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향 이후 첫 올림픽’…박승희의 ‘위대한 도전’

입력 2018.02.13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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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은 어려서 바이올린을 배웠다. 그는 과거 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바이올린에서 비올라로 전향하게 된 사연을 공개했다. "팔이 갑자기 길어져 바이올린을 연주하기 불편했다"는 것이다. 용재 오닐의 경우가 아니더라도 바이올린 연주자가 비올라로 악기를 바꾸는 건 음악계에서 드문 일이 아니다.

스포츠에서도 종목을 바꾸는 선수들이 종종 있다. 양궁 선수가 권투 선수로 전향하는 일은 상상하기 어렵지만 쇼트트랙 선수가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종목을 바꾸는 일은 바이올린 연주자가 비올라로 악기를 바꾸는 일 만큼 드물지 않다. 스피드스케이팅의 이승훈(대한항공)과 김보름(강원도청)도 쇼트트랙 출신 선수들이다.

종목 바꾼 뒤에도 국가대표급 실력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선 또 한 명의 쇼트트랙 출신 스피드스케이팅 선수가 있다. 소치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박승희(스포츠토토)다. 그녀는 2010년 벤쿠버올림픽에서 1,000m와 1,500m 동메달을 목에 건 후 2014 소치올림픽에서 1,000m와 3,000m 금메달, 500m 동메달까지 거머쥐며 쇼트트랙 전 종목에서 시상대에 올랐다.

2014 소치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000m에서 우승을 차지한 박승희가 금메달을 목에 걸고 있다.[사진출처:연합뉴스]2014 소치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000m에서 우승을 차지한 박승희가 금메달을 목에 걸고 있다.[사진출처:연합뉴스]

소치올림픽 2관왕 이후 은퇴까지 생각했다던 박승희는 몇 달 뒤 돌연 스피드스케이팅 전향을 선언했다. 자신의 한계를 한 번 더 뛰어넘어 보겠다는 다짐으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스케이트를 갈아신은 박승희가 14일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로서 첫 올림픽 레이스에 나선다.

국내 선수 가운데 2개 이상의 종목에서 올림픽에 출전한 빙상 선수는 박승희가 처음이다. 첫 공인기록대회 1,000m에서 1분 20초 40으로 준수한 성적을 냈고 이듬해 동계체전에서는 첫 빙속 금메달을 땄다. 삿포로 아시안게임에서는 6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박승희는 평창올림픽 출권권까지 따내며 종목 전환 4년 만에 이상화(스포츠토토)를 잇는 단거리 간판으로 성장한 것이다.

 쇼트트랙이 아닌 빙속 선수로서는 첫 올림픽 무대에 서는 박승희가 1,000m 경기 출전을 하루 앞둔 13일 오후 강릉 스피드스케이트경기장에서 공식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출처:연합뉴스] 쇼트트랙이 아닌 빙속 선수로서는 첫 올림픽 무대에 서는 박승희가 1,000m 경기 출전을 하루 앞둔 13일 오후 강릉 스피드스케이트경기장에서 공식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출처:연합뉴스]

[연관기사]박승희, 빙속 전향 3개월만 국가대표 ‘기염’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 간 전향은 적지 않다 해도 박승희처럼 세계 정상에 올랐던 선수가 종목을 바꾸는 일은 흔치 않다. 두 종목에서 국가대표가 될 정도로 기량을 갖춘 뒤 올림픽에 출전하는 일 역시 드물다. 앞서 벤쿠버올림픽 2관왕 이정수나 쇼트트랙 계주 올림픽 2연패 주역이었던 최은경 등이 스피드스케이팅 전향을 시도했지만 올림픽 무대에 서지는 못했다. 유사한 종목이라 해도 국가대표의 문턱은 결코 낮지 않다. 지금까지 박승희가 보여준 기록 만으로도 놀랍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메달권과 거리 있어도...박승희의 '위대한 도전'

다만 스피드스케이팅에서 박승희는 메달권과 거리가 있다. 일본의 고다이라 나오는 지난해 12월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열린 2017~2018시즌 ISU 월드컵 4차 대회 여자 1,000m에서 1분 12초 09의 세계신기록을 수립하며 1위를 차지했다. 이번 대회에서도 고다이라 나오를 비롯해 다카기 미호, 아리사 고 등 일본 선수들의 메달 다툼이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박승희는 이번 올림픽이 예전 그 어떤 올림픽보다도 더 욕심이 난다고 말한다. 박승희는 "세 번이나 올림픽에 나갈지는 상상도 못 했다"며 "후회 없는 경기를 하겠다"고 각오를 드러냈다. 이번 올림픽을 끝으로 은퇴하겠다는 뜻을 밝힌 박승희. 그녀는 14일 저녁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선수로서 마지막 도전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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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향 이후 첫 올림픽’…박승희의 ‘위대한 도전’
    • 입력 2018-02-13 17:50:11
    취재K
유명한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은 어려서 바이올린을 배웠다. 그는 과거 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바이올린에서 비올라로 전향하게 된 사연을 공개했다. "팔이 갑자기 길어져 바이올린을 연주하기 불편했다"는 것이다. 용재 오닐의 경우가 아니더라도 바이올린 연주자가 비올라로 악기를 바꾸는 건 음악계에서 드문 일이 아니다.

