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동 ‘성추행’ 만화계도 ‘미투’…‘성폭력 사례집’ 살펴보니
입력 2018.02.27 (15:59)
수정 2018.02.27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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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만화가로 유명한 박재동 화백이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터져 나왔다. 웹툰 작가 이태경 씨가 박 씨에게 결혼식 주례를 부탁하러 갔다가 부적절한 신체접촉과 함께 성희롱을 당했다고 폭로한 것. 이태경 씨는 앞서 한국만화가협회가 2016년 발간한 <불공정 노동행위 및 성폭력 사례집>에 자신의 사례를 익명으로 고발했다. 해당 사례집에 나온 내용을 토대로 '만화계의 성폭력' 실태를 살펴봤다.

■ 사례 1. 20대 초반 여성에게 "사랑의 매 좀 맞자"
"고등학교를 갓 졸업하고 저명한 40대의 남성작가 K의 화실에 어시스턴트로 들어간 적이 있었는데, 가보니 저까지 3명 모두 20대 초반의 여성들이었습니다. (중략) K는 (맘에 안 드는 일이 있을 때마다) 저희를 때렸는데, 부위가 꼭 허벅지나 엉덩이였습니다. 주로 자로 때렸지만 직접 손으로 때리는 일도 잦았습니다. 강도는 세지 않았어도 얇은 옷을 입거나 치마를 입었을 경우엔 매우 민망했습니다. 평소에 우리가 거부하는데도 음담패설을 늘어놓거나 포르노나 성기 사진을 불쑥 들이밀어 보여주는 등의 이상한 짓을 했기 때문에, 우리를 때릴 때마다 뭔가 불안하고 성적 수치심을 느꼈습니다."
■ 사례 2. 성 경험 집요하고 구체적으로 묻기
"M 작가(중년의 유부남)에게 일감을 받는 관계로 자주 만나 회의를 했는데, 술자리에서 회의하는 일이 잦았습니다. (중략) 예를 들면 자신의 혼외정사에 대해 자세한 묘사를 하며 떠들거나, 우리들의 성 경험을 집요하게 구체적으로 말하길 요구한다거나, 여자는 더 나이 들면 섹스 기회가 사라질 테니 지금 많이 해야 하며 자신이 상대해 줄 수 있다고 말하는 식이었습니다. (중략) 그 시간이 지나면 매우 후회되고 수치스러웠으며, 이런 식으로 제 성생활을 농담거리로 삼는 것에 대해서도 화가 났습니다.

■ 사례 3. "가슴이 예쁘다. 만져보면 안 되겠느냐"
"협업 관계에 있던 중년 남성작가 O에게 성희롱 발언과 성추행을 많이 당했습니다. (중략) 여러 작가가 모인 술자리에서 옆에 앉아 '가슴이 예쁘다, 허벅지 살이 빠진 것 같다, 만져보면 안 되겠느냐. 발 모양이 특이한데 만져보면 안 되겠느냐'라고 마치 허락을 구하는 것처럼 물어보면서 동시에 무작정 손을 뻗어 만지는 바람에 저는 놀라 뿌리치고 자리를 급히 피해야 할 일이 많았습니다. 일 때문에 안 볼 수도 없고 따지면 협업 관계를 망칠까 봐 꾹꾹 참았습니다."

