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IOC 선수위원 임명 …中 장홍은 되고 김연아는 왜?

입력 2018.02.28 (09:34) 수정 2018.02.28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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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IOC 선수위원 임명 …中 장홍은 되고 김연아는 왜?

[팩트체크] IOC 선수위원 임명 …中 장홍은 되고 김연아는 왜?

중국의 장홍이 지난 25일 막을 내린 IOC 총회를 통해 IOC 선수위원으로 임명됐다. 폐회식에서는 동료들의 투표로 선출된 2명의 선수위원만 소개됐을 뿐, 장홍이 IOC 선수위원에 임명된 것을 아는 사람이 거의 없어 장홍이라는 기사를 작성했다. 그런데 기사가 확대 재생산되는 과정에서 오해와 오류들이 있는 것 같아 FACT CHECK를 하고자 한다.

1. IOC 헌장에 지명직 IOC 위원 자격에 대한 설명이 있다?
평창올림픽 이전부터 몇몇 기사에서 계속 논란이 됐던 부분인데 바흐 위원장이 지명 가능한 3명의 IOC 선수위원 조건에 대한 세부적인 내용은 IOC의 헌법인 IOC 헌장(IOC CHARTER)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IOC 선수위원 선거와 관련돼 각 나라에 배포한 자료에 나와 있을 뿐이다. 헌장과 규정을 착각해서는 안 된다.
IOC 선수선거 규정에는 지명직 IOC 위원이 되기 위해서는 이전 올림픽이나 당해 올림픽에 선수위원으로 출마해야 한다는 내용이 존재하고, IOC 선수위원을 보유한 국가는 새로운 IOC 선수위원 후보를 낼 수 없다는 내용도 있다. 따라서 김연아 씨가 선수위원에 출마한 적이 없고 유승민 IOC 위원이 활동하고 있는 만큼 김연아 씨가 지명직 IOC 선수위원에 선출된다는 것은 내부적으로 힘들다는 판단이 있었다.
그러나 명시적으로 헌법인 IOC 헌장에 세부 내용이 적시되어 있지 않은 만큼 스포츠계에서는 한 가닥 희망을 버리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2. 중국 양양 A의 자리였으니, 중국 장홍이 이어받는 것이 당연하다?
IOC 선수위원은 임기 8년 동안 일반 IOC 위원과 똑같은 권리를 보장받는다. 이렇게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 IOC 선수위원을 한 국가에서 두 번이나 연속해서 맡는다는 것은 스포츠 외교력의 힘이 아니고서는 설명할 수 없다. 국제스포츠에 정통한 한 인사는 "러시아가 도핑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IOC가 기댈 곳은 중국밖에 없다"고 말하고 있다. 힘의 논리가 아니라 정말로 종목, 대륙, 성별 안배를 생각한다면 중국이 아니라 제3의 국가가 더 적당할 것이다.
IOC 선수위원 선거 결과가 나오기 전부터 중국의 CCTV 기자가 장홍의 지명직 IOC 선수위원 선출을 알고 있었다는 사실이 바로 이를 증명한다.


3. 김연아는 IOC 위원이 되고 싶은가?
몇 차례 기회가 될 때마다 이 질문을 당사자인 김연아 씨에게 물어봤었다. 김연아 씨의 대답은 한결같이 "잘 모르겠다. 생각해본 적이 없다. IOC 위원이 하고 싶다고 모두가 할 수 있는 일도 아니"라는 것이었다. 유승민 현 IOC 위원 등이 2016년 리우올림픽을 앞두고 출마의사를 밝힌 이후부터 김연아 씨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고, 실제로도 본인은 IOC 위원에 관심이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김연아 씨가 2011년 더반 총회 이후, 그리고 2014년 평창올림픽 홍보대사 이후 스포츠 외교의 일선에 서게 되면서 많은 사람이 김연아 씨가 한국인 IOC 위원의 가장 적임자가 아니냐는 얘기를 하는 만큼 김연아 씨와 IOC 위원은 연관검색어로 끊임없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4. 앞으로 김연아 씨가 IOC 위원이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지 않다. IOC 선수위원 말고도 개인자격이나 NOC 자격(대한체육회 추천)으로 IOC 위원이 되는 길도 있다. 대한체육회의 추천을 받기 위해서는 대한체육회 이사급 이상의 직위가 있으면 된다. 김연아 씨가 원하고, 국가적 차원에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물론 가장 기본적으로 전제돼야 할 것은 김연아 씨 본인의 의사가 있고, 앞으로도 몇 년 이상 스포츠 외교 현장에서 끊임없이 소통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달 초 바흐 IOC 위원장과의 인터뷰 자리에서 김연아 씨에 관해서 물은 적이 있다. 한국의 많은 사람이 김연아 씨가 IOC 위원이 되기를 바라는데 어떤 말을 해주고 싶으냐는 질문을 했더니 "김연아와 몇 차례 만난 적이 있는데 상당히 밝은 에너지를 가지고 있었다. 꾸준히 스포츠 관련 일을 하다 보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대답하기도 했다.
실제로 김연아는 여성, 피겨, 금메달리스트라는 측면에서 IOC에서 주목하고 있는 몇 안 되는 선수였고, 소치올림픽을 비롯한 몇 차례 바흐 위원장과 면담도 했었다.


