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반 년에 620만 원에도 성황…中 군대식 게임 중독 치료소

입력 2018.02.20 (14:42) 수정 2018.02.20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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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베이징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열린 롤드컵 결승전에 중국 청소년 4만명이 몰렸다.(좌)/중국의 샤다오페이처는 우리나라에서도 GTA라는 이름으로 유명하다.(우)지난해 베이징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열린 롤드컵 결승전에 중국 청소년 4만명이 몰렸다.(좌)/중국의 샤다오페이처는 우리나라에서도 GTA라는 이름으로 유명하다.(우)

中 게임중독으로 신음...하지만 규제엔 미온적

지난해 9월 중국 후난성의 한적한 산골마을에서 끔찍한 일이 있었다. 15살 소년이 아무 이유없이 23살 이웃 여성을 무참히 살해했다. 소년은 경찰조사에서 반성하는 기색이 전혀 없었다고 한다. 대신 "진짜 살인이 뭔지 체험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중국 경찰은 소년이 3년동안 샤다오페이처(俠盜飛車)라는 가상세계의 폭력 게임에 푹 빠져있었다고 전했다. 게임 못하게 하자 투신했다거나, 게임 못하게 막자 집에 불질렀다는 등의 게임중독 관련 청소년 범죄는 중국에서 더 이상 별 기삿거리가 되지 않을 정도로 만연해 있다.

지난해 7월에는 중국 텅쉰의 인기 모바일 게임 '왕자영요'를 무려 40시간 동안 쉬지않고 하던 17세 소년이 뇌경색으로 죽을뻔 한 일이 있었다. 급기야 중국 당국이 목소리를 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사설을 통해 왕자영요가 사회에 해로운 독, 사회악이라고 비판했다.

규제 가능성을 우려해서인지 텅쉰 측은 자발적으로 청소년 이용시간 제한 조치 등을 발표했지만 그 때 뿐이었다. 중국 당국은 우리와 마찬가지로 게임 산업이 위축될 우려때문에 강력한 규제는 유보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게임 이용에 대한 규제는 우리나라보다 느슨한 편이다.

중국 CCTV가 지난해 4월 방영한 6부작 게임중독 치료 다큐 ‘거울ㄴ鏡子)’중국 CCTV가 지난해 4월 방영한 6부작 게임중독 치료 다큐 ‘거울ㄴ鏡子)’

"말로만 고칠 수 없어...강한 행동교정 필요"

세계 보건기구, WHO가 최근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하기로 했다. 인터넷 게임에 중독되면 두뇌활동이 저하되고 감정 조절이 안되는 등 심각한 건강 문제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것은 중국은 훨씬 이전부터 게임중독을 일종의 정신질환으로 규정해왔다는 점이다.

중국 국영방송 CCTV는 지난 2017년 4월 <거울>이란 제목의 6부작 다큐멘터리를 방송했다. 게임에 중독된 청소년들의 모습과 이들을 설득해 치료에 나서는 부모들을 다뤘는데 여기에서 등장한 중국식 치료 방법이 바로 군대식 합숙 치료다.

다큐에 등장하는 학생들은 이렇게 말한다. "(군대식 합숙치료가) 확실히 효과가 있어요. 자유의 소중함을 느꼈어요. 나가면 다시는 안할거에요." 학생을 맡긴 부모는 이렇게 말한다. "(내 자녀를)다시 사람이 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캠프 교관은 이렇게 말한다 "상담이나 말로만 해서는 절대 고칠수 없어요. 강한 행동교정만이 게임중독을 고칠 수 있어요."

전형적인 게임에 중독된 청소년의 방 모습(자료출처: 중국 요우신왕)전형적인 게임에 중독된 청소년의 방 모습(자료출처: 중국 요우신왕)

"게임중독은 자폐증, 우울증, 충동조절 장애, 강박, 병적방화, 병적도벽으로 이어지는 병"

게임에 중독된 자녀를 도저히 어찌해볼 도리가 없을 때 부모들이 군대식 합숙 치료소를 생각한다. 기자가 만난 샨이학교에 입소한지 3일 된 13살 남학생은 이렇게 말했다. "컴퓨터 게임, 모바일 게임을 하루 10시간 이상 했어요. 게임을 못하게 하는 부모님과 많이 싸웠죠. 게임을 못하게 하고 저를 방에 가둬서 화가 나서 불을 질렀어요." 자세히 들어보니 집에 세번이나 불을 질렀다. 마지막에는 집이 전소될 뻔 했고, 인명 피해까지 날 뻔했다.

