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물이 없어요”…지독한 겨울 가뭄

입력 2018.02.27 (08:37) 수정 2018.02.27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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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올겨울 가뭄이 심각한 수준입니다.

가뭄이 장기화되면서 주요댐과 저수지는 바닥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전국 다목적댐의 평균 저수율은 40% 수준에 그쳤습니다.

특히, 대구 동남권에 생활용수를 공급해온 운문댐은 저수율이 현재 8%까지 떨어진 상황인데요.

일부 지역에선 제한 급수까지 실시하면서 물 확보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곧 날이 따뜻해지고 농사철이 시작되면 물 확보가 더 어려워질 텐데요.

당분간 큰 비 소식이 없어 가뭄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걱정이 큰 상황입니다.

심각한 겨울 가뭄 현장으로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고지대 주택가에 급수 차량이 출동해 물을 쏟아냅니다.

당장 쓸 물이 없었던 주민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쉽니다.

[이상기/강원도 속초시: “여기가 고지대라서 단수가 자주 되거든요. 이렇게 식수를 신청했는데 식수가 오니까 정말 반가워요.”]

100일 넘게 눈, 비가 내리지 않았던 강원도 속초시.

취수량이 크게 줄면서 지난 6일부터는 밤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수돗물 공급을 중단하는 제한 급수에 들어갔습니다.

특히 고지대의 경우 수돗물 공급이 아예 끊기는 경우가 잦아지고 있습니다.

물이 안 나오면서 난방까지 힘들어 어느 때보다 힘겨운 겨울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상기/강원도 속초시 : “물이 안 나오면 제일 먼저 안 되는 게 보일러가 안 돌아가고, 보일러가 안 돌아가면 방이 차니까 어쩔 수 없이 전기 매트를 써야지 따뜻하거든요.”]

지난 주말 사이 4cm 가량 눈이 내렸지만 해갈에는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가뭄에 도시 전체가 비상이 걸렸습니다.

거리 곳곳엔 물 절약을 당부하는 현수막이 붙었고, 속초 시내 25개 아파트 단지에도 격일제로 제한 급수가 실시 중입니다.

[김순용/강원도 속초시 : “평상시보다는 (물을) 덜 쓰지요. 아무래도 설거지할 때도 물 이렇게 조금 받아놓고 쓰고, 빨래도 며칠 모아서 한 번 돌리니까. 목욕도 (집에서) 하지 않고 목욕탕에 가고.”]

취수장은 가뭄으로 이미 바닥이 드러났고 상수원 역할을 하던 도심 하천은 자갈밭으로 변한 지 오래입니다.

[이대수/속초시 상수사업소 급수담당 : "올해는 굉장히 심각한 단계입니다. 113일째 비가 안 오다 보니깐 하천이 상당히 말라있고요. 지하수는 점점 떨어지고 그런 현상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속초시는 물 확보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인근 설악 저수지에서 물을 끌어오기 위해 하천 바닥으로 물이 스며들지 않도록 비닐을 까는 등 임시 관로 공사를 끝냈습니다.

대구 동남 지역의 식수원인 운문댐은 저수율이 사상 최저치인 8%를 기록 중입니다.

인근에 있는 금호강에서 물을 끌어와 취수를 하고 있습니다.

울산도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습니다.

지역의 주요 식수원이던 댐 4곳 중 두 곳은 물이 바짝 말랐습니다.

울산 사연댐은 50년 만에 취수가 중단됐습니다.

바닥 훤히 드러난 대곡댐도 저수율이 11%에 불과합니다.

[이형배/울산광역시 수원 담당 : “울산에는 지난해부터 계속된 가뭄으로 인해서 댐 수위가 낮아지고 있습니다. 낙동강 원수를 공급받아서 회야댐과 대암댐에서 (물을) 공급하고 있습니다.”]

26만 톤의 물을 저장하던 울산의 다개 저수지도 기능을 상실한 지 오래입니다.

저수지 바닥이 거북이 등처럼 쩍쩍 갈라져있습니다.

저수율은 6.8%, 인근 저수지에서 물을 끌어와서 이 정도라도 남아 있는 겁니다.

말라가는 저수지를 봐야 하는 농민들의 속은 타들어 갑니다.

[박성희/울산 울주군 다개마을 이장 : “저수지는 우리 목숨하고 같아요. 여기서 물 먹고 식수뿐 아니라 가축도 먹이고 농사를 지으니까, 물이 없으면 큰일 나죠.”]

