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피해 밝혔는데 처벌?”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다시 논란

입력 2018.02.26 (18:17) 수정 2018.02.26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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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사실 밝혀도 처벌?”…‘명예훼손죄’ 다시 수면 위로

“성폭력 사실 밝혀도 처벌?”…‘명예훼손죄’ 다시 수면 위로

“나도 당했다!”

성추행·성폭력을 당했다는 각계의 ‘미투’(Me Too) 폭로가 잇따르는 가운데 ‘사실 적시 명예훼손죄’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알리는 과정에서 되레 명예훼손죄로 처벌받을 수 있는 법 조항은 폐지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같은 주장이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인터넷 등에 사실을 유포했다 처벌받는 사례가 나올 때마다 관련법을 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과거에도 있었다. 그랬던 것이 최근 미투 운동의 여파로 재조명을 받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최근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를 폐지해달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다음 달 4일 마감되는 해당 청원에는 지금까지 3만 5천여 명이 공감을 표했다. 관련 내용을 다룬 청원은 이후에도 여럿 올라왔다. 마찬가지로 성폭력 피해자들의 2차 피해를 막기 위해선 사실 적시 명예훼손죄 폐지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지난달 말 전직 법무부 고위간부에게 성추행당한 사실을 폭로해 국내 미투 운동의 시발점이 된 서지현 검사는 당시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할 경우 ‘사실 적시 명예훼손죄’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소송도 불사할 것이라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현행 형법 체계에선 허위 사실은 물론 객관적인 사실을 밝혀도 상대방의 명예를 훼손했다면 처벌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출처 : 연합뉴스출처 : 연합뉴스

사실을 밝혀도 죄가 되는 ‘사실 적시 명예훼손죄’

현행 형법 307조는 사실을 적시하더라도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면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처벌할 수 있게 규정하고 있다.

허위 사실을 적시할 경우엔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더 무겁게 처벌할 수 있다.


진실을 말하더라도 당사자가 알려지는 것을 원치 않으면 명예훼손이 될 수 있다.

실제로 과거 한 아파트 거주민이 이웃과 갈등을 겪은 뒤 인터넷에 자신의 사연을 올렸다 벌금 30만 원 형을 선고받은 적이 있다. 행위 자체가 비방 목적이 있다고 인정된 것이다.

이를 부당하게 여긴 주민이 대법 상고심 중 위헌법률심판을 청구했지만,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7대 2 의견으로 ‘사실 적시 명예훼손’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인터넷 비방글의 광범위한 전파력을 고려해 “명예를 훼손하는 표현을 규제함으로써 인격권을 보호해야 할 필요성은 매우 크다. 해당 조항은 명예훼손적인 표현을 규제하면서도 ‘비방할 목적’을 추가로 요구해 규제 범위를 최소한도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반대의견을 낸 소수 재판관은 “게시글 삭제 등을 요청하거나 민사상 손해배상을 제기하는 등 형사처벌 외에 덜 제약적인 명예훼손 구제에 관한 제도들이 존재함에도 징역형까지 형사처분할 수 있도록 규정한 것은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약하는 것으로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위배된다”라고 지적했다.

정보통신망법에도 사실 적시 명예훼손처럼 공연히 사실을 적시해서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경우 ‘사이버 명예훼손죄’로 처벌하게 돼 있지만 ‘사람을 비방할 목적’이라는 요건이 명시돼있어 차이를 보인다. 형사법상 명예훼손은 사람을 비방할 목적이 있고 없고를 따지지 않고 고의성 여부만 따진다.


가해자들의 대처법 된 사실 적시 명예훼손죄

성폭력 가해자가 피해자를 명예훼손죄로 역고소하는 경우도 많다. 피해 사실을 알렸다 해도 명예훼손 역고소를 통해 자신의 결백을 대외적으로 알리려는 목적이다. 또 역고소를 피해자와 협상 수단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역고소에 의한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송사에 지친 피해자와 원만한 해결을 도모하려는 의도다.

한국여성민우회의 지난해 상담 통계를 보면 법률 지원 상담자 중 역고소 관련 상담자가 32%에 달했다. 송사 과정에서 피해자가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는 게 민우회 측 설명이다.

