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평창 썰매 경기장…올림픽 끝나니 폐쇄

입력 2018.03.09 (08:35) 수정 2018.03.09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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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오늘 저녁 평창동계패럴림픽이 개막합니다.

동계올림픽이 막을 내린 지는 이제 2주가 다 돼 갑니다.

아직 올림픽의 감동과 여운이 가시지 않았는데, 평창은 지금 경기장 사후 활용 문제가 벌써부터 골칫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올림픽 사상 첫 썰매 종목 메달을 따냈던 평창 슬라이딩센터가 당장 문을 닫을 상황입니다.

천억 원 넘게 들여 썰매장을 지어 놓았는데, 올해 운영 예산 20억 원이 없어 경기장을 폐쇄한다는 건데요.

봅슬레이-스켈레톤 국가대표 선수들은 가까운 훈련장을 놔두고, 해외를 전전할까 걱정하고 있습니다.

무슨 일이 있는 건지, 현장을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한국 동계스포츠 역사상 썰매 종목 첫 메달을 안겨준 평창 슬라이딩센터.

스켈레톤 금메달과 봅슬레이 은메달로 한국 썰매의 성지가 된 곳입니다.

["금메달입니다! 금메달입니다!"]

평창동계올림픽이 막을 내린 지 열하루가 지난 어제 오후.

그 때 그 환호와 열기는 슬라이딩센터에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폭설로 뒤덥힌 경기장은 출입이 통제된 채 오가는 사람 없이 썰렁한 모습입니다.

[관리인(음성변조) : “여기는 출입통제를 해서 사실상 못 올라가게 돼 있어요.”]

슬라이딩센터 건설비는 1천1백40여억 원. 공사 기간만 3년이 걸렸습니다.

국제경기연맹 공식 인증을 받은 전 세계 16개 트랙 가운데 가장 최신 시설입니다.

평창동계올림픽이 없었다면 이런 세계적 수준의 썰매장을 갖추는 건 사실상 불가능했을 겁니다.

그런데, 당장 올해 국가대표 선수들이 평창 슬라이딩센터에서 훈련하는 모습을 보긴 어려울 전망입니다.

슬라이딩센터 연간 운영 예산 20억 원이 없다는 이유입니다.

[이용/봅슬레이-스켈레톤 대표팀 총감독 : “올해 경기장을 사용할 수 없다는 뜻밖의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 부분은 단지 예산 부족이라고 들었고요.”]

선수들은 답답한 마음을 털어 놓았습니다.

가까운 트랙을 두고 다시 해외로 전지훈련을 떠나야할 처지입니다.

[원윤종/봅슬레이 국가대표 : “실전훈련을 할 수 있는 장소가 국내에 유일하게 생겼는데 올림픽 이후에 그 시설을 이용할 수 없다고 하면 정말 경기력에 큰 영향을 미칠 거라고 생각합니다.”]

2016년 10월, 평창슬라이딩센터가 완공되기 전까지 대표팀은 해외 썰매장을 전전했습니다.

봅슬레이를 빌려서 대회에 출전할 정도로 환경이 열악했습니다.

[김동현/봅슬레이 국가대표 : “지난 10년간 굉장히 많은 변화를 느꼈고 발전한 모습을 봐왔는데 경기장이 없다는 거는 다시 또 10년 전으로 돌아가는 거와 같다고 생각이 듭니다.”]

[이용/봅슬레이-스켈레톤 대표팀 총감독 : “가장 피해를 보는 건 선수들인데 선수들이 무슨 잘못입니까. 제발 저희 선수들한테 어떤 기회와 희망을 줄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는 시급한 계획이 필요하고요.”]

평창올림픽 준비 과정에서 그나마 나아진 지원 덕분에 유망주 상비군 시스템도 갖췄지만, 이제는 그런 지원을 기대하기 어려운 분위기입니다.

올림픽이 끝나자마자 등록 선수가 적어 상비군을 꾸릴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합니다.

[이용/봅슬레이-스켈레톤 대표팀 총감독 : “저희가 유소년 육성 차원에서 그런 어린 선수들을 기용 했는데 지금 그 선수들을 활용을 못한다면 앞으로 봅슬레이, 스켈레톤 미래가 보이지 않다는 뜻입니다.”]

선수들이 뛰어야할 슬라이딩센터에 운영비 예산 배정이 안된 건 아직 관리 주체가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정부와 강원도, 대한체육회 등 관계 기관 입장이 모두 다릅니다.

