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절 한 김보름 “국민께 사죄”…고개 숙인 은메달

입력 2018.02.24 (22:50) 수정 2018.02.24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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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하다는 말밖에는 안 떠올라요..."

악몽같은 6일이었다. 지난 19일 팀추월 8강 경기에서 김보름은 박지우와 결승선을 나란히 통과했다. 팀 동료 노선영은 한참 떨어져 뒤늦게 결승선에 들어왔다. 기대에 못미친 기록이었다.

김보름은 경기 직후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강한 아쉬움을 표현했다. 노선영이 뒤쳐진 상황을 설명하면서는 피식 웃기까지 해 논란에 불을 지폈다. 팬들은 동료인 노선영을 향한 배려가 없었고 의도적으로 따돌렸다며 김보름을 거세게 비난했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다음날 대표팀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해명에 나섰다.

[연관기사]의아했던 결승선 통과…女 팀 추월 ‘팀워크’ 없었다

김보름은 쏟아지는 비난을 견지디 못하고 자신의 SNS 계정을 폐쇄했다. 기자회견에서는 "제 인터뷰를 보시고 많은 분이 마음의 상처를 받은 것 같다"며 "많이 반성하고 있으며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그러나 비판 여론을 잠재우긴 어려웠다. 김보름과 박지우의 국가대표 자격을 박탈시키라는 청와대 청원까지 이어지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매스스타트를 남겨둔 선수 입장에서는 견디기 어려운 심적 부담이었을 것이다.

2018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팀 추월 경기에서 팀워크 논란에 휩싸였던 김보름 선수가 20일 오후 강원 강릉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 마련된 기자회견장에서 의혹에 대해 해명하던 도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18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팀 추월 경기에서 팀워크 논란에 휩싸였던 김보름 선수가 20일 오후 강원 강릉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 마련된 기자회견장에서 의혹에 대해 해명하던 도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하지만 김보름은 결국 매스스타트에서 은메달을 따냈다. 김보름은 비난 여론을 감안한 듯 결승선을 통과한 뒤 관중석을 향해 큰절을 올렸다. 인터뷰에서는 "지금 생각나는 말이 죄송합니다. 밖에 없다. 그 말밖에 안 떠올라서 다른 말은 못하겠다"고 말했다. 응원한 국민들에게 한마디를 해달라는 질문엔 "너무 감사드리고 물의를 일으킨 것 같아 진심으로 반성한다"며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터뷰 내내 김보름은 울먹이며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경기 후 관중들에게 큰절을 올린 이유에 관해선 "죄송한 마음이 커서 국민께 사죄해야겠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이날 매스스타트 결승에선 관중석에서 "김보름 화이팅"이라는 외침이 자주 터져 나왔다. "김보름 너를 응원해" "김보름 우리가 있잖아'라고 쓰인 플래카드도 관중석에 내걸렸다.

24일 오후 강원 강릉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매스스타트 결승전에서 김보름이 은메달을 획득한 뒤 큰절을 하고 있다. 24일 오후 강원 강릉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매스스타트 결승전에서 김보름이 은메달을 획득한 뒤 큰절을 하고 있다.

김보름은 초등학교 5학년 때 '친구 따라 강남 가듯' 쇼트트랙을 시작했지만 성적이 신통치 않자 고교 2학년 때인 2010년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향하는 결단을 내렸다.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낸 장거리의 간판 이승훈(대한항공)의 질주 모습에 반해서다. 지금 김보름에게 이승훈은 대선배이자 멘토다.

김보름은 스피드스케이팅 장거리 종목에서 빛을 발했다. 2011 아스타나·알마티 동계아시안게임 스피드스케이팅 3,000m에서 은메달을 따더니 2014년 생애 첫 동계올림픽인 소치 대회 여자 3,000m에서 13위(4분12초08)를 차지하며 역대 한국 여자 선수 올림픽 3,000m 최고 순위를 장식했다.

