 한국에서 열리는 만큼 어머니 국적을 따라 국가대표가 됐다고 밝혔다. 2016년 유스올림픽에서 금메달을, 지난해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에서도 금메달을 땄는데 모두 우리나라 사상 최초이다.


국적을 회복한 선수도 2명이 있다. 아이스하키의 박윤정 선수와 프리스타일스키의 이미현 선수. 모두 어렸을 때 미국으로 입양을 갔다가 올림픽 출전을 위해 국적을 회복했다. 박윤정은 여동생인 해나 브랜트가 미국 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에 뽑혀 자매 맞대결이 관심을 끌고 있다. 이미현은 스키장 강사로 일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가 대한스키협회의 권유를 받고 결심을 했다. 두 선수 모두 이번 올림픽을 계기로 친부모를 만나고 싶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취약 종목에 집중…“주최국 위상·국내 기량향상 고려해야”

앞서 살펴본 대로 귀화나 이중국적 또는 국적회복 선수들은 주로 취약 종목에 몰려있다. 우리나라는 역대 동계올림픽에 17번 참가해서 26개의 금메달을 땄는데 21개가 쇼트트랙, 4개가 스피드 스케이팅, 1개가 피겨스케이팅으로 빙상 종목에 편중돼 있다. 체육계 관계자는 내심 메달을 기대하는 종목도 있지만 그보다는 주최국으로서 다양한 종목에서 일정 정도 경기력을 보여주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스포츠 심리학을 전공한 정용철 서강대 교수는 "아이스하키 같은 종목은 기술적 격차가 순식간에 좁혀지기 어렵기 때문에 귀화 선수가 없이는 10-0 이상의 큰 점수차가 날 수 있다. 그럴 경우 흥미도 떨어지고 주최국이 망신을 살 수 있다."면서 "정서적 거부감보다는 귀화 선수들과 함께 훈련하면서 국내 선수들도 기량을 향상시킬 수 있는 등 긍정적인 측면도 생각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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