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미투’ 2차 가해에 “충격”…유언비어·비난에 시달려

입력 2018.02.27 (19:15) 수정 2018.02.27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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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미투’ 2차 가해에 “충격”…유언비어·비난에 시달려

‘천주교 미투’ 2차 가해에 “충격”…유언비어·비난에 시달려

[연관기사] [뉴스9] 유언비어·살해 협박까지…‘미투’ 2차 피해 심각

지난 23일 현직 신부로부터 7년 전 성폭력을 당했다고, 그것이 최종적으로는 천주교를 위한 일이었다며 용기를 냈던 김민경 씨. 방송이 나간 직후 김 씨는 취재팀에 전화를 걸어 그동안 마음속에 켜켜이
쌓아두고 있던 분노와 고통이 한 꺼풀은 벗겨진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민경 씨가 그토록 털어내고 싶었던 악몽 같던 기억들은 김 씨의 #MeToo(미투-나도당했다) 고백 이후 뒤틀린 칼날이 되어 김 씨를 다시 괴롭히고 있다.


수많은 유언비어들

첫 번째가 바로 가해자의 사과를 거절했다는 유언비어다. 방송이 나간 뒤부터 '7년 동안 수차례 사과했지만 이를 받아주지 않았다', '수단에서 돌아온 뒤에도 사적으로 만났다.' 등등 수많은 '말들'이 SNS상에서 사실인 양 떠돌아다니기 시작했다. 급기야 몇몇 언론사는 "가해자 한 신부가 김 씨에게 7년 동안 사죄했으나 용서받지 못했다"는 내용을 담은 기사를 냈다.

전혀 사실이 아니다. 김민경 씨는 수단에서 돌아온 뒤 한 신부를 단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 한 신부와 마주치는 것조차 무서워 전화번호를 바꾸기까지 했다.

유언비어에는 이상한 소문까지 덧대졌다. "수도 없이 사과를 한 (가해자) 한 신부를 용서하지 않고 KBS와 짜고 음해한다"는 것이다. 이제는 가해자 한 신부가 아니라 김 씨에게, 용서를 구했는데도 용서를 받아주지 않은 '나쁜 사람'이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대전가톨릭대 총장 김유정 신부(오른쪽)와 김 신부가 SNS에 올린 글의 일부 캡쳐대전가톨릭대 총장 김유정 신부(오른쪽)와 김 신부가 SNS에 올린 글의 일부 캡쳐

사제도 예외가 아니다

근거 없는 소문들은 사제들 사이에도 퍼졌다. 대전가톨릭대 총장인 김유정 신부는 "오늘(26일) 아침 미사 때 신학생들에게 강론"한 내용을 자신의 SNS에 올렸다. 지금은 계정에서 내려진 이 글에 김유정 신부는 "그 신부님은 피해자에게 지난 7년간 용서를 구했지만, 용서를 받지 못한 것 같다고 합니다."라고 적었다.

가해자를 두둔하는 말도 덧붙였다. "그 말씀을 들으며, 그 신부님이 그토록 열심히 사회정의와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 헌신하고자 했던 까닭이, 7년 전 자신의 죄에 대한 보속(속죄의 행위)의 의미는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보았습니다."

"그때마다 매 순간 무너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숱한 유언비어들이 들끓는 동안 김민경 씨는 "경찰에 한 신부를 고소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미 많은 것을 잃고 실의에 빠져있어 선처를 구하는 신부님들의 걱정에 동의했기 때문"이다. 김 씨가 대신 원한 것은 단 한 가지였다. "사실을 사실대로 밝혀달라"는 것. 하지만 김 씨에게 돌아온 것은 사실이 아닌 만들어 낸 말뿐이다. 또 다른 고통과 충격뿐이다.

김민경 씨 심리상담사인 김이수 씨는 SNS를 하지 않는 김 씨에게 동의를 얻어 오늘 아침 대신 호소의 글을 올렸다.
·
"매체에 끊임없이 유언비어가 돌고 있습니다. 그때마다 (김민경 씨는) 매 순간 무너지고 있습니다. 명백한 2차 가해입니다. 당장 중지해주십시오. 저희는 이러한 명예훼손에 대해서는 분명한 법적 조치까지도 고려하겠습니다."

천주교정의사제구현단은 뒤늦게나마 진화에 나섰다. "최근 보도된 한 모 신부의 강제 추행 사건과 관련하여 '7년간 빌고 빌었다'는 몇몇 매체의 보도는 사실과 다릅니다. 바로잡습니다. 피해자분께 또 다른 중대한 피해가 될 만한 오해를 불러일으킨 점을 정중히 사과드립니다."라는 공식 정정문을 낸 것이다.

하지만 이 순간에도 퍼지고 있는 김 씨에 대한 근거 없는 소문들과 비난, 그 가운데서 충격과 공포를 다시 고스란히 떠안게 되는 것은 김민경 씨다. 1차 가해만큼 2차 가해가 무서운 이유다.

