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집값 전쟁 중…한강에도 ‘보트하우스’ 출현?

입력 2018.03.10 (08:03) 수정 2018.03.11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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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집값 전쟁 중…한강에도 ‘보트하우스’ 출현?

세계는 집값 전쟁 중…한강에도 ‘보트하우스’ 출현?


스페인에서 런던으로 출근하는 남자

지난 2015년 SNS에서 화제를 모았던 사연의 주인공 샘 쿠크니(Sam Cookney). 영국 런던의 한 소셜미디어 회사에서 근무하는 직장인인데, 집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있습니다. 1,500km 거리를 어떻게 출근하느냐고요? 비행기로 합니다. 샘이 이런 이색 출퇴근을 하게 된 이유, 바로 '집값' 때문입니다.

재택근무가 많았던 샘이 주 4회 정도 출근하는 걸 가정해 런던에 사는 것과 바르셀로나에 살면서 런던으로 출퇴근하는 것을 비교해봤습니다. 런던 중심가 웨스트 햄스테드의 방 1개짜리 아파트 월세가 1,505파운드, 우리 돈 230만 원인데, 세금이나 교통비까지 하면 260만 원이 듭니다. 하지만 바르셀로나에서는 방 3개짜리 주택 월세가 88만 원, 저가항공 교통비를 포함해도 210만 원 정도면 해결되죠.


집 대신 배를 선택한 ‘新 Boat People’

서울 강남뿐 아니라, 세계 주요 도시가 집값 급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영국 런던의 리젠트 운하에는 여러 채의 보트가 정박돼 있습니다. 보트 안에는 작은 침실과 욕실이 있습니다. 교통수단으로 이용하는 배가 아니라, 사람들이 온종일 생활하는 집입니다. 인근 부동산 중개업자는 직장이 비교적 안정적인 은행원부터 유명배우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보트 집을 구하기 위해 모여든다고 합니다. 런던의 주택 평균 거래가는 9억 원대인데, 보트는 3천만 원 정도면 구할 수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폭등한 월세를 감당하지 못한 사람들이 주거용 선박에서 수상생활을 시작한 겁니다. 런던의 무서운 집값이 3만 명에 달하는 영국판 '신 보트피플(boat people)'을 만들어 낸 셈이죠.

미국은 어떨까요? 세계적인 IT 기업들이 모여있는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에는 '정글'이라고 불리는 지역이 있습니다. 실리콘밸리의 비싼 주택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한 주민들이 캠핑카를 사들이거나 천막을 치고 인근에서 생활하고 있는 건데요, 캠핑족들은 인근 마트나 공원 화장실 등에서 세수와 용변을 해결하고, 인터넷은 공용 와이파이로, 전기는 소형 발전기나 배터리 등으로 조달합니다.

살인적인 집값 하면 홍콩을 빼놓을 수 없는데요, 홍콩 도심의 수백만 달러에 달하는 고층 아파트들 속에 작고 잘 보이지 않는 공동주택들이 숨겨져 있습니다. 한 집이었던 기존의 공간을 쪼개고 또 쪼개서 여러 가구가 생활하는 주거형태를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는데요, 사람 한 명이 겨우 몸을 누일 수 있는 1인용 침대조차도 월세를 내고 살아야 합니다. 화장실과 부엌은 공동사용이고, 침대 1자리의 월세만 17만 원에 달합니다. 벽장처럼 보이는 곳도 사람만 누울 공간이 되면 방으로 취급돼 월세를 내고 살아갑니다.

베이징에 집 사려면 돈 한 푼 안 쓰고 49년 모아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집값이 사상 최고치로 올라서면서 주택 구매 문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습니다. 글로벌 도시 통계 비교사이트 '넘베오'에 따르면 세계 280개 도시 가운데 집값이 가장 비싼 곳은 홍콩으로, 도심 아파트값이 3.3㎡당 평균 9,750만 원에 달합니다. 서울과 비슷한 규모의 도시국가 싱가포르가 6,830만 원으로 두 번째로 높고, 3위는 영국 런던, 우리나라는 일곱 번째로 4,680만 원으로 조사됐습니다.

절대가격보다 중요한 것은 집값이 그 도시에 사는 수요자가 감당할 만한 수준이냐 인 데요, 소득 대비 집값 비율(PIR; Price to Income Ratio)을 살펴봤습니다. 소득 대비 집값 비율은 그 나라 평균수준의 주택을 사들이는데 걸리는 시간을 의미합니다.


