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동생과 로맨스 댄스를? 남매 피겨선수들의 속사정

입력 2018.02.13 (07:03) 수정 2018.02.13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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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의상을 입은 남녀가 은반 위에서 미끄러지듯 춤을 춘다. 피겨스케이팅 페어와 아이스댄스 종목에서만 볼 수 있는 아름다운 장면이다.

12일 열린 피겨스케이팅 팀이벤트(단체전) 아이스댄스에서 2위를 차지한 마이아 시부타니&알렉스 시부타니(미국) 역시 완벽한 호흡의 커플 댄스를 선보였다. 한 쌍의 연인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이들은 4살 터울 '남매'다.


우린 남매랍니다! 미국 피겨 아이스댄스 대표 마이아&알렉스 시부타니 남매


남녀 선수가 함께 출전하는 종목에선 로맨틱한 감정 연기도 중요한 요소다. 특히 아이스댄스는 점프나 스핀 등 기술요소 대신 음악에 맞는 안무를 얼마나 잘 표현하느냐가 관건이다. 스킨십은 물론 뜨거운 눈빛을 교환해야 할 때도 있다. 남매끼리는 그게 가능할까?

피겨에 관심이 높은 서구권에서는 온라인에서 이런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해외 피겨스케이트 팬페이지에는 '남매의 연기 장면에는 감정을 이입하기 어렵다'는 의견부터, '남매이든 아니든 중요한 것은 두 사람의 케미'라는 답변까지 다양한 반응이 올라오기도 했다.


"내 오빠였다면 죽여버렸을지도 몰라!" 미국 코미디언 레슬리 존스가 시부타니 남매의 경기를 보며 남긴 트윗


일단 모범답안은, "얼음 위에선 서로를 가족이라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2살 위 누나와 함께 활동했던 크리스 리드(일본)는 2010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뷰에서 "얼음 위에선 서로를 누나와 남동생으로 보지 않는다"면서 "연기는 연기일 뿐"이라고 말했다. 코치는 '다른 누군가의 얼굴을 보고 있다고 생각하라'는 조언을 하기도 했다.

실제로 연인 연기를 피하기도 한다. 시부타니 남매는 "우린 로맨스는 못 한다"고 선을 그었다. 이번 시즌 프로그램 역시 '꿈을 찾아가는 청년들의 이야기'에 가깝다.

2014년 소치올림픽 아이스댄싱 금메달리스트인 찰리 화이트(미국)은 지난 2일 ESPN과의 인터뷰에서 "일부 사람들이 연인 연기를 보고 싶어한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남매 선수들이) 사랑에 빠질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다.

안무 구성에 한계가 있을 수 있지만, 오히려 다른 팀이 시도하지 않는 창의적인 프로그램을 선보일 수도 있다는 의미다.

2015년 일본 도쿄에서 열린 ISU 월드 팀트로피 경기에서 케이시&크리스 리드(일본) 남매가 연기하는 모습2015년 일본 도쿄에서 열린 ISU 월드 팀트로피 경기에서 케이시&크리스 리드(일본) 남매가 연기하는 모습

남매여서 좋은 점은 없을까? 당연히 있다! 일단 파트너를 구하는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가 없다. 좋은 파트너와 맺어지기는 생각보다 훨씬 어렵다. 코치에게 소개받기도 하지만, 선수들이 직접 웹사이트에 광고를 내기도 한다. 게다가 남매들은 어렸을 때부터 같이 자랐기 때문에 서로에게 익숙해지는 시간을 가질 필요도 없다.

안무나 연습 일정을 결정할 때 의견 조율도 편하다. 싸울 때는 어떨까? 알렉스 시부타니는 ESPN.com 인터뷰에서 "태어날 때부터 여동생과 함께였기 때문에, 우리는 서로를 어떻게 화나게 하는지를 잘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싸움이 커질 수도 있지만, 불필요한 감정 소모를 줄이는 방법 역시 잘 안다는 뜻도 된다.

크리스티나&윌리엄 바이어 남매가 2010년 밴쿠버올림픽 피겨 아이스댄스에 출전한 모습. [사진출처 : 게티이미지]크리스티나&윌리엄 바이어 남매가 2010년 밴쿠버올림픽 피겨 아이스댄스에 출전한 모습. [사진출처 : 게티이미지]

남매 팀은 페어나 아이스댄스에서 그다지 드문 일은 아니다. 2010년 밴쿠버올림픽에선 피겨 아이스댄스에 출전한 23개 팀 가운데 4개 팀 선수들이 남매지간이었다. 1992년 알베르빌 올림픽에선 프랑스의 폴&이자벨 두샤네이 남매가 아이스댄스 은메달을 차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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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동생과 로맨스 댄스를? 남매 피겨선수들의 속사정
    • 입력 2018-02-13 07:03:07
    • 수정2018-02-13 11:42:52
    종합
화려한 의상을 입은 남녀가 은반 위에서 미끄러지듯 춤을 춘다. 피겨스케이팅 페어와 아이스댄스 종목에서만 볼 수 있는 아름다운 장면이다.

