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후] “친구야 미안해”…5천만원 당첨 로또 낚아채 도주

입력 2018.03.06 (13:42) 수정 2018.03.06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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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20일 오후 7시 21분쯤 부산 동구의 한 복권방 앞.

중학교 동창 사이인 A(23) 씨와 B(23) 씨는 로또 복권을 구매하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로또 마감(오후 8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가운데 A 씨는 55,000원 B 씨는 25,000원어치의 로또 복권을 각각 샀다. 복권 구매 후 당첨을 기원하면서 두 사람은 헤어졌다.

이어 약 1시간 20분 후쯤 지나 A 씨는 B 씨의 전화를 받았다. B 씨는 A 씨에게 “로또 2등에 당첨됐다”며 흥분하며 말했다. 이에 A 씨는 B 씨에게 “인근 카페에서 만나자”고 요구했다.

오후 9시쯤 두 사람은 부산진구 부전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고 B 씨는 다시 한 번 번호를 확인하고 당첨금 5,245만 원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몹시 흥분했다. 순간 A 씨는 B 씨가 당첨된 로또를 보여 주자 자세를 고쳐 앉았다. 이어 A 씨는 B 씨가 방심한 찰나 B 씨의 손에 있던 복권을 순식간에 낚아채 부리나케 달아났다. 놀란 B 씨는 A 씨를 뒤쫓았으나 끝내 잡지 못했다. A 씨가 B 씨의 복권을 낚아채면서 복권은 찢어졌고 B 씨 손에는 로또 QR코드 일부가 표시된 종이 쪼가리뿐이었다.

생각지 못한 친구의 행동에 큰 상처를 받은 B 씨는 결국 A 씨를 경찰에 신고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카페 CCTV에서 A 씨가 복권을 빼앗아 달아나는 장면을 확보하고 A 씨 검거에 나섰다. 경찰은 또 B 씨가 가지고 있던 찢어진 복권 QR코드를 이용해 농협에 이 사실을 알리고 A 씨가 당첨금을 가져가지 못하도록 조치했다.


찢어진 2등 당첨 로또 복권. 부산경찰청 제공찢어진 2등 당첨 로또 복권. 부산경찰청 제공

A 씨의 범행을 확인한 경찰은 A 씨에게 자진 출석을 요구했고 사건 발생 2주 후 A 씨는 경찰에 자진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경찰 관계자는 “A 씨는 처음에 혐의를 부인했지만, CCTV 등 증거를 제시하자 범행 사실을 모두 시인했다”며 “범행 시인 후 A 씨는 복권 당첨 시 두 사람이 반반 나누기로 했다고 주장했지만, 이것도 거짓으로 판명됐다”고 말했다.
부산진경찰서는 절도 혐의로 A 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 관계자는 “A 씨에게 복권을 돌려받아 우리가 다시 봉합해 B 씨에게 복권을 줬고 B 씨는 당첨금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결국은 돈 때문에 두 사람의 십년지기 우정에 금이 가게 됐다”며 씁쓸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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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건후] “친구야 미안해”…5천만원 당첨 로또 낚아채 도주
    • 입력 2018-03-06 13:42:54
    • 수정2018-03-06 19:53:07
    취재후·사건후
지난 1월 20일 오후 7시 21분쯤 부산 동구의 한 복권방 앞.

중학교 동창 사이인 A(23) 씨와 B(23) 씨는 로또 복권을 구매하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로또 마감(오후 8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가운데 A 씨는 55,000원 B 씨는 25,000원어치의 로또 복권을 각각 샀다. 복권 구매 후 당첨을 기원하면서 두 사람은 헤어졌다.

이어 약 1시간 20분 후쯤 지나 A 씨는 B 씨의 전화를 받았다. B 씨는 A 씨에게 “로또 2등에 당첨됐다”며 흥분하며 말했다. 이에 A 씨는 B 씨에게 “인근 카페에서 만나자”고 요구했다.

오후 9시쯤 두 사람은 부산진구 부전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고 B 씨는 다시 한 번 번호를 확인하고 당첨금 5,245만 원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몹시 흥분했다. 순간 A 씨는 B 씨가 당첨된 로또를 보여 주자 자세를 고쳐 앉았다. 이어 A 씨는 B 씨가 방심한 찰나 B 씨의 손에 있던 복권을 순식간에 낚아채 부리나케 달아났다. 놀란 B 씨는 A 씨를 뒤쫓았으나 끝내 잡지 못했다. A 씨가 B 씨의 복권을 낚아채면서 복권은 찢어졌고 B 씨 손에는 로또 QR코드 일부가 표시된 종이 쪼가리뿐이었다.

생각지 못한 친구의 행동에 큰 상처를 받은 B 씨는 결국 A 씨를 경찰에 신고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카페 CCTV에서 A 씨가 복권을 빼앗아 달아나는 장면을 확보하고 A 씨 검거에 나섰다. 경찰은 또 B 씨가 가지고 있던 찢어진 복권 QR코드를 이용해 농협에 이 사실을 알리고 A 씨가 당첨금을 가져가지 못하도록 조치했다.


찢어진 2등 당첨 로또 복권. 부산경찰청 제공
A 씨의 범행을 확인한 경찰은 A 씨에게 자진 출석을 요구했고 사건 발생 2주 후 A 씨는 경찰에 자진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경찰 관계자는 “A 씨는 처음에 혐의를 부인했지만, CCTV 등 증거를 제시하자 범행 사실을 모두 시인했다”며 “범행 시인 후 A 씨는 복권 당첨 시 두 사람이 반반 나누기로 했다고 주장했지만, 이것도 거짓으로 판명됐다”고 말했다.
부산진경찰서는 절도 혐의로 A 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 관계자는 “A 씨에게 복권을 돌려받아 우리가 다시 봉합해 B 씨에게 복권을 줬고 B 씨는 당첨금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결국은 돈 때문에 두 사람의 십년지기 우정에 금이 가게 됐다”며 씁쓸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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