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의 오랜 친구 아이스댄서 ‘버모네’…전설 속으로 사라지다

입력 2018.02.20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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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올림픽 아이스댄스의 프리 댄스 마지막 순번으로 등장한 캐나다의 테사 버츄-스캇 모이어, 그들이 등장하자 경기장의 공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이곳이 평창이 아닌 캐나다 밴쿠버인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관중들은 그들을 열렬히 응원했다. 영화 물랭 루주에 맞춰 연기하는 테사 버츄의 모습은 물랭 루주의 주인공 니콜 키드먼을 연상케 했다. 모든 연기가 끝나자 당연히 기립 박수가 쏟아졌다. 현장 분위기로는 다른 팀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압도적인 1위임이 분명했다. 키스앤크라이존에서 결과가 나오는 순간, 프리 댄스 2위라는 순위가 나오자 경기장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곧바로 종합 성적 1위로 금메달이 확정되자 다시 한 번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졌다. 테사 버츄와 스캇 모이어의 금메달을 축하하는 사람들 중에는 바로 누구보다 많은 박수를 친 '피겨 여왕' 김연아가 있었다.

테사 버츄-스캇 모이어 커플은 국내 팬들에게 이른바 '버모네'로 불린다. 무려 21년 동안 멤버 교체 없이, 그 흔한 불화 한번 없이 팀을 유지해온 자체만으로도 정말 대단한 일이다. 일부에선 이들이 '연인 관계'가 아니라는 점을 아쉬워하기도 하지만, 그들은 연기를 통해 최고 커플의 모습을 보여왔고, 사실상 마지막 무대인 평창 올림픽에서 2관왕을 차지하면서 은퇴 무대도 화려하게 장식했다. 그들이 걸어온 길을 돌아보면 김연아가 걸어온 길과 놀라운 만큼 일치한다


지난 2005-2006 시즌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테사 버츄와 스캇 모이어가 1위에 오르면서 캐나다 아이스댄스의 미래로 떠오른다. 특히 2010년 밴쿠버 올림픽이 예정되어 있었기에 이들의 등장은 캐나다 피겨계에선 단비 같은 존재였다. 이 대회 여자 싱글에선 김연아가 처음으로 정상에 오른다. 2004-2005 시즌 그랑프리 파이널에선 일본의 아사다 마오에게 한발 뒤져 준우승을 기록했지만, 두 번째 도전 만에 그랑프리 왕중왕에 오른 것이다. 물론 당시 아사다 마오가 없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일부의 지적도 있었지만, 김연아는 2006년 3월 세계주니어 선수권에서 '시니어 그랑프리 파이널' 챔피언이던 아사다 마오를 물리치고 주니어 챔피언에 오른다. 같은 대회에서 테사 버츄와 스캇 모이어는 또다시 김연아와 함께 금메달을 획득했다. 돌아보면 2005-2006년 시즌은 여자 싱글과 아이스댄스의 전설을 배출하는 의미 있는 시즌이었다.

나란히 시니어에 데뷔한 김연아와 '버모네'는 시니어 무대에서도 단숨에 정상급 반열에 오르면서 2010 밴쿠버 올림픽을 준비하게 된다. 김연아는 일본의 아사다 마오와 마치 국가를 놓고 대결하는 듯한 부담감 속에서 완벽한 연기로 금메달을 획득했다. 홈에서 열린 대회여서 누구보다 부담이 컸을 것으로 보이는 버츄-모이어도 부담감을 딛고 금메달을 당당히 목에 걸었다.

올림픽 이후 공백기를 가졌던 이들은 2014년 소치 올림픽 무대에 또다시 도전한다. 김연아와 버츄-모이어 커플 모두 결과는 '은메달'이었지만, 전 세계 많은 피겨팬으로부터 진짜 '금메달'은 김연아와 버츄-모이어라는 평가를 듣기도 했다.


