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수수염에서 직물로…‘컬링 빗자루’의 진화

입력 2018.02.10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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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판 위를 문질러 스톤의 움직임을 조절하는 선수들, 컬링 경기 최고의 관전 포인트다. 기다란 손잡이 끝에 스펀지 같은 헤드가 달린 도구 '브룸'은 컬링 선수들과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 브룸의 변천사를 알아본다.

1870년 5월 영국 잡지 ‘더 그래픽’에 실렸던 그림. 캐나다 몬트리올의 아이스링크 개장식에서 컬링을 즐기는 사람들을 묘사하고 있다. [사진출처 : 캐나다국립도서관]1870년 5월 영국 잡지 ‘더 그래픽’에 실렸던 그림. 캐나다 몬트리올의 아이스링크 개장식에서 컬링을 즐기는 사람들을 묘사하고 있다. [사진출처 : 캐나다국립도서관]

1500년대 스코틀랜드 호수 빙판에서 시작된 컬링. 돌덩이와 '빗자루'만 있으면 즐길 수 있는 스포츠였다. 옥수수수염이나 나무 줄기를 단단하게 꼬아 만든 도구는, 마당 쓰는 빗자루와 정말 똑같이 생겼다! 돌이 앞으로 나갈 수 있도록 빙판 위 눈가루를 쓸어내는 용도에 가까웠다.

1903년 1월에 촬영한 사진. 스톤은 지금과 모양이 비슷하지만, 도구는 완연한 ‘빗자루’ 모양이다. [사진출처 : 영국 스카티시 컬링클럽]1903년 1월에 촬영한 사진. 스톤은 지금과 모양이 비슷하지만, 도구는 완연한 ‘빗자루’ 모양이다. [사진출처 : 영국 스카티시 컬링클럽]

하지만 쉽게 구부러지는 빗자루로는 빙판 표면을 정교하게 다듬기 어려웠다. 60년대부턴 직물을 썼다. 처음엔 세로로 긴 빗자루 모양을 그대로 본떴다. 빙판에 비벼 문지르기보다, 이전처럼 얼음 표면을 강하게 쓸어내는 방식으로 썼다.

천으로 만든 빗자루? [사진출처 : 유튜브 올림픽채널 갈무리]천으로 만든 빗자루? [사진출처 : 유튜브 올림픽채널 갈무리]

80년대엔 돼지털이나 말총을 빽빽이 심은 브러시가 쓰였다. 얼음 표면을 '쓸어내는' 대신, 힘으로 눌러 빙판을 문지르기 시작한 시기다.

[사진출처 : 게티이미지][사진출처 : 게티이미지]

우리가 알고 있는 납작한 직물 헤드는 1998년 나가노올림픽에서부터 이미 사용되고 있었다. 컬링이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대회였다. 직물 헤드를 쓰면 얼음 표면을 적당한 정도로 녹일 수 있고 얼음 부스러기도 적게 생긴다. 도구를 쓰는 면적이나 압력을 조절하기도 쉽다. 대신 스톤 궤도를 과하게 수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목표지점을 겨냥해 스톤을 밀어내는 투구자의 실력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닳기도 금방 닳는다. 힘을 많이 쓰는 남자 선수들은 매 경기마다 헤드를 갈아 끼운다. 여자 선수들은 2~3경기마다 교체하는 편이다.

경기 도중에는 원칙적으로 헤드를 갈아끼울 수 없다. [사진출처 : 게티이미지]경기 도중에는 원칙적으로 헤드를 갈아끼울 수 없다. [사진출처 : 게티이미지]

그리고 한국에선…가끔 이런 것도 쓰인다!

지난달 31일 강원 인제군 남면 소양강댐 상류 빙어호에서 군 장병들이 인간 컬링 경기를 펼치고 있다. 초록 빗자루와 함께.지난달 31일 강원 인제군 남면 소양강댐 상류 빙어호에서 군 장병들이 인간 컬링 경기를 펼치고 있다. 초록 빗자루와 함께.

하지만 컬링 도구의 진화는 여기까지일 것 같다. 지난해 세계컬링연맹은 최신 직물로 만든 도구 사용을 금지했다. 신형 도구를 쓰면 얼음과 접촉하는 표면을 울퉁불퉁하게 만들어 빙판을 사실상 깎아낼 수 있었다. 얼음 표면에 이리저리 '길'을 만드는 효과 덕분에 스톤의 방향과 속도 조절이 너무 쉬워졌다는 비판을 받았다.

