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메달’ vs ‘팀킬’, 남녀 팀추월 엇갈린 희비

입력 2018.02.21 (22:31) 수정 2018.02.21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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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스피드스케이팅 팀추월 남녀 팀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남자 팀추월 대표팀은 환상 호흡을 자랑하며 올림픽 2회 연속 은메달을 차지했다. 올림픽 3회 연속 출전자인 '백전노장' 이승훈과 '차세대' 김민석·정재원이 합작한 결과였다. '왕따 주행' 논란을 빚은 여자 대표팀은 8위로 최하위였다.


남자 대표팀은 준준결승부터 파죽지세였다. 이승훈이 앞장섰다. 팀추월 8바퀴 가운데 4바퀴를 선두에서 책임졌다. 아시아 선수 최초로 남자 1500m 동메달리스트 김민석과 아직 고등학생인 정재원이 뒤를 받쳤다. 올해 18살인 정재원은 맏형 이승훈보다 13살이나 어리지만, 빙판 위에선 위아래가 없었다. 준준결승에서 1위로 올라서면서 '강적' 네덜란드를 4강에서 마주치는 부담을 피했고, 결승도 무난히 진출할 수 있었다.

선수들의 팀워크는 결승에서 빛을 발했다. 미리 약속한 대로 여유 있게 선수들끼리 위치를 바꿔가며 기록을 끌어올렸다. 이강석 KBS 해설위원은 "경기력은 완벽했다"고 평가했다. 준결승부터 깜짝 놀랄만한 기량을 선보인 노르웨이에 1초가량 밀렸지만, 박수받아 마땅한 은메달이었다.

경기 후 이승훈은 "든든하게 뒤를 잘 받쳐줘서 고맙고, 앞으로는 저보다 앞에서 (경기를) 더 잘 이끌 수 있는 후배가 되리라 믿는다"고 동생들을 다독였다. 막내 정재원은 "(형들이) 안 밀어줬으면 레이스를 엄청 힘들게 했을 것 같다"면서 "부족한 부분을 형들이 많이 채워줘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다음 올림픽에선 제가 형들에게 더 힘이 되어 금메달을 노리고 싶다"고 말했다. 김민석은 인터뷰 도중 정재원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격려했다.


여자 팀추월은 정 반대였다. 7·8위 결정전에서도 밀리며 결국 최하위를 차지했다. '왕따 질주'로 논란이 됐던 준준결승과 달리 마지막까지 세 선수가 나란히 질주했지만, 주행은 무기력했다. 비난을 의식한 듯 서로 떨어지지 않으려고만 노력하다보니 속도를 제대로 내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기록은 3분 7초 30, 예선보다 4초 이상 늦었다. 기대 이하였다.

중계석에 앉은 이광용 KBS아나운서는 경기 시작 전부터 "7·8위 결정전에선 노선영을 따로 떨어뜨리는 모습은 절대 보여서는 안 된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예상보다 기록이 저조하자 "팀워크도 중요하지만 엄연한 기록경기인데, (결과가) 실망스럽다"고 일침을 놨다.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 여자 대표팀의 불화는 온 국민 앞에 생중계됐다. 19일 김보름과 박지우가 뒤처진 노선영을 신경 쓰지 않고 질주한 준준결승은 논란의 시작일 뿐이었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뒤처진 노선영을 조롱하는 듯한 김보름의 발언은 국민적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다음날 해명 기자회견에선 김보름과 백철기 스피드스케이 대표팀 감독만이 등장해 석연찮은 답변만을 내놨다.

21일 경기 직전까지 기권을 점치는 전망이 나올 정도로 대표팀 분위기는 좋지 않았다. 세 선수는 훈련은 정상적으로 소화했다. 이틀 전까지 경기 전후로 인사도 나누지 않던 김보름과 노선영이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그러나 이미 불거진 논란을 봉합하기엔 역부족이었다.

[바로가기] ‘한 호흡’ 팀추월 女 대표팀, 기록은 저조…8위로 마감

관중들은 더이상 결과만을 따지지 않는다. 경기를 준비하는 과정과 그 내용이 스포츠맨십에 어긋난다면, 아무리 성적이 좋아도 비난받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팀추월 여자 대표팀은 간과했다. 논란이 커질대로 커진 뒤에야 뒤늦게 보여주기식 팀워크를 선보였지만, 올림픽 무대에서 '팀킬'을 했다는 불명예는 쉽게 잊혀지기 어려운 상황에 이르렀다. 세 선수는 7·8위 결정전 후 믹스트존 인터뷰를 거부하고 침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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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메달’ vs ‘팀킬’, 남녀 팀추월 엇갈린 희비
    • 입력 2018-02-21 22:31:42
    • 수정2018-02-21 22:3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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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스피드스케이팅 팀추월 남녀 팀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남자 팀추월 대표팀은 환상 호흡을 자랑하며 올림픽 2회 연속 은메달을 차지했다. 올림픽 3회 연속 출전자인 '백전노장' 이승훈과 '차세대' 김민석·정재원이 합작한 결과였다. '왕따 주행' 논란을 빚은 여자 대표팀은 8위로 최하위였다.