김보름에게 기회가 온 것은 2014년이었다. ISU는 지루할 수 있는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에 재미를 주기 위해 매스스타트 종목을 2013-2014 시즌 5, 6차 월드컵 때 시범적으로 도입했다.

매스스타트는 자신의 레인이 고정된 다른 종목과 달리 최대 24명이 레인 구분 없이 출발해 400m 트랙을 16바퀴 도는 레이스다. 기록경기가 아닌 만큼 치열한 두뇌 싸움으로 선두를 지키는 게 중요한 종목으로 쇼트트랙과 비슷한 점이 많다.

24일 오후 강원 강릉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매스스타트 결승 경기에서 은메달을 딴 김보름이 어린 시절 야외에서 발차기 연습을 하고 있다. 24일 오후 강원 강릉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매스스타트 결승 경기에서 은메달을 딴 김보름이 어린 시절 야외에서 발차기 연습을 하고 있다.

김보름은 매스스타트가 ISU 월드컵 시리즈에 본격적으로 도입된 2014-2015시즌부터 매스스타트 종목에 출전했고, 매스스타트 데뷔 시즌에 월드컵 랭킹 8위를 차지하며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그의 매스스타트 재능이 폭발한 것은 2016-2017 시즌이다. 김보름은 2016-2017 시즌 금메달 3개와 동메달 2개를 따내며 당당히 세계랭킹 1위로 올라섰다.

하지만 우여곡절도 겪었다. 지난해 11월 네덜란드 헤이렌베인에서 열린 월드컵 1차 대회 여자 매스스타트 예선에서 다른 선수들과 엉키면서 넘어졌다. 허리를 다친 김보름은 남은 경기를 모두 기권했고, 2차 대회는 아예 불참했다.

귀국해 재활에 힘쓰던 김보름은 이번 달 초 캐나다 캘거리에서 열린 3차 대회에 출전했지만, 매스스타트 11위에 그치며 메달을 따지 못했다. 4차 대회에서도 부진하면 평창올림픽 출전 자체가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그러나 김보름은 지난 10일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열린 월드컵 4차 대회 매스스타트에서 동메달을 획득해 마지막 기회에서 평창행 티켓을 잡았다. 그리고 처음으로 매스스타트가 정식 종목이 된 평창올림픽에서 결국 메달을 따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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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2-24 22:50:23
    • 수정2018-02-24 22:52:27
    취재K
"죄송하다는 말밖에는 안 떠올라요..."

악몽같은 6일이었다. 지난 19일 팀추월 8강 경기에서 김보름은 박지우와 결승선을 나란히 통과했다. 팀 동료 노선영은 한참 떨어져 뒤늦게 결승선에 들어왔다. 기대에 못미친 기록이었다.

김보름은 경기 직후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강한 아쉬움을 표현했다. 노선영이 뒤쳐진 상황을 설명하면서는 피식 웃기까지 해 논란에 불을 지폈다. 팬들은 동료인 노선영을 향한 배려가 없었고 의도적으로 따돌렸다며 김보름을 거세게 비난했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다음날 대표팀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해명에 나섰다.

[연관기사]의아했던 결승선 통과…女 팀 추월 ‘팀워크’ 없었다

김보름은 쏟아지는 비난을 견지디 못하고 자신의 SNS 계정을 폐쇄했다. 기자회견에서는 "제 인터뷰를 보시고 많은 분이 마음의 상처를 받은 것 같다"며 "많이 반성하고 있으며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그러나 비판 여론을 잠재우긴 어려웠다. 김보름과 박지우의 국가대표 자격을 박탈시키라는 청와대 청원까지 이어지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매스스타트를 남겨둔 선수 입장에서는 견디기 어려운 심적 부담이었을 것이다.