선수 개인의 실력 대신 장비 싸움이 승패를 가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 이유다. 투구자 역할도 크게 줄어든다. 2015년 캐나다 프로팀 50여 곳이 '신소재 사용을 거부하겠다'며 앞장서 성명을 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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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옥수수수염에서 직물로…‘컬링 빗자루’의 진화
    • 입력 2018-02-10 07:03:48
    종합
빙판 위를 문질러 스톤의 움직임을 조절하는 선수들, 컬링 경기 최고의 관전 포인트다. 기다란 손잡이 끝에 스펀지 같은 헤드가 달린 도구 '브룸'은 컬링 선수들과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 브룸의 변천사를 알아본다.

1870년 5월 영국 잡지 ‘더 그래픽’에 실렸던 그림. 캐나다 몬트리올의 아이스링크 개장식에서 컬링을 즐기는 사람들을 묘사하고 있다. [사진출처 : 캐나다국립도서관]
1500년대 스코틀랜드 호수 빙판에서 시작된 컬링. 돌덩이와 '빗자루'만 있으면 즐길 수 있는 스포츠였다. 옥수수수염이나 나무 줄기를 단단하게 꼬아 만든 도구는, 마당 쓰는 빗자루와 정말 똑같이 생겼다! 돌이 앞으로 나갈 수 있도록 빙판 위 눈가루를 쓸어내는 용도에 가까웠다.

1903년 1월에 촬영한 사진. 스톤은 지금과 모양이 비슷하지만, 도구는 완연한 ‘빗자루’ 모양이다. [사진출처 : 영국 스카티시 컬링클럽]
하지만 쉽게 구부러지는 빗자루로는 빙판 표면을 정교하게 다듬기 어려웠다. 60년대부턴 직물을 썼다. 처음엔 세로로 긴 빗자루 모양을 그대로 본떴다. 빙판에 비벼 문지르기보다, 이전처럼 얼음 표면을 강하게 쓸어내는 방식으로 썼다.

천으로 만든 빗자루? [사진출처 : 유튜브 올림픽채널 갈무리]
80년대엔 돼지털이나 말총을 빽빽이 심은 브러시가 쓰였다. 얼음 표면을 '쓸어내는' 대신, 힘으로 눌러 빙판을 문지르기 시작한 시기다.

[사진출처 : 게티이미지]
우리가 알고 있는 납작한 직물 헤드는 1998년 나가노올림픽에서부터 이미 사용되고 있었다. 컬링이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대회였다. 직물 헤드를 쓰면 얼음 표면을 적당한 정도로 녹일 수 있고 얼음 부스러기도 적게 생긴다. 도구를 쓰는 면적이나 압력을 조절하기도 쉽다. 대신 스톤 궤도를 과하게 수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목표지점을 겨냥해 스톤을 밀어내는 투구자의 실력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닳기도 금방 닳는다. 힘을 많이 쓰는 남자 선수들은 매 경기마다 헤드를 갈아 끼운다. 여자 선수들은 2~3경기마다 교체하는 편이다.

경기 도중에는 원칙적으로 헤드를 갈아끼울 수 없다. [사진출처 : 게티이미지]
그리고 한국에선…가끔 이런 것도 쓰인다!

지난달 31일 강원 인제군 남면 소양강댐 상류 빙어호에서 군 장병들이 인간 컬링 경기를 펼치고 있다. 초록 빗자루와 함께.
하지만 컬링 도구의 진화는 여기까지일 것 같다. 지난해 세계컬링연맹은 최신 직물로 만든 도구 사용을 금지했다. 신형 도구를 쓰면 얼음과 접촉하는 표면을 울퉁불퉁하게 만들어 빙판을 사실상 깎아낼 수 있었다. 얼음 표면에 이리저리 '길'을 만드는 효과 덕분에 스톤의 방향과 속도 조절이 너무 쉬워졌다는 비판을 받았다.

선수 개인의 실력 대신 장비 싸움이 승패를 가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 이유다. 투구자 역할도 크게 줄어든다. 2015년 캐나다 프로팀 50여 곳이 '신소재 사용을 거부하겠다'며 앞장서 성명을 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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