평창슬라이딩센터의 실소유주는 현재 강원도입니다.

강원도는 정부에 국비를 늘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운영비 전부를 부담하기엔 도 예산이 부족하니, 정부가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하라는 겁니다.

[강원도청 관계자(음성변조) : “상당히 큰 금액이 들어가다 보니까. 국비 부담을 결정 못 해주니까 임시로 경기장(슬라이딩 센터)을 폐쇄한 거예요.”]

강릉 하키센터와 스피드 스케이트장 정선 알파인 스키장 등도 아직 올림픽 이후 누가 어떻게 관리할지 명확한 기준이 없습니다.

강원도는 이 4곳 경기장의 1년 운영비가 약 90억 원, 적자는 60억 원 규모로 예상합니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음성변조) : “(경기장 사후 관리는) 해당 지자체에서 자기들이 책임을 지고 자기들 돈으로 해야 해요. 그게 이때까지 원칙이고. 강원도가 재정자립도 낮고 그러니 논의가 시작되는 거죠. 구체적으로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해 강원도, 문체부, 기재부 관계 부처가 협의 중이에요.”]

강원도는 일단 2021년 동계아시안게임과 2025년 동계세계군인체육대회, 동계유니버시아드 유치에 나설 계획입니다.

하지만 유치 경쟁이 어떻게 결론날지는 불투명합니다.

일회성 국제 대회로는 한계도 분명 존재합니다.

[이용식/가톨릭관동대 경기지도학과 교수 : “2022년에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있기 때문에 베이징 동계올림픽 전초 기지로서 동계스포츠 시설들을 활용하는 그런 것들이 필요하고…….”]

[박성희/한국외대 국제스포츠 레저학과 교수 : “노르웨이나 이런 쪽도, 그리고 솔트레이크 동계올림픽이 열렸던 유타 같은 경우도 마찬가지고요. 선수만 사용할 수 있게 할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의 발전과 다양한 스포츠 관광업으로 사용하고 있거든요. 적극적으로 생활 체육이나 관광업과 연계해서…….”]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와 성공 개최.

이제 앞에 놓인 숙제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한 올림픽 유산의 효율적인 사후 활용과 지속적인 동계스포츠 경기력 향상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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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평창 썰매 경기장…올림픽 끝나니 폐쇄
    • 입력 2018-03-09 08:46:35
    • 수정2018-03-09 10:0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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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오늘 저녁 평창동계패럴림픽이 개막합니다.

동계올림픽이 막을 내린 지는 이제 2주가 다 돼 갑니다.

아직 올림픽의 감동과 여운이 가시지 않았는데, 평창은 지금 경기장 사후 활용 문제가 벌써부터 골칫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올림픽 사상 첫 썰매 종목 메달을 따냈던 평창 슬라이딩센터가 당장 문을 닫을 상황입니다.

천억 원 넘게 들여 썰매장을 지어 놓았는데, 올해 운영 예산 20억 원이 없어 경기장을 폐쇄한다는 건데요.

봅슬레이-스켈레톤 국가대표 선수들은 가까운 훈련장을 놔두고, 해외를 전전할까 걱정하고 있습니다.

무슨 일이 있는 건지, 현장을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한국 동계스포츠 역사상 썰매 종목 첫 메달을 안겨준 평창 슬라이딩센터.

스켈레톤 금메달과 봅슬레이 은메달로 한국 썰매의 성지가 된 곳입니다.

["금메달입니다! 금메달입니다!"]

평창동계올림픽이 막을 내린 지 열하루가 지난 어제 오후.

그 때 그 환호와 열기는 슬라이딩센터에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폭설로 뒤덥힌 경기장은 출입이 통제된 채 오가는 사람 없이 썰렁한 모습입니다.

[관리인(음성변조) : “여기는 출입통제를 해서 사실상 못 올라가게 돼 있어요.”]

슬라이딩센터 건설비는 1천1백40여억 원. 공사 기간만 3년이 걸렸습니다.

국제경기연맹 공식 인증을 받은 전 세계 16개 트랙 가운데 가장 최신 시설입니다.

평창동계올림픽이 없었다면 이런 세계적 수준의 썰매장을 갖추는 건 사실상 불가능했을 겁니다.

그런데, 당장 올해 국가대표 선수들이 평창 슬라이딩센터에서 훈련하는 모습을 보긴 어려울 전망입니다.

슬라이딩센터 연간 운영 예산 20억 원이 없다는 이유입니다.