위 내용은 한국만화가협회가 발간한 사례집에 접수된 내용이다. 언어적·육체적인 성폭력이 이른바 '갑-을 관계'의 권력 구조 속에서 상습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만화가협회는 제보받은 성폭력 사례들의 공통점으로 피해자가 20살 안팎의 사회초년생이란 점과 가해자가 중년의 중견 작가들이란 점을 들었다.
만화가협회는 우리 사회 전반에 남성 우월적 문화가 퍼져있어 자신들이 범죄를 저지른 상황을 인지하거나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며, 사과는커녕 오히려 피해자를 탓하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런 착취와 폭력의 강도는 점점 세지고 있지만 이런 사실을 폭로할 경우 피해자들이 더 많은 불이익을 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주요 피해자들인 20대 초반의 젊은 여성들이 거의 '저항 불가'의 상태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한국만화가협회, 이사회에서 박재동 화백 징계 논의
한국만화가협회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박재동 화백의 입장을 들은 뒤 다음 달 9일 이사회를 열어 징계 여부와 수위를 논의할 계획이다. 만화가협회는 성폭력 사건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사안의 정도를 더 심각하게 받아들여 회원에 대한 제명 처분을 하고, 그 이유를 기재해 다시는 협회에 재가입할 수 없도록 관리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 사례 1. 20대 초반 여성에게 "사랑의 매 좀 맞자"
"고등학교를 갓 졸업하고 저명한 40대의 남성작가 K의 화실에 어시스턴트로 들어간 적이 있었는데, 가보니 저까지 3명 모두 20대 초반의 여성들이었습니다. (중략) K는 (맘에 안 드는 일이 있을 때마다) 저희를 때렸는데, 부위가 꼭 허벅지나 엉덩이였습니다. 주로 자로 때렸지만 직접 손으로 때리는 일도 잦았습니다. 강도는 세지 않았어도 얇은 옷을 입거나 치마를 입었을 경우엔 매우 민망했습니다. 평소에 우리가 거부하는데도 음담패설을 늘어놓거나 포르노나 성기 사진을 불쑥 들이밀어 보여주는 등의 이상한 짓을 했기 때문에, 우리를 때릴 때마다 뭔가 불안하고 성적 수치심을 느꼈습니다."
■ 사례 2. 성 경험 집요하고 구체적으로 묻기
"M 작가(중년의 유부남)에게 일감을 받는 관계로 자주 만나 회의를 했는데, 술자리에서 회의하는 일이 잦았습니다. (중략) 예를 들면 자신의 혼외정사에 대해 자세한 묘사를 하며 떠들거나, 우리들의 성 경험을 집요하게 구체적으로 말하길 요구한다거나, 여자는 더 나이 들면 섹스 기회가 사라질 테니 지금 많이 해야 하며 자신이 상대해 줄 수 있다고 말하는 식이었습니다. (중략) 그 시간이 지나면 매우 후회되고 수치스러웠으며, 이런 식으로 제 성생활을 농담거리로 삼는 것에 대해서도 화가 났습니다.

■ 사례 3. "가슴이 예쁘다. 만져보면 안 되겠느냐"
"협업 관계에 있던 중년 남성작가 O에게 성희롱 발언과 성추행을 많이 당했습니다. (중략) 여러 작가가 모인 술자리에서 옆에 앉아 '가슴이 예쁘다, 허벅지 살이 빠진 것 같다, 만져보면 안 되겠느냐. 발 모양이 특이한데 만져보면 안 되겠느냐'라고 마치 허락을 구하는 것처럼 물어보면서 동시에 무작정 손을 뻗어 만지는 바람에 저는 놀라 뿌리치고 자리를 급히 피해야 할 일이 많았습니다. 일 때문에 안 볼 수도 없고 따지면 협업 관계를 망칠까 봐 꾹꾹 참았습니다."

위 내용은 한국만화가협회가 발간한 사례집에 접수된 내용이다. 언어적·육체적인 성폭력이 이른바 '갑-을 관계'의 권력 구조 속에서 상습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만화가협회는 제보받은 성폭력 사례들의 공통점으로 피해자가 20살 안팎의 사회초년생이란 점과 가해자가 중년의 중견 작가들이란 점을 들었다.
만화가협회는 우리 사회 전반에 남성 우월적 문화가 퍼져있어 자신들이 범죄를 저지른 상황을 인지하거나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며, 사과는커녕 오히려 피해자를 탓하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런 착취와 폭력의 강도는 점점 세지고 있지만 이런 사실을 폭로할 경우 피해자들이 더 많은 불이익을 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주요 피해자들인 20대 초반의 젊은 여성들이 거의 '저항 불가'의 상태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한국만화가협회, 이사회에서 박재동 화백 징계 논의
한국만화가협회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박재동 화백의 입장을 들은 뒤 다음 달 9일 이사회를 열어 징계 여부와 수위를 논의할 계획이다. 만화가협회는 성폭력 사건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사안의 정도를 더 심각하게 받아들여 회원에 대한 제명 처분을 하고, 그 이유를 기재해 다시는 협회에 재가입할 수 없도록 관리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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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만화가로 유명한 박재동 화백이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터져 나왔다. 웹툰 작가 이태경 씨가 박 씨에게 결혼식 주례를 부탁하러 갔다가 부적절한 신체접촉과 함께 성희롱을 당했다고 폭로한 것. 이태경 씨는 앞서 한국만화가협회가 2016년 발간한 <불공정 노동행위 및 성폭력 사례집>에 자신의 사례를 익명으로 고발했다. 해당 사례집에 나온 내용을 토대로 '만화계의 성폭력' 실태를 살펴봤다.