게임을 못하게 하자 자해를 한 학생, 부모를 폭행한 학생들도 있다. 또 다른 16살 남학생은 게임을 하느라 무려 5달 동안이나 방에서 나오지 않았다. 부모가 샨이학교에 연락해 교관들이 그 집에 도착했을때 이 학생의 방안은 쓰레기로 가득차 있었다.

샨이학교 교관의 말이다. "게임에 중독되면 대개 컴퓨터나 휴대폰에서 벗어나지를 못해요. 화장실도 가기 싫어서 페트병에 오줌을 싸는 경우도 있고, 아예 성인용 기저귀를 차고 지내는 경우도 있어요. 음식도 가져다 주는 것만 조금 먹어서 건강이 나쁜 상태인 경우가 많죠."

샨이학교 학생들은 매일 아침 공자의 언행록인 논어를 소리내어 읽는다.(좌)/샨이학교 교장실에는 자녀를 개변(변화)시켜줘서 감사하다는 감사 문구가 가득하다.(우)샨이학교 학생들은 매일 아침 공자의 언행록인 논어를 소리내어 읽는다.(좌)/샨이학교 교장실에는 자녀를 개변(변화)시켜줘서 감사하다는 감사 문구가 가득하다.(우)

"속아서 들어오고 부모 원망도 하지만...치료 효과는 확실해"

군대식 합숙 치료소에 들어온 학생들은 대부분 부모에게 속아서 들어온다. 한 학생이 말했다. "게임하고 있는데, 갑자기 군복입은 사람들이 방에 들이닥쳤어요. 사이버 경찰이라면서 저를 강제로 차에 태웠어요." 처음엔 대개 속아 들어왔다는 배신감에 부모를 원망하고 증오한다. 그래서 탈출을 시도하거나, 자해를 하기도 하고, 단식투쟁을 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한 달 이내에 적응한다.

학생들은 일단 치료소에 들어오면 3달 동안 부모님과 만날 수 없다. 3달 이후 가족과 면회가 가능한데, 바로 이때 부모 자식간에 갈등이 해소되는 경우가 많다.

군대식 합숙 치료소 생활은 크게 3가지 프로그램으로 구성돼 있다. 일단 입소 직후엔 체력단련 위주로 진행된다. 하나에 "워야오" 둘에 "카이비엔", "워야오 카이비엔!(나는 변해야 한다!)"라는 구호에 맞춰 팔굽혀 펴기, 앉았다 일어서기, 심지어 통나무 들고 달리기 등이 진행된다.

남녀노소에 차별이 없다. 체력 단련이 어느 정도 되면 심리, 정신치료다. 샨이학교에선 논어를 가르치고 있었다. 또 젊은 심리교사들이 학생들과 함께 생활하며 적응을 돕고 있었다. 마지막은 정규 과정 학습이다. 이곳의 대부분 학생들은 학업을 포기한 상태인데, 이것을 보충해주는 것이다.

샨이학교 레이빙 교장은 최소 80%이상이 성공적으로 교화돼 나간다고 말한다. "부모도 학교도 어떻게 하지 못하는 아이, 이 아이들을 어디로 보내야 할까요? 소아과로 가야할까요? 감옥으로 보내야 할까요? 답은 이곳 밖에 없어요." 실제로 교장실에는 학생들의 부모가 감사의 뜻을 표하는 기념패와 문구들로 가득했다. '개변인생(改變人生)'이란 문구가 눈에 띈다.

군대식 합숙 치료소는 모두 4중 잠금 장치가 돼있다. 물론 밖에서 잠그게 돼 있다.군대식 합숙 치료소는 모두 4중 잠금 장치가 돼있다. 물론 밖에서 잠그게 돼 있다.

"청소년 인권은 어쩌라고"

2009년경 군대식 합숙 치료소가 우후죽순 생기면서 부작용도 많았다. 반항하는 학생을 독방에 감금하거나 폭행해 숨지게 하는 사건도 잇따랐고, 무분별한 약물, 전기치료가 문제가 된 적도 있었다. 기본적으로 학생들을 자기 의사에 반해 사실상 감옥과 다름없는 수용생활을 강요하는건 청소년 인권 차원에서 문제라는 지적도 타당하다.

