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졸업 대목 ‘꽃자리’ 쟁탈전…팻말에 쇠사슬까지

입력 2018.02.22 (08:36) 수정 2018.02.22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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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요즘 대학가는 졸업 시즌입니다.

이맘 때 대학교 주변을 가보면 언제부턴가 이런 풍경이 쉽게 눈에 띄는데요.

학교 앞 길목마다 '꽃'이라고 적혀 있는데, 아예 팻말을 쇠사슬에 묶어 두는 곳도 있습니다.

졸업식날 노상에서 꽃을 파려는 상인들이 자기 자리를 표시해 둔 겁니다.

상인들은 자리를 지키려 밤샘 노숙까지 불사하고 있었습니다.

목이 좋은 자리는 아예 졸업식 한 달전부터 이런 '꽃자리' 쟁탈전이 시작된다고 합니다.

최근들어 취업난 때문에 졸업식이 예전처럼 학생들로 붐비지 않자, 이런 자리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있다고 하는데요.

현장을 따라가 봤습니다.

[리포트]

서울의 한 대학교 앞입니다.

학교로 들어가는 길목 곳곳에 '꽃'이라는 글이 각양각색으로 쓰여 있습니다.

유동 인구가 많은 곳을 중심으로 가로수와 보도블럭, 인도 경계석을 가라지 않습니다.

[대학교 관계자/음성변조 : "대학교 주변은 입학식 졸업식에 항상 그렇죠. 전철역부터 쫙 있어요."]

이 학교의 졸업식은 닷새나 남아 있었는데도 일찌감치 꽃다발을 파려는 노점상들의 자리 쟁탈전이 시작된 겁니다.

매직으로 상호명을 적거나 테이프를 붙여 놓는 건 기본입니다.

가로수에 팻말을 걸고, 빨래 건조대에 철망까지 동원해 쇠사슬로 단단히 묶어뒀습니다.

졸업식 날 자신들이 꽃을 팔 자리를 선점했다는 건데, 당연히 목이 좋은 자리일 수록 경쟁이 치열합니다 .

[꽃다발 노점 상인 : "(좋은 자리 잡으려면 얼마나 일찍 오는 거예요?) 한 달 전에 와서 잡아 놔요. 미리 한 달 전에 잡아 놔."]

졸업식이 다가오면 상인들은 그야말로 필사적으로 자리 지키기에 나섭니다.

졸업식을 하루 앞둔 서울의 또다른 대학교 앞 모습입니다.

벌써 천막을 펼쳐 놓고, 장사 준비를 하는 상인들이 있습니다.

[꽃다발 노점 상인 : "이렇게 천막을 치든가 자리를 지키든가 해야죠. 여기서 자야 하고 또. 차에서 자야 하고."]

하나라도 꽃다발을 더 팔 수 있는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영하의 추위도 아랑곳하지 않고 밤샘 노숙까지 불사합니다.

학교 정문과 한발짝이라도 더 가까운 곳이 최고의 명당 자리로 꼽힙니다.

유동 인구가 많은 지하철역 입구도 경쟁이 치열한 곳입니다.

[꽃다발 노점 상인/음성변조 : "자리를 잘 잡으면 (매출액) 앞의 자리가 달라지니까."]

[꽃다발 노점 상인/음성변조 : "자리가 최고 중요하죠. 자리에 따라 그 날 매출이 정해지는 거죠. 정문 앞쪽에 사람들이 많이 몰려요. (학교로) 들어갔다가 차를 대놓고 다시 나와서 구경하면서 (꽃다발을 구입)하고..."]

상인들 입장에선 이렇게 밤샘까지 불사하고 자리를 선점했다고 해서 끝이 아닙니다.

졸업식 당일, 상인들끼리 여기저기서 자리를 두고 언성이 높아집니다.

[꽃다발 노점 상인/음성변조 : "이렇게 깔면 안 되지. 아니야 이거 지금 안되는 거야. 붙어야지.” (여기 앞에 딱 가려버리면 어떻게 해. 한 쪽으로 붙어야지.) “그리고 여기 꽃 안 놓는다고 해. 이야기를."]

[꽃다발 노점 상인/음성변조 : "그래도 자리 표시를 해놓고 하면, 웬만하면 (장사를) 오래 한 사람들은 그래도 좀 지키는데 이제 막 안하무인으로 들어오면 싸움 나. 그렇게 싸움 나는 거예요. 아침에도 싸웠어요."]

경쟁에서 밀려난 상인들은 볼멘소리를 터뜨리고, 자리를 지키려 며칠 밤을 샌 상인들도 얼굴을 붉힙니다.

[꽃다발 노점 상인/음성변조 : "여기랑 저기랑 완전 다 장악이야. (장사) 안 해도 그냥 판을 다 깔았어. (다른 사람) 못하게 하려고."]

