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피해자 아닌 생존자입니다”…화폭에 담은 ‘미투’ 선언

입력 2018.03.07 (21:22) 수정 2018.03.07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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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성폭행 경험을 안고 살아온 한 여성 화가가 자신만의 특별한 방식으로 '미투' 운동에 동참했습니다.

작품 전시회를 통해, 고통의 시간을 끝내고 이젠 성폭력 피해자가 아닌, 생존자로 살아가겠다는 다짐을 김채린 기자가 전합니다.

[리포트]

그날, 그녀는 앞이 보이지 않는 암흑 속에 던져졌습니다.

끔찍한 일은 한 순간에 지나갔지만 악몽의 시간은 끝없이 이어졌습니다.

'성폭행 피해자'라는 정체성에 갇혀 지냈던 9년의 세월을 대면하면서, 화가 서도이 씨는 자신의 장례식을 준비했습니다.

[서도이/화가/성폭력 피해자 : "힘들었던 일들을 오랫동안 마주하면서 그 일들을 보내기 위해서 했던 장례식이고요. 전시를 통해서 "나도 당했다. 그래서 이렇게 살았어"까지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가해자는 처벌 받지 않은 채 자유로웠고,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현실 속에서 피해자는 질식했습니다.

누군가의 말들은 상처를 헤집었습니다.

[서도이/화가 : "먹지 못하는데 억지로 삼켜야 하는 말이었어요. 상대방의 어떤 진실된 사과나 공감 없이 저 혼자서 태워야했었거든요."]

죽음을 떠나보내는 장례식, 삶을 초대하는 기꺼운 의식을 통해 화가는 이제 피해자가 아닌 생존자로 살겠다고 다짐합니다.

[서도이/화가 : "도망치려는 것이 아니라, 그 사실을 그대로 안고 말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장례를 치른 거였거든요. 생존자라는 이름이 더 맞다고 생각하고. 저는 멈추지 않고 계속 얘기할 거예요. 얼마나 아프셨을지 저는 공감하고 이해한다고. 그리고 바뀔 수 있다고 희망의 메시지를 드리고 싶어요."]

KBS 뉴스 김채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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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는 피해자 아닌 생존자입니다”…화폭에 담은 ‘미투’ 선언
    • 입력 2018-03-07 21:23:53
    • 수정2018-03-07 21:55:34
    뉴스 9
[앵커]

성폭행 경험을 안고 살아온 한 여성 화가가 자신만의 특별한 방식으로 '미투' 운동에 동참했습니다.

작품 전시회를 통해, 고통의 시간을 끝내고 이젠 성폭력 피해자가 아닌, 생존자로 살아가겠다는 다짐을 김채린 기자가 전합니다.

[리포트]

그날, 그녀는 앞이 보이지 않는 암흑 속에 던져졌습니다.

끔찍한 일은 한 순간에 지나갔지만 악몽의 시간은 끝없이 이어졌습니다.

'성폭행 피해자'라는 정체성에 갇혀 지냈던 9년의 세월을 대면하면서, 화가 서도이 씨는 자신의 장례식을 준비했습니다.

[서도이/화가/성폭력 피해자 : "힘들었던 일들을 오랫동안 마주하면서 그 일들을 보내기 위해서 했던 장례식이고요. 전시를 통해서 "나도 당했다. 그래서 이렇게 살았어"까지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가해자는 처벌 받지 않은 채 자유로웠고,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현실 속에서 피해자는 질식했습니다.

누군가의 말들은 상처를 헤집었습니다.

[서도이/화가 : "먹지 못하는데 억지로 삼켜야 하는 말이었어요. 상대방의 어떤 진실된 사과나 공감 없이 저 혼자서 태워야했었거든요."]

죽음을 떠나보내는 장례식, 삶을 초대하는 기꺼운 의식을 통해 화가는 이제 피해자가 아닌 생존자로 살겠다고 다짐합니다.

[서도이/화가 : "도망치려는 것이 아니라, 그 사실을 그대로 안고 말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장례를 치른 거였거든요. 생존자라는 이름이 더 맞다고 생각하고. 저는 멈추지 않고 계속 얘기할 거예요. 얼마나 아프셨을지 저는 공감하고 이해한다고. 그리고 바뀔 수 있다고 희망의 메시지를 드리고 싶어요."]

KBS 뉴스 김채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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