하지만 게임중독을 일종의 정신질환으로 보는 입장에서 이들은 대안이 없다는 주장이다. 샨이학교 차이시앙밍 교관은 "상담이나 설득 등 말로만은 절대 해결될 수 없다"고 말한다. 심리치료사 린친 씨의 말도 주목할 만하다. "환경을 바꾸는 겁니다. 주변 환경에 변화가 없다면 같은 잘못을 반복할 수 밖에 없어요." 강요된 환경이기는 하지만 컴퓨터나 휴대전화와 100% 단절된 생활, 디지털 디톡스라고까지 표현되는 환경 속에서 사이버 세상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진짜 삶의 향기를 맡을 기회를 다시한번 제공한다는 논리이다.

극에 달했던 부모 자식간 갈등은 90일 면회 때 대부분 해소된다.극에 달했던 부모 자식간 갈등은 90일 면회 때 대부분 해소된다.

"부작용 최소화 노력...학비 올라 반년에 620만 원 꼴"

최근 생겨나는 군대식 합숙 치료소는 상당히 업그레이드가 됐다. 이제 독방 감금시설이나 전기충격 치료 등은 금지됐다. 시설뿐만이 아니라 시스템 자체가 개선됐다. 샨이학교의 경우 학생 눈높이 소통을 위해 대학을 갓 졸업한 젊은 심리교사들을 각 반마다 1명씩 배치했다. 이들이 학생들과 함께 먹고 자며 치료를 도와준다. 23살 여성인 첸진이 교사의 말이다. "가장 힘든 건 아이들과 헤어질 때입니다. 동생같은 아이들이 졸업할 때는 울음바다에요."

중국에선 이미 2000년대 후반부터 군대식 합숙 치료소가 생겨났다. 여러 시행착오를 통해 지금은 상당히 궤도에 오른듯 하다. 정확한 통계는 아니지만 중국 전역에 500여 개 정도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사설학원이지만 국가에서 일부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을 보면 장려하고 있는게 분명하다. 학비는 학교마다 차이가 있지만 후난성의 경우 반년에 우리돈으로 620만 원 정도로, 중국의 국민소득을 감안했을 때 상당히 비싼 수준이다.

미성년자 출입 제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중국 피씨방엔 많은 청소년들이 드나든다.(좌)/베이징의 한 버스안에서 축구부 학생들이 휴대전화 게임에 몰두하고 있다.(우)미성년자 출입 제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중국 피씨방엔 많은 청소년들이 드나든다.(좌)/베이징의 한 버스안에서 축구부 학생들이 휴대전화 게임에 몰두하고 있다.(우)

"게임중독 예방이 근본대책"

한번 게임에 중독되면 치료하는게 이토록 어렵다. 그렇다면 아이들이 애시당초 중독되지 않도록 예방하는게 얼마나 중요한지는 자명해진다. 한번 중독되면 헤어나기 힘들고, 한번 중독되면 육체적 정신적 해악이 감당이 안될 정도로 큰데, 미래를 책임질 청소년들의 건강을 앞에 놓고 중국은, 또 우리는 무엇을 망설이고 있는 걸까?

[연관 기사][르포] 게임중독자, 군대 보낸다?…中 대륙의 합숙 치료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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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리포트] 반 년에 620만 원에도 성황…中 군대식 게임 중독 치료소
    • 입력 2018-02-20 14:42:22
    • 수정2018-02-20 14:43:02
    특파원 리포트
지난해 베이징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열린 롤드컵 결승전에 중국 청소년 4만명이 몰렸다.(좌)/중국의 샤다오페이처는 우리나라에서도 GTA라는 이름으로 유명하다.(우)
中 게임중독으로 신음...하지만 규제엔 미온적

지난해 9월 중국 후난성의 한적한 산골마을에서 끔찍한 일이 있었다. 15살 소년이 아무 이유없이 23살 이웃 여성을 무참히 살해했다. 소년은 경찰조사에서 반성하는 기색이 전혀 없었다고 한다. 대신 "진짜 살인이 뭔지 체험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중국 경찰은 소년이 3년동안 샤다오페이처(俠盜飛車)라는 가상세계의 폭력 게임에 푹 빠져있었다고 전했다. 게임 못하게 하자 투신했다거나, 게임 못하게 막자 집에 불질렀다는 등의 게임중독 관련 청소년 범죄는 중국에서 더 이상 별 기삿거리가 되지 않을 정도로 만연해 있다.

지난해 7월에는 중국 텅쉰의 인기 모바일 게임 '왕자영요'를 무려 40시간 동안 쉬지않고 하던 17세 소년이 뇌경색으로 죽을뻔 한 일이 있었다. 급기야 중국 당국이 목소리를 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사설을 통해 왕자영요가 사회에 해로운 독, 사회악이라고 비판했다.

