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의 전설 해밀턴이 말하는 김연아…“지적할 것이 없었다”

입력 2018.02.08 (10:32) 수정 2018.02.0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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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피겨 전설 스캇 해밀턴 “역대 올림픽 금메달 중 연아가 최고”

남자 피겨 전설 스캇 해밀턴 “역대 올림픽 금메달 중 연아가 최고”

미혼모의 아이로 태어난 뒤 우여 곡절 끝에 다른 가정으로 입양된 아이. 더구나 소화기관에도 문제가 있었고, 괴질이란 병에 시달리면서 성장이 멈춰 남들보다 훨씬 왜소한 어린이. 병 수발에 지친 양부모는 그의 주치의의 딸이 다니던 피겨 교실에 함께 다니길 권유했고, 그는 운명처럼 피겨를 시작해 1984년 사라예보 동계 올림픽 남자 싱글에서 금메달을 따게 된다. 주인공은 바로 미국 남자 피겨의 전설 스캇 해밀턴이다.

역경을 이기고 올림픽 챔피언이 된에도 그의 인생은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1997년 고환암 진단을 받고 투병 생활을 시작한 데 이어, 2004년에는 뇌하수체에 종양이 발견된 이후 5년간 또다시 투병 생활을 통해 기적적으로 몸을 회복해 5년 만에 아이스쇼에 출연했다.


그가 아이스쇼에서 다시 한 번 백플립 점프(공중제비)를 한순간, 관객들은 영웅이 돌아왔다며 기립 박수를 보냈다. 2010년에도 또다시 뇌종양이 발견되었지만, 무너지지 않고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났다.한 편의 영화와도 인생을 보낸 그는 미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남성 스케이터 중 한 명이다.


스캇 해밀턴의 2003년 연기


해밀턴은 은퇴 이후 아이스쇼인 '스타스온 아이스'의 공동 연출을 맡으며 피겨 스케이팅 선수 출신으로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고, 미국 NBC방송의 해설을 맡아 오랜 기간 피겨 해설을 하고 있다. 그의 인생 이력을 감안하면 모든 선수에게 따뜻한 해설을 할 것 같지만, 사실 그는 피겨 해설에서 보기 드문 독설가에 속한다. 그는 잘못된 점프나 연기 수행이 잘못되었을 때 가차없는 비판을 하기때문에, 사실 후배 피겨 선수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해설자는 아니다. 그런 그가 오로지 칭찬만 했던 스케이터가 바로 김연아다.

그는 김연아의 밴쿠버 올림픽 연기가 여자 싱글 역사상 최고의 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김연아가 등장하면 경기장의 분위기가 바뀌는데, 그런 경험은 정말 신비로웠다고 말한다. 이번 대회에서 여자 싱글 금메달을 다툴 것으로 전망되는 러시아의 10대 소녀 2명에게선 김연아 같은 아우라를 찾기 어렵다고 말한다. 미국 NBC방송의 해설을 위해 평창을 찾은 스캇 해밀턴과의 인터뷰는 자연스레 김연아로부터 시작한다.

-2018년 평창 올림픽을 위해 한국을 찾은 첫 느낌은 어떤가?

"20여 년 전 '스타스 온 아이스'한국 공연 이후 처음인데, 한국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친절한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 등으로 나에게 좋은 인상을 남긴 곳이다. 그리고 김연아가 올림픽 챔피언이 된 이후 첫 방문인데 혹시 김연아를 볼 수 있을지도 기대된다."


-김연아 선수가 현역시절 평소의 당신과는 다르게 칭찬 일색이었는데?

"연아가 경기장에 등장하는 순간 경기장의 공기가 완전히 바뀐다. 그런 경험을 다른 스케이터들에게선 느끼기 어려운 순간이었다. 연아는 기술적으로도 완벽하고, 예술적으로도 완벽했다. 비판을 하려고 해도 딱히 지적할 것이 없었다. 연아는 여자 선수로서 최고의 연기를 보여줬다."

-2010년 밴쿠버 올림픽 때 당신의 해설을 보면 해설자가 아니나 팬처럼 느껴졌다. 특히 2번째 플립 점프하기전에 김연아가 약한 점프라고 말하는 순간은 김연아가 진짜 플립에 약해서가 아니라,플립 점프 실수 여부를 걱정하는 듯했다.

"그 점프만 실수하지 않는다면, 금메달을 딴다는 확신이 있었고, 실제 연아는 2번째 플립 점프 이후에 완벽한 연기를 보여줬다."

-김연아의 2010년 연기를 과거 피겨 레전드들과 비교하면 어떤가?

"채점 방식이 다르므로 과거 구채점제 시절 선수들과 직접 비교는 곤란하다. 하지만 점수에서 나오듯 연아의 연기는 2004년 신채점제 도입 이후 명실상부한 최고의 경기였고, 과거와 비교해도 올림픽 최고연기의 한순간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이번 대회 여자 싱글을 전망한다면? 역시 두 명의 러시아 선수들이 유력한데, 1998년 나가노 당시 미셸 콴과 리핀스키의 대결을 연상하게 하는 것 같다?

"미국 선수 2명에서 러시아 선수 2명으로 바뀐 것을 제외하면 놀라운 정도로 비슷하다. 미셸 콴과 메드베데바는 '클래식'한 연기를 하는 선수들이다. 리핀스키와 자기토바는 '드라마틱'한 연기를 하는 느낌이다. 리핀스키가 3회전 루프-3회전 루프 연속 점프를 뛴 것처럼, 자기토바는 연기 후반부에 점프를 배치한 점도 비슷한 것 같다."

-당신의 건강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몸은 어떤가?