스포츠에서도 종목을 바꾸는 선수들이 종종 있다. 양궁 선수가 권투 선수로 전향하는 일은 상상하기 어렵지만 쇼트트랙 선수가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종목을 바꾸는 일은 바이올린 연주자가 비올라로 악기를 바꾸는 일 만큼 드물지 않다. 스피드스케이팅의 이승훈(대한항공)과 김보름(강원도청)도 쇼트트랙 출신 선수들이다.

종목 바꾼 뒤에도 국가대표급 실력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선 또 한 명의 쇼트트랙 출신 스피드스케이팅 선수가 있다. 소치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박승희(스포츠토토)다. 그녀는 2010년 벤쿠버올림픽에서 1,000m와 1,500m 동메달을 목에 건 후 2014 소치올림픽에서 1,000m와 3,000m 금메달, 500m 동메달까지 거머쥐며 쇼트트랙 전 종목에서 시상대에 올랐다.

2014 소치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000m에서 우승을 차지한 박승희가 금메달을 목에 걸고 있다.[사진출처:연합뉴스]
소치올림픽 2관왕 이후 은퇴까지 생각했다던 박승희는 몇 달 뒤 돌연 스피드스케이팅 전향을 선언했다. 자신의 한계를 한 번 더 뛰어넘어 보겠다는 다짐으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스케이트를 갈아신은 박승희가 14일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로서 첫 올림픽 레이스에 나선다.

국내 선수 가운데 2개 이상의 종목에서 올림픽에 출전한 빙상 선수는 박승희가 처음이다. 첫 공인기록대회 1,000m에서 1분 20초 40으로 준수한 성적을 냈고 이듬해 동계체전에서는 첫 빙속 금메달을 땄다. 삿포로 아시안게임에서는 6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박승희는 평창올림픽 출권권까지 따내며 종목 전환 4년 만에 이상화(스포츠토토)를 잇는 단거리 간판으로 성장한 것이다.

 쇼트트랙이 아닌 빙속 선수로서는 첫 올림픽 무대에 서는 박승희가 1,000m 경기 출전을 하루 앞둔 13일 오후 강릉 스피드스케이트경기장에서 공식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출처:연합뉴스]
[연관기사]박승희, 빙속 전향 3개월만 국가대표 ‘기염’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 간 전향은 적지 않다 해도 박승희처럼 세계 정상에 올랐던 선수가 종목을 바꾸는 일은 흔치 않다. 두 종목에서 국가대표가 될 정도로 기량을 갖춘 뒤 올림픽에 출전하는 일 역시 드물다. 앞서 벤쿠버올림픽 2관왕 이정수나 쇼트트랙 계주 올림픽 2연패 주역이었던 최은경 등이 스피드스케이팅 전향을 시도했지만 올림픽 무대에 서지는 못했다. 유사한 종목이라 해도 국가대표의 문턱은 결코 낮지 않다. 지금까지 박승희가 보여준 기록 만으로도 놀랍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메달권과 거리 있어도...박승희의 '위대한 도전'

다만 스피드스케이팅에서 박승희는 메달권과 거리가 있다. 일본의 고다이라 나오는 지난해 12월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열린 2017~2018시즌 ISU 월드컵 4차 대회 여자 1,000m에서 1분 12초 09의 세계신기록을 수립하며 1위를 차지했다. 이번 대회에서도 고다이라 나오를 비롯해 다카기 미호, 아리사 고 등 일본 선수들의 메달 다툼이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박승희는 이번 올림픽이 예전 그 어떤 올림픽보다도 더 욕심이 난다고 말한다. 박승희는 "세 번이나 올림픽에 나갈지는 상상도 못 했다"며 "후회 없는 경기를 하겠다"고 각오를 드러냈다. 이번 올림픽을 끝으로 은퇴하겠다는 뜻을 밝힌 박승희. 그녀는 14일 저녁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선수로서 마지막 도전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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