■ 사례 1. 20대 초반 여성에게 "사랑의 매 좀 맞자"
"고등학교를 갓 졸업하고 저명한 40대의 남성작가 K의 화실에 어시스턴트로 들어간 적이 있었는데, 가보니 저까지 3명 모두 20대 초반의 여성들이었습니다. (중략) K는 (맘에 안 드는 일이 있을 때마다) 저희를 때렸는데, 부위가 꼭 허벅지나 엉덩이였습니다. 주로 자로 때렸지만 직접 손으로 때리는 일도 잦았습니다. 강도는 세지 않았어도 얇은 옷을 입거나 치마를 입었을 경우엔 매우 민망했습니다. 평소에 우리가 거부하는데도 음담패설을 늘어놓거나 포르노나 성기 사진을 불쑥 들이밀어 보여주는 등의 이상한 짓을 했기 때문에, 우리를 때릴 때마다 뭔가 불안하고 성적 수치심을 느꼈습니다."
■ 사례 2. 성 경험 집요하고 구체적으로 묻기
"M 작가(중년의 유부남)에게 일감을 받는 관계로 자주 만나 회의를 했는데, 술자리에서 회의하는 일이 잦았습니다. (중략) 예를 들면 자신의 혼외정사에 대해 자세한 묘사를 하며 떠들거나, 우리들의 성 경험을 집요하게 구체적으로 말하길 요구한다거나, 여자는 더 나이 들면 섹스 기회가 사라질 테니 지금 많이 해야 하며 자신이 상대해 줄 수 있다고 말하는 식이었습니다. (중략) 그 시간이 지나면 매우 후회되고 수치스러웠으며, 이런 식으로 제 성생활을 농담거리로 삼는 것에 대해서도 화가 났습니다.

■ 사례 3. "가슴이 예쁘다. 만져보면 안 되겠느냐"
"협업 관계에 있던 중년 남성작가 O에게 성희롱 발언과 성추행을 많이 당했습니다. (중략) 여러 작가가 모인 술자리에서 옆에 앉아 '가슴이 예쁘다, 허벅지 살이 빠진 것 같다, 만져보면 안 되겠느냐. 발 모양이 특이한데 만져보면 안 되겠느냐'라고 마치 허락을 구하는 것처럼 물어보면서 동시에 무작정 손을 뻗어 만지는 바람에 저는 놀라 뿌리치고 자리를 급히 피해야 할 일이 많았습니다. 일 때문에 안 볼 수도 없고 따지면 협업 관계를 망칠까 봐 꾹꾹 참았습니다."