2018년 평창 올림픽 개회식, 버츄-모이어는 캐나다의 기수로 캐나다 국기를 들고 나섰다. 이들은 기수가 되는 것이 오랜 꿈이었다며 감격스러운 느낌을 표현했다. 최대한 개회식을 즐기고자 했고 그들의 마지막 올림픽에서 반드시 최고의 무대로 선수 생활을 마감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개회식이 한참 진행되던 순간, 스타디움 맨 위에서 그들의 친구 김연아가 스케이트를 타고 등장했다. 이에 대해 테사 버츄는 "오 마이 갓, 운동장 맨 위에 아이스링크가 생겼고, 연아가 등장해 최종 점화를 했어.이건 올림픽 최고의 순간이야, 정말 믿기지 않아."라고 후일담을 밝혔다.


올림픽 홍보 대사로 열심히 활동하던 김연아는 피겨 단체전과 페어,남자 싱글이 열리는 동안 피겨경기장을 찾지 않았다. 사실 김연아는 오래전부터 아이스댄스 경기는 꼭 챙겨볼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 이유는 바로 그들의 친구 '버모네'가 있기 때문이었다. 마치 운명과도 같았다. 지난 2006-2007년 시즌 김연아가 연기했던 '록산느의 탱고'를 버츄-모이어조의 '물랭 루주'로 사실상 같은 내용을 서로 다른 방식으로 소화한 것이다. 혼신을 다해 연기한 뒤 금메달을 딴 '버모네'도 그들을 열렬히 응원한 김연아에게도 너무나 완벽했던 행복한 결말이었다. 한국에서 유난히 많은 팬을 확보해 한국팬들로부터 '버모네'로 불린 버츄-모이어는 한국에서 열린 올림픽에서 김연아가 지켜보는 가운데 피겨 인생에서 가장 화려한 마지막을 장식했다. 2005~2006년 시즌 운명처럼 주니어 무대를 평정한 김연아와 버츄-모이어는 이제 피겨스케이팅의 전설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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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연아의 오랜 친구 아이스댄서 ‘버모네’…전설 속으로 사라지다
    • 입력 2018-02-20 16:27:42
    취재K
평창 올림픽 아이스댄스의 프리 댄스 마지막 순번으로 등장한 캐나다의 테사 버츄-스캇 모이어, 그들이 등장하자 경기장의 공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이곳이 평창이 아닌 캐나다 밴쿠버인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관중들은 그들을 열렬히 응원했다. 영화 물랭 루주에 맞춰 연기하는 테사 버츄의 모습은 물랭 루주의 주인공 니콜 키드먼을 연상케 했다. 모든 연기가 끝나자 당연히 기립 박수가 쏟아졌다. 현장 분위기로는 다른 팀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압도적인 1위임이 분명했다. 키스앤크라이존에서 결과가 나오는 순간, 프리 댄스 2위라는 순위가 나오자 경기장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곧바로 종합 성적 1위로 금메달이 확정되자 다시 한 번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졌다. 테사 버츄와 스캇 모이어의 금메달을 축하하는 사람들 중에는 바로 누구보다 많은 박수를 친 '피겨 여왕' 김연아가 있었다.

테사 버츄-스캇 모이어 커플은 국내 팬들에게 이른바 '버모네'로 불린다. 무려 21년 동안 멤버 교체 없이, 그 흔한 불화 한번 없이 팀을 유지해온 자체만으로도 정말 대단한 일이다. 일부에선 이들이 '연인 관계'가 아니라는 점을 아쉬워하기도 하지만, 그들은 연기를 통해 최고 커플의 모습을 보여왔고, 사실상 마지막 무대인 평창 올림픽에서 2관왕을 차지하면서 은퇴 무대도 화려하게 장식했다. 그들이 걸어온 길을 돌아보면 김연아가 걸어온 길과 놀라운 만큼 일치한다