출처 : 게티이미지출처 : 게티이미지

한국 여성의 전화와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설 연구원 ‘울림’은 지난해 말 여성가족부 후원으로 공동제작한 ‘성폭력 역고소 피해자 지원을 위한 안내서’를 배포하기도 했다. 제작자들은 역고소가 최근 가해자들의 행동지침으로 유포되고 있다고 밝혔다. 가해자들이 피해여성들의 입에 재갈을 물리는 효과적인 방법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일찍부터 국내에서 ‘미투’운동이 벌어지지 못한 요인 중 하나로 사실 적시 명예훼손죄를 꼽기도 한다. 전 세계적으로 사실을 적시했음에도 명예훼손으로 형사 처벌을 받는 나라는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명예훼손으로 형사 처벌하는 국가 적어

세계 많은 나라는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정치적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명예훼손죄를 폐지하거나 폐지 논의를 하고 있다.

미국에선 뉴욕, 캘리포니아, 일리노이스, 텍사스 주 등 다수의 주에서 명예훼손 처벌조항이 위헌으로 처분되거나 자발적으로 폐기되고 있다. 프랑스, 독일, 영국, 뉴질랜드 등 상당수 선진국도 명예훼손죄의 형사처벌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들 나라에선 대개 명예훼손 고소가 형사가 아닌 민사에서 다뤄진다.

유엔 인권위원회는 세계 각국에 형사상 명예훼손의 폐지를 촉구한 바 있다.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는 지난 2015년 한국에 사실 적시 명예훼손죄 폐지를 권고했다. 정부는 내년 말까지 권고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법안 폐지 추진에 나선 정치권

지난 2016년 9월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동료 의원 10인과 함께 일명 ‘표현의 자유 보장법’이라는 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와 모욕죄를 폐지하자는 법안인데 여전히 국회에 계류돼있는 상태다. 법안심사 소위에서 논의되긴 했지만 반대 의견이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은 성폭력 피해자들의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당 차원에서 사실 적시 명예훼손죄 폐지를 추진하기로 했다.

민주당 젠더폭력TF는 오늘(26일) 국회에서 비공개 당정협의와 ‘성폭력 피해자 통합지원 및 2차 피해 방지를 위한 간담회’를 잇따라 연 뒤 이 같은 방침을 밝혔다.

TF위원장인 남인순 의원은 간담회 후 기자들을 만나 “성폭력 피해 사실을 알렸을 때 명예훼손으로 역고소 당하는 일이 많다”면서 “사실 적시 명예훼손은 처벌되지 않도록 하는 법안을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 : 연합뉴스출처 : 연합뉴스

민주평화당은 성폭력 처벌 수위를 한층 강화한 이른바 ‘갑질 성폭력 방지법’을 당론으로 발의하기로 했다.

황주홍 정책위의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밝히고 “형법과 정보통신망법도 개정해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를 삭제하겠다”고 강조했다.

바른미래당은 사실 적시 명예훼손 폐지는 아니지만, 성폭력 범죄의 공소시효 연장과 형량 상향 조정 등을 골자로 한 이른바 ‘이윤택처벌법’을 발의하기로 했다.

“폐지는 시기상조”…. 반론의 목소리도

사실 적시 명예훼손을 폐지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약자 보호나 표현의 자유를 위해 개인이나 단체의 명예를 훼손하는 것을 두고 볼 수만은 없다는 입장이다. 무턱대고 법을 폐지하면 부작용이 클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한다.

또 명예훼손 처벌을 받지 않게 하는 ‘공익성’을 판단하는 기준이 다소 모호해 법원이 자의적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는 것도 경계할 지점으로 꼽힌다.

이와 관련해서 한 형사전문 변호사는 “날이 갈수록 인터넷, 모바일 기기를 통한 전파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어 개인의 명예를 더욱 보호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형법 제310조에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는 위법성 조각사유가 있는 만큼 적절한 보완이 가능하다”며 “법안 폐지를 추진하는 건 시기상조”라고 주장했다.

한편 서울지방변호사회가 지난 2016년 소속 변호사 1만 3천여 명을 상대로 사실 적시 명예훼손죄에 대한 의견을 물은 결과, 응답자의 49.9%가 “해당 조항을 폐지하고 민사상 손해배상 문제로 전환해야 한다”로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16.5%가 “징역이나 금고형을 폐지하고 벌금형으로 처벌 수위를 낮춰야 한다”는 의견을 냈고, “현행 규정을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은 33.2%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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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폭력 피해 밝혔는데 처벌?”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다시 논란
    • 입력 2018-02-26 18:17:15
    • 수정2018-02-26 22:10:48
    취재K
“나도 당했다!”