날씨가 풀리면 한 해 농사를 본격적으로 준비해야할 텐데, 이대로라면 막대한 차질이 우려됩니다.

[한동준/울산 울주군 : “이런 일이 처음인 거 같아요. 전에는 이런 일이 없었죠. 작년부터 너무 가물으니까 지금 농업용수도 없고 계곡물이 하나도 없어요.”]

곳곳에서 물줄기를 찾아 지하수를 뚫고, 인근 저수지에서 물을 끌어와 보지만 사정은 나아지지 않습니다.

[박성희/울산 울주군 다개마을 이장 : “거기도 물이 없는데 어떻게 끌어와요. 가뭄이 계속되는데 비가 오면 좋은데 비가 안 오니까. 거기도 물이 없는데 거기 사람들도 먹고살아야 하잖아요.”]

울산 울주군 저수지 2백20여 곳의 저수율은 평균 30% 정도로 예년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입니다.

아예 물이 다 말라버린 저수율 0% 저수지도 34곳으로 늘었습니다.

전국적으로 이번 겨울 강수량은 예년의 61% 수준에 그치고 있는데 울산은 평년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강수량을 기록하면서 가뭄 피해가 더 심각한 상황입니다.

[정병철/울산 울주군청 농업정책과 : “특히 2017년 같은 경우 전체 연 강수량이 예년 평균 강수량의 약 40% 정도로 가뭄이 시작된 그런 상황입니다.”]

[최승일/고려대 환경시스템공학과 교수 : “(가뭄이) 한 해만의 문제라기보다는 앞으로도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심한 가뭄이 빈번하게 올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물을 효율적으로 다루기 위한 기계 장비 산업을 육성해야 하고, 물을 재활용하는 것에 대해서 인식도 좀 바꾸고…….”]

앞으로 2백mm가량의 비가 내려야 한숨을 돌릴 수 있는 상황이지만, 당분간 해갈을 기대할만한 눈비 소식은 없습니다.

올봄 강수량은 예년과 비슷하거나 다소 적은 수준일 것으로 기상청은 전망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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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물이 없어요”…지독한 겨울 가뭄
    • 입력 2018-02-27 08:39:06
    • 수정2018-02-27 08:5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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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올겨울 가뭄이 심각한 수준입니다.

가뭄이 장기화되면서 주요댐과 저수지는 바닥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전국 다목적댐의 평균 저수율은 40% 수준에 그쳤습니다.

특히, 대구 동남권에 생활용수를 공급해온 운문댐은 저수율이 현재 8%까지 떨어진 상황인데요.

일부 지역에선 제한 급수까지 실시하면서 물 확보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곧 날이 따뜻해지고 농사철이 시작되면 물 확보가 더 어려워질 텐데요.

당분간 큰 비 소식이 없어 가뭄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걱정이 큰 상황입니다.

심각한 겨울 가뭄 현장으로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고지대 주택가에 급수 차량이 출동해 물을 쏟아냅니다.

당장 쓸 물이 없었던 주민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쉽니다.

[이상기/강원도 속초시: “여기가 고지대라서 단수가 자주 되거든요. 이렇게 식수를 신청했는데 식수가 오니까 정말 반가워요.”]

100일 넘게 눈, 비가 내리지 않았던 강원도 속초시.

취수량이 크게 줄면서 지난 6일부터는 밤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수돗물 공급을 중단하는 제한 급수에 들어갔습니다.

특히 고지대의 경우 수돗물 공급이 아예 끊기는 경우가 잦아지고 있습니다.

물이 안 나오면서 난방까지 힘들어 어느 때보다 힘겨운 겨울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상기/강원도 속초시 : “물이 안 나오면 제일 먼저 안 되는 게 보일러가 안 돌아가고, 보일러가 안 돌아가면 방이 차니까 어쩔 수 없이 전기 매트를 써야지 따뜻하거든요.”]

지난 주말 사이 4cm 가량 눈이 내렸지만 해갈에는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가뭄에 도시 전체가 비상이 걸렸습니다.

거리 곳곳엔 물 절약을 당부하는 현수막이 붙었고, 속초 시내 25개 아파트 단지에도 격일제로 제한 급수가 실시 중입니다.