지난 2005-2006 시즌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테사 버츄와 스캇 모이어가 1위에 오르면서 캐나다 아이스댄스의 미래로 떠오른다. 특히 2010년 밴쿠버 올림픽이 예정되어 있었기에 이들의 등장은 캐나다 피겨계에선 단비 같은 존재였다. 이 대회 여자 싱글에선 김연아가 처음으로 정상에 오른다. 2004-2005 시즌 그랑프리 파이널에선 일본의 아사다 마오에게 한발 뒤져 준우승을 기록했지만, 두 번째 도전 만에 그랑프리 왕중왕에 오른 것이다. 물론 당시 아사다 마오가 없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일부의 지적도 있었지만, 김연아는 2006년 3월 세계주니어 선수권에서 '시니어 그랑프리 파이널' 챔피언이던 아사다 마오를 물리치고 주니어 챔피언에 오른다. 같은 대회에서 테사 버츄와 스캇 모이어는 또다시 김연아와 함께 금메달을 획득했다. 돌아보면 2005-2006년 시즌은 여자 싱글과 아이스댄스의 전설을 배출하는 의미 있는 시즌이었다.

나란히 시니어에 데뷔한 김연아와 '버모네'는 시니어 무대에서도 단숨에 정상급 반열에 오르면서 2010 밴쿠버 올림픽을 준비하게 된다. 김연아는 일본의 아사다 마오와 마치 국가를 놓고 대결하는 듯한 부담감 속에서 완벽한 연기로 금메달을 획득했다. 홈에서 열린 대회여서 누구보다 부담이 컸을 것으로 보이는 버츄-모이어도 부담감을 딛고 금메달을 당당히 목에 걸었다.

올림픽 이후 공백기를 가졌던 이들은 2014년 소치 올림픽 무대에 또다시 도전한다. 김연아와 버츄-모이어 커플 모두 결과는 '은메달'이었지만, 전 세계 많은 피겨팬으로부터 진짜 '금메달'은 김연아와 버츄-모이어라는 평가를 듣기도 했다.


2018년 평창 올림픽 개회식, 버츄-모이어는 캐나다의 기수로 캐나다 국기를 들고 나섰다. 이들은 기수가 되는 것이 오랜 꿈이었다며 감격스러운 느낌을 표현했다. 최대한 개회식을 즐기고자 했고 그들의 마지막 올림픽에서 반드시 최고의 무대로 선수 생활을 마감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개회식이 한참 진행되던 순간, 스타디움 맨 위에서 그들의 친구 김연아가 스케이트를 타고 등장했다. 이에 대해 테사 버츄는 "오 마이 갓, 운동장 맨 위에 아이스링크가 생겼고, 연아가 등장해 최종 점화를 했어.이건 올림픽 최고의 순간이야, 정말 믿기지 않아."라고 후일담을 밝혔다.


올림픽 홍보 대사로 열심히 활동하던 김연아는 피겨 단체전과 페어,남자 싱글이 열리는 동안 피겨경기장을 찾지 않았다. 사실 김연아는 오래전부터 아이스댄스 경기는 꼭 챙겨볼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 이유는 바로 그들의 친구 '버모네'가 있기 때문이었다. 마치 운명과도 같았다. 지난 2006-2007년 시즌 김연아가 연기했던 '록산느의 탱고'를 버츄-모이어조의 '물랭 루주'로 사실상 같은 내용을 서로 다른 방식으로 소화한 것이다. 혼신을 다해 연기한 뒤 금메달을 딴 '버모네'도 그들을 열렬히 응원한 김연아에게도 너무나 완벽했던 행복한 결말이었다. 한국에서 유난히 많은 팬을 확보해 한국팬들로부터 '버모네'로 불린 버츄-모이어는 한국에서 열린 올림픽에서 김연아가 지켜보는 가운데 피겨 인생에서 가장 화려한 마지막을 장식했다. 2005~2006년 시즌 운명처럼 주니어 무대를 평정한 김연아와 버츄-모이어는 이제 피겨스케이팅의 전설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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