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장이라던 그들의 ‘민낯’…“치졸한 권력, 터질 게 터졌다!”

입력 2018.02.21 (14:50) 수정 2018.02.22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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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이라던 그들의 ‘민낯’…“치졸한 권력, 터질 게 터졌다!”

거장이라던 그들의 ‘민낯’…“치졸한 권력, 터질 게 터졌다!”

서지현 검사의 용기 있는 고백으로 시작된 ‘미투(Me Too)운동’이 정계, 재계, 문화연술계 등 사회 전방위로 확산하고 있다.

특히 문화예술계는 자고 나면 새로운 성추행 사실이 터져 나와 대중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고은 시인, 연출가 이윤택·오태석, 인간문화재 하용부, 탤런트 겸 교수 조민기까지 해당 분야에서 영향력을 갖고 있는 문화계 인사들이 후배와 제자들을 성추행했다는 사실이 피해자들의 폭로로 속속 밝혀지고 있다. 더욱이 피해자들은 과거와 달리 본인 실명을 밝히는 것은 물론 피해 사실까지 구체적으로 내놓고 있다.

더욱 충격적인 건 이들 가해자가 그동안 우리 문화계에서 존경받는 인물이었다는 점이다. 고은 시인은 노벨문학상 후보로 늘 거론돼왔고 이윤택·오태석 연출가는 연극계의 거장으로, 조민기는 드라마에서 다양한 역할을 통해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민낯이 드러나면서 대중들의 분노도 치솟고 있고 이들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 연극배우 김지현 페이스북사진 연극배우 김지현 페이스북

추악한 모습 수면 위로 떠올라

지난 1월 29일 서지현 검사는 자신이 겪은 검찰 내 성추행 실상에 대해 폭로했다. 이어 시인 최영미 씨가 고은 시인의 성추행 행태를 비꼬는 시를 쓴 것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문단 내 성추행 문제가 불거지더니, 연극 연출가로 유명한 이윤택 씨가 여성 극단원들을 상대로 상습적으로 성추행·성폭행을 일삼아왔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배우 김수희, 이승비, 김지현 등 여배우들이 이 씨에게 성범죄 피해를 당하였다고 폭로했다. 논란이 커지자 이 씨는 지난 19일 기자회견을 열고 공개사과를 했지만, 성폭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해 또 한 번 피해자들과 대중들의 분노를 일으켰다. 이에 김지현은 20일 자신이 배우로 활동할 당시 성폭행으로 인해 임신과 낙태까지 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밝혔다.


이윤택과 함께 밀양연극촌에서 촌장으로 활동하는 하용부도 성폭행 논란에 휩싸였고 하 씨는 ‘2018 평창문화올림픽 공연에 불참했다. 20일에는 연극계 대부라 불리는 오태석도 피해자들의 폭로로 성추행 파문에 이름을 올렸다. 피해자는 오 씨가 공연 뒤풀이에서 성추행했다고 주장했다.


탤런트 조민기도 20일 청주대 연극학과 교수로 재직하던 당시 여학생들을 성추행했고, 학교의 전수조사 결과 사실로 확인돼 사표를 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하지만 조민기는 모든 것이 루머라며 전면 부인했지만, 피해를 본 여학생들의 구체적인 증언과 주장이 이어지면서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에 조 씨는 출연예정이던 드라마에서 하차를 선언했고, 소속사 측은 사과문을 발표하고 경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문화계 성 추문 원인은

문화예술계에서 성폭력 문제가 빈번한데도 묵인돼 온 이유는 수직적인 상하 권력구조와 연관이 깊다. 연극 등에서는 연기 및 기술 지도가 도제식으로 이뤄지는 데다 제작·연출을 모두 극단에서 담당하기 때문에 극단 대표인 연출가가 절대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 연극은 극단 위주로 공연이 진행되기 때문에 배우들은 무대에 오르기 위해서는 사실상 극단 입단이 필수다. 배우 대부분은 별도의 소속사 없이 제작사인 극단에 소속돼 있다. 전통 있는 유명 극단일수록 캐스팅 권한을 100% 쥐고 있는 대표나 예술 감독의 위치는 ‘제왕’에 가깝다. 이윤택 씨도 연희단거리패를 운영하면서 막강한 영향력을 통해 여배우들을 성추행해왔다.

