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리함메르 얼마나 추웠길래…24년 만 추운 올림픽 걱정

입력 2018.02.08 (07:00) 수정 2018.02.08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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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vs 릴리함메르…가장 추운 올림픽 경쟁

평창 vs 릴리함메르…가장 추운 올림픽 경쟁

이렇게 추위가 걱정스러웠던 올림픽은 24년 만이다. 개막을 이틀 앞둔 7일 아침 평창 최저기온은 영하 18도까지 떨어졌다. 대회기간 평창의 과거 평균기온은 영하 5도, 평균 최저기온은 영하 9.8도까지 내려갔다. 바람도 강한 편이다. 평균 풍속이 초당 4m를 넘어선다. 올림픽 하이라이트인 개막식 당일 체감온도는 영하 10도로 예측됐는데, 기상청은 '평년보다 높은 기온'이라고 발표했다. 개막식 다음날부터는 점점 추워진다. 최고기온이 0도를 넘어서는 날이 없고, 최저기온은 영하 10도를 밑돌 예정이다.

예상보다 매서운 추위에 세계 각국에서 몰린 선수단과 취재진도 화들짝 놀랐다. 미 시사주간지 타임은 "가장 추운 올림픽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고, 리우 올림픽에서 '근육맨'으로 유명세를 떨쳤던 남태평양 통가 선수 피타 타우파토푸아는 인터뷰에서 "살아남아 경기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연관기사] 남태평양 통가 ‘근육남’…“평창에선 옷 껴입을래요”


평창의 혹한은 1994년 노르웨이 릴리함메르 대회 외에는 비교 대상이 없다. 릴리함메르는 평창보다 위도가 25도나 높은 역대 올림픽 개최지 가운데 가장 북쪽에 있다. 대회 기간 평균 온도는 영하 11도였다. 최저기온이 영하 25도 가까이 내려간 적도 있었다. 게다가 개막식은 아예 야외에서 열렸다.


개막식 밤 날씨는 영하 11도. 사방이 뚫린 리스고스바켄 스키점프 아레나에서 관중 3만 5천 명이 개막식을 지켜봤다. 당시 KBS 뉴스 보도를 보면, 관객들은 모자와 외투로 중무장을 하고도 조직위가 제공한 흰 바람막이를 껴입었다. 흩날리는 눈발 속에 선수단이 등장하고, 바이올리니스트는 설원 위에서 얼어붙은 손으로 연주했다. 평화의 상징인 흰 비둘기를 날리는 순서도 취소했다. 살아있는 비둘기들이 혹한에 고통받는다는 이유였다. 노르웨이 측은 대신 비둘기 모양 풍선을 날리는 것으로 대신했다.

강추위가 개막식을 망칠 거라는 우려도 컸다. 하지만 북유럽의 대자연을 주제로 한 공연이 크게 주목받은 데다 마지막 성화봉송 주자가 스키점프대에서 직접 뛰어내려 점화하는 이벤트가 시선을 사로잡으면서 언론의 호평을 받았다.

1994년 릴리함메르 올림픽 개막식 관중. 사마란치 당시 IOC 위원장(가운데 푸른 코트·노란 목도리 차림 남성)도 야외에서 추위를 견뎌야 했다. [사진 출처:게티이미지]1994년 릴리함메르 올림픽 개막식 관중. 사마란치 당시 IOC 위원장(가운데 푸른 코트·노란 목도리 차림 남성)도 야외에서 추위를 견뎌야 했다. [사진 출처:게티이미지]

추위는 대회 내내 계속됐다. 조직위는 관중들과 기자들에게 '야외 경기장에 나가기 전에 얼굴에 습기 제거 크림을 바르고, 귀와 뺨을 덮는 모자를 반드시 착용하라'고 당부했다. 스키 등 야외경기장에선 귀족도 예외 없이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관람해야 했는데, 의자에서 냉기가 올라와 고생했다고 한다. 따뜻한 남유럽에서 온 모나코와 스페인 국왕은 물론, 자국 노르웨이의 소냐 왕비도 추위를 피할 수는 없었다.


노르웨이 철도청은 때아닌 '야생늑대 오줌 냄새'가 나는 약품을 구하러 다니기도 했다. 극심한 추위에 먹이를 찾으러 내려온 사슴들이 자꾸 철길로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사슴 때문에 승객 운송에 차질을 빚자, 천적인 늑대 오줌 냄새로 쫓겠다는 계획이었다. 대신 눈밭 군데군데 사슴 사료통을 마련했다.