성추행·성폭력을 당했다는 각계의 ‘미투’(Me Too) 폭로가 잇따르는 가운데 ‘사실 적시 명예훼손죄’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알리는 과정에서 되레 명예훼손죄로 처벌받을 수 있는 법 조항은 폐지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같은 주장이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인터넷 등에 사실을 유포했다 처벌받는 사례가 나올 때마다 관련법을 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과거에도 있었다. 그랬던 것이 최근 미투 운동의 여파로 재조명을 받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최근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를 폐지해달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다음 달 4일 마감되는 해당 청원에는 지금까지 3만 5천여 명이 공감을 표했다. 관련 내용을 다룬 청원은 이후에도 여럿 올라왔다. 마찬가지로 성폭력 피해자들의 2차 피해를 막기 위해선 사실 적시 명예훼손죄 폐지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지난달 말 전직 법무부 고위간부에게 성추행당한 사실을 폭로해 국내 미투 운동의 시발점이 된 서지현 검사는 당시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할 경우 ‘사실 적시 명예훼손죄’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소송도 불사할 것이라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현행 형법 체계에선 허위 사실은 물론 객관적인 사실을 밝혀도 상대방의 명예를 훼손했다면 처벌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출처 : 연합뉴스
사실을 밝혀도 죄가 되는 ‘사실 적시 명예훼손죄’

현행 형법 307조는 사실을 적시하더라도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면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처벌할 수 있게 규정하고 있다.

허위 사실을 적시할 경우엔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더 무겁게 처벌할 수 있다.


진실을 말하더라도 당사자가 알려지는 것을 원치 않으면 명예훼손이 될 수 있다.

실제로 과거 한 아파트 거주민이 이웃과 갈등을 겪은 뒤 인터넷에 자신의 사연을 올렸다 벌금 30만 원 형을 선고받은 적이 있다. 행위 자체가 비방 목적이 있다고 인정된 것이다.

이를 부당하게 여긴 주민이 대법 상고심 중 위헌법률심판을 청구했지만,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7대 2 의견으로 ‘사실 적시 명예훼손’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인터넷 비방글의 광범위한 전파력을 고려해 “명예를 훼손하는 표현을 규제함으로써 인격권을 보호해야 할 필요성은 매우 크다. 해당 조항은 명예훼손적인 표현을 규제하면서도 ‘비방할 목적’을 추가로 요구해 규제 범위를 최소한도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반대의견을 낸 소수 재판관은 “게시글 삭제 등을 요청하거나 민사상 손해배상을 제기하는 등 형사처벌 외에 덜 제약적인 명예훼손 구제에 관한 제도들이 존재함에도 징역형까지 형사처분할 수 있도록 규정한 것은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약하는 것으로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위배된다”라고 지적했다.

정보통신망법에도 사실 적시 명예훼손처럼 공연히 사실을 적시해서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경우 ‘사이버 명예훼손죄’로 처벌하게 돼 있지만 ‘사람을 비방할 목적’이라는 요건이 명시돼있어 차이를 보인다. 형사법상 명예훼손은 사람을 비방할 목적이 있고 없고를 따지지 않고 고의성 여부만 따진다.


가해자들의 대처법 된 사실 적시 명예훼손죄

성폭력 가해자가 피해자를 명예훼손죄로 역고소하는 경우도 많다. 피해 사실을 알렸다 해도 명예훼손 역고소를 통해 자신의 결백을 대외적으로 알리려는 목적이다. 또 역고소를 피해자와 협상 수단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역고소에 의한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송사에 지친 피해자와 원만한 해결을 도모하려는 의도다.

한국여성민우회의 지난해 상담 통계를 보면 법률 지원 상담자 중 역고소 관련 상담자가 32%에 달했다. 송사 과정에서 피해자가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는 게 민우회 측 설명이다.