올해 2월을 기준으로, 중국 베이징에서는 집을 한 채 마련하려면 돈 한 푼 안 쓰고 49년을 꼬박 모아야 합니다. 그 뒤를 이은 상하이에서는 43년이 걸립니다. 3위는 홍콩, 우리나라는 23위에 있는데 19년이 넘게 걸립니다. 세계 주요 도시와 비교할 때 과도한 수준은 아니라고 볼 수 있지만, 체감상으로 아주 높게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지구촌 대도시는 집값 전쟁 중

이렇게 세계 집값이 폭등하는 이유는 뭘까요?

금리 인하 등으로 전 세계에 돈이 많이 풀린 상황에서 글로벌 경기까지 회복되면서, 대도시 주택시장으로 돈이 몰려든 영향이 큽니다. 실제 미국 경제지표가 호전되기 시작한 2015년 하반기부터 전 세계 집값이 동반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부동산 시장을 잡기 위해서 각국 정부는 각종 부동산 규제를 쏟아내고 있는데요, 중국이 대표적입니다. 지난해 주택담보대출 금리와 추기 계약금을 인상하고, 다주택자 부동산 매입에 제동을 걸었는데요, 올해 들어서도 부동산의 용도변경 제한과 판매 제한 등 공급 중심 규제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홍콩은 부동산시장 안정 카드로 인지세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홍콩 인지세는 부동산 매매·양도뿐만 아니라 임대 시에도 적용이 되는데요, 부동산 거래가나 월평균 임대액의 일정비율을 인지세로 납부해야 합니다.

미국은 대출제도를 정비했습니다. 기존에는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면 100만 달러까지 이자 공제를 받을 수 있었지만, 지난해 말부터는 75만 달러로 상한액을 줄였고, 부동산을 포함한 재산세 공제액도 1만 달러로 제한했습니다.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달러가 넘으면 공기를 가려서 산다'는 얘기가 있습니다만, 일자리와 인구가 몰리는 글로벌 대도시들은 예외인 듯합니다. 우리나라도 곧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에 진입하는데, 공기는커녕 소음에 시달려도 도심지역 아파트값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걸 보면, 치솟는 집값을 못 잡으면 서울도 런던처럼 한강에 배를 띄워놓고 살아야 하는 상황까지 벌어지지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집'이라는 공간이 누구나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연관기사] [글로벌 경제] 세계 주요 도시의 집값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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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는 집값 전쟁 중…한강에도 ‘보트하우스’ 출현?
    • 입력 2018-03-10 08:03:52
    • 수정2018-03-11 12:39:26
    취재K

스페인에서 런던으로 출근하는 남자

지난 2015년 SNS에서 화제를 모았던 사연의 주인공 샘 쿠크니(Sam Cookney). 영국 런던의 한 소셜미디어 회사에서 근무하는 직장인인데, 집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있습니다. 1,500km 거리를 어떻게 출근하느냐고요? 비행기로 합니다. 샘이 이런 이색 출퇴근을 하게 된 이유, 바로 '집값' 때문입니다.

재택근무가 많았던 샘이 주 4회 정도 출근하는 걸 가정해 런던에 사는 것과 바르셀로나에 살면서 런던으로 출퇴근하는 것을 비교해봤습니다. 런던 중심가 웨스트 햄스테드의 방 1개짜리 아파트 월세가 1,505파운드, 우리 돈 230만 원인데, 세금이나 교통비까지 하면 260만 원이 듭니다. 하지만 바르셀로나에서는 방 3개짜리 주택 월세가 88만 원, 저가항공 교통비를 포함해도 210만 원 정도면 해결되죠.


집 대신 배를 선택한 ‘新 Boat People’

서울 강남뿐 아니라, 세계 주요 도시가 집값 급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영국 런던의 리젠트 운하에는 여러 채의 보트가 정박돼 있습니다. 보트 안에는 작은 침실과 욕실이 있습니다. 교통수단으로 이용하는 배가 아니라, 사람들이 온종일 생활하는 집입니다. 인근 부동산 중개업자는 직장이 비교적 안정적인 은행원부터 유명배우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보트 집을 구하기 위해 모여든다고 합니다. 런던의 주택 평균 거래가는 9억 원대인데, 보트는 3천만 원 정도면 구할 수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폭등한 월세를 감당하지 못한 사람들이 주거용 선박에서 수상생활을 시작한 겁니다. 런던의 무서운 집값이 3만 명에 달하는 영국판 '신 보트피플(boat people)'을 만들어 낸 셈이죠.