2000년대 이후 동계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들은 이런 수준의 추위를 겪을 일이 없었다. 솔트레이크(‘02), 토리노(’06), 밴쿠버(‘10), 소치(’14)의 대회기간 평균기온은 영상 7.8도. 2010년 밴쿠버는 '제1회 춘계 올림픽'이라고 불렸다. 원래도 포근한 날씨로 유명한 도시였다. 4년 뒤 소치는? 더 따뜻했다. IOC는 소치의 겨울이 동계올림픽을 열기에 충분하다고 했지만, 낮 기온이 20도까지 오를 거로 예측하진 못했다. 그해 우리나라 봄(3~5월) 평균기온이 13.1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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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릴리함메르 얼마나 추웠길래…24년 만 추운 올림픽 걱정
    • 입력 2018-02-08 07:00:49
    • 수정2018-02-08 10:29:23
    종합
이렇게 추위가 걱정스러웠던 올림픽은 24년 만이다. 개막을 이틀 앞둔 7일 아침 평창 최저기온은 영하 18도까지 떨어졌다. 대회기간 평창의 과거 평균기온은 영하 5도, 평균 최저기온은 영하 9.8도까지 내려갔다. 바람도 강한 편이다. 평균 풍속이 초당 4m를 넘어선다. 올림픽 하이라이트인 개막식 당일 체감온도는 영하 10도로 예측됐는데, 기상청은 '평년보다 높은 기온'이라고 발표했다. 개막식 다음날부터는 점점 추워진다. 최고기온이 0도를 넘어서는 날이 없고, 최저기온은 영하 10도를 밑돌 예정이다. 예상보다 매서운 추위에 세계 각국에서 몰린 선수단과 취재진도 화들짝 놀랐다. 미 시사주간지 타임은 "가장 추운 올림픽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고, 리우 올림픽에서 '근육맨'으로 유명세를 떨쳤던 남태평양 통가 선수 피타 타우파토푸아는 인터뷰에서 "살아남아 경기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연관기사] 남태평양 통가 ‘근육남’…“평창에선 옷 껴입을래요” 평창의 혹한은 1994년 노르웨이 릴리함메르 대회 외에는 비교 대상이 없다. 릴리함메르는 평창보다 위도가 25도나 높은 역대 올림픽 개최지 가운데 가장 북쪽에 있다. 대회 기간 평균 온도는 영하 11도였다. 최저기온이 영하 25도 가까이 내려간 적도 있었다. 게다가 개막식은 아예 야외에서 열렸다. 개막식 밤 날씨는 영하 11도. 사방이 뚫린 리스고스바켄 스키점프 아레나에서 관중 3만 5천 명이 개막식을 지켜봤다. 당시 KBS 뉴스 보도를 보면, 관객들은 모자와 외투로 중무장을 하고도 조직위가 제공한 흰 바람막이를 껴입었다. 흩날리는 눈발 속에 선수단이 등장하고, 바이올리니스트는 설원 위에서 얼어붙은 손으로 연주했다. 평화의 상징인 흰 비둘기를 날리는 순서도 취소했다. 살아있는 비둘기들이 혹한에 고통받는다는 이유였다. 노르웨이 측은 대신 비둘기 모양 풍선을 날리는 것으로 대신했다. 강추위가 개막식을 망칠 거라는 우려도 컸다. 하지만 북유럽의 대자연을 주제로 한 공연이 크게 주목받은 데다 마지막 성화봉송 주자가 스키점프대에서 직접 뛰어내려 점화하는 이벤트가 시선을 사로잡으면서 언론의 호평을 받았다. 1994년 릴리함메르 올림픽 개막식 관중. 사마란치 당시 IOC 위원장(가운데 푸른 코트·노란 목도리 차림 남성)도 야외에서 추위를 견뎌야 했다. [사진 출처:게티이미지] 추위는 대회 내내 계속됐다. 조직위는 관중들과 기자들에게 '야외 경기장에 나가기 전에 얼굴에 습기 제거 크림을 바르고, 귀와 뺨을 덮는 모자를 반드시 착용하라'고 당부했다. 스키 등 야외경기장에선 귀족도 예외 없이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관람해야 했는데, 의자에서 냉기가 올라와 고생했다고 한다. 따뜻한 남유럽에서 온 모나코와 스페인 국왕은 물론, 자국 노르웨이의 소냐 왕비도 추위를 피할 수는 없었다. 노르웨이 철도청은 때아닌 '야생늑대 오줌 냄새'가 나는 약품을 구하러 다니기도 했다. 극심한 추위에 먹이를 찾으러 내려온 사슴들이 자꾸 철길로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사슴 때문에 승객 운송에 차질을 빚자, 천적인 늑대 오줌 냄새로 쫓겠다는 계획이었다. 대신 눈밭 군데군데 사슴 사료통을 마련했다. 2000년대 이후 동계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들은 이런 수준의 추위를 겪을 일이 없었다. 솔트레이크(‘02), 토리노(’06), 밴쿠버(‘10), 소치(’14)의 대회기간 평균기온은 영상 7.8도. 2010년 밴쿠버는 '제1회 춘계 올림픽'이라고 불렸다. 원래도 포근한 날씨로 유명한 도시였다. 4년 뒤 소치는? 더 따뜻했다. IOC는 소치의 겨울이 동계올림픽을 열기에 충분하다고 했지만, 낮 기온이 20도까지 오를 거로 예측하진 못했다. 그해 우리나라 봄(3~5월) 평균기온이 13.1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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