출처 : 게티이미지
한국 여성의 전화와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설 연구원 ‘울림’은 지난해 말 여성가족부 후원으로 공동제작한 ‘성폭력 역고소 피해자 지원을 위한 안내서’를 배포하기도 했다. 제작자들은 역고소가 최근 가해자들의 행동지침으로 유포되고 있다고 밝혔다. 가해자들이 피해여성들의 입에 재갈을 물리는 효과적인 방법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일찍부터 국내에서 ‘미투’운동이 벌어지지 못한 요인 중 하나로 사실 적시 명예훼손죄를 꼽기도 한다. 전 세계적으로 사실을 적시했음에도 명예훼손으로 형사 처벌을 받는 나라는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명예훼손으로 형사 처벌하는 국가 적어

세계 많은 나라는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정치적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명예훼손죄를 폐지하거나 폐지 논의를 하고 있다.

미국에선 뉴욕, 캘리포니아, 일리노이스, 텍사스 주 등 다수의 주에서 명예훼손 처벌조항이 위헌으로 처분되거나 자발적으로 폐기되고 있다. 프랑스, 독일, 영국, 뉴질랜드 등 상당수 선진국도 명예훼손죄의 형사처벌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들 나라에선 대개 명예훼손 고소가 형사가 아닌 민사에서 다뤄진다.

유엔 인권위원회는 세계 각국에 형사상 명예훼손의 폐지를 촉구한 바 있다.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는 지난 2015년 한국에 사실 적시 명예훼손죄 폐지를 권고했다. 정부는 내년 말까지 권고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법안 폐지 추진에 나선 정치권

지난 2016년 9월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동료 의원 10인과 함께 일명 ‘표현의 자유 보장법’이라는 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와 모욕죄를 폐지하자는 법안인데 여전히 국회에 계류돼있는 상태다. 법안심사 소위에서 논의되긴 했지만 반대 의견이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은 성폭력 피해자들의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당 차원에서 사실 적시 명예훼손죄 폐지를 추진하기로 했다.

민주당 젠더폭력TF는 오늘(26일) 국회에서 비공개 당정협의와 ‘성폭력 피해자 통합지원 및 2차 피해 방지를 위한 간담회’를 잇따라 연 뒤 이 같은 방침을 밝혔다.

TF위원장인 남인순 의원은 간담회 후 기자들을 만나 “성폭력 피해 사실을 알렸을 때 명예훼손으로 역고소 당하는 일이 많다”면서 “사실 적시 명예훼손은 처벌되지 않도록 하는 법안을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 : 연합뉴스
민주평화당은 성폭력 처벌 수위를 한층 강화한 이른바 ‘갑질 성폭력 방지법’을 당론으로 발의하기로 했다.

황주홍 정책위의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밝히고 “형법과 정보통신망법도 개정해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를 삭제하겠다”고 강조했다.

바른미래당은 사실 적시 명예훼손 폐지는 아니지만, 성폭력 범죄의 공소시효 연장과 형량 상향 조정 등을 골자로 한 이른바 ‘이윤택처벌법’을 발의하기로 했다.

“폐지는 시기상조”…. 반론의 목소리도

사실 적시 명예훼손을 폐지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약자 보호나 표현의 자유를 위해 개인이나 단체의 명예를 훼손하는 것을 두고 볼 수만은 없다는 입장이다. 무턱대고 법을 폐지하면 부작용이 클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한다.

또 명예훼손 처벌을 받지 않게 하는 ‘공익성’을 판단하는 기준이 다소 모호해 법원이 자의적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는 것도 경계할 지점으로 꼽힌다.

이와 관련해서 한 형사전문 변호사는 “날이 갈수록 인터넷, 모바일 기기를 통한 전파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어 개인의 명예를 더욱 보호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형법 제310조에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는 위법성 조각사유가 있는 만큼 적절한 보완이 가능하다”며 “법안 폐지를 추진하는 건 시기상조”라고 주장했다.

한편 서울지방변호사회가 지난 2016년 소속 변호사 1만 3천여 명을 상대로 사실 적시 명예훼손죄에 대한 의견을 물은 결과, 응답자의 49.9%가 “해당 조항을 폐지하고 민사상 손해배상 문제로 전환해야 한다”로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16.5%가 “징역이나 금고형을 폐지하고 벌금형으로 처벌 수위를 낮춰야 한다”는 의견을 냈고, “현행 규정을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은 33.2%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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