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은폐’ 세월호 보고서…“화물 쏠림이 원인 아닐 수도”

입력 2018.03.08 (21:22) 수정 2018.03.09 (09:35)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기자]

2014년 10월, 세월호 참사 반년 만에 검찰 수사 결과로 침몰 원인이 세상에 공개됩니다.

핵심은 2가지, 먼저 '조타 미숙' 즉, 조타수의 과도한 조작으로 배가 기울었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이 때 화물들이 한꺼번에 쏠려 30도까지 급하게 기울면서 침몰로 이어졌다는 겁니다.

그런데 법원이 '조타 미숙' 부분을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나머지 핵심 원인 역시, 최근 문제가 생겼습니다.

수사 당시 직접 모형 배를 운항하는 '자유항주 실험'을 해놓고도 이를 은폐했다는 의혹 때문인데요,

KBS가 이 실험의 보고서를 분석해봤더니 검찰이 밝힌 사고 원인을 뒤집을 수도 있는 정황을 발견했습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이세중 최준혁 기자가 이어서 전해드립니다.

▼‘은폐 보고서’ “급격한 기울기, 화물이 원인 아니다”▼

[리포트]

세월호 참사 다섯 달 뒤,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에서 만든 원인 분석 보고섭니다.

42분의 1크기로 축소해 만든 세월호 모형.

대형 수조에서 스스로 운항하는 '자유항주' 실험이 진행됐습니다.

핵심은 과도한 조타와 화물의 영향.

결과는 어땠을까.

조타를 최대한 돌린 직후 화물 이동이 없는 조건을 적용했는데도, 배가 30도 이상 급격히 기울었습니다.

배가 급격히 기운 이유가 화물 쏠림 때문이라는 검찰 수사 결과와는 상반된 내용입니다.

화물 쏠림이 있어야만 30도 이상 기운다는 컴퓨터 시뮬레이션 결과만 인용됐기 때문입니다.

검찰은 결국 자유항주실험 결과는 재판에 증거로 제출하지 않았습니다.

상반된 내용의 반쪽짜리 실험 결과로만 재판이 이어졌습니다.

[김현권/더불어민주당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특위 위원 : "검찰이 자유항주실험이라는 매우 중요한 실험 결과를 누락한 채로 연구보고서를 채택하고 재판을 진행했다는 것은 당시 수사 기록이 매우 부실했다는.."]

중요한 실험 결과가 누락되고, 과도한 조타도 법원에서 인정되지 않으면서 침몰 원인은 또다시 미궁에 빠졌습니다.

KBS 뉴스 이세중입니다.

▼‘자유 항주 실험’ 왜 누락됐나…유족 ‘분노’▼

[리포트]

세월호 선체조사위가 네덜란드까지 건너가 자유 항주 실험을 한 이유는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섭니다.

사고 분석에 쓰인 컴퓨터 시뮬레이션은 세월호 참사처럼 급격히 기울어진 사고에는 적합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검찰은 자유 항주 결과 보고서를 받아 보지도 않았습니다.

수사 방향에 맞는 컴퓨터 시뮬레이션 결과만 인용했기 때문입니다.

[조은석/당시 대검찰청 형사부장/2014년 10월 : "기소 이후 제출된 시뮬레이션 결과도 검찰의 기소 내용에 부합하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당시 검찰 수사 담당자는 "실험 도중 연료의 양 등 기본 수치가 바뀌어 이미 끝난 자유 항주 실험 결과는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고, 재실험은 시간상 어려웠다"고 밝혔습니다.

문제는 굳이 재실험을 할 필요가 없었다는 겁니다.

바뀌었다는 수치가 전체 실험 데이터의 1% 수준으로 실험 결과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했기 때문입니다.

당시 실험 총책임자도 이 사실을 알았지만, 별다른 문제 제기를 하지 않았습니다.

[정성욱/故 정동수 군 아버지 : "울분을 넘어서 이거는 분노죠. 재판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지는 모르겠으나, 숨긴 이유는 분명히 따로 있다고 생각해요."]

세월호 참사 4년, 핵심적인 실험결과 누락이 침몰 원인 규명을 오히려 방해한 상황.

모든 조사가 원점에서 다시 시작돼야 하는 이윱니다.

