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권인숙·강정순·우 조교…#미투 선구자들의 그때 ‘외침’

입력 2018.03.08 (16:02) 수정 2018.03.12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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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근 당시 법무부 검찰국장의 성추행 의혹을 서지현 검사가 고발한 이후, 여성들이 성폭력 피해를 고발하는 #미투 운동이 사회 각계각층으로 확산하고 있다. 여성에 대한 성폭력을 공론화하려는 이 같은 시도가 한국 사회에서 본격화된 것은 #미투 운동에 한 세대 앞선 1980년대 후반부터다.

성폭력에 대한 인식을 바꾼 폭로들

1986년 당시 22살이던 대학생 권인숙 씨는 부천 경찰서에서 수사를 받던 도중 문귀동 형사에게 강제 추행을 당한 사실을 고발했다. 군사정권이 사회 혼란을 우려해 사실을 은폐하고 경찰들을 불기소 처분했지만, '부천서 성고문 사건'은 전국민적인 분노를 일으켰다.

대법원의 재정 신청 결정과 특별검사의 수사를 거쳐 3년 만에 문귀동에게 징역 5년의 실형이 선고됐고, 민사 소송에서도 국가의 배상 책임이 처음으로 인정됐다. 이 사건은 '성폭력 피해를 공개하는 건 여성에게 수치스러운 것'이라는 통념을 깨고 성폭력 피해 여성에 대한 대중적인 지지와 공감을 이끌어냈다.

비슷한 시기 대구에서는 다방 여종업원 강정순 씨가 경찰 2명에게 파출소에서 성폭행을 당했다고 고소했다. 그러나 강 씨는 도리어 경찰과 전 남편으로부터 무고죄와 간통죄로 고소당해 5개월간 구속됐다. 강 씨는 대법원에서 무고죄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가해 경찰들은 끝내 기소되지 않았다.

이 사건은 피해자의 '정조관념'에 대한 사회적 편견에 따라 성폭력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 달라지는 문제적 상황을 드러냈다. 이 사건으로 인해 여성계를 중심으로 성폭력 특별법 제정이 더욱 힘을 받게 됐다.

직장 내 성희롱이 사회 문제로 부상한 것은 1993년 우 모 씨가 서울대 학내 대자보를 통해 교수의 성희롱을 밝힌 사건이 계기가 됐다. 우씨는 신모 교수가 부적절한 신체접촉을 하고 여행을 제안하는 등 성희롱을 했으며 이를 거절하자 조교 임용에서 탈락됐다고 밝혔고, 신모 교수는 명예훼손 소송으로 맞섰다.

6년에 걸친 소송 끝에 대법원은 신교수와 서울대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했다. 상급심과 하급심의 판결이 엇갈리면서 더욱 화제가 됐던 이 사건은 '성희롱도 성폭력'이라는 인식의 전환을 이끌어냈다.

#미투에서 #위드유로... 지지자가 된 선구자

권인숙, 강정순, 우 조교 등 미투의 선구자들이 피해 사실을 공개했을 때 맞닥뜨려야 했던 현실은 한 세대가 지나도 반복되고 있다. 가해자는 피해자를 명예훼손과 무고 혐의로 역고소하고, 피해자가 성폭력을 유발했으리라는 부적절한 통념으로 인해 폭로한 여성 피해자들은 2차 가해를 당하기도 한다.

그러나 서지현 검사의 사건을 조사하는 법무부 성희롱·성범죄 대책위원장을 권인숙 교수가 맡은 사실은 성폭력 사건을 다루는 한국 사회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32년 전 성폭력 피해자였던 권인숙 씨는 여성학자로 돌아와 성폭력 전문 연구소 '울림'의 초대 소장을 거쳐 한국여성정책연구원장을 맡고 있다. 권 위원장은 서지현 검사 성추행 사건으로 시작된 법무부 성폭력 실태조사에 대해 "피해자들의 피해 경험과 입장을 중시하면서 판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투 열기가 뜨거운 2018년 여성의 날을 맞아 성폭력에 대한 인식을 바꾼 역사적인 폭로들을 영상으로 되짚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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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18-03-12 09: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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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근 당시 법무부 검찰국장의 성추행 의혹을 서지현 검사가 고발한 이후, 여성들이 성폭력 피해를 고발하는 #미투 운동이 사회 각계각층으로 확산하고 있다. 여성에 대한 성폭력을 공론화하려는 이 같은 시도가 한국 사회에서 본격화된 것은 #미투 운동에 한 세대 앞선 1980년대 후반부터다.

