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성적’ 선물한 귀화선수들, 올림픽 끝나면 어디로?

입력 2018.02.21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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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에서 '아리랑'이 울려퍼졌다. 한복을 맞춰 입고 출전한 민유라(23), 알렉산더 겜린(25) 선수는 세계인들 앞에서 한국의 연기를 선보였다. 한국 피겨 최초로 올림픽 피겨 댄스에 나선 이들은 어제(20일) 프리 댄스에서 최종 147.74점을 기록했다. 메달권은 아니었지만 피겨 댄스 최초로 종합 18위에 올랐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20일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피겨스케이팅 아이스댄스 프리댄스에서 한국의 민유라와 알렉산더 겜린이 연기를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20일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피겨스케이팅 아이스댄스 프리댄스에서 한국의 민유라와 알렉산더 겜린이 연기를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

겜린은 지난해 8월 대한민국 여권을 발급받은 뒤, 자신의 SNS에 한글과 영어로 소감을 남겼다.겜린은 지난해 8월 대한민국 여권을 발급받은 뒤, 자신의 SNS에 한글과 영어로 소감을 남겼다.

민유라와 겜린은 모두 미국에서 태어났다. 이들은 같은 코치 밑에서 아이스댄스를 시작했다. 겜린은 여동생과 파트너를 이뤄 10년 동안 활동했지만 여동생이 먼저 은퇴했다. 이후 코치의 제안으로 겜린은 민유라와 짝을 이뤘고, 이들은 체육분야 우수인재 특별귀화를 통해 함께 태극 마크를 달고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 출전했다. 빙상 일변도인 대한민국의 동계 스포츠 역량을 설상 등 다양한 종목까지 넓히려는 목적이었다. 19명의 선수가 특별귀화를 통해 국가대표팀에 이름을 올렸는데 이 가운데 11명이 아이스하키, 8명이 바이애슬론, 크로스컨트리, 프리스타일 스키, 루지, 피겨스케이팅 아이스댄싱 선수들이다. 모두 한국이 그동안 취약한 종목들이다.


메달은 못 땄지만 이들의 의미는 남달랐다. 독일 출신 에일린 프리쉐(26)는 지난 13일 루지 여자 싱글 1~4차 주행 합계 4분6초400을 기록해 8위에 올랐다. 대한민국 루지 역사상 최고 성적이었다. 러시아 출신 티모페이 랍신(30)은 바이애슬론 스프린트 경기에서 16위에 올라 역시 한국 국적 최고 순위를 기록했다. 또 추적 22위, 개인 경기 20위, 매스스타트 25위에 올라 한국의 바이애슬론 역사를 다시 쓰는 데 일조했다. 올림픽에 출전하기 9개월 전 무릎 수술을 받고도 이룬 쾌거였다. 또 바이애슬론에 함께 출전한 프롤리나는 여자 추적 10km에서 50위,에바쿠모바는 15km에서 16위로 선전했다.


아직 경기가 끝나지 않은 귀화 선수도 있다. 노르웨이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김 마그너스(20) 선수는 21일 오후 열린 남자 팀 스프린트 프리 준결승에 출전해 13위를 기록했다. 결승 진출은 좌절됐지만 초반 구간에서 선두로 치고 나가며 한국 크로스컨트리 경기에 기대감을 높였다. 오는 24일, 50km 단체출발 클래식 경기를 앞두고 있다.
한국에서 '다음' 준비하는 귀화 선수들

귀화 선수들은 인프라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취약 종목, 비관심 종목에서 고전하고 있다. 겜린은 지금까지 선수 생활에 필요한 대부분의 비용을 자비로 해결했다. 후원을 받지 못한 탓이다. 노후 자금까지 내주며 지원해 준 부모님을 한국에 모셔오고도 싶었지만 비용 문제로 그러지 못했다. 하지만 겜린은 다음을 준비 중이다. 민유라와 함께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에도 한국 대표로 출전할 계획이다. 훈련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모금은 진작 시작했다. 겜린은 미국 온라인 모금 사이트인 '고 펀드 미'에 사연을 올려 '민겜린코리아(www.gofundme.com/mingamelinkorea)라는 이름으로 지난 2016년 12월부터 모금 중이다.