규제 가능성을 우려해서인지 텅쉰 측은 자발적으로 청소년 이용시간 제한 조치 등을 발표했지만 그 때 뿐이었다. 중국 당국은 우리와 마찬가지로 게임 산업이 위축될 우려때문에 강력한 규제는 유보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게임 이용에 대한 규제는 우리나라보다 느슨한 편이다.

중국 CCTV가 지난해 4월 방영한 6부작 게임중독 치료 다큐 ‘거울ㄴ鏡子)’
"말로만 고칠 수 없어...강한 행동교정 필요"

세계 보건기구, WHO가 최근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하기로 했다. 인터넷 게임에 중독되면 두뇌활동이 저하되고 감정 조절이 안되는 등 심각한 건강 문제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것은 중국은 훨씬 이전부터 게임중독을 일종의 정신질환으로 규정해왔다는 점이다.

중국 국영방송 CCTV는 지난 2017년 4월 <거울>이란 제목의 6부작 다큐멘터리를 방송했다. 게임에 중독된 청소년들의 모습과 이들을 설득해 치료에 나서는 부모들을 다뤘는데 여기에서 등장한 중국식 치료 방법이 바로 군대식 합숙 치료다.

다큐에 등장하는 학생들은 이렇게 말한다. "(군대식 합숙치료가) 확실히 효과가 있어요. 자유의 소중함을 느꼈어요. 나가면 다시는 안할거에요." 학생을 맡긴 부모는 이렇게 말한다. "(내 자녀를)다시 사람이 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캠프 교관은 이렇게 말한다 "상담이나 말로만 해서는 절대 고칠수 없어요. 강한 행동교정만이 게임중독을 고칠 수 있어요."

전형적인 게임에 중독된 청소년의 방 모습(자료출처: 중국 요우신왕)
"게임중독은 자폐증, 우울증, 충동조절 장애, 강박, 병적방화, 병적도벽으로 이어지는 병"

게임에 중독된 자녀를 도저히 어찌해볼 도리가 없을 때 부모들이 군대식 합숙 치료소를 생각한다. 기자가 만난 샨이학교에 입소한지 3일 된 13살 남학생은 이렇게 말했다. "컴퓨터 게임, 모바일 게임을 하루 10시간 이상 했어요. 게임을 못하게 하는 부모님과 많이 싸웠죠. 게임을 못하게 하고 저를 방에 가둬서 화가 나서 불을 질렀어요." 자세히 들어보니 집에 세번이나 불을 질렀다. 마지막에는 집이 전소될 뻔 했고, 인명 피해까지 날 뻔했다.

게임을 못하게 하자 자해를 한 학생, 부모를 폭행한 학생들도 있다. 또 다른 16살 남학생은 게임을 하느라 무려 5달 동안이나 방에서 나오지 않았다. 부모가 샨이학교에 연락해 교관들이 그 집에 도착했을때 이 학생의 방안은 쓰레기로 가득차 있었다.

샨이학교 교관의 말이다. "게임에 중독되면 대개 컴퓨터나 휴대폰에서 벗어나지를 못해요. 화장실도 가기 싫어서 페트병에 오줌을 싸는 경우도 있고, 아예 성인용 기저귀를 차고 지내는 경우도 있어요. 음식도 가져다 주는 것만 조금 먹어서 건강이 나쁜 상태인 경우가 많죠."

샨이학교 학생들은 매일 아침 공자의 언행록인 논어를 소리내어 읽는다.(좌)/샨이학교 교장실에는 자녀를 개변(변화)시켜줘서 감사하다는 감사 문구가 가득하다.(우)
"속아서 들어오고 부모 원망도 하지만...치료 효과는 확실해"

군대식 합숙 치료소에 들어온 학생들은 대부분 부모에게 속아서 들어온다. 한 학생이 말했다. "게임하고 있는데, 갑자기 군복입은 사람들이 방에 들이닥쳤어요. 사이버 경찰이라면서 저를 강제로 차에 태웠어요." 처음엔 대개 속아 들어왔다는 배신감에 부모를 원망하고 증오한다. 그래서 탈출을 시도하거나, 자해를 하기도 하고, 단식투쟁을 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한 달 이내에 적응한다.

학생들은 일단 치료소에 들어오면 3달 동안 부모님과 만날 수 없다. 3달 이후 가족과 면회가 가능한데, 바로 이때 부모 자식간에 갈등이 해소되는 경우가 많다.

군대식 합숙 치료소 생활은 크게 3가지 프로그램으로 구성돼 있다. 일단 입소 직후엔 체력단련 위주로 진행된다. 하나에 "워야오" 둘에 "카이비엔", "워야오 카이비엔!(나는 변해야 한다!)"라는 구호에 맞춰 팔굽혀 펴기, 앉았다 일어서기, 심지어 통나무 들고 달리기 등이 진행된다.

