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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IOC 새 선수위원, 김연아 대신 中 장홍…스포츠 외교력의 현실?
입력 2018.02.27 (14:07) 수정 2018.02.27 (22:11) 취재후
[취재후] IOC 새 선수위원, 김연아 대신 中 장홍…스포츠 외교력의 현실?
평창올림픽이 시작되면서 가장 관심을 끈 사안 중 하나가 한국인 IOC 위원이 추가로 탄생할 수 있느냐였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건강상의 이유로 지난해 IOC 위원직을 사퇴하면서 우리나라에 IOC 위원은 지난 2016년 리우 올림픽에서 동료들의 투표를 받아 선출된 유승민 선수위원 1명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2022년 도쿄 올림픽을 준비 중인 일본도 IOC 위원이 2명인 만큼 평창 올림픽이라는 대형 이벤트를 이용해 우리나라의 IOC 위원 탄생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그리고 가장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는 사람이 바로 평창올림픽 홍보대사 김연아였다.

지난 2011년 더반 IOC 총회에서 검은색 정장을 입고 인상적인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평창의 2018년 올림픽 유치에 힘을 보탠 김연아는 그 이후 IOC와 긴밀한 관계를 이어왔다. 2014년 소치 올림픽이 끝나고 바흐 위원장과 따라 면담을 하기도 했으며 유스올림픽 홍보대사로 전 세계 선수들에게 꿈과 희망을 선물했다.


그리고 2014년 11월 평창올림픽 홍보대사로 임명된 이후 더욱 적극적으로 스포츠 외교의 전면에 나섰다. 평창올림픽과 관계된 곳이면 언제, 어디든 함께했다. 그리스 아테네에서 열린 성화인수식에도 참가했고, 미국 뉴욕의 UN 본부를 찾아 평창올림픽 휴전 결의안 채택에도 힘을 보탰다.

쇼트트랙 선수 출신인 중국의 양양 A가, 김연아도 IOC 위원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준 경우였다. 양양 A는 지난 2010년 밴쿠버동계올림픽에서 IOC 위원에 임명됐다.

참가선수들이 뽑는 선수위원이 아닌, IOC 위원장이 직권으로 임명 가능한 3명의 Active Athlete 가운데 첫 번째 선수였다. Active Athlete도 선수위원에 포함되는 만큼 8년의 임기를 부여받았고, 그 임기가 이번 평창올림픽에서 끝난다는 걸 많은 사람이 알고 있었기 때문에 김연아가 그 뒤를 이어받을 수 있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이 높았다.

IOC 헌법 역할을 하는 IOC 헌장에는 IOC Active Athlete에 대한 정의가 명확하지 않다. 선수위원으로 활약하는 것이기 때문에 선수위원에 준하는- 국가별 1명으로 제한, 임기 8년-요건을 충족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하고 있었을 뿐이다. 선수위원선거와 관련해 국가별로 주는 이른바 규정집에는 세부적인 부분이 나와 있었지만 헌법이 아닌 규정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는 법, 김연아의 IOC 선수위원에 대한 한 가닥 희망을 품고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쇼트트랙 취재를 하던 도중 CCTV 기자에게서 들은 IOC 선수위원에 대한 얘기는 충격적이었다. 양양 A의 임기가 끝나면 새로운 IOC 선수위원이 선출되느냐고 묻자, 이 CCTV 기자는 양양 A가 임기를 마치면 그 뒤를 스피드스케이팅의 장홍이 맡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물론 결정된 바는 없다는 사족이 붙기는 했지만 이미 중국 내에서 그런 얘기가 나왔다는 것은, 스포츠 외교력을 발휘해서 사실상 IOC 선수위원 자리를 '찜'했다고밖에는 생각할 수 없었던 부분이었다.


그리고 실제로 지난 25일 제132차 IOC 총회에서는 IOC 위원장과 집행위원장의 추천을 받은 장홍이 IOC 위원으로 선출됐다. 장홍은 지난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1000m에서 금메달을 따낸 선수로 이번 평창올림픽에서 IOC 선수위원 투표에 참가해 4위를 기록한 선수이다. 평창 동계올림픽 폐회식에서는 동료 선수들의 투표로 당선된 2명, 핀란드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인 엠마 테르호와 미국 여자크로스컨트리 스키 선수인 키칸 랜달-만 소개됐기 때문에 장홍이 새로운 IOC 선수위원으로 임명된 사실을 모르고 있지만 장홍은 벌써 IOC 홈페이지란에 있는 IOC 위원 명단에 이름이 올라가 있다.