프리쉐와 랍신도 언론 인터뷰를 통해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때까지 대한민국 선수로 출전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대한루지경기연맹 관계자는 "프리쉐는 현재 평창 올림픽만을 앞두고 계약을 한 상태"라면서도 "이번에 출전한 한국 선수들 대부분이 은퇴를 앞두고 있고 프리쉐가 이번 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만큼 다음(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위한 계약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프리쉐가 한국 문화와 한국어를 배우려는 의지가 강하다"면서 "당분간 독일로 돌아가지 않고 한국에 남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도 말했다. "나에게 기회를 준 한국에 메달을 안기고 싶다"고 밝힌 랍신 역시 한국에서 다음을 기약한다. 대한바이애슬론연맹에 따르면 랍신 역시 평창에 남아 한국 선수들과 훈련하며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준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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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2-21 20:4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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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에서 '아리랑'이 울려퍼졌다. 한복을 맞춰 입고 출전한 민유라(23), 알렉산더 겜린(25) 선수는 세계인들 앞에서 한국의 연기를 선보였다. 한국 피겨 최초로 올림픽 피겨 댄스에 나선 이들은 어제(20일) 프리 댄스에서 최종 147.74점을 기록했다. 메달권은 아니었지만 피겨 댄스 최초로 종합 18위에 올랐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20일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피겨스케이팅 아이스댄스 프리댄스에서 한국의 민유라와 알렉산더 겜린이 연기를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
겜린은 지난해 8월 대한민국 여권을 발급받은 뒤, 자신의 SNS에 한글과 영어로 소감을 남겼다.
민유라와 겜린은 모두 미국에서 태어났다. 이들은 같은 코치 밑에서 아이스댄스를 시작했다. 겜린은 여동생과 파트너를 이뤄 10년 동안 활동했지만 여동생이 먼저 은퇴했다. 이후 코치의 제안으로 겜린은 민유라와 짝을 이뤘고, 이들은 체육분야 우수인재 특별귀화를 통해 함께 태극 마크를 달고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 출전했다. 빙상 일변도인 대한민국의 동계 스포츠 역량을 설상 등 다양한 종목까지 넓히려는 목적이었다. 19명의 선수가 특별귀화를 통해 국가대표팀에 이름을 올렸는데 이 가운데 11명이 아이스하키, 8명이 바이애슬론, 크로스컨트리, 프리스타일 스키, 루지, 피겨스케이팅 아이스댄싱 선수들이다. 모두 한국이 그동안 취약한 종목들이다.


메달은 못 땄지만 이들의 의미는 남달랐다. 독일 출신 에일린 프리쉐(26)는 지난 13일 루지 여자 싱글 1~4차 주행 합계 4분6초400을 기록해 8위에 올랐다. 대한민국 루지 역사상 최고 성적이었다. 러시아 출신 티모페이 랍신(30)은 바이애슬론 스프린트 경기에서 16위에 올라 역시 한국 국적 최고 순위를 기록했다. 또 추적 22위, 개인 경기 20위, 매스스타트 25위에 올라 한국의 바이애슬론 역사를 다시 쓰는 데 일조했다. 올림픽에 출전하기 9개월 전 무릎 수술을 받고도 이룬 쾌거였다. 또 바이애슬론에 함께 출전한 프롤리나는 여자 추적 10km에서 50위,에바쿠모바는 15km에서 16위로 선전했다.


아직 경기가 끝나지 않은 귀화 선수도 있다. 노르웨이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김 마그너스(20) 선수는 21일 오후 열린 남자 팀 스프린트 프리 준결승에 출전해 13위를 기록했다. 결승 진출은 좌절됐지만 초반 구간에서 선두로 치고 나가며 한국 크로스컨트리 경기에 기대감을 높였다. 오는 24일, 50km 단체출발 클래식 경기를 앞두고 있다.
한국에서 '다음' 준비하는 귀화 선수들

귀화 선수들은 인프라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취약 종목, 비관심 종목에서 고전하고 있다. 겜린은 지금까지 선수 생활에 필요한 대부분의 비용을 자비로 해결했다. 후원을 받지 못한 탓이다. 노후 자금까지 내주며 지원해 준 부모님을 한국에 모셔오고도 싶었지만 비용 문제로 그러지 못했다. 하지만 겜린은 다음을 준비 중이다. 민유라와 함께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에도 한국 대표로 출전할 계획이다. 훈련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모금은 진작 시작했다. 겜린은 미국 온라인 모금 사이트인 '고 펀드 미'에 사연을 올려 '민겜린코리아(www.gofundme.com/mingamelinkorea)라는 이름으로 지난 2016년 12월부터 모금 중이다.


프리쉐와 랍신도 언론 인터뷰를 통해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때까지 대한민국 선수로 출전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대한루지경기연맹 관계자는 "프리쉐는 현재 평창 올림픽만을 앞두고 계약을 한 상태"라면서도 "이번에 출전한 한국 선수들 대부분이 은퇴를 앞두고 있고 프리쉐가 이번 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만큼 다음(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위한 계약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프리쉐가 한국 문화와 한국어를 배우려는 의지가 강하다"면서 "당분간 독일로 돌아가지 않고 한국에 남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도 말했다. "나에게 기회를 준 한국에 메달을 안기고 싶다"고 밝힌 랍신 역시 한국에서 다음을 기약한다. 대한바이애슬론연맹에 따르면 랍신 역시 평창에 남아 한국 선수들과 훈련하며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준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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