KBS 뉴스 최준혁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검찰 ‘은폐’ 세월호 보고서…“화물 쏠림이 원인 아닐 수도”
    • 입력 2018-03-08 21:24:39
    • 수정2018-03-09 09:35:06
    뉴스 9
[기자] 2014년 10월, 세월호 참사 반년 만에 검찰 수사 결과로 침몰 원인이 세상에 공개됩니다. 핵심은 2가지, 먼저 '조타 미숙' 즉, 조타수의 과도한 조작으로 배가 기울었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이 때 화물들이 한꺼번에 쏠려 30도까지 급하게 기울면서 침몰로 이어졌다는 겁니다. 그런데 법원이 '조타 미숙' 부분을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나머지 핵심 원인 역시, 최근 문제가 생겼습니다. 수사 당시 직접 모형 배를 운항하는 '자유항주 실험'을 해놓고도 이를 은폐했다는 의혹 때문인데요, KBS가 이 실험의 보고서를 분석해봤더니 검찰이 밝힌 사고 원인을 뒤집을 수도 있는 정황을 발견했습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이세중 최준혁 기자가 이어서 전해드립니다. ▼‘은폐 보고서’ “급격한 기울기, 화물이 원인 아니다”▼ [리포트] 세월호 참사 다섯 달 뒤,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에서 만든 원인 분석 보고섭니다. 42분의 1크기로 축소해 만든 세월호 모형. 대형 수조에서 스스로 운항하는 '자유항주' 실험이 진행됐습니다. 핵심은 과도한 조타와 화물의 영향. 결과는 어땠을까. 조타를 최대한 돌린 직후 화물 이동이 없는 조건을 적용했는데도, 배가 30도 이상 급격히 기울었습니다. 배가 급격히 기운 이유가 화물 쏠림 때문이라는 검찰 수사 결과와는 상반된 내용입니다. 화물 쏠림이 있어야만 30도 이상 기운다는 컴퓨터 시뮬레이션 결과만 인용됐기 때문입니다. 검찰은 결국 자유항주실험 결과는 재판에 증거로 제출하지 않았습니다. 상반된 내용의 반쪽짜리 실험 결과로만 재판이 이어졌습니다. [김현권/더불어민주당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특위 위원 : "검찰이 자유항주실험이라는 매우 중요한 실험 결과를 누락한 채로 연구보고서를 채택하고 재판을 진행했다는 것은 당시 수사 기록이 매우 부실했다는.."] 중요한 실험 결과가 누락되고, 과도한 조타도 법원에서 인정되지 않으면서 침몰 원인은 또다시 미궁에 빠졌습니다. KBS 뉴스 이세중입니다. ▼‘자유 항주 실험’ 왜 누락됐나…유족 ‘분노’▼ [리포트] 세월호 선체조사위가 네덜란드까지 건너가 자유 항주 실험을 한 이유는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섭니다. 사고 분석에 쓰인 컴퓨터 시뮬레이션은 세월호 참사처럼 급격히 기울어진 사고에는 적합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검찰은 자유 항주 결과 보고서를 받아 보지도 않았습니다. 수사 방향에 맞는 컴퓨터 시뮬레이션 결과만 인용했기 때문입니다. [조은석/당시 대검찰청 형사부장/2014년 10월 : "기소 이후 제출된 시뮬레이션 결과도 검찰의 기소 내용에 부합하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당시 검찰 수사 담당자는 "실험 도중 연료의 양 등 기본 수치가 바뀌어 이미 끝난 자유 항주 실험 결과는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고, 재실험은 시간상 어려웠다"고 밝혔습니다. 문제는 굳이 재실험을 할 필요가 없었다는 겁니다. 바뀌었다는 수치가 전체 실험 데이터의 1% 수준으로 실험 결과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했기 때문입니다. 당시 실험 총책임자도 이 사실을 알았지만, 별다른 문제 제기를 하지 않았습니다. [정성욱/故 정동수 군 아버지 : "울분을 넘어서 이거는 분노죠. 재판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지는 모르겠으나, 숨긴 이유는 분명히 따로 있다고 생각해요."] 세월호 참사 4년, 핵심적인 실험결과 누락이 침몰 원인 규명을 오히려 방해한 상황. 모든 조사가 원점에서 다시 시작돼야 하는 이윱니다. KBS 뉴스 최준혁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