이로써 중국은 3명의 IOC 위원을 유지하게 됐다. 내부적으로는 IOC 선수위원으로 우리나라의 유승민 위원이 활약하고 있기 때문에 김연아가 IOC 선수위원으로 선출되기 힘들 거라는 분석을 하고 있지만, 앞서 말했다시피 IOC 헌장에는 그런 세부사항이 나와 있지 않은 만큼 스포츠 외교력을 발휘했다면 불가능한 상황도 아니었다.

양양 A의 뒤를 이어서 중국이 또 한 번 IOC 위원장이 직권으로 임명하는 IOC 선수 위원직을 차지하는 데 대한 걸림돌은 과연 없었을까? 중국의 스포츠 외교력이 그런 불만들을 뚫고도 새로운 IOC 선수위원을 임명할 수 있을 만큼 컸다는 것이 정답일 것이다.

IOC 위원장이 지명하는 선수위원도 선수위원에 포함되는만큼 종목별, 성별, 국가별 배분이라는 원래의 성격을 따라야하기 때문에 이미 유승민이 IOC 선수위원으로 활약하고 있는 한국은 그 대상국이 될 수 없다는 논리적 반박도 가능하다. 그러나 만약 그렇다면 김연아를 국가적 차원에서 선수위원 후보가 아닌 개인자격 후보나 국가별 후보(NOC 쿼터)로 밀었어야 했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자신이 IOC 위원을 하겠다며 셀프 추천을 할 것이 아니라 국제적인 인지도가 높은 김연아를 추천했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수도 있다.

IOC 위원은 한 개인의 노력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국가적인 차원에서 움직여야만 가능하다. 평창올림픽이라는 대형 이벤트에도 불구하고 단 한 명의 IOC 위원만을 보유하게 된 한국 스포츠. 평창올림픽의 성공개최와 역대 최다 메달이라는 경기력적인 성과에도 불구하고, 그 미약한 스포츠 외교력은 씁쓸한 뒷맛을 남기고 있다.

[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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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2.27 (14:07)
    • 수정 2018.02.27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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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IOC 새 선수위원, 김연아 대신 中 장홍…스포츠 외교력의 현실?
평창올림픽이 시작되면서 가장 관심을 끈 사안 중 하나가 한국인 IOC 위원이 추가로 탄생할 수 있느냐였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건강상의 이유로 지난해 IOC 위원직을 사퇴하면서 우리나라에 IOC 위원은 지난 2016년 리우 올림픽에서 동료들의 투표를 받아 선출된 유승민 선수위원 1명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2022년 도쿄 올림픽을 준비 중인 일본도 IOC 위원이 2명인 만큼 평창 올림픽이라는 대형 이벤트를 이용해 우리나라의 IOC 위원 탄생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그리고 가장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는 사람이 바로 평창올림픽 홍보대사 김연아였다.

지난 2011년 더반 IOC 총회에서 검은색 정장을 입고 인상적인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평창의 2018년 올림픽 유치에 힘을 보탠 김연아는 그 이후 IOC와 긴밀한 관계를 이어왔다. 2014년 소치 올림픽이 끝나고 바흐 위원장과 따라 면담을 하기도 했으며 유스올림픽 홍보대사로 전 세계 선수들에게 꿈과 희망을 선물했다.


그리고 2014년 11월 평창올림픽 홍보대사로 임명된 이후 더욱 적극적으로 스포츠 외교의 전면에 나섰다. 평창올림픽과 관계된 곳이면 언제, 어디든 함께했다. 그리스 아테네에서 열린 성화인수식에도 참가했고, 미국 뉴욕의 UN 본부를 찾아 평창올림픽 휴전 결의안 채택에도 힘을 보탰다.

쇼트트랙 선수 출신인 중국의 양양 A가, 김연아도 IOC 위원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준 경우였다. 양양 A는 지난 2010년 밴쿠버동계올림픽에서 IOC 위원에 임명됐다.