문화예술계의 폐쇄적 구조도 원인으로 지적된다. 전문가들은 문화계 성폭력은 일반 회사 내 성폭력 사건과 달리 고용 구조가 아닌 일대일 관계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고 가해자의 행위를 표현의 자유로 치부하는 경향이 많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피해자들 대부분이 극단에 소속돼 있어 만약 신고하면 극단에서 퇴출당하는 등 경제적 불안정과 보복이 두려워 신고를 꺼리면서 성 추문이 이어지고 있다.

연극계에서는 성추행 논란에 대해 폐쇄적이고 권위주의적인 현장 구조를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런 가운데 피해자들을 지지하고 연대의 뜻을 나타내는 '위드유(withyou·당신과 함께하겠다)' 운동도 확산하고 있다. 성폭력 관련 글을 여러 소셜 미디어에 올리면서 '위드유' 해시태그(#)를 달거나 '위드유'를 적어넣은 팔이나 손 사진을 올리는 식으로 용기를 낸 피해자들과 함께하겠다는 뜻을 밝히는 것이다.

한편 문화체육관광부는 문화예술계 전반으로 퍼지고 있는 '미투' 파문에 대응해 분야별 성폭력 신고센터를 신설한다고 20일 밝혔다.

문체부는 다음 달부터 영화계 성폭력 신고 창구를 영화인 신문고, 영화진흥위원회 공정센터에서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으로 옮길 예정이다. 아울러 문화예술계 전반의 성폭력 사례를 접수하기 위해 3월 중에 예술인복지재단에 신고·상담센터를 만들고, 대중문화계 성폭력 신고 창구로는 한국콘텐츠진흥원에 공정상생센터를 마련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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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장이라던 그들의 ‘민낯’…“치졸한 권력, 터질 게 터졌다!”
    • 입력 2018-02-21 14:50:45
    • 수정2018-02-22 14:24:15
    취재K
서지현 검사의 용기 있는 고백으로 시작된 ‘미투(Me Too)운동’이 정계, 재계, 문화연술계 등 사회 전방위로 확산하고 있다.

특히 문화예술계는 자고 나면 새로운 성추행 사실이 터져 나와 대중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고은 시인, 연출가 이윤택·오태석, 인간문화재 하용부, 탤런트 겸 교수 조민기까지 해당 분야에서 영향력을 갖고 있는 문화계 인사들이 후배와 제자들을 성추행했다는 사실이 피해자들의 폭로로 속속 밝혀지고 있다. 더욱이 피해자들은 과거와 달리 본인 실명을 밝히는 것은 물론 피해 사실까지 구체적으로 내놓고 있다.

더욱 충격적인 건 이들 가해자가 그동안 우리 문화계에서 존경받는 인물이었다는 점이다. 고은 시인은 노벨문학상 후보로 늘 거론돼왔고 이윤택·오태석 연출가는 연극계의 거장으로, 조민기는 드라마에서 다양한 역할을 통해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민낯이 드러나면서 대중들의 분노도 치솟고 있고 이들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 연극배우 김지현 페이스북
추악한 모습 수면 위로 떠올라

지난 1월 29일 서지현 검사는 자신이 겪은 검찰 내 성추행 실상에 대해 폭로했다. 이어 시인 최영미 씨가 고은 시인의 성추행 행태를 비꼬는 시를 쓴 것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문단 내 성추행 문제가 불거지더니, 연극 연출가로 유명한 이윤택 씨가 여성 극단원들을 상대로 상습적으로 성추행·성폭행을 일삼아왔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배우 김수희, 이승비, 김지현 등 여배우들이 이 씨에게 성범죄 피해를 당하였다고 폭로했다. 논란이 커지자 이 씨는 지난 19일 기자회견을 열고 공개사과를 했지만, 성폭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해 또 한 번 피해자들과 대중들의 분노를 일으켰다. 이에 김지현은 20일 자신이 배우로 활동할 당시 성폭행으로 인해 임신과 낙태까지 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밝혔다.