지난해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IOC 위원 사퇴로 우리나라는 단 한 명의 IOC 위원만을 보유하게 됐다. 유승민 IOC 위원이 유창한 영어와 열정을 앞세워 이번 평창올림픽에서 맹활약하는 장면을 보면서 또 한 명의 한국인 IOC 위원이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국내에서 열린 평창올림픽은 그런 면에서 한국 스포츠 외교에서 다시없을 좋은 기회였다. IOC 위원은 해당 국가와 IOC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만큼, 올림픽 개최국으로서 추가 IOC 위원 확보에 대한 명분도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스포츠 외교의 한계를 보이며 그런 절호의 기회를 놓쳤다.


물론 그 새로운 IOC 위원이 꼭 김연아 씨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아직 김연아 씨는 기존의 IOC 위원들보다는 확연히 어리고, 본인도 자신의 앞날은 평창올림픽이 끝난 뒤 천천히 생각해보겠다고 말해왔다. 다만 그동안 IOC 후보로 이름이 오르내린 사람들 가운데 국제적 인지도 면에서 가장 앞서있는 사람이 김연아 씨였기 때문에 계속해서 김연아 씨와 IOC 위원을 '엮은' 기사들이 생산된 것뿐이다.
이제는 새로운 한국인 IOC 위원 후보로 누가 적당할 것인가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고민이 필요하다. 한국 스포츠를 이끄는 수장들이 본인들의 자리 욕심이나 인맥관리용으로 새로운 IOC 위원 후보를 내세울 것이 아니라, 과연 어떤 인사를 추천하는 것이 한국 스포츠의 미래를 위해 옳은 것인가를 고민해봐야 할 시점이다. 

[연관 기사][취재후] IOC 새 선수위원, 김연아 대신 中 장홍…스포츠 외교력의 현실?

[사진출처 : 연합뉴스·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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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팩트체크] IOC 선수위원 임명 …中 장홍은 되고 김연아는 왜?
    • 입력 2018-02-28 09:34:05
    • 수정2018-02-28 22:11:19
    취재K
중국의 장홍이 지난 25일 막을 내린 IOC 총회를 통해 IOC 선수위원으로 임명됐다. 폐회식에서는 동료들의 투표로 선출된 2명의 선수위원만 소개됐을 뿐, 장홍이 IOC 선수위원에 임명된 것을 아는 사람이 거의 없어 장홍이라는 기사를 작성했다. 그런데 기사가 확대 재생산되는 과정에서 오해와 오류들이 있는 것 같아 FACT CHECK를 하고자 한다.

1. IOC 헌장에 지명직 IOC 위원 자격에 대한 설명이 있다?
평창올림픽 이전부터 몇몇 기사에서 계속 논란이 됐던 부분인데 바흐 위원장이 지명 가능한 3명의 IOC 선수위원 조건에 대한 세부적인 내용은 IOC의 헌법인 IOC 헌장(IOC CHARTER)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IOC 선수위원 선거와 관련돼 각 나라에 배포한 자료에 나와 있을 뿐이다. 헌장과 규정을 착각해서는 안 된다.
IOC 선수선거 규정에는 지명직 IOC 위원이 되기 위해서는 이전 올림픽이나 당해 올림픽에 선수위원으로 출마해야 한다는 내용이 존재하고, IOC 선수위원을 보유한 국가는 새로운 IOC 선수위원 후보를 낼 수 없다는 내용도 있다. 따라서 김연아 씨가 선수위원에 출마한 적이 없고 유승민 IOC 위원이 활동하고 있는 만큼 김연아 씨가 지명직 IOC 선수위원에 선출된다는 것은 내부적으로 힘들다는 판단이 있었다.
그러나 명시적으로 헌법인 IOC 헌장에 세부 내용이 적시되어 있지 않은 만큼 스포츠계에서는 한 가닥 희망을 버리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2. 중국 양양 A의 자리였으니, 중국 장홍이 이어받는 것이 당연하다?
IOC 선수위원은 임기 8년 동안 일반 IOC 위원과 똑같은 권리를 보장받는다. 이렇게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 IOC 선수위원을 한 국가에서 두 번이나 연속해서 맡는다는 것은 스포츠 외교력의 힘이 아니고서는 설명할 수 없다. 국제스포츠에 정통한 한 인사는 "러시아가 도핑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IOC가 기댈 곳은 중국밖에 없다"고 말하고 있다. 힘의 논리가 아니라 정말로 종목, 대륙, 성별 안배를 생각한다면 중국이 아니라 제3의 국가가 더 적당할 것이다.
IOC 선수위원 선거 결과가 나오기 전부터 중국의 CCTV 기자가 장홍의 지명직 IOC 선수위원 선출을 알고 있었다는 사실이 바로 이를 증명한다.


