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암살 동남아 여성 “북한인들, 마카오행 요구했었다”

입력 2018.02.22 (20:47) 수정 2018.02.22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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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 암살 과정에 북한 용의자들이 마카오행을 지시했었다는 법정 진술이 나왔다.

김정남 암살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인도네시아 국적 시티 아이샤(26·여)의 변호인은 22일 말레이시아 샤알람 고등법원에서 열린 재판에서 이같이 밝혔다. 시티 아이샤가 지난해 2월 8일 쿠알라룸푸르 숭아이 왕 플라자에서 북한 용의자 '장'을 만났는데, 장이 처음에는 촬영을 위해 마카오에 갈 것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변호인은 "'장'이 시티에게 마카오행 항공권을 사라며 4천 링깃(우리 돈 약 110만 원)을 줬다"고 말했다.

이는 북한 용의자들이 김정남과 가족의 거주지인 중국령 마카오에서 범행하는 안을 고려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장'은 지난해 2월 13일,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시티 아이샤의 손에 화학무기인 신경작용제를 바르게 한 뒤 김정남을 공격하게 한 북한 용의자 홍송학(35)을 지칭한다.

이에 대해 현지 경찰 담당자, 완 아지룰 니잠 체 완 아지즈는 "시티 아이샤가 경찰에 체포된 뒤 그렇게 진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 "실제 항공권을 사지는 않았다"고 법정에서 밝혔다. 시티는 홍송학의 일행인 리지우(31)에게서 "마카오행은 취소됐고 촬영은 계속한다"는 연락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시티의 변호인 측은 "시티가 범행 전날 페이스북에 '촬영이 잘 돼 재계약이 이뤄졌으면 좋겠다'는 글을 올렸다"며 "리얼리티 TV용 몰래카메라를 찍는다는 북한인들 말에 완전히 속은 상태였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김정남 암살 혐의로 기소된 시티 아이샤와 베트남 출신 도안 티 흐엉(30·여)의 변호인들은 두 사람이 북한 정권의 정치적 암살 음모에 도구로 이용됐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말레이시아 검찰은 이들이 살해할 의도를 갖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판단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법은 고의로 살인할 경우 예외없이 사형을 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유죄가 인정되면 시티와 도안은 교수형을 받을 수 있다.

시티와 도안에게 신경안정제를 건네주고 김정남 얼굴에 바르게 한 북한 용의자는 모두 5명으로 홍송학과 리재남 등 4명은 범행 당일 출국해 북한으로 도주했다. 리지우도 해외로 도주한 것으로 추정된다.

[사진출처 :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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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2-22 20:47:46
    • 수정2018-02-22 20:49:41
    국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 암살 과정에 북한 용의자들이 마카오행을 지시했었다는 법정 진술이 나왔다.

김정남 암살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인도네시아 국적 시티 아이샤(26·여)의 변호인은 22일 말레이시아 샤알람 고등법원에서 열린 재판에서 이같이 밝혔다. 시티 아이샤가 지난해 2월 8일 쿠알라룸푸르 숭아이 왕 플라자에서 북한 용의자 '장'을 만났는데, 장이 처음에는 촬영을 위해 마카오에 갈 것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변호인은 "'장'이 시티에게 마카오행 항공권을 사라며 4천 링깃(우리 돈 약 110만 원)을 줬다"고 말했다.

이는 북한 용의자들이 김정남과 가족의 거주지인 중국령 마카오에서 범행하는 안을 고려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장'은 지난해 2월 13일,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시티 아이샤의 손에 화학무기인 신경작용제를 바르게 한 뒤 김정남을 공격하게 한 북한 용의자 홍송학(35)을 지칭한다.

이에 대해 현지 경찰 담당자, 완 아지룰 니잠 체 완 아지즈는 "시티 아이샤가 경찰에 체포된 뒤 그렇게 진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 "실제 항공권을 사지는 않았다"고 법정에서 밝혔다. 시티는 홍송학의 일행인 리지우(31)에게서 "마카오행은 취소됐고 촬영은 계속한다"는 연락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시티의 변호인 측은 "시티가 범행 전날 페이스북에 '촬영이 잘 돼 재계약이 이뤄졌으면 좋겠다'는 글을 올렸다"며 "리얼리티 TV용 몰래카메라를 찍는다는 북한인들 말에 완전히 속은 상태였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김정남 암살 혐의로 기소된 시티 아이샤와 베트남 출신 도안 티 흐엉(30·여)의 변호인들은 두 사람이 북한 정권의 정치적 암살 음모에 도구로 이용됐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말레이시아 검찰은 이들이 살해할 의도를 갖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판단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법은 고의로 살인할 경우 예외없이 사형을 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유죄가 인정되면 시티와 도안은 교수형을 받을 수 있다.

시티와 도안에게 신경안정제를 건네주고 김정남 얼굴에 바르게 한 북한 용의자는 모두 5명으로 홍송학과 리재남 등 4명은 범행 당일 출국해 북한으로 도주했다. 리지우도 해외로 도주한 것으로 추정된다.

[사진출처 :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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