남녀노소에 차별이 없다. 체력 단련이 어느 정도 되면 심리, 정신치료다. 샨이학교에선 논어를 가르치고 있었다. 또 젊은 심리교사들이 학생들과 함께 생활하며 적응을 돕고 있었다. 마지막은 정규 과정 학습이다. 이곳의 대부분 학생들은 학업을 포기한 상태인데, 이것을 보충해주는 것이다.

샨이학교 레이빙 교장은 최소 80%이상이 성공적으로 교화돼 나간다고 말한다. "부모도 학교도 어떻게 하지 못하는 아이, 이 아이들을 어디로 보내야 할까요? 소아과로 가야할까요? 감옥으로 보내야 할까요? 답은 이곳 밖에 없어요." 실제로 교장실에는 학생들의 부모가 감사의 뜻을 표하는 기념패와 문구들로 가득했다. '개변인생(改變人生)'이란 문구가 눈에 띈다.

군대식 합숙 치료소는 모두 4중 잠금 장치가 돼있다. 물론 밖에서 잠그게 돼 있다.
"청소년 인권은 어쩌라고"

2009년경 군대식 합숙 치료소가 우후죽순 생기면서 부작용도 많았다. 반항하는 학생을 독방에 감금하거나 폭행해 숨지게 하는 사건도 잇따랐고, 무분별한 약물, 전기치료가 문제가 된 적도 있었다. 기본적으로 학생들을 자기 의사에 반해 사실상 감옥과 다름없는 수용생활을 강요하는건 청소년 인권 차원에서 문제라는 지적도 타당하다.

하지만 게임중독을 일종의 정신질환으로 보는 입장에서 이들은 대안이 없다는 주장이다. 샨이학교 차이시앙밍 교관은 "상담이나 설득 등 말로만은 절대 해결될 수 없다"고 말한다. 심리치료사 린친 씨의 말도 주목할 만하다. "환경을 바꾸는 겁니다. 주변 환경에 변화가 없다면 같은 잘못을 반복할 수 밖에 없어요." 강요된 환경이기는 하지만 컴퓨터나 휴대전화와 100% 단절된 생활, 디지털 디톡스라고까지 표현되는 환경 속에서 사이버 세상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진짜 삶의 향기를 맡을 기회를 다시한번 제공한다는 논리이다.

극에 달했던 부모 자식간 갈등은 90일 면회 때 대부분 해소된다.
"부작용 최소화 노력...학비 올라 반년에 620만 원 꼴"

최근 생겨나는 군대식 합숙 치료소는 상당히 업그레이드가 됐다. 이제 독방 감금시설이나 전기충격 치료 등은 금지됐다. 시설뿐만이 아니라 시스템 자체가 개선됐다. 샨이학교의 경우 학생 눈높이 소통을 위해 대학을 갓 졸업한 젊은 심리교사들을 각 반마다 1명씩 배치했다. 이들이 학생들과 함께 먹고 자며 치료를 도와준다. 23살 여성인 첸진이 교사의 말이다. "가장 힘든 건 아이들과 헤어질 때입니다. 동생같은 아이들이 졸업할 때는 울음바다에요."

중국에선 이미 2000년대 후반부터 군대식 합숙 치료소가 생겨났다. 여러 시행착오를 통해 지금은 상당히 궤도에 오른듯 하다. 정확한 통계는 아니지만 중국 전역에 500여 개 정도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사설학원이지만 국가에서 일부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을 보면 장려하고 있는게 분명하다. 학비는 학교마다 차이가 있지만 후난성의 경우 반년에 우리돈으로 620만 원 정도로, 중국의 국민소득을 감안했을 때 상당히 비싼 수준이다.

미성년자 출입 제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중국 피씨방엔 많은 청소년들이 드나든다.(좌)/베이징의 한 버스안에서 축구부 학생들이 휴대전화 게임에 몰두하고 있다.(우)
"게임중독 예방이 근본대책"

한번 게임에 중독되면 치료하는게 이토록 어렵다. 그렇다면 아이들이 애시당초 중독되지 않도록 예방하는게 얼마나 중요한지는 자명해진다. 한번 중독되면 헤어나기 힘들고, 한번 중독되면 육체적 정신적 해악이 감당이 안될 정도로 큰데, 미래를 책임질 청소년들의 건강을 앞에 놓고 중국은, 또 우리는 무엇을 망설이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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