[김순용/강원도 속초시 : “평상시보다는 (물을) 덜 쓰지요. 아무래도 설거지할 때도 물 이렇게 조금 받아놓고 쓰고, 빨래도 며칠 모아서 한 번 돌리니까. 목욕도 (집에서) 하지 않고 목욕탕에 가고.”]

취수장은 가뭄으로 이미 바닥이 드러났고 상수원 역할을 하던 도심 하천은 자갈밭으로 변한 지 오래입니다.

[이대수/속초시 상수사업소 급수담당 : "올해는 굉장히 심각한 단계입니다. 113일째 비가 안 오다 보니깐 하천이 상당히 말라있고요. 지하수는 점점 떨어지고 그런 현상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속초시는 물 확보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인근 설악 저수지에서 물을 끌어오기 위해 하천 바닥으로 물이 스며들지 않도록 비닐을 까는 등 임시 관로 공사를 끝냈습니다.

대구 동남 지역의 식수원인 운문댐은 저수율이 사상 최저치인 8%를 기록 중입니다.

인근에 있는 금호강에서 물을 끌어와 취수를 하고 있습니다.

울산도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습니다.

지역의 주요 식수원이던 댐 4곳 중 두 곳은 물이 바짝 말랐습니다.

울산 사연댐은 50년 만에 취수가 중단됐습니다.

바닥 훤히 드러난 대곡댐도 저수율이 11%에 불과합니다.

[이형배/울산광역시 수원 담당 : “울산에는 지난해부터 계속된 가뭄으로 인해서 댐 수위가 낮아지고 있습니다. 낙동강 원수를 공급받아서 회야댐과 대암댐에서 (물을) 공급하고 있습니다.”]

26만 톤의 물을 저장하던 울산의 다개 저수지도 기능을 상실한 지 오래입니다.

저수지 바닥이 거북이 등처럼 쩍쩍 갈라져있습니다.

저수율은 6.8%, 인근 저수지에서 물을 끌어와서 이 정도라도 남아 있는 겁니다.

말라가는 저수지를 봐야 하는 농민들의 속은 타들어 갑니다.

[박성희/울산 울주군 다개마을 이장 : “저수지는 우리 목숨하고 같아요. 여기서 물 먹고 식수뿐 아니라 가축도 먹이고 농사를 지으니까, 물이 없으면 큰일 나죠.”]

날씨가 풀리면 한 해 농사를 본격적으로 준비해야할 텐데, 이대로라면 막대한 차질이 우려됩니다.

[한동준/울산 울주군 : “이런 일이 처음인 거 같아요. 전에는 이런 일이 없었죠. 작년부터 너무 가물으니까 지금 농업용수도 없고 계곡물이 하나도 없어요.”]

곳곳에서 물줄기를 찾아 지하수를 뚫고, 인근 저수지에서 물을 끌어와 보지만 사정은 나아지지 않습니다.

[박성희/울산 울주군 다개마을 이장 : “거기도 물이 없는데 어떻게 끌어와요. 가뭄이 계속되는데 비가 오면 좋은데 비가 안 오니까. 거기도 물이 없는데 거기 사람들도 먹고살아야 하잖아요.”]

울산 울주군 저수지 2백20여 곳의 저수율은 평균 30% 정도로 예년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입니다.

아예 물이 다 말라버린 저수율 0% 저수지도 34곳으로 늘었습니다.

전국적으로 이번 겨울 강수량은 예년의 61% 수준에 그치고 있는데 울산은 평년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강수량을 기록하면서 가뭄 피해가 더 심각한 상황입니다.

[정병철/울산 울주군청 농업정책과 : “특히 2017년 같은 경우 전체 연 강수량이 예년 평균 강수량의 약 40% 정도로 가뭄이 시작된 그런 상황입니다.”]

[최승일/고려대 환경시스템공학과 교수 : “(가뭄이) 한 해만의 문제라기보다는 앞으로도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심한 가뭄이 빈번하게 올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물을 효율적으로 다루기 위한 기계 장비 산업을 육성해야 하고, 물을 재활용하는 것에 대해서 인식도 좀 바꾸고…….”]

앞으로 2백mm가량의 비가 내려야 한숨을 돌릴 수 있는 상황이지만, 당분간 해갈을 기대할만한 눈비 소식은 없습니다.

올봄 강수량은 예년과 비슷하거나 다소 적은 수준일 것으로 기상청은 전망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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