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사 김정희 만년에 쓴 글씨 ‘침계’ 보물 지정

입력 2018.02.20 (09:57) 수정 2018.02.20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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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후기 최고의 서예가이자 금석학자였던 추사(秋史) 김정희(1786∼1856)가 30년 동안 고민한 끝에 쓴 글씨 '침계'(침<木+岑>溪)가 보물이 된다.

문화재청은 간송미술문화재단이 소장하고 있는 추사의 서예 작품 중 '침계'를 포함한 3점을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 예고했다고 밝혔다.

'침계'는 지난해 최완수 간송미술관 한국민족미술연구소장이 펴낸 책 '추사명품'(秋史名品)의 표지에 실린 작품이다. 추사가 만년인 1851∼1852년쯤 쓴 것으로 추정되는데, '침계' 두 글자를 커다랗게 쓰고 왼쪽에 8행에 걸친 발문을 적었다.

'침계'는 조선 후기 문신인 윤정현(1793∼1874)의 호다. 윤정현은 추사가 함경도로 귀양 갔을 때 함경감사를 지낸 인물이다. 발문에 따르면 추사는 일찍이 윤정현으로부터 호를 써 달라는 부탁을 받았으나, 한나라 예서(隷書·중국의 옛 서체인 전서보다 쓰기 쉽도록 고안된 서체)에 '침' 자가 없어서 오랜 고민 끝에 예서와 해서(楷書·정자체)를 합해 썼다.

최 소장은 '추사명품'에서 '침계'에 대해 "웅혼하고 장쾌한 필체로 혼신의 힘을 기울여 썼다"고 평가했다.

이번에 보물로 함께 지정 예고된 작품은 '대팽고회'(大烹高會)와 '차호호공'(且呼好共) 대련(對聯·문이나 집 입구 양쪽에 거는 대구의 글)이다.

추사가 세상을 뜬 해인 1856년에 완성한 '대팽고회'는 중국 명나라 문인 오종잠(吳宗潛)의 '중추가연'(中秋家宴)이라는 시에서 유래했다. '대팽두부과강채/고회부처아녀손'(大烹豆腐瓜薑菜/高會夫妻兒女孫)이라는 글로 "푸짐하게 차린 음식은 두부·오이·생강·나물이고, 성대한 연회는 부부·아들딸·손자라네"라는 뜻이다.

'차호호공' 대련은 중국 촉나라 예서를 활용해 '차호명월성삼우/호공매화주일산'(且呼明月成三友/好共梅花住一山)이라는 글귀를 쓴 작품이다. 의미는 "잠시 밝은 달을 불러 세 벗을 이루고, 좋아서 매화와 함께 한 산에 사네"다.

'대팽고회'는 나이 든 서예가가 꾸밈없는 소박한 필치로 인생관을 담아냈다는 평가를 받고, '차호호공'은 자획의 굵기가 다양하고 빠른 붓질로 속도감을 내 운필의 멋을 살린 수작이다.

문화재청은 30일간의 예고 기간에 각계 의견을 받은 뒤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보물 지정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사진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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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사 김정희 만년에 쓴 글씨 ‘침계’ 보물 지정
    • 입력 2018-02-20 09:57:20
    • 수정2018-02-20 10:02:17
    문화
조선 후기 최고의 서예가이자 금석학자였던 추사(秋史) 김정희(1786∼1856)가 30년 동안 고민한 끝에 쓴 글씨 '침계'(침<木+岑>溪)가 보물이 된다.

문화재청은 간송미술문화재단이 소장하고 있는 추사의 서예 작품 중 '침계'를 포함한 3점을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 예고했다고 밝혔다.

'침계'는 지난해 최완수 간송미술관 한국민족미술연구소장이 펴낸 책 '추사명품'(秋史名品)의 표지에 실린 작품이다. 추사가 만년인 1851∼1852년쯤 쓴 것으로 추정되는데, '침계' 두 글자를 커다랗게 쓰고 왼쪽에 8행에 걸친 발문을 적었다.

'침계'는 조선 후기 문신인 윤정현(1793∼1874)의 호다. 윤정현은 추사가 함경도로 귀양 갔을 때 함경감사를 지낸 인물이다. 발문에 따르면 추사는 일찍이 윤정현으로부터 호를 써 달라는 부탁을 받았으나, 한나라 예서(隷書·중국의 옛 서체인 전서보다 쓰기 쉽도록 고안된 서체)에 '침' 자가 없어서 오랜 고민 끝에 예서와 해서(楷書·정자체)를 합해 썼다.

최 소장은 '추사명품'에서 '침계'에 대해 "웅혼하고 장쾌한 필체로 혼신의 힘을 기울여 썼다"고 평가했다.

이번에 보물로 함께 지정 예고된 작품은 '대팽고회'(大烹高會)와 '차호호공'(且呼好共) 대련(對聯·문이나 집 입구 양쪽에 거는 대구의 글)이다.

추사가 세상을 뜬 해인 1856년에 완성한 '대팽고회'는 중국 명나라 문인 오종잠(吳宗潛)의 '중추가연'(中秋家宴)이라는 시에서 유래했다. '대팽두부과강채/고회부처아녀손'(大烹豆腐瓜薑菜/高會夫妻兒女孫)이라는 글로 "푸짐하게 차린 음식은 두부·오이·생강·나물이고, 성대한 연회는 부부·아들딸·손자라네"라는 뜻이다.

'차호호공' 대련은 중국 촉나라 예서를 활용해 '차호명월성삼우/호공매화주일산'(且呼明月成三友/好共梅花住一山)이라는 글귀를 쓴 작품이다. 의미는 "잠시 밝은 달을 불러 세 벗을 이루고, 좋아서 매화와 함께 한 산에 사네"다.

'대팽고회'는 나이 든 서예가가 꾸밈없는 소박한 필치로 인생관을 담아냈다는 평가를 받고, '차호호공'은 자획의 굵기가 다양하고 빠른 붓질로 속도감을 내 운필의 멋을 살린 수작이다.

문화재청은 30일간의 예고 기간에 각계 의견을 받은 뒤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보물 지정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사진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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