남자 대표팀은 준준결승부터 파죽지세였다. 이승훈이 앞장섰다. 팀추월 8바퀴 가운데 4바퀴를 선두에서 책임졌다. 아시아 선수 최초로 남자 1500m 동메달리스트 김민석과 아직 고등학생인 정재원이 뒤를 받쳤다. 올해 18살인 정재원은 맏형 이승훈보다 13살이나 어리지만, 빙판 위에선 위아래가 없었다. 준준결승에서 1위로 올라서면서 '강적' 네덜란드를 4강에서 마주치는 부담을 피했고, 결승도 무난히 진출할 수 있었다.

선수들의 팀워크는 결승에서 빛을 발했다. 미리 약속한 대로 여유 있게 선수들끼리 위치를 바꿔가며 기록을 끌어올렸다. 이강석 KBS 해설위원은 "경기력은 완벽했다"고 평가했다. 준결승부터 깜짝 놀랄만한 기량을 선보인 노르웨이에 1초가량 밀렸지만, 박수받아 마땅한 은메달이었다.

경기 후 이승훈은 "든든하게 뒤를 잘 받쳐줘서 고맙고, 앞으로는 저보다 앞에서 (경기를) 더 잘 이끌 수 있는 후배가 되리라 믿는다"고 동생들을 다독였다. 막내 정재원은 "(형들이) 안 밀어줬으면 레이스를 엄청 힘들게 했을 것 같다"면서 "부족한 부분을 형들이 많이 채워줘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다음 올림픽에선 제가 형들에게 더 힘이 되어 금메달을 노리고 싶다"고 말했다. 김민석은 인터뷰 도중 정재원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격려했다.


여자 팀추월은 정 반대였다. 7·8위 결정전에서도 밀리며 결국 최하위를 차지했다. '왕따 질주'로 논란이 됐던 준준결승과 달리 마지막까지 세 선수가 나란히 질주했지만, 주행은 무기력했다. 비난을 의식한 듯 서로 떨어지지 않으려고만 노력하다보니 속도를 제대로 내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기록은 3분 7초 30, 예선보다 4초 이상 늦었다. 기대 이하였다.

중계석에 앉은 이광용 KBS아나운서는 경기 시작 전부터 "7·8위 결정전에선 노선영을 따로 떨어뜨리는 모습은 절대 보여서는 안 된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예상보다 기록이 저조하자 "팀워크도 중요하지만 엄연한 기록경기인데, (결과가) 실망스럽다"고 일침을 놨다.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 여자 대표팀의 불화는 온 국민 앞에 생중계됐다. 19일 김보름과 박지우가 뒤처진 노선영을 신경 쓰지 않고 질주한 준준결승은 논란의 시작일 뿐이었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뒤처진 노선영을 조롱하는 듯한 김보름의 발언은 국민적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다음날 해명 기자회견에선 김보름과 백철기 스피드스케이 대표팀 감독만이 등장해 석연찮은 답변만을 내놨다.

21일 경기 직전까지 기권을 점치는 전망이 나올 정도로 대표팀 분위기는 좋지 않았다. 세 선수는 훈련은 정상적으로 소화했다. 이틀 전까지 경기 전후로 인사도 나누지 않던 김보름과 노선영이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그러나 이미 불거진 논란을 봉합하기엔 역부족이었다.

[바로가기] ‘한 호흡’ 팀추월 女 대표팀, 기록은 저조…8위로 마감

관중들은 더이상 결과만을 따지지 않는다. 경기를 준비하는 과정과 그 내용이 스포츠맨십에 어긋난다면, 아무리 성적이 좋아도 비난받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팀추월 여자 대표팀은 간과했다. 논란이 커질대로 커진 뒤에야 뒤늦게 보여주기식 팀워크를 선보였지만, 올림픽 무대에서 '팀킬'을 했다는 불명예는 쉽게 잊혀지기 어려운 상황에 이르렀다. 세 선수는 7·8위 결정전 후 믹스트존 인터뷰를 거부하고 침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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