[꽃다발 노점 상인/음성변조 : "원래는 그래도 상도덕이 있었다는데 지금은 먹고살기 힘드니까 막 밀어붙이잖아요. 싸움도 하고 그러더라고요. 서로 언성 왔다 갔다 하고. 이틀 전서부터 와있었다니까요. 우리는. 날 샜어요. 지금."]

졸업 시즌만 되면 관할 구청도 민원 때문에 바빠집니다.

[구청 단속반 : "단속 나왔어요. 통행이 불편하다고 (민원이 들어와서) 통행에 너무 불편하니까 그거 때문에 나온 거예요."]

인도를 차지하고 좌판을 펼치다보니 행인들의 통행에 불편을 준다는 건데요.

[구청 관계자/음성변조 : "지나가는 행인들이 원활하지 못하잖아요. 통행이. 그것에 대해 단속을 해달라고 일반 시민분이 (신고)하는 경우도 있고. 같은 경쟁자가 자기도 꽃을 노점을 하고 있어요. 다른 사람이 (자리를) 차지해버렸잖아요. 자기도 신고를 하는 거예요."]

하지만 한철 장사를 보고 온 상인들은 구청 단속반의 등장에도 아랑곳 않고 장사를 이어갑니다.

단속반이 주의를 주고 떠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다시 좌판을 깝니다.

대학교 주변의 꽃가게들은 오히려 졸업시즌만 되면 울상입니다.

노점 때문에 손님을 다 뺏겼다는 겁니다.

[대학가 꽃가게 주인/음성변조 : "저 사람들 한 사람 아니에요. 기업이에요. 완전히. 자기네 식구들 쫙 깔아놓은 거예요."]

[대학가 꽃가게 주인/음성변조 : "좀 억울한 면이 있죠. 저희는 대학교 앞이라는 특권을 보고 높은 비싼 월세를 내면서 장사를 하는 건데 저분들은 그냥 반짝 오셨다가 현금으로 다 받으시고..."]

꽃다발 노점 상인들은 해를 거듭할수록 자리 경쟁이 심해지고 있다고 말합니다.

취업난으로 졸업식 불참자가 늘어나는 등 졸업식장 분위기가 예전 같지 않아 꽃다발 판매 경쟁이 더 치열해졌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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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졸업 대목 ‘꽃자리’ 쟁탈전…팻말에 쇠사슬까지
    • 입력 2018-02-22 08:39:01
    • 수정2018-02-22 10:4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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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요즘 대학가는 졸업 시즌입니다.

이맘 때 대학교 주변을 가보면 언제부턴가 이런 풍경이 쉽게 눈에 띄는데요.

학교 앞 길목마다 '꽃'이라고 적혀 있는데, 아예 팻말을 쇠사슬에 묶어 두는 곳도 있습니다.

졸업식날 노상에서 꽃을 파려는 상인들이 자기 자리를 표시해 둔 겁니다.

상인들은 자리를 지키려 밤샘 노숙까지 불사하고 있었습니다.

목이 좋은 자리는 아예 졸업식 한 달전부터 이런 '꽃자리' 쟁탈전이 시작된다고 합니다.

최근들어 취업난 때문에 졸업식이 예전처럼 학생들로 붐비지 않자, 이런 자리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있다고 하는데요.

현장을 따라가 봤습니다.

[리포트]

서울의 한 대학교 앞입니다.

학교로 들어가는 길목 곳곳에 '꽃'이라는 글이 각양각색으로 쓰여 있습니다.

유동 인구가 많은 곳을 중심으로 가로수와 보도블럭, 인도 경계석을 가라지 않습니다.

[대학교 관계자/음성변조 : "대학교 주변은 입학식 졸업식에 항상 그렇죠. 전철역부터 쫙 있어요."]

이 학교의 졸업식은 닷새나 남아 있었는데도 일찌감치 꽃다발을 파려는 노점상들의 자리 쟁탈전이 시작된 겁니다.

매직으로 상호명을 적거나 테이프를 붙여 놓는 건 기본입니다.

가로수에 팻말을 걸고, 빨래 건조대에 철망까지 동원해 쇠사슬로 단단히 묶어뒀습니다.

졸업식 날 자신들이 꽃을 팔 자리를 선점했다는 건데, 당연히 목이 좋은 자리일 수록 경쟁이 치열합니다 .

[꽃다발 노점 상인 : "(좋은 자리 잡으려면 얼마나 일찍 오는 거예요?) 한 달 전에 와서 잡아 놔요. 미리 한 달 전에 잡아 놔."]

졸업식이 다가오면 상인들은 그야말로 필사적으로 자리 지키기에 나섭니다.