2018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팀 추월 경기에서 팀워크 논란에 휩싸였던 김보름 선수가 20일 오후 강원 강릉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 마련된 기자회견장에서 의혹에 대해 해명하던 도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하지만 김보름은 결국 매스스타트에서 은메달을 따냈다. 김보름은 비난 여론을 감안한 듯 결승선을 통과한 뒤 관중석을 향해 큰절을 올렸다. 인터뷰에서는 "지금 생각나는 말이 죄송합니다. 밖에 없다. 그 말밖에 안 떠올라서 다른 말은 못하겠다"고 말했다. 응원한 국민들에게 한마디를 해달라는 질문엔 "너무 감사드리고 물의를 일으킨 것 같아 진심으로 반성한다"며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터뷰 내내 김보름은 울먹이며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경기 후 관중들에게 큰절을 올린 이유에 관해선 "죄송한 마음이 커서 국민께 사죄해야겠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이날 매스스타트 결승에선 관중석에서 "김보름 화이팅"이라는 외침이 자주 터져 나왔다. "김보름 너를 응원해" "김보름 우리가 있잖아'라고 쓰인 플래카드도 관중석에 내걸렸다.

24일 오후 강원 강릉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매스스타트 결승전에서 김보름이 은메달을 획득한 뒤 큰절을 하고 있다.
김보름은 초등학교 5학년 때 '친구 따라 강남 가듯' 쇼트트랙을 시작했지만 성적이 신통치 않자 고교 2학년 때인 2010년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향하는 결단을 내렸다.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낸 장거리의 간판 이승훈(대한항공)의 질주 모습에 반해서다. 지금 김보름에게 이승훈은 대선배이자 멘토다.

김보름은 스피드스케이팅 장거리 종목에서 빛을 발했다. 2011 아스타나·알마티 동계아시안게임 스피드스케이팅 3,000m에서 은메달을 따더니 2014년 생애 첫 동계올림픽인 소치 대회 여자 3,000m에서 13위(4분12초08)를 차지하며 역대 한국 여자 선수 올림픽 3,000m 최고 순위를 장식했다.

김보름에게 기회가 온 것은 2014년이었다. ISU는 지루할 수 있는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에 재미를 주기 위해 매스스타트 종목을 2013-2014 시즌 5, 6차 월드컵 때 시범적으로 도입했다.

매스스타트는 자신의 레인이 고정된 다른 종목과 달리 최대 24명이 레인 구분 없이 출발해 400m 트랙을 16바퀴 도는 레이스다. 기록경기가 아닌 만큼 치열한 두뇌 싸움으로 선두를 지키는 게 중요한 종목으로 쇼트트랙과 비슷한 점이 많다.

24일 오후 강원 강릉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매스스타트 결승 경기에서 은메달을 딴 김보름이 어린 시절 야외에서 발차기 연습을 하고 있다.
김보름은 매스스타트가 ISU 월드컵 시리즈에 본격적으로 도입된 2014-2015시즌부터 매스스타트 종목에 출전했고, 매스스타트 데뷔 시즌에 월드컵 랭킹 8위를 차지하며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그의 매스스타트 재능이 폭발한 것은 2016-2017 시즌이다. 김보름은 2016-2017 시즌 금메달 3개와 동메달 2개를 따내며 당당히 세계랭킹 1위로 올라섰다.

하지만 우여곡절도 겪었다. 지난해 11월 네덜란드 헤이렌베인에서 열린 월드컵 1차 대회 여자 매스스타트 예선에서 다른 선수들과 엉키면서 넘어졌다. 허리를 다친 김보름은 남은 경기를 모두 기권했고, 2차 대회는 아예 불참했다.

귀국해 재활에 힘쓰던 김보름은 이번 달 초 캐나다 캘거리에서 열린 3차 대회에 출전했지만, 매스스타트 11위에 그치며 메달을 따지 못했다. 4차 대회에서도 부진하면 평창올림픽 출전 자체가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그러나 김보름은 지난 10일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열린 월드컵 4차 대회 매스스타트에서 동메달을 획득해 마지막 기회에서 평창행 티켓을 잡았다. 그리고 처음으로 매스스타트가 정식 종목이 된 평창올림픽에서 결국 메달을 따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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