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르포] 대북 제재 최전선, 중국 단둥은 지금

입력 2018.03.10 (08:02) 수정 2018.03.10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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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새해 들어 북한이 갑작스레 대화 국면으로 나오고 있는 배경에는 국제사회의 강도 높은 대북제재가 있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실제 북한 경제가 상당한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요.

특히 북한의 대외 경제를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는 곳이 압록강을 경계로 북한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중국 단둥인데요.

마치 이곳에서 북녘이 보이듯, 단둥은 북한 신의주가 훤히 보이는 곳이기도 합니다.

대북 제재의 최전선, 중국 단둥은 지금 어떤 상황일까요?

김경수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북중 접경, 중국 단둥 시내 중심부에 있는 한 무역업체입니다.

출입문은 자물쇠로 잠겨 있고, 사무실 외벽에는 임대해 들어올 사람을 찾는 안내문이 붙어 있습니다.

이 업체를 운영하던 중국인은 경영난을 겪다 올해 초 영업을 중단했습니다.

[근처 식당 직원/음성변조 : "임대한다고 써있잖아요. (임대한다고요?) 1층이랑 2층인데 2층이 무역업 사무실이었어요. 설 명절 전에 문 닫았어요."]

이처럼 북한과의 무역에 의존해 오던 단둥의 업체들이 최근 잇따라 문을 닫고 있습니다.

[대북 무역업자/음성변조 : "문 열었는데 장사가 안 되니까. 일이 없잖아요. (손해 좀 봤겠네요?) 좀 본 게 아니고 많이 봤지..."

제 뒤로 보이는 압록강 다리의 중국 명칭은 중조우의교로 중국과 북한의 우정을 상징합니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본격화되기 전에는 하루에 트럭 수백 대가 이 다리를 통해 중국과 북한을 오갔지만 현재 통행량은 하루 20대 정도로 크게 줄었습니다.

[조선중앙TV : "'북극성-2'형이 눈부신 섬광을 내뿜으며 만리대공을 향해 날아올랐습니다."]

지난 해 2월부터 중국의 대북 태도가 강경해지면서 북중 무역액은 크게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새로 출범한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의 대북 제재 동참을 강하게 압박하고, 북한의 대륙간 탄도미사일 개발 위협 속에 북극성 2형이 마치 예고탄처럼 발사된 시점입니다.

중국은 지난해 8월 북한산 수산물을 금수 조치했고 12월부터는 섬유 제품의 수입도 금지했습니다.

그러자 지난해 12월 한 달 동안 중국의 대북 교역액은 3억 1,200만 달러로 이전 해 같은 기간에 비하면 반토막 났고, 대북 수출은 23%, 수입은 80% 넘게 급감했습니다.

급기야 북중 접경의 무역 거점인 단둥항을 운영하는 업체까지 채무 불이행 상태에 빠지면서 단둥 경제는 위기를 맞았습니다.

[대북 무역업자/음성변조 : "(요새 많이 문 닫았어요?) 이게 못나가잖아요. 쇠붙이(광물). 포크도 못나가고 지퍼도 제대로 못나갑니다. 모든 제품에 이게(광물)이 없는 게 없잖아요. 다 들어가잖아요."]

사정이 이렇자 접경의 무역업자들은 대북제재 대상이 아닌 품목을 거래하는데서 살 길을 찾고 있습니다.

북한 사람들이 많이 찾는 단둥의 고려 거리, 한글 광고가 눈에 띕니다.

북한 내 속눈썹, 가발 가공 공장을 모집한다는 내용으로, 북한 사람을 겨냥한 겁니다.

이 업체 앞에서 북한 사람들이 서성이는 모습도 포착됐습니다.

[대북무역업자/음성변조 : "(가발) 오더(주문)가 많으니까 찾는 거죠. (오더가 있으니까요?) 네."]

대북 제재에서 제외된 중국의 북한 가발 수입은 지난 1월 한달 동안 130만 달러로 1년 전에 비해 4배로 늘었습니다.

그러나 이 정도 교역 규모는 여전히 북중 접경 무역업자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수준입니다.

결국 밀무역에 의존할 것이란 예측이 나왔고, 실제 대북제재 이후 해상 밀무역이 성행한다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수입이 금지된 북한산 수산물이 중국 수산물 시장에서 거래되고, 고급 식당에서는 북한산 수산물을 파는 곳이 확인되기도 했습니다.

[대북 무역업자/음성변조 : "(북한 수산물을) 못들어오게 하지만 다 방법이 있으니까, 사람이 하는 짓이니까...이거 먹는 것 있잖아요? 이것 다 조선(북한) 것입니다."]

하지만 최근엔 상황이 달라지는 분위기입니다.

중국 당국의 강력한 단속으로 해상 밀무역도 여의치 않다고 현지 업자들은 전합니다.

[대북무역업자/음성변조 : "이번에 (밀무역) 배 단속해서 복장회사(피복업체) 한 곳의 한 배를 몽땅 다 뺏겼어요. (다 뺏겼어요?) 다 뺏겨서 납품도 지금 늦었지. 손해도 많이 보고."]

여기에 지난달 23일 미국이 발표한 사상 최대의 대북 독자 제재안은 북한의 해상 밀무역을 겨냥하고 있습니다.