[연관기사] [단독] 천주교도 ‘미투’ 침묵 깬 7년 악몽…“결코 잊을 수 없었다”

[김민경 씨 심리상담사 김이수 씨가 SNS에 대신 올린 글 전문]

저는 KBS에 보도된 천주교 신부 성추행 관련 피해자 김민경 씨의 심리상담사인 김이수입니다.

본 사건과 관련하여 한 신부님이 7년간 사죄했으나 용서받지 못했다는 말이 여러 매체에 보도되어 피해자에게 2차 가해가 되고 있습니다. 김민경 씨가 SNS를 활용하지 않는 관계로 부득불 민경 씨의 동의를 얻어 요청드립니다.

사실이 아닙니다. 한 신부님과 민경 씨는 수단에서 외에는 사적으로 만난 일이 없습니다.

피해자가 한 신부를 만나는 것을 극도로 두려워하여 전화번호를 바꿨으며 이후 아부나뎅딧에 피해자가 찍은 사진을 활용하여 책을 내고 출판기념회를 할 때도 의향은 둘째치고 소식도 지인들을 통해 전해 들었을 뿐입니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마치 한 신부의 말도 안 되는 소설이 사실인 것처럼 천주교 신부님들 사이에서 퍼져 민경 씨가 수도 없이 사과를 한 한 신부를 용서하지 않고 KBS와 짜고 음해하는 양 몰아가는 이 형국에 몹시 충격받고 있습니다.

오늘 민경 씨는 경찰이 한 신부의 범행을 고소하지 않겠다 의사를 밝혔습니다. 이미 많은 것을 잃고 실의에 빠져있어 선처를 구하는 신부님들의 걱정에 동의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부탁드렸습니다. 사실을 사실대로 밝혀달라고.

매체에 끊임없이 유언비어가 돌고 있습니다. 또한 대전신학대학교에서도 이런 내용으로 강론이 되었다고 알려와 그때마다 매 순간 무너지고 있습니다. 명백한 2차 가해입니다.
당장 중지해주십시오. 저희는 이러한 명예훼손에 대해서는 분명한 법적 조치까지도 고려하겠습니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에서 위 사실을 바로잡아주시겠다 약속하셨고 끝까지 믿고 싶습니다. 그러나 스스로의 인권은 스스로 지켜야 하겠기에 공개적인 SNS에 남깁니다. 더이상 KBS의 음해며 한 신부의 7년간의 사과를 받아주지 않았다는 따위의 유언비어를 중지해주십시오. 결코 사실이 아닙니다.

매우 간절하고 단호하게 부탁드립니다. 민경 씨를 대신해 공개적으로 남깁니다. 이런 인격모독을 당장 중지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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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주교 미투’ 2차 가해에 “충격”…유언비어·비난에 시달려
    • 입력 2018-02-27 19:15:09
    • 수정2018-02-27 22:11:49
    취재K
[연관기사] [뉴스9] 유언비어·살해 협박까지…‘미투’ 2차 피해 심각

지난 23일 현직 신부로부터 7년 전 성폭력을 당했다고, 그것이 최종적으로는 천주교를 위한 일이었다며 용기를 냈던 김민경 씨. 방송이 나간 직후 김 씨는 취재팀에 전화를 걸어 그동안 마음속에 켜켜이
쌓아두고 있던 분노와 고통이 한 꺼풀은 벗겨진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민경 씨가 그토록 털어내고 싶었던 악몽 같던 기억들은 김 씨의 #MeToo(미투-나도당했다) 고백 이후 뒤틀린 칼날이 되어 김 씨를 다시 괴롭히고 있다.


수많은 유언비어들

첫 번째가 바로 가해자의 사과를 거절했다는 유언비어다. 방송이 나간 뒤부터 '7년 동안 수차례 사과했지만 이를 받아주지 않았다', '수단에서 돌아온 뒤에도 사적으로 만났다.' 등등 수많은 '말들'이 SNS상에서 사실인 양 떠돌아다니기 시작했다. 급기야 몇몇 언론사는 "가해자 한 신부가 김 씨에게 7년 동안 사죄했으나 용서받지 못했다"는 내용을 담은 기사를 냈다.

전혀 사실이 아니다. 김민경 씨는 수단에서 돌아온 뒤 한 신부를 단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 한 신부와 마주치는 것조차 무서워 전화번호를 바꾸기까지 했다.

유언비어에는 이상한 소문까지 덧대졌다. "수도 없이 사과를 한 (가해자) 한 신부를 용서하지 않고 KBS와 짜고 음해한다"는 것이다. 이제는 가해자 한 신부가 아니라 김 씨에게, 용서를 구했는데도 용서를 받아주지 않은 '나쁜 사람'이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대전가톨릭대 총장 김유정 신부(오른쪽)와 김 신부가 SNS에 올린 글의 일부 캡쳐
사제도 예외가 아니다

근거 없는 소문들은 사제들 사이에도 퍼졌다. 대전가톨릭대 총장인 김유정 신부는 "오늘(26일) 아침 미사 때 신학생들에게 강론"한 내용을 자신의 SNS에 올렸다. 지금은 계정에서 내려진 이 글에 김유정 신부는 "그 신부님은 피해자에게 지난 7년간 용서를 구했지만, 용서를 받지 못한 것 같다고 합니다."라고 적었다.