졸업식을 하루 앞둔 서울의 또다른 대학교 앞 모습입니다.

벌써 천막을 펼쳐 놓고, 장사 준비를 하는 상인들이 있습니다.

[꽃다발 노점 상인 : "이렇게 천막을 치든가 자리를 지키든가 해야죠. 여기서 자야 하고 또. 차에서 자야 하고."]

하나라도 꽃다발을 더 팔 수 있는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영하의 추위도 아랑곳하지 않고 밤샘 노숙까지 불사합니다.

학교 정문과 한발짝이라도 더 가까운 곳이 최고의 명당 자리로 꼽힙니다.

유동 인구가 많은 지하철역 입구도 경쟁이 치열한 곳입니다.

[꽃다발 노점 상인/음성변조 : "자리를 잘 잡으면 (매출액) 앞의 자리가 달라지니까."]

[꽃다발 노점 상인/음성변조 : "자리가 최고 중요하죠. 자리에 따라 그 날 매출이 정해지는 거죠. 정문 앞쪽에 사람들이 많이 몰려요. (학교로) 들어갔다가 차를 대놓고 다시 나와서 구경하면서 (꽃다발을 구입)하고..."]

상인들 입장에선 이렇게 밤샘까지 불사하고 자리를 선점했다고 해서 끝이 아닙니다.

졸업식 당일, 상인들끼리 여기저기서 자리를 두고 언성이 높아집니다.

[꽃다발 노점 상인/음성변조 : "이렇게 깔면 안 되지. 아니야 이거 지금 안되는 거야. 붙어야지.” (여기 앞에 딱 가려버리면 어떻게 해. 한 쪽으로 붙어야지.) “그리고 여기 꽃 안 놓는다고 해. 이야기를."]

[꽃다발 노점 상인/음성변조 : "그래도 자리 표시를 해놓고 하면, 웬만하면 (장사를) 오래 한 사람들은 그래도 좀 지키는데 이제 막 안하무인으로 들어오면 싸움 나. 그렇게 싸움 나는 거예요. 아침에도 싸웠어요."]

경쟁에서 밀려난 상인들은 볼멘소리를 터뜨리고, 자리를 지키려 며칠 밤을 샌 상인들도 얼굴을 붉힙니다.

[꽃다발 노점 상인/음성변조 : "여기랑 저기랑 완전 다 장악이야. (장사) 안 해도 그냥 판을 다 깔았어. (다른 사람) 못하게 하려고."]

[꽃다발 노점 상인/음성변조 : "원래는 그래도 상도덕이 있었다는데 지금은 먹고살기 힘드니까 막 밀어붙이잖아요. 싸움도 하고 그러더라고요. 서로 언성 왔다 갔다 하고. 이틀 전서부터 와있었다니까요. 우리는. 날 샜어요. 지금."]

졸업 시즌만 되면 관할 구청도 민원 때문에 바빠집니다.

[구청 단속반 : "단속 나왔어요. 통행이 불편하다고 (민원이 들어와서) 통행에 너무 불편하니까 그거 때문에 나온 거예요."]

인도를 차지하고 좌판을 펼치다보니 행인들의 통행에 불편을 준다는 건데요.

[구청 관계자/음성변조 : "지나가는 행인들이 원활하지 못하잖아요. 통행이. 그것에 대해 단속을 해달라고 일반 시민분이 (신고)하는 경우도 있고. 같은 경쟁자가 자기도 꽃을 노점을 하고 있어요. 다른 사람이 (자리를) 차지해버렸잖아요. 자기도 신고를 하는 거예요."]

하지만 한철 장사를 보고 온 상인들은 구청 단속반의 등장에도 아랑곳 않고 장사를 이어갑니다.

단속반이 주의를 주고 떠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다시 좌판을 깝니다.

대학교 주변의 꽃가게들은 오히려 졸업시즌만 되면 울상입니다.

노점 때문에 손님을 다 뺏겼다는 겁니다.

[대학가 꽃가게 주인/음성변조 : "저 사람들 한 사람 아니에요. 기업이에요. 완전히. 자기네 식구들 쫙 깔아놓은 거예요."]

[대학가 꽃가게 주인/음성변조 : "좀 억울한 면이 있죠. 저희는 대학교 앞이라는 특권을 보고 높은 비싼 월세를 내면서 장사를 하는 건데 저분들은 그냥 반짝 오셨다가 현금으로 다 받으시고..."]

꽃다발 노점 상인들은 해를 거듭할수록 자리 경쟁이 심해지고 있다고 말합니다.

취업난으로 졸업식 불참자가 늘어나는 등 졸업식장 분위기가 예전 같지 않아 꽃다발 판매 경쟁이 더 치열해졌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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