"남들은 나를 특별하다 하지만, 나는 하루하루를 소중하게 살고 있다. 건강은 많이 좋아졌다. 그리고 연아는 혹시 피겨경기장에 올 예정인가? 연아를 만나면 좋겠다."

[사진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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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2-08 10:32:18
    • 수정2018-02-08 12:00:07
    취재K
미혼모의 아이로 태어난 뒤 우여 곡절 끝에 다른 가정으로 입양된 아이. 더구나 소화기관에도 문제가 있었고, 괴질이란 병에 시달리면서 성장이 멈춰 남들보다 훨씬 왜소한 어린이. 병 수발에 지친 양부모는 그의 주치의의 딸이 다니던 피겨 교실에 함께 다니길 권유했고, 그는 운명처럼 피겨를 시작해 1984년 사라예보 동계 올림픽 남자 싱글에서 금메달을 따게 된다. 주인공은 바로 미국 남자 피겨의 전설 스캇 해밀턴이다.

역경을 이기고 올림픽 챔피언이 된에도 그의 인생은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1997년 고환암 진단을 받고 투병 생활을 시작한 데 이어, 2004년에는 뇌하수체에 종양이 발견된 이후 5년간 또다시 투병 생활을 통해 기적적으로 몸을 회복해 5년 만에 아이스쇼에 출연했다.


그가 아이스쇼에서 다시 한 번 백플립 점프(공중제비)를 한순간, 관객들은 영웅이 돌아왔다며 기립 박수를 보냈다. 2010년에도 또다시 뇌종양이 발견되었지만, 무너지지 않고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났다.한 편의 영화와도 인생을 보낸 그는 미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남성 스케이터 중 한 명이다.


스캇 해밀턴의 2003년 연기


해밀턴은 은퇴 이후 아이스쇼인 '스타스온 아이스'의 공동 연출을 맡으며 피겨 스케이팅 선수 출신으로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고, 미국 NBC방송의 해설을 맡아 오랜 기간 피겨 해설을 하고 있다. 그의 인생 이력을 감안하면 모든 선수에게 따뜻한 해설을 할 것 같지만, 사실 그는 피겨 해설에서 보기 드문 독설가에 속한다. 그는 잘못된 점프나 연기 수행이 잘못되었을 때 가차없는 비판을 하기때문에, 사실 후배 피겨 선수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해설자는 아니다. 그런 그가 오로지 칭찬만 했던 스케이터가 바로 김연아다.

그는 김연아의 밴쿠버 올림픽 연기가 여자 싱글 역사상 최고의 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김연아가 등장하면 경기장의 분위기가 바뀌는데, 그런 경험은 정말 신비로웠다고 말한다. 이번 대회에서 여자 싱글 금메달을 다툴 것으로 전망되는 러시아의 10대 소녀 2명에게선 김연아 같은 아우라를 찾기 어렵다고 말한다. 미국 NBC방송의 해설을 위해 평창을 찾은 스캇 해밀턴과의 인터뷰는 자연스레 김연아로부터 시작한다.

-2018년 평창 올림픽을 위해 한국을 찾은 첫 느낌은 어떤가?

"20여 년 전 '스타스 온 아이스'한국 공연 이후 처음인데, 한국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친절한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 등으로 나에게 좋은 인상을 남긴 곳이다. 그리고 김연아가 올림픽 챔피언이 된 이후 첫 방문인데 혹시 김연아를 볼 수 있을지도 기대된다."


-김연아 선수가 현역시절 평소의 당신과는 다르게 칭찬 일색이었는데?

"연아가 경기장에 등장하는 순간 경기장의 공기가 완전히 바뀐다. 그런 경험을 다른 스케이터들에게선 느끼기 어려운 순간이었다. 연아는 기술적으로도 완벽하고, 예술적으로도 완벽했다. 비판을 하려고 해도 딱히 지적할 것이 없었다. 연아는 여자 선수로서 최고의 연기를 보여줬다."

-2010년 밴쿠버 올림픽 때 당신의 해설을 보면 해설자가 아니나 팬처럼 느껴졌다. 특히 2번째 플립 점프하기전에 김연아가 약한 점프라고 말하는 순간은 김연아가 진짜 플립에 약해서가 아니라,플립 점프 실수 여부를 걱정하는 듯했다.

"그 점프만 실수하지 않는다면, 금메달을 딴다는 확신이 있었고, 실제 연아는 2번째 플립 점프 이후에 완벽한 연기를 보여줬다."

-김연아의 2010년 연기를 과거 피겨 레전드들과 비교하면 어떤가?

"채점 방식이 다르므로 과거 구채점제 시절 선수들과 직접 비교는 곤란하다. 하지만 점수에서 나오듯 연아의 연기는 2004년 신채점제 도입 이후 명실상부한 최고의 경기였고, 과거와 비교해도 올림픽 최고연기의 한순간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이번 대회 여자 싱글을 전망한다면? 역시 두 명의 러시아 선수들이 유력한데, 1998년 나가노 당시 미셸 콴과 리핀스키의 대결을 연상하게 하는 것 같다?

"미국 선수 2명에서 러시아 선수 2명으로 바뀐 것을 제외하면 놀라운 정도로 비슷하다. 미셸 콴과 메드베데바는 '클래식'한 연기를 하는 선수들이다. 리핀스키와 자기토바는 '드라마틱'한 연기를 하는 느낌이다. 리핀스키가 3회전 루프-3회전 루프 연속 점프를 뛴 것처럼, 자기토바는 연기 후반부에 점프를 배치한 점도 비슷한 것 같다."

-당신의 건강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몸은 어떤가?

"남들은 나를 특별하다 하지만, 나는 하루하루를 소중하게 살고 있다. 건강은 많이 좋아졌다. 그리고 연아는 혹시 피겨경기장에 올 예정인가? 연아를 만나면 좋겠다."

[사진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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