3. 김연아는 IOC 위원이 되고 싶은가?
몇 차례 기회가 될 때마다 이 질문을 당사자인 김연아 씨에게 물어봤었다. 김연아 씨의 대답은 한결같이 "잘 모르겠다. 생각해본 적이 없다. IOC 위원이 하고 싶다고 모두가 할 수 있는 일도 아니"라는 것이었다. 유승민 현 IOC 위원 등이 2016년 리우올림픽을 앞두고 출마의사를 밝힌 이후부터 김연아 씨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고, 실제로도 본인은 IOC 위원에 관심이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김연아 씨가 2011년 더반 총회 이후, 그리고 2014년 평창올림픽 홍보대사 이후 스포츠 외교의 일선에 서게 되면서 많은 사람이 김연아 씨가 한국인 IOC 위원의 가장 적임자가 아니냐는 얘기를 하는 만큼 김연아 씨와 IOC 위원은 연관검색어로 끊임없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4. 앞으로 김연아 씨가 IOC 위원이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지 않다. IOC 선수위원 말고도 개인자격이나 NOC 자격(대한체육회 추천)으로 IOC 위원이 되는 길도 있다. 대한체육회의 추천을 받기 위해서는 대한체육회 이사급 이상의 직위가 있으면 된다. 김연아 씨가 원하고, 국가적 차원에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물론 가장 기본적으로 전제돼야 할 것은 김연아 씨 본인의 의사가 있고, 앞으로도 몇 년 이상 스포츠 외교 현장에서 끊임없이 소통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달 초 바흐 IOC 위원장과의 인터뷰 자리에서 김연아 씨에 관해서 물은 적이 있다. 한국의 많은 사람이 김연아 씨가 IOC 위원이 되기를 바라는데 어떤 말을 해주고 싶으냐는 질문을 했더니 "김연아와 몇 차례 만난 적이 있는데 상당히 밝은 에너지를 가지고 있었다. 꾸준히 스포츠 관련 일을 하다 보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대답하기도 했다.
실제로 김연아는 여성, 피겨, 금메달리스트라는 측면에서 IOC에서 주목하고 있는 몇 안 되는 선수였고, 소치올림픽을 비롯한 몇 차례 바흐 위원장과 면담도 했었다.


지난해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IOC 위원 사퇴로 우리나라는 단 한 명의 IOC 위원만을 보유하게 됐다. 유승민 IOC 위원이 유창한 영어와 열정을 앞세워 이번 평창올림픽에서 맹활약하는 장면을 보면서 또 한 명의 한국인 IOC 위원이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국내에서 열린 평창올림픽은 그런 면에서 한국 스포츠 외교에서 다시없을 좋은 기회였다. IOC 위원은 해당 국가와 IOC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만큼, 올림픽 개최국으로서 추가 IOC 위원 확보에 대한 명분도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스포츠 외교의 한계를 보이며 그런 절호의 기회를 놓쳤다.


물론 그 새로운 IOC 위원이 꼭 김연아 씨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아직 김연아 씨는 기존의 IOC 위원들보다는 확연히 어리고, 본인도 자신의 앞날은 평창올림픽이 끝난 뒤 천천히 생각해보겠다고 말해왔다. 다만 그동안 IOC 후보로 이름이 오르내린 사람들 가운데 국제적 인지도 면에서 가장 앞서있는 사람이 김연아 씨였기 때문에 계속해서 김연아 씨와 IOC 위원을 '엮은' 기사들이 생산된 것뿐이다.
이제는 새로운 한국인 IOC 위원 후보로 누가 적당할 것인가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고민이 필요하다. 한국 스포츠를 이끄는 수장들이 본인들의 자리 욕심이나 인맥관리용으로 새로운 IOC 위원 후보를 내세울 것이 아니라, 과연 어떤 인사를 추천하는 것이 한국 스포츠의 미래를 위해 옳은 것인가를 고민해봐야 할 시점이다. 

[연관 기사][취재후] IOC 새 선수위원, 김연아 대신 中 장홍…스포츠 외교력의 현실?

[사진출처 : 연합뉴스·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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