미국은 어떨까요? 세계적인 IT 기업들이 모여있는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에는 '정글'이라고 불리는 지역이 있습니다. 실리콘밸리의 비싼 주택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한 주민들이 캠핑카를 사들이거나 천막을 치고 인근에서 생활하고 있는 건데요, 캠핑족들은 인근 마트나 공원 화장실 등에서 세수와 용변을 해결하고, 인터넷은 공용 와이파이로, 전기는 소형 발전기나 배터리 등으로 조달합니다.

살인적인 집값 하면 홍콩을 빼놓을 수 없는데요, 홍콩 도심의 수백만 달러에 달하는 고층 아파트들 속에 작고 잘 보이지 않는 공동주택들이 숨겨져 있습니다. 한 집이었던 기존의 공간을 쪼개고 또 쪼개서 여러 가구가 생활하는 주거형태를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는데요, 사람 한 명이 겨우 몸을 누일 수 있는 1인용 침대조차도 월세를 내고 살아야 합니다. 화장실과 부엌은 공동사용이고, 침대 1자리의 월세만 17만 원에 달합니다. 벽장처럼 보이는 곳도 사람만 누울 공간이 되면 방으로 취급돼 월세를 내고 살아갑니다.

베이징에 집 사려면 돈 한 푼 안 쓰고 49년 모아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집값이 사상 최고치로 올라서면서 주택 구매 문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습니다. 글로벌 도시 통계 비교사이트 '넘베오'에 따르면 세계 280개 도시 가운데 집값이 가장 비싼 곳은 홍콩으로, 도심 아파트값이 3.3㎡당 평균 9,750만 원에 달합니다. 서울과 비슷한 규모의 도시국가 싱가포르가 6,830만 원으로 두 번째로 높고, 3위는 영국 런던, 우리나라는 일곱 번째로 4,680만 원으로 조사됐습니다.

절대가격보다 중요한 것은 집값이 그 도시에 사는 수요자가 감당할 만한 수준이냐 인 데요, 소득 대비 집값 비율(PIR; Price to Income Ratio)을 살펴봤습니다. 소득 대비 집값 비율은 그 나라 평균수준의 주택을 사들이는데 걸리는 시간을 의미합니다.


올해 2월을 기준으로, 중국 베이징에서는 집을 한 채 마련하려면 돈 한 푼 안 쓰고 49년을 꼬박 모아야 합니다. 그 뒤를 이은 상하이에서는 43년이 걸립니다. 3위는 홍콩, 우리나라는 23위에 있는데 19년이 넘게 걸립니다. 세계 주요 도시와 비교할 때 과도한 수준은 아니라고 볼 수 있지만, 체감상으로 아주 높게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지구촌 대도시는 집값 전쟁 중

이렇게 세계 집값이 폭등하는 이유는 뭘까요?

금리 인하 등으로 전 세계에 돈이 많이 풀린 상황에서 글로벌 경기까지 회복되면서, 대도시 주택시장으로 돈이 몰려든 영향이 큽니다. 실제 미국 경제지표가 호전되기 시작한 2015년 하반기부터 전 세계 집값이 동반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부동산 시장을 잡기 위해서 각국 정부는 각종 부동산 규제를 쏟아내고 있는데요, 중국이 대표적입니다. 지난해 주택담보대출 금리와 추기 계약금을 인상하고, 다주택자 부동산 매입에 제동을 걸었는데요, 올해 들어서도 부동산의 용도변경 제한과 판매 제한 등 공급 중심 규제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홍콩은 부동산시장 안정 카드로 인지세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홍콩 인지세는 부동산 매매·양도뿐만 아니라 임대 시에도 적용이 되는데요, 부동산 거래가나 월평균 임대액의 일정비율을 인지세로 납부해야 합니다.

미국은 대출제도를 정비했습니다. 기존에는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면 100만 달러까지 이자 공제를 받을 수 있었지만, 지난해 말부터는 75만 달러로 상한액을 줄였고, 부동산을 포함한 재산세 공제액도 1만 달러로 제한했습니다.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달러가 넘으면 공기를 가려서 산다'는 얘기가 있습니다만, 일자리와 인구가 몰리는 글로벌 대도시들은 예외인 듯합니다. 우리나라도 곧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에 진입하는데, 공기는커녕 소음에 시달려도 도심지역 아파트값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걸 보면, 치솟는 집값을 못 잡으면 서울도 런던처럼 한강에 배를 띄워놓고 살아야 하는 상황까지 벌어지지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집'이라는 공간이 누구나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연관기사] [글로벌 경제] 세계 주요 도시의 집값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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