개점휴업 상태란 말이 나오는 단둥의 경제 현실은, 대북제재가 압록강 건너 북한 경제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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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3-10 08:23:29
    • 수정2018-03-10 08:5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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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새해 들어 북한이 갑작스레 대화 국면으로 나오고 있는 배경에는 국제사회의 강도 높은 대북제재가 있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실제 북한 경제가 상당한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요.

특히 북한의 대외 경제를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는 곳이 압록강을 경계로 북한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중국 단둥인데요.

마치 이곳에서 북녘이 보이듯, 단둥은 북한 신의주가 훤히 보이는 곳이기도 합니다.

대북 제재의 최전선, 중국 단둥은 지금 어떤 상황일까요?

김경수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북중 접경, 중국 단둥 시내 중심부에 있는 한 무역업체입니다.

출입문은 자물쇠로 잠겨 있고, 사무실 외벽에는 임대해 들어올 사람을 찾는 안내문이 붙어 있습니다.

이 업체를 운영하던 중국인은 경영난을 겪다 올해 초 영업을 중단했습니다.

[근처 식당 직원/음성변조 : "임대한다고 써있잖아요. (임대한다고요?) 1층이랑 2층인데 2층이 무역업 사무실이었어요. 설 명절 전에 문 닫았어요."]

이처럼 북한과의 무역에 의존해 오던 단둥의 업체들이 최근 잇따라 문을 닫고 있습니다.

[대북 무역업자/음성변조 : "문 열었는데 장사가 안 되니까. 일이 없잖아요. (손해 좀 봤겠네요?) 좀 본 게 아니고 많이 봤지..."

제 뒤로 보이는 압록강 다리의 중국 명칭은 중조우의교로 중국과 북한의 우정을 상징합니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본격화되기 전에는 하루에 트럭 수백 대가 이 다리를 통해 중국과 북한을 오갔지만 현재 통행량은 하루 20대 정도로 크게 줄었습니다.

[조선중앙TV : "'북극성-2'형이 눈부신 섬광을 내뿜으며 만리대공을 향해 날아올랐습니다."]

지난 해 2월부터 중국의 대북 태도가 강경해지면서 북중 무역액은 크게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새로 출범한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의 대북 제재 동참을 강하게 압박하고, 북한의 대륙간 탄도미사일 개발 위협 속에 북극성 2형이 마치 예고탄처럼 발사된 시점입니다.

중국은 지난해 8월 북한산 수산물을 금수 조치했고 12월부터는 섬유 제품의 수입도 금지했습니다.

그러자 지난해 12월 한 달 동안 중국의 대북 교역액은 3억 1,200만 달러로 이전 해 같은 기간에 비하면 반토막 났고, 대북 수출은 23%, 수입은 80% 넘게 급감했습니다.

급기야 북중 접경의 무역 거점인 단둥항을 운영하는 업체까지 채무 불이행 상태에 빠지면서 단둥 경제는 위기를 맞았습니다.

[대북 무역업자/음성변조 : "(요새 많이 문 닫았어요?) 이게 못나가잖아요. 쇠붙이(광물). 포크도 못나가고 지퍼도 제대로 못나갑니다. 모든 제품에 이게(광물)이 없는 게 없잖아요. 다 들어가잖아요."]

사정이 이렇자 접경의 무역업자들은 대북제재 대상이 아닌 품목을 거래하는데서 살 길을 찾고 있습니다.

북한 사람들이 많이 찾는 단둥의 고려 거리, 한글 광고가 눈에 띕니다.

북한 내 속눈썹, 가발 가공 공장을 모집한다는 내용으로, 북한 사람을 겨냥한 겁니다.

이 업체 앞에서 북한 사람들이 서성이는 모습도 포착됐습니다.

[대북무역업자/음성변조 : "(가발) 오더(주문)가 많으니까 찾는 거죠. (오더가 있으니까요?) 네."]

대북 제재에서 제외된 중국의 북한 가발 수입은 지난 1월 한달 동안 130만 달러로 1년 전에 비해 4배로 늘었습니다.

그러나 이 정도 교역 규모는 여전히 북중 접경 무역업자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수준입니다.

결국 밀무역에 의존할 것이란 예측이 나왔고, 실제 대북제재 이후 해상 밀무역이 성행한다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수입이 금지된 북한산 수산물이 중국 수산물 시장에서 거래되고, 고급 식당에서는 북한산 수산물을 파는 곳이 확인되기도 했습니다.

[대북 무역업자/음성변조 : "(북한 수산물을) 못들어오게 하지만 다 방법이 있으니까, 사람이 하는 짓이니까...이거 먹는 것 있잖아요? 이것 다 조선(북한) 것입니다."]

하지만 최근엔 상황이 달라지는 분위기입니다.

중국 당국의 강력한 단속으로 해상 밀무역도 여의치 않다고 현지 업자들은 전합니다.

[대북무역업자/음성변조 : "이번에 (밀무역) 배 단속해서 복장회사(피복업체) 한 곳의 한 배를 몽땅 다 뺏겼어요. (다 뺏겼어요?) 다 뺏겨서 납품도 지금 늦었지. 손해도 많이 보고."]

여기에 지난달 23일 미국이 발표한 사상 최대의 대북 독자 제재안은 북한의 해상 밀무역을 겨냥하고 있습니다.

개점휴업 상태란 말이 나오는 단둥의 경제 현실은, 대북제재가 압록강 건너 북한 경제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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