성폭력에 대한 인식을 바꾼 폭로들

1986년 당시 22살이던 대학생 권인숙 씨는 부천 경찰서에서 수사를 받던 도중 문귀동 형사에게 강제 추행을 당한 사실을 고발했다. 군사정권이 사회 혼란을 우려해 사실을 은폐하고 경찰들을 불기소 처분했지만, '부천서 성고문 사건'은 전국민적인 분노를 일으켰다.

대법원의 재정 신청 결정과 특별검사의 수사를 거쳐 3년 만에 문귀동에게 징역 5년의 실형이 선고됐고, 민사 소송에서도 국가의 배상 책임이 처음으로 인정됐다. 이 사건은 '성폭력 피해를 공개하는 건 여성에게 수치스러운 것'이라는 통념을 깨고 성폭력 피해 여성에 대한 대중적인 지지와 공감을 이끌어냈다.

비슷한 시기 대구에서는 다방 여종업원 강정순 씨가 경찰 2명에게 파출소에서 성폭행을 당했다고 고소했다. 그러나 강 씨는 도리어 경찰과 전 남편으로부터 무고죄와 간통죄로 고소당해 5개월간 구속됐다. 강 씨는 대법원에서 무고죄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가해 경찰들은 끝내 기소되지 않았다.

이 사건은 피해자의 '정조관념'에 대한 사회적 편견에 따라 성폭력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 달라지는 문제적 상황을 드러냈다. 이 사건으로 인해 여성계를 중심으로 성폭력 특별법 제정이 더욱 힘을 받게 됐다.

직장 내 성희롱이 사회 문제로 부상한 것은 1993년 우 모 씨가 서울대 학내 대자보를 통해 교수의 성희롱을 밝힌 사건이 계기가 됐다. 우씨는 신모 교수가 부적절한 신체접촉을 하고 여행을 제안하는 등 성희롱을 했으며 이를 거절하자 조교 임용에서 탈락됐다고 밝혔고, 신모 교수는 명예훼손 소송으로 맞섰다.

6년에 걸친 소송 끝에 대법원은 신교수와 서울대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했다. 상급심과 하급심의 판결이 엇갈리면서 더욱 화제가 됐던 이 사건은 '성희롱도 성폭력'이라는 인식의 전환을 이끌어냈다.

#미투에서 #위드유로... 지지자가 된 선구자

권인숙, 강정순, 우 조교 등 미투의 선구자들이 피해 사실을 공개했을 때 맞닥뜨려야 했던 현실은 한 세대가 지나도 반복되고 있다. 가해자는 피해자를 명예훼손과 무고 혐의로 역고소하고, 피해자가 성폭력을 유발했으리라는 부적절한 통념으로 인해 폭로한 여성 피해자들은 2차 가해를 당하기도 한다.

그러나 서지현 검사의 사건을 조사하는 법무부 성희롱·성범죄 대책위원장을 권인숙 교수가 맡은 사실은 성폭력 사건을 다루는 한국 사회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32년 전 성폭력 피해자였던 권인숙 씨는 여성학자로 돌아와 성폭력 전문 연구소 '울림'의 초대 소장을 거쳐 한국여성정책연구원장을 맡고 있다. 권 위원장은 서지현 검사 성추행 사건으로 시작된 법무부 성폭력 실태조사에 대해 "피해자들의 피해 경험과 입장을 중시하면서 판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투 열기가 뜨거운 2018년 여성의 날을 맞아 성폭력에 대한 인식을 바꾼 역사적인 폭로들을 영상으로 되짚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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