12일 열린 피겨스케이팅 팀이벤트(단체전) 아이스댄스에서 2위를 차지한 마이아 시부타니&알렉스 시부타니(미국) 역시 완벽한 호흡의 커플 댄스를 선보였다. 한 쌍의 연인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이들은 4살 터울 '남매'다.


우린 남매랍니다! 미국 피겨 아이스댄스 대표 마이아&알렉스 시부타니 남매


남녀 선수가 함께 출전하는 종목에선 로맨틱한 감정 연기도 중요한 요소다. 특히 아이스댄스는 점프나 스핀 등 기술요소 대신 음악에 맞는 안무를 얼마나 잘 표현하느냐가 관건이다. 스킨십은 물론 뜨거운 눈빛을 교환해야 할 때도 있다. 남매끼리는 그게 가능할까?

피겨에 관심이 높은 서구권에서는 온라인에서 이런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해외 피겨스케이트 팬페이지에는 '남매의 연기 장면에는 감정을 이입하기 어렵다'는 의견부터, '남매이든 아니든 중요한 것은 두 사람의 케미'라는 답변까지 다양한 반응이 올라오기도 했다.


"내 오빠였다면 죽여버렸을지도 몰라!" 미국 코미디언 레슬리 존스가 시부타니 남매의 경기를 보며 남긴 트윗


일단 모범답안은, "얼음 위에선 서로를 가족이라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2살 위 누나와 함께 활동했던 크리스 리드(일본)는 2010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뷰에서 "얼음 위에선 서로를 누나와 남동생으로 보지 않는다"면서 "연기는 연기일 뿐"이라고 말했다. 코치는 '다른 누군가의 얼굴을 보고 있다고 생각하라'는 조언을 하기도 했다.

실제로 연인 연기를 피하기도 한다. 시부타니 남매는 "우린 로맨스는 못 한다"고 선을 그었다. 이번 시즌 프로그램 역시 '꿈을 찾아가는 청년들의 이야기'에 가깝다.

2014년 소치올림픽 아이스댄싱 금메달리스트인 찰리 화이트(미국)은 지난 2일 ESPN과의 인터뷰에서 "일부 사람들이 연인 연기를 보고 싶어한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남매 선수들이) 사랑에 빠질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다.

안무 구성에 한계가 있을 수 있지만, 오히려 다른 팀이 시도하지 않는 창의적인 프로그램을 선보일 수도 있다는 의미다.

2015년 일본 도쿄에서 열린 ISU 월드 팀트로피 경기에서 케이시&크리스 리드(일본) 남매가 연기하는 모습
남매여서 좋은 점은 없을까? 당연히 있다! 일단 파트너를 구하는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가 없다. 좋은 파트너와 맺어지기는 생각보다 훨씬 어렵다. 코치에게 소개받기도 하지만, 선수들이 직접 웹사이트에 광고를 내기도 한다. 게다가 남매들은 어렸을 때부터 같이 자랐기 때문에 서로에게 익숙해지는 시간을 가질 필요도 없다.

안무나 연습 일정을 결정할 때 의견 조율도 편하다. 싸울 때는 어떨까? 알렉스 시부타니는 ESPN.com 인터뷰에서 "태어날 때부터 여동생과 함께였기 때문에, 우리는 서로를 어떻게 화나게 하는지를 잘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싸움이 커질 수도 있지만, 불필요한 감정 소모를 줄이는 방법 역시 잘 안다는 뜻도 된다.

크리스티나&윌리엄 바이어 남매가 2010년 밴쿠버올림픽 피겨 아이스댄스에 출전한 모습. [사진출처 : 게티이미지]
남매 팀은 페어나 아이스댄스에서 그다지 드문 일은 아니다. 2010년 밴쿠버올림픽에선 피겨 아이스댄스에 출전한 23개 팀 가운데 4개 팀 선수들이 남매지간이었다. 1992년 알베르빌 올림픽에선 프랑스의 폴&이자벨 두샤네이 남매가 아이스댄스 은메달을 차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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