이윤택과 함께 밀양연극촌에서 촌장으로 활동하는 하용부도 성폭행 논란에 휩싸였고 하 씨는 ‘2018 평창문화올림픽 공연에 불참했다. 20일에는 연극계 대부라 불리는 오태석도 피해자들의 폭로로 성추행 파문에 이름을 올렸다. 피해자는 오 씨가 공연 뒤풀이에서 성추행했다고 주장했다.


탤런트 조민기도 20일 청주대 연극학과 교수로 재직하던 당시 여학생들을 성추행했고, 학교의 전수조사 결과 사실로 확인돼 사표를 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하지만 조민기는 모든 것이 루머라며 전면 부인했지만, 피해를 본 여학생들의 구체적인 증언과 주장이 이어지면서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에 조 씨는 출연예정이던 드라마에서 하차를 선언했고, 소속사 측은 사과문을 발표하고 경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문화계 성 추문 원인은

문화예술계에서 성폭력 문제가 빈번한데도 묵인돼 온 이유는 수직적인 상하 권력구조와 연관이 깊다. 연극 등에서는 연기 및 기술 지도가 도제식으로 이뤄지는 데다 제작·연출을 모두 극단에서 담당하기 때문에 극단 대표인 연출가가 절대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 연극은 극단 위주로 공연이 진행되기 때문에 배우들은 무대에 오르기 위해서는 사실상 극단 입단이 필수다. 배우 대부분은 별도의 소속사 없이 제작사인 극단에 소속돼 있다. 전통 있는 유명 극단일수록 캐스팅 권한을 100% 쥐고 있는 대표나 예술 감독의 위치는 ‘제왕’에 가깝다. 이윤택 씨도 연희단거리패를 운영하면서 막강한 영향력을 통해 여배우들을 성추행해왔다.

문화예술계의 폐쇄적 구조도 원인으로 지적된다. 전문가들은 문화계 성폭력은 일반 회사 내 성폭력 사건과 달리 고용 구조가 아닌 일대일 관계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고 가해자의 행위를 표현의 자유로 치부하는 경향이 많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피해자들 대부분이 극단에 소속돼 있어 만약 신고하면 극단에서 퇴출당하는 등 경제적 불안정과 보복이 두려워 신고를 꺼리면서 성 추문이 이어지고 있다.

연극계에서는 성추행 논란에 대해 폐쇄적이고 권위주의적인 현장 구조를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런 가운데 피해자들을 지지하고 연대의 뜻을 나타내는 '위드유(withyou·당신과 함께하겠다)' 운동도 확산하고 있다. 성폭력 관련 글을 여러 소셜 미디어에 올리면서 '위드유' 해시태그(#)를 달거나 '위드유'를 적어넣은 팔이나 손 사진을 올리는 식으로 용기를 낸 피해자들과 함께하겠다는 뜻을 밝히는 것이다.

한편 문화체육관광부는 문화예술계 전반으로 퍼지고 있는 '미투' 파문에 대응해 분야별 성폭력 신고센터를 신설한다고 20일 밝혔다.

문체부는 다음 달부터 영화계 성폭력 신고 창구를 영화인 신문고, 영화진흥위원회 공정센터에서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으로 옮길 예정이다. 아울러 문화예술계 전반의 성폭력 사례를 접수하기 위해 3월 중에 예술인복지재단에 신고·상담센터를 만들고, 대중문화계 성폭력 신고 창구로는 한국콘텐츠진흥원에 공정상생센터를 마련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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