참가선수들이 뽑는 선수위원이 아닌, IOC 위원장이 직권으로 임명 가능한 3명의 Active Athlete 가운데 첫 번째 선수였다. Active Athlete도 선수위원에 포함되는 만큼 8년의 임기를 부여받았고, 그 임기가 이번 평창올림픽에서 끝난다는 걸 많은 사람이 알고 있었기 때문에 김연아가 그 뒤를 이어받을 수 있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이 높았다.

IOC 헌법 역할을 하는 IOC 헌장에는 IOC Active Athlete에 대한 정의가 명확하지 않다. 선수위원으로 활약하는 것이기 때문에 선수위원에 준하는- 국가별 1명으로 제한, 임기 8년-요건을 충족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하고 있었을 뿐이다. 선수위원선거와 관련해 국가별로 주는 이른바 규정집에는 세부적인 부분이 나와 있었지만 헌법이 아닌 규정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는 법, 김연아의 IOC 선수위원에 대한 한 가닥 희망을 품고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쇼트트랙 취재를 하던 도중 CCTV 기자에게서 들은 IOC 선수위원에 대한 얘기는 충격적이었다. 양양 A의 임기가 끝나면 새로운 IOC 선수위원이 선출되느냐고 묻자, 이 CCTV 기자는 양양 A가 임기를 마치면 그 뒤를 스피드스케이팅의 장홍이 맡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물론 결정된 바는 없다는 사족이 붙기는 했지만 이미 중국 내에서 그런 얘기가 나왔다는 것은, 스포츠 외교력을 발휘해서 사실상 IOC 선수위원 자리를 '찜'했다고밖에는 생각할 수 없었던 부분이었다.


그리고 실제로 지난 25일 제132차 IOC 총회에서는 IOC 위원장과 집행위원장의 추천을 받은 장홍이 IOC 위원으로 선출됐다. 장홍은 지난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1000m에서 금메달을 따낸 선수로 이번 평창올림픽에서 IOC 선수위원 투표에 참가해 4위를 기록한 선수이다. 평창 동계올림픽 폐회식에서는 동료 선수들의 투표로 당선된 2명, 핀란드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인 엠마 테르호와 미국 여자크로스컨트리 스키 선수인 키칸 랜달-만 소개됐기 때문에 장홍이 새로운 IOC 선수위원으로 임명된 사실을 모르고 있지만 장홍은 벌써 IOC 홈페이지란에 있는 IOC 위원 명단에 이름이 올라가 있다.


이로써 중국은 3명의 IOC 위원을 유지하게 됐다. 내부적으로는 IOC 선수위원으로 우리나라의 유승민 위원이 활약하고 있기 때문에 김연아가 IOC 선수위원으로 선출되기 힘들 거라는 분석을 하고 있지만, 앞서 말했다시피 IOC 헌장에는 그런 세부사항이 나와 있지 않은 만큼 스포츠 외교력을 발휘했다면 불가능한 상황도 아니었다.

양양 A의 뒤를 이어서 중국이 또 한 번 IOC 위원장이 직권으로 임명하는 IOC 선수 위원직을 차지하는 데 대한 걸림돌은 과연 없었을까? 중국의 스포츠 외교력이 그런 불만들을 뚫고도 새로운 IOC 선수위원을 임명할 수 있을 만큼 컸다는 것이 정답일 것이다.

IOC 위원장이 지명하는 선수위원도 선수위원에 포함되는만큼 종목별, 성별, 국가별 배분이라는 원래의 성격을 따라야하기 때문에 이미 유승민이 IOC 선수위원으로 활약하고 있는 한국은 그 대상국이 될 수 없다는 논리적 반박도 가능하다. 그러나 만약 그렇다면 김연아를 국가적 차원에서 선수위원 후보가 아닌 개인자격 후보나 국가별 후보(NOC 쿼터)로 밀었어야 했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자신이 IOC 위원을 하겠다며 셀프 추천을 할 것이 아니라 국제적인 인지도가 높은 김연아를 추천했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수도 있다.

IOC 위원은 한 개인의 노력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국가적인 차원에서 움직여야만 가능하다. 평창올림픽이라는 대형 이벤트에도 불구하고 단 한 명의 IOC 위원만을 보유하게 된 한국 스포츠. 평창올림픽의 성공개최와 역대 최다 메달이라는 경기력적인 성과에도 불구하고, 그 미약한 스포츠 외교력은 씁쓸한 뒷맛을 남기고 있다.

[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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