가해자를 두둔하는 말도 덧붙였다. "그 말씀을 들으며, 그 신부님이 그토록 열심히 사회정의와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 헌신하고자 했던 까닭이, 7년 전 자신의 죄에 대한 보속(속죄의 행위)의 의미는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보았습니다."

"그때마다 매 순간 무너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숱한 유언비어들이 들끓는 동안 김민경 씨는 "경찰에 한 신부를 고소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미 많은 것을 잃고 실의에 빠져있어 선처를 구하는 신부님들의 걱정에 동의했기 때문"이다. 김 씨가 대신 원한 것은 단 한 가지였다. "사실을 사실대로 밝혀달라"는 것. 하지만 김 씨에게 돌아온 것은 사실이 아닌 만들어 낸 말뿐이다. 또 다른 고통과 충격뿐이다.

김민경 씨 심리상담사인 김이수 씨는 SNS를 하지 않는 김 씨에게 동의를 얻어 오늘 아침 대신 호소의 글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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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체에 끊임없이 유언비어가 돌고 있습니다. 그때마다 (김민경 씨는) 매 순간 무너지고 있습니다. 명백한 2차 가해입니다. 당장 중지해주십시오. 저희는 이러한 명예훼손에 대해서는 분명한 법적 조치까지도 고려하겠습니다."

천주교정의사제구현단은 뒤늦게나마 진화에 나섰다. "최근 보도된 한 모 신부의 강제 추행 사건과 관련하여 '7년간 빌고 빌었다'는 몇몇 매체의 보도는 사실과 다릅니다. 바로잡습니다. 피해자분께 또 다른 중대한 피해가 될 만한 오해를 불러일으킨 점을 정중히 사과드립니다."라는 공식 정정문을 낸 것이다.

하지만 이 순간에도 퍼지고 있는 김 씨에 대한 근거 없는 소문들과 비난, 그 가운데서 충격과 공포를 다시 고스란히 떠안게 되는 것은 김민경 씨다. 1차 가해만큼 2차 가해가 무서운 이유다.

[연관기사] [단독] 천주교도 ‘미투’ 침묵 깬 7년 악몽…“결코 잊을 수 없었다”

[김민경 씨 심리상담사 김이수 씨가 SNS에 대신 올린 글 전문]

저는 KBS에 보도된 천주교 신부 성추행 관련 피해자 김민경 씨의 심리상담사인 김이수입니다.

본 사건과 관련하여 한 신부님이 7년간 사죄했으나 용서받지 못했다는 말이 여러 매체에 보도되어 피해자에게 2차 가해가 되고 있습니다. 김민경 씨가 SNS를 활용하지 않는 관계로 부득불 민경 씨의 동의를 얻어 요청드립니다.

사실이 아닙니다. 한 신부님과 민경 씨는 수단에서 외에는 사적으로 만난 일이 없습니다.

피해자가 한 신부를 만나는 것을 극도로 두려워하여 전화번호를 바꿨으며 이후 아부나뎅딧에 피해자가 찍은 사진을 활용하여 책을 내고 출판기념회를 할 때도 의향은 둘째치고 소식도 지인들을 통해 전해 들었을 뿐입니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마치 한 신부의 말도 안 되는 소설이 사실인 것처럼 천주교 신부님들 사이에서 퍼져 민경 씨가 수도 없이 사과를 한 한 신부를 용서하지 않고 KBS와 짜고 음해하는 양 몰아가는 이 형국에 몹시 충격받고 있습니다.

오늘 민경 씨는 경찰이 한 신부의 범행을 고소하지 않겠다 의사를 밝혔습니다. 이미 많은 것을 잃고 실의에 빠져있어 선처를 구하는 신부님들의 걱정에 동의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부탁드렸습니다. 사실을 사실대로 밝혀달라고.

매체에 끊임없이 유언비어가 돌고 있습니다. 또한 대전신학대학교에서도 이런 내용으로 강론이 되었다고 알려와 그때마다 매 순간 무너지고 있습니다. 명백한 2차 가해입니다.
당장 중지해주십시오. 저희는 이러한 명예훼손에 대해서는 분명한 법적 조치까지도 고려하겠습니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에서 위 사실을 바로잡아주시겠다 약속하셨고 끝까지 믿고 싶습니다. 그러나 스스로의 인권은 스스로 지켜야 하겠기에 공개적인 SNS에 남깁니다. 더이상 KBS의 음해며 한 신부의 7년간의 사과를 받아주지 않았다는 따위의 유언비어를 중지해주십시오. 결코 사실이 아닙니다.

매우 간절하고 단호하게 부탁드립니다. 민경 씨를 대신해 공개적으로 남깁니다. 이런 인격모독을 당장 중지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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