위 내용은 한국만화가협회가 발간한 사례집에 접수된 내용이다. 언어적·육체적인 성폭력이 이른바 '갑-을 관계'의 권력 구조 속에서 상습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만화가협회는 제보받은 성폭력 사례들의 공통점으로 피해자가 20살 안팎의 사회초년생이란 점과 가해자가 중년의 중견 작가들이란 점을 들었다.
만화가협회는 우리 사회 전반에 남성 우월적 문화가 퍼져있어 자신들이 범죄를 저지른 상황을 인지하거나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며, 사과는커녕 오히려 피해자를 탓하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런 착취와 폭력의 강도는 점점 세지고 있지만 이런 사실을 폭로할 경우 피해자들이 더 많은 불이익을 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주요 피해자들인 20대 초반의 젊은 여성들이 거의 '저항 불가'의 상태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한국만화가협회, 이사회에서 박재동 화백 징계 논의
한국만화가협회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박재동 화백의 입장을 들은 뒤 다음 달 9일 이사회를 열어 징계 여부와 수위를 논의할 계획이다. 만화가협회는 성폭력 사건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사안의 정도를 더 심각하게 받아들여 회원에 대한 제명 처분을 하고, 그 이유를 기재해 다시는 협회에 재가입할 수 없도록 관리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 사례 1. 20대 초반 여성에게 "사랑의 매 좀 맞자"
"고등학교를 갓 졸업하고 저명한 40대의 남성작가 K의 화실에 어시스턴트로 들어간 적이 있었는데, 가보니 저까지 3명 모두 20대 초반의 여성들이었습니다. (중략) K는 (맘에 안 드는 일이 있을 때마다) 저희를 때렸는데, 부위가 꼭 허벅지나 엉덩이였습니다. 주로 자로 때렸지만 직접 손으로 때리는 일도 잦았습니다. 강도는 세지 않았어도 얇은 옷을 입거나 치마를 입었을 경우엔 매우 민망했습니다. 평소에 우리가 거부하는데도 음담패설을 늘어놓거나 포르노나 성기 사진을 불쑥 들이밀어 보여주는 등의 이상한 짓을 했기 때문에, 우리를 때릴 때마다 뭔가 불안하고 성적 수치심을 느꼈습니다."
■ 사례 2. 성 경험 집요하고 구체적으로 묻기
"M 작가(중년의 유부남)에게 일감을 받는 관계로 자주 만나 회의를 했는데, 술자리에서 회의하는 일이 잦았습니다. (중략) 예를 들면 자신의 혼외정사에 대해 자세한 묘사를 하며 떠들거나, 우리들의 성 경험을 집요하게 구체적으로 말하길 요구한다거나, 여자는 더 나이 들면 섹스 기회가 사라질 테니 지금 많이 해야 하며 자신이 상대해 줄 수 있다고 말하는 식이었습니다. (중략) 그 시간이 지나면 매우 후회되고 수치스러웠으며, 이런 식으로 제 성생활을 농담거리로 삼는 것에 대해서도 화가 났습니다.

■ 사례 3. "가슴이 예쁘다. 만져보면 안 되겠느냐"
"협업 관계에 있던 중년 남성작가 O에게 성희롱 발언과 성추행을 많이 당했습니다. (중략) 여러 작가가 모인 술자리에서 옆에 앉아 '가슴이 예쁘다, 허벅지 살이 빠진 것 같다, 만져보면 안 되겠느냐. 발 모양이 특이한데 만져보면 안 되겠느냐'라고 마치 허락을 구하는 것처럼 물어보면서 동시에 무작정 손을 뻗어 만지는 바람에 저는 놀라 뿌리치고 자리를 급히 피해야 할 일이 많았습니다. 일 때문에 안 볼 수도 없고 따지면 협업 관계를 망칠까 봐 꾹꾹 참았습니다."

위 내용은 한국만화가협회가 발간한 사례집에 접수된 내용이다. 언어적·육체적인 성폭력이 이른바 '갑-을 관계'의 권력 구조 속에서 상습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만화가협회는 제보받은 성폭력 사례들의 공통점으로 피해자가 20살 안팎의 사회초년생이란 점과 가해자가 중년의 중견 작가들이란 점을 들었다.
만화가협회는 우리 사회 전반에 남성 우월적 문화가 퍼져있어 자신들이 범죄를 저지른 상황을 인지하거나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며, 사과는커녕 오히려 피해자를 탓하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런 착취와 폭력의 강도는 점점 세지고 있지만 이런 사실을 폭로할 경우 피해자들이 더 많은 불이익을 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주요 피해자들인 20대 초반의 젊은 여성들이 거의 '저항 불가'의 상태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한국만화가협회, 이사회에서 박재동 화백 징계 논의
한국만화가협회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박재동 화백의 입장을 들은 뒤 다음 달 9일 이사회를 열어 징계 여부와 수위를 논의할 계획이다. 만화가협회는 성폭력 사건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사안의 정도를 더 심각하게 받아들여 회원에 대한 제명 처분을 하고, 그 이유를 기재해 다시는 협회에 재가입할 수 없도록 관리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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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원 기자 siwo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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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당했다”…‘미투’ 파문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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