[이용/봅슬레이-스켈레톤 대표팀 총감독 : “올해 경기장을 사용할 수 없다는 뜻밖의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 부분은 단지 예산 부족이라고 들었고요.”]

선수들은 답답한 마음을 털어 놓았습니다.

가까운 트랙을 두고 다시 해외로 전지훈련을 떠나야할 처지입니다.

[원윤종/봅슬레이 국가대표 : “실전훈련을 할 수 있는 장소가 국내에 유일하게 생겼는데 올림픽 이후에 그 시설을 이용할 수 없다고 하면 정말 경기력에 큰 영향을 미칠 거라고 생각합니다.”]

2016년 10월, 평창슬라이딩센터가 완공되기 전까지 대표팀은 해외 썰매장을 전전했습니다.

봅슬레이를 빌려서 대회에 출전할 정도로 환경이 열악했습니다.

[김동현/봅슬레이 국가대표 : “지난 10년간 굉장히 많은 변화를 느꼈고 발전한 모습을 봐왔는데 경기장이 없다는 거는 다시 또 10년 전으로 돌아가는 거와 같다고 생각이 듭니다.”]

[이용/봅슬레이-스켈레톤 대표팀 총감독 : “가장 피해를 보는 건 선수들인데 선수들이 무슨 잘못입니까. 제발 저희 선수들한테 어떤 기회와 희망을 줄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는 시급한 계획이 필요하고요.”]

평창올림픽 준비 과정에서 그나마 나아진 지원 덕분에 유망주 상비군 시스템도 갖췄지만, 이제는 그런 지원을 기대하기 어려운 분위기입니다.

올림픽이 끝나자마자 등록 선수가 적어 상비군을 꾸릴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합니다.

[이용/봅슬레이-스켈레톤 대표팀 총감독 : “저희가 유소년 육성 차원에서 그런 어린 선수들을 기용 했는데 지금 그 선수들을 활용을 못한다면 앞으로 봅슬레이, 스켈레톤 미래가 보이지 않다는 뜻입니다.”]

선수들이 뛰어야할 슬라이딩센터에 운영비 예산 배정이 안된 건 아직 관리 주체가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정부와 강원도, 대한체육회 등 관계 기관 입장이 모두 다릅니다.

평창슬라이딩센터의 실소유주는 현재 강원도입니다.

강원도는 정부에 국비를 늘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운영비 전부를 부담하기엔 도 예산이 부족하니, 정부가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하라는 겁니다.

[강원도청 관계자(음성변조) : “상당히 큰 금액이 들어가다 보니까. 국비 부담을 결정 못 해주니까 임시로 경기장(슬라이딩 센터)을 폐쇄한 거예요.”]

강릉 하키센터와 스피드 스케이트장 정선 알파인 스키장 등도 아직 올림픽 이후 누가 어떻게 관리할지 명확한 기준이 없습니다.

강원도는 이 4곳 경기장의 1년 운영비가 약 90억 원, 적자는 60억 원 규모로 예상합니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음성변조) : “(경기장 사후 관리는) 해당 지자체에서 자기들이 책임을 지고 자기들 돈으로 해야 해요. 그게 이때까지 원칙이고. 강원도가 재정자립도 낮고 그러니 논의가 시작되는 거죠. 구체적으로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해 강원도, 문체부, 기재부 관계 부처가 협의 중이에요.”]

강원도는 일단 2021년 동계아시안게임과 2025년 동계세계군인체육대회, 동계유니버시아드 유치에 나설 계획입니다.

하지만 유치 경쟁이 어떻게 결론날지는 불투명합니다.

일회성 국제 대회로는 한계도 분명 존재합니다.

[이용식/가톨릭관동대 경기지도학과 교수 : “2022년에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있기 때문에 베이징 동계올림픽 전초 기지로서 동계스포츠 시설들을 활용하는 그런 것들이 필요하고…….”]

[박성희/한국외대 국제스포츠 레저학과 교수 : “노르웨이나 이런 쪽도, 그리고 솔트레이크 동계올림픽이 열렸던 유타 같은 경우도 마찬가지고요. 선수만 사용할 수 있게 할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의 발전과 다양한 스포츠 관광업으로 사용하고 있거든요. 적극적으로 생활 체육이나 관광업과 연계해서…….”]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와 성공 개최.

이제 앞에 놓인 숙제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한 올림픽 유산의 효율적인 사후 활용과